[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튜이티브가 단 하나의 구멍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단일공을 넘어 아예 구멍을 뚫지 않는 자연공으로 최소 침습 로봇 수술의 새 시대를 열었다.
차세대 수술 로봇인 다빈치SP를 통해 세계 최초로 질을 통한 산부인과 수술 적응증을 확보한 것. 최소 침습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인튜이티브(Intuitivel)의 다빈치SP(da Vinci SP)가 질을 통한 산부인과 수술 적응증으로 유럽 CE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빈치SP는 말 그대로 싱글 포트, 즉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는 인튜이티브의 최소 침습 로봇 수술 기기다.
기존에 다빈치Xi 등이 복부 등에 3개에서 6개 가량의 구멍을 뚫어야 했다면 SP는 하나의 구멍을 통해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한번에 넣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다빈치SP는 약 2.5cm 크기의 하나의 관을 통해 최대 3개의 다관절 수술기구와 3D 내시경을 동시에 넣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술기구가 하나의 관을 통해 들어간 뒤 체내에서 각각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는 방식으로 단일공 수술의 한계였던 기구간 충돌과 수술각 확보 문제를 해결한 것. 가장 진보된 수술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다.
이번에 세계 최초로 적응증을 받은 자연공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형태다. 아예 하나의 구멍도 뚫지 않고 여성의 질을 통해 수술 기구를 넣어 아예 흉터가 남지 않도록 설계된 이유다.
여러 개의 구멍을 하나로 줄인 단일공 수술에서 아예 복부 절개를 없애는 자연공 수술로 영역을 넓힌 셈이다.
CE인증에 대해 인튜이티브가 '새 시대'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재 수술 로봇 시장에서 최소 침습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수술은 복강경에 비해 얼마나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척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얼마나 작은 절개로 같은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지가 기술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인튜이티브가 사실상 수술 로봇 시장을 독점했지만 메드트로닉과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연이어 수술 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맞서 인튜이티브는 다빈치5를 통해 정밀성과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빈치SP로 최소 침습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인튜이티브는 다빈치SP를 중심으로 지난해에만 비뇨의학과와 대장항문외과에 이어 서혜부 탈장과 담낭 절제술, 맹장 절제술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단일공 수술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유럽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자연공까지 접근 범위를 확대하며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
산부인과 영역에서 이미 질을 통한 자연공 내시경 수술(vNOTES)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인튜이티브에게는 기회다.
브이노츠는 질을 통해 복강으로 접근해 자궁절제술이나 난소·난관 수술 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복부에 별도의 절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하나의 좁은 통로를 통해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함께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구간 충돌이나 수술각 확보 등이 한계로 꼽혀왔다.
인튜이티브는 다빈치SP의 다관절 기구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며 로봇 자연공 수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복안이다.
결국 단일공이라는 다빈치SP의 강점을 자연공까지 확장해 최소 침습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자연공 로봇 수술이 기존 단일공 수술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브이노츠가 활용되고 있는 만큼 고가의 수술 로봇을 추가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임상적 이점이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국내 A대학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결국 자연공 로봇 수술이 기존 브이노츠나 단일공 수술에 비해 수술 시간과 회복 시간 등에 얼마나 이점이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본다"며 "단일공 수술 조차 러닝커브 등의 이유로 정립에 시간이 꽤 걸린 것이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특히 다빈치SP가 유럽보다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다양한 시도와 확산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FDA과 국내 허가를 빠르게 시도하는 전략으로 갈 확률이 높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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