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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본과의 현재, 본과의 미래

[메디칼타임즈=이동재 학생(경희의대) ]본인은 현재 예과 2학년에 재학중이다. 그러나 배우는 과목은 '예과 2학년'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 의과대학의 예과 2학년은 발생학, 생화학, 미생물학, 해부학 등을 배운다. 기존에 본과에서 배우는 과목들이 몇 년 전부터 대거 예과 2학년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요즈음 다른 학교 의대생들과 교류를 자주 할 기회가 생겨서 그들의 학교 생활을 자주 물어볼 수 있었는데, 많은 학교들이 블록제 혹은 쿼터제를 채택하고 있었다.학기제는 의과대학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과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한 학기 동안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 흔히 아는 그 방식이다. 학기제는 방학의 기간을 길게 보장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시험에서 다루는 과목의 수와 각각의 공부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따라서 시험마다 대비해야 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많아진다. 또한 단 2번의 시험으로 수많은 과목의 성적을 정해 버리기 때문에 부담감이 과중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배우는 과목간의 유기성을 확보하기 위해 쿼터제 혹은 블록제가 도입되었다.쿼터제는 1년을 네 부분으로 나눈다. 한 쿼터는 약 두 달로 이루어지고, 쿼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루게 된다. 또한 블록제는 쿼터제를 더 잘게 쪼개어 한 블록당 과목 하나를 배운다. 따라서 시험을 몇 주에 한번씩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이 두 가지 방식은 학기제와 달리 한 번에 공부 할 양이 너무 많거나 한 번의 시험으로 학점의 큰 부분이 결정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시험을 치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크고, 방학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학기제를 하고 있는 우리 학교 본과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이 "한 번의 시험이 끝나고 나면 기억 나는 것이 없다"였다. 이처럼 단기간에 수많은 과목을 공부하고 시험을 보면 객관적으로 과목들 간의 연결이 약할 뿐만 아니라 학습의 효과가 떨어진다고들 이야기한다. 이것을 블록제 및 쿼터제로 전환한다면 순간적인 학업부담이 약간 줄어들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만약 본과에 집중된 의학과목이 분산되어 있다면 술기의 발전으로 늘어나는 학습량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교과목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예과 2년 + 본과 4년 제도를 폐지하고 통합적인 6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과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에게 남는 지식이라고는 의학 이외에는 거의 없다. 이처럼 현재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의대생을 더욱 폐쇄적인 회로 속으로 밀어넣는다. 급변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아직도 옛날과 같은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의과대학의 학제 개편은 몇 년 전부터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신찬수 이사장은 지난 7월 통합 6년의 학부체제 내에서 학생들이 임상만이 아니라 연구와 같이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여유롭게 커리큘럼을 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단순히 4년동안 존재하던 본과 교육과정을 6년으로 분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도 다른 단과대학과 같이 교환학생을 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일부 의과대학을 제외하고는 의대생이 외국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예시로 본인이 재학중인 학교는 아예 학칙상으로 의대생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지원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SCOPE/SCORE'같은 방식으로만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해외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한국에 한정되어있는 의대생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또 본과 때도 교양수업 혹은 타전공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컴퓨터공학과에서 진행하는 코딩수업이나, 경영학과의 마케팅원론 등과 같은 타전공 수업을 들음으로써 유연한 사고를 기를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전공을 허용한다면 의료와 다른 분야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현재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의대생들이 의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우리나라의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오직 '임상'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보수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라 의과학자, 의대 출신 기업가와 같이 더 다양한 진로를 제공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22-11-21 05:00:00젊은의사칼럼

의사들이 멀티태스커가 되어야 하는 이유

[메디칼타임즈=최시연 학생(가천의대) ]최근 '의사과학자' 라는 키워드는 4차 산업 혁명과 신약 개발 등을 배경으로 의료계 곳곳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절반 이상이 의사과학자 였으며, 추후 바이오헬스산업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의사과학자가 꼽힌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각종 최신 기술이 의료에 접목되면서, 국가적으로 인력양성부터 연구비까지 지원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의사과학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이유가 있다.현재 국내에서는 연구비로 지원되는 금액보다 환자진료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훨씬 크다. 또한 과학기술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각 부처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업은 일원화되지 않아 중장기적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시스템상 의사과학자는 창업 이외에는 대학병원에 소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개최한 의사과학자 진로 콘서트에서는 현재 의사과학자의 성공 모델이 되고 있는 의사들을 초청해 연구와 창업을 겸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다루었다. 임상업무의 과도한 로딩은 차치하고서라도, 대학병원들이 적자를 면하기 힘든 권역외상센터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 병원 입장에서 임상교수가 연구에 몰두하는 것을 지원할지도 의문이다.이러한 현실을 종합해 보면 현재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은 과도기에 있으며 임상의가 개인적 차원에서 연구에 접근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장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임상의가 되기 전 의학교육과정에서 연구를 접하는 것은 어떨까?필자가 재학 중인 가천대학교에는 본과 2학년 2학기 교과과정 중 약 8주 동안 의학연구과정이 배정되어 있다. 사전에 교수님께서 진행중인 연구와 해당 연구 지원 자격 요건 등을 전달받은 학생이 직접 본인에게 적합한 연구를 찾아 지원하는 방식이며, 학기말에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평가받는 시간을 가진다. 두 달 남짓한 시간동안 가시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모든 연구를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의학연구과정은 앞서 말한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많은 노력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의사과학자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는 좋은 기회이며, 임상의가 된 후 비일비재하게 논문을 쓰고 연구를 평가받는 일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개인적으로는 의과대학에 진학해 당연히 임상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입장에서 의학연구과정은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신경외과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뇌혈관내수술 임상 증례 전달에 적합한 메디컬 일러스트 제작 연구를 시행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해당 연구가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의 영역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졌으나 메디컬 일러스트는 단순히 회화가 아닌 도식화된 데이터의 영역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의료인들은 실생활에서 각종 논문 작성 또는 동료 의료인, 수련의, 또는 학생에게 의학적 정보를 전달할 시에 직관적인 설명 방식이 필요함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또한 비의료인이 일러스트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술 참관과 의료인과의 소통이 필수인데 이 절차가 줄어들어 효율적이며 야기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느꼈다. 결론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회화 능력은 추후 가지게 될 임상의로서의 자격에 더해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셈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미 의사들은 기존의 역할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인공지능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기초 연구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은 또 하나의 무기가 된다. 앞서 소개한 의사과학자 진로 콘서트에서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는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다가도 언제든지 임상의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라는 점이 리스크가 아닌, 의사로서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메리트라고 생각하고 좀더 이른 시기에 작은 시작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2-11-14 05:30:00젊은의사칼럼

언론이 짊어진 무게에 대하여

[메디칼타임즈=박유진 학생(순천향의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또 한 주간의 실습을 끝내고 간만의 휴식을 누리던 참에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일대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아무리 사람이 몰렸다 해도 어떻게 사람이 죽을 정도까지 이를 수 있는거지?후에 여러 속보를 보고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거리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 쓰러진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들, 너무나 빽빽하게 겹쳐 서서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 뉴스를 보는 나까지도 가슴이 답답해졌다.이번 압사 사고로 인해 1일 기준 156명이 사망하고 18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실 그전에도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압사 사고들이 있었지만 343명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이번 참사는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큰 비극이다. 더군다나 사망자의 대부분이 나와 같은 20대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더 마음이 먹먹했다.한창 꽃을 피울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인내하는 시간인 20대. 성인이 되었다는 설렘과 함께 스스로 사회를 헤쳐나가며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씩 성장해나가는, 그야말로 '청춘'의 시기다. 그런데 그 미래에 하얀 국화꽃 한송이가 놓여지는 것만큼 참담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생각해보면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도 나와 단지 한 살 차이 밖에 나지 않은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들'이라는 생각보다는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우리에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한순간 목숨을 잃는다는 건 참 허무하기도 하고 슬픈 일이다.사건이 일어난 이후 모든 언론에선 매일마다 이 사건에 대해 취재하고 조사한 장면들이 나온다. 어떤 뉴스에선 너무 자극적인 장면이라며 보도를 다시 철회하기도 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선 뉴스를 통한 간접적인 시청도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대한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뉴스를 통해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보고 읽는다. 최근엔 유튜브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에 가짜뉴스가 많이 노출되면서 시선이 분산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힘을 가지는 것은 '언론'이다.뉴스에 나온 말 한마디로 영웅이 만들어질 수도, 마녀사냥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더욱 더 공정해야 한다. 추측성 발언이나 편견이 들어가 있는 뉴스가 아닌, 정확하고 실체적인 사실에 기반한 뉴스가 제공되어야 한다.언론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재작년의 의료계 파업을 잊지 못한다. 공공의대 설립이 초래할 결과,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제도에 내포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에 비춰진 우리의 모습은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기적인 집단'일 뿐이었다. 언론이 조금만 더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면, 조금만 더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면, 우리의 파업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을까 가끔 생각이 든다.이태원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면 사건의 진실을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보단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추궁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진상 규명의 목적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사건을 일단락 짓기 위함이 되어서는 안된다.의대생신문 편집장으로서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단순히 신문을 기획하고, 기사를 쓰고, 발행하는 일만은 아니었음을. 의대생을 대표하는 신문으로서 더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바로 언론의 짊어져야 할 무게라는 걸 깨달았다.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언론은 그 때 그 순간의 진실을 포착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누군가에겐 가슴이 찢어질만큼 아픈 뉴스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 아픔을 뉴스에 담아내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것 또한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 또한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며 시간이 흐르면 나는 나의 역할을 해내며 그렇게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이태원 참사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2-11-07 05:00:00젊은의사칼럼

의학 교육, 들어가는 문 열고 나가는 문 좁히자

[메디칼타임즈=최윤갑 학생(가천의대) ]의학에 입문하는 사람은 무엇을 배울까. 아마 교양수업일 것이다. 그럼 의학교육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가? 문은 열려있다고 답하겠지만, 그 문 안에 발을 딛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의학을 배우는 방법은 의과대학에 입학하거나 학사를 따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이 있지만,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중 39개가 의과대학이므로 사실상 수능을 치고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작년에는 45만명의 수능 응시자가 있었고 이 중에서 의과대학 총 입학정원은 3000명 남짓이다.그렇기에 이 3000명 전부가 들어올 자격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의술을 행하려는 마음이 따뜻한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허나 이 문 안에 발을 디디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게을러 진급을 하지 못하고 유급을 반복한다. 어느 집단에나 물을 흐리는 사람이 있듯이, 이 곳에도 사회인으로서의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일부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그러한 일부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집단이다.의대생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건.사고와 관련된 뉴스기사는 과거부터 많이 나오고 있다. 관련 뉴스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10년전 모 의과대학 학생이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징역생활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현재 아무런 문제 없이 의사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의과대학의 집단컨닝, 탈의실 몰래카메라 범죄, 부정입학 등으로 큰 논란이 있었다. 유명인사 자제의 부정입학은 잦은 유급으로 인해 부정입학한 자가 학습능력도 부족하다는 것 역시 보여주며 우습지만 씁쓸한 현 상황을 보여줬다.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의사가 되겠다는 목적의식 부재도 하나의 문제다. 수능점수만으로(정시전형)으로 입학한 동기와 얘기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수능 점수가 의과대학에 입학할 점수여서 이 곳에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지만, 나는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 중 꽤나 많은 수가 이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대단히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목적의식의 부재는 6년간 의학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교육기관의 교육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의학교육평가원이 발표한 ASK 2019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는 '학생선발 과정에는 의사가 되려는 동기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중고등학교 성적, 다른 관련 학업 혹은 교육 경험, 입학시험 및 면접 같은 선발 근거와 방법을 포함한다'라는 항목이 있다. 의과대학이 의사가 되려는 동기가 뚜렷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허나 정시전형의 경우, 면접이나 기타 서류제출 과정 없이 수학능력시험만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의과대학에 원서를 쓰는 것만으로는 의사가 되려는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결국 학생을 직접 선발해 의학교육을 하면서 동기를 확인하거나 혹은 동기부여를 해야한다.공평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는 의학교육으로 들어가는 문을 좀 더 열고, 나가는 문을 좁히는 것이 하나의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되 유급 커트라인을 올리고 졸업장 따는 것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정작용은 학생들의 목적의식 제고와 학습능력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입학정원이 100명이 넘어가는 모 의과대학은 유급률이 높기로 유명한데 이 대학 같은 진급 제도를 전국적으로 정착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이렇게 되면 중간 이탈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효용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생기지만 지금도 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오랫동안 수험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 생각한다.또한 예과제도를 폐지해 예과 때 배우는 교양 내용 들을 본과 사이사이에 넣고, 본과 때 배우는 내용들을 좀 더 이른 시기에 배우게 한다면, 학습부담은 줄고 초기에 이탈자를 늘려서 중간에 이탈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문을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이러한 얘기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문지기가 더욱 더 중요하다.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피교육자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이다. 의료계가 자정작용을 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교육기관 역시 협력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사람만 선발해달란 얘기는 아니다. 준비될 인재를 선발해 사회로 보낼 때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교육을 좀 더 꼼꼼히 해달라는 것이다.
2022-10-31 05:00:00젊은의사칼럼

뉴노멀 시대 첫번째로 겪은 '공보의'의 목소리

[메디칼타임즈=신정환 회장(대공협) ]조금 있으면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시작된 지 벌써 4년째로 접어들게 된다.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긴 하나 다행히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를 지나 지금은 확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는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모두가 진료를 꺼려했을 때부터 무더운 태양 아래 우주복과 같은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만났고, 검체를 채취하며 위험한 진료에 앞장서 왔다. 현재까지 이어져온 코로나19 사태의 전개 과정에 있어 공보의의 역할과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오늘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의료 빈틈을 채웁니다'라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슬로건처럼, 공보의들은 대한민국의 의료 사각지대에서 국가와 사회의 요청에 따라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오늘날 공보의들이 근무하는 의료 사각지대는 처음 농어촌 특별법 제정 당시의 도서 산간 지역뿐 아니라 교정시설과 검역소, 공공병원과 민간이 운영하는 응급의료기관 등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평소에는 본인의 근무기관에서 일을 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급하게 의사가 필요한 곳으로 다수의 공보의가 차출되는 형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는 병상배정반, 생활치료센터, 임시생활시설, 선별진료소, 공공의료원 등 셀 수 없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이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조금은 약해진 현재는 대부분의 시설이 문을 닫아 병상배정반과 각자의 근무지에서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2020년 여름 의료인의 집단행동 당시에도 공보의들은 마음 한편으로 '의료의 정상화'라는 친구, 선배, 은사님들의 목표를 응원하면서도 공무원이라는 신분 아래에서 국민의 건강과 코로나19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집단행동에 참여했던 의료인들 또한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에서 코로나19라는 공공의 적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의료 현장으로 돌아갔다. 당시 이루어진 9.4 의정합의에서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합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기 무섭게 여야 모두가 공공의대 신설법안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마치 마무리된 것처럼 우후죽순으로 발의되고 있는 법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한 논의 없이 결론부터 정해 놓고 끼워 맞춘 보여주기 식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취약지역에 대해 경험이 전무한 채로 법안을 작성하면서도, 몸소 의료 사각지대에서 사람들을 지켜왔던 공보의들의 목소리를 듣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현장의 목소리는 그저 여의도를 스쳐 지나가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을 뿐이다. 공공의대 특별법은 지역사회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발의되었다. 공보의가 느끼고 실제로 확인하고 있는 지역별 의료불균형은 분명히 존재한다. 광역시와 수도권의 의료공급은 충분함을 넘어서고 있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의료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다. 지방의 의료공급 부족을 논의함에 있어 서로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첫째는 당연하게도 의료인력의 부족이다. 의료인력이라 함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총칭한다. 의료인력이 넘쳐나는 수도권과는 달리 시골에는 의사도 없고, 간호사도 없고, 간호조무사도 없고, 방사선사도 없고, 임상병리사도 없다.둘째는 의료시설의 부족이다. 의료인력이 있는 경우라도 해도 그 지식과 술기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전문의가 국내 의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는 많은 경우 시설의 부족으로 이러한 전문성을 활용한 진료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셋째는 의료수요의 부족이다. 대한민국에서 시골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며, 대부분의 의료취약지역들은 인구 소멸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인구분포 상 초고령화가 진행된 지 오래이며, 회복가능 여부를 점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수요도 적지만 미래수요는 더 적은 상태인 것이다.이 글을 읽는 누구나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어떤 것인지, 제일 선행되는 요소가 어떠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민간을 통해 주로 공급되나 지불체계는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 의료 수요가 적은 곳에서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공공의대는 이러한 선후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접근이다. 공중보건의사를 활용한 공공보건의료는 병역의 의무라는 명분이 있기에 간신히 운영될 수 있다. 수요가 없는 지역에 민간의 절반도 안되는 봉급을 통해 억지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는 병역의 관점을 벗어난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 속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공의대에서 배출한 의료인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한다 하더라도 연속성의 부재라는 한계는 전혀 해결되지 않으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천문학적인 세금을 들여 졸속으로 만든 공공의대를 통해 의료인력들이 배출되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의료인력의 추가 공급을 무작정 따지기 전에 그에 대한 처우 개선 및 투자가 선행되어야 함은 명확하다. 사람이 오가고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영역이라면 의료가 아닌 모든 분야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조금 생뚱맞지만 스포츠 영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 FC'라는 축구 구단은 적절한 인재가 모집되지 못하고 주변에 비해 하위리그 취급을 받았으나 적극적인 투자 등을 통해 그 환경과 처우를 끌어올렸고, 덕분에 메시를 비롯한 스타 선수의 영입이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의료취약지역에 자연스럽게 의료인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마찬가지 맥락에서 그들을 위한 충분한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억지스러운 정책은 억지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공중보건의사 제도처럼 의무의 영역에서 접근할 일도 아니고, 공공의대라는 선후관계를 망각한 접근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선별진료소 등의 코로나19 파견을 마치고 본인의 근무지로 돌아온 공중보건의사들은 '뉴노멀 시대'를 경험한 첫번째 세대이다. 코로나19를 통한 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몸소 체험했으며 대한민국 공공의료를 최전방에서 지켜낸 공중보건의사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릴 수는 있지만,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와 지역사회의료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현장에서 노력해온 공중보건의사들과 소통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여러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대한민국의 공공의료도 더 실질적인 한 걸음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2-10-24 05:00:00젊은의사칼럼

빛나는 희생의 무게

[메디칼타임즈=박유진 학생(순천향의대) ]몇달 전, 오랜만에 친한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병원에서 수술 잘하기로 유명하던 한 교수님께서 위암 판정을 받고 입원해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님의 별세 소식을 듣게 되었다.마음이 참 씁쓸했다.평생 환자와 수술밖에 모르셨던 당신께, 배 전체를 가득 채운 암덩어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일하며 지내왔던 당신께,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 어떤 큰 목표나 포부를 가지고 결정했다기보다는 그냥 신경학도 재미있고 수술도 재밌는데 딱 맞는 게 신경외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과 3학년이 되어 하루하루 실습을 돌고 교수님들과 전공의 선생님들의 삶을 지켜볼수록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옛날에는 주변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보라고, 힘들어서 할 수 있겠냐고 말해도 당당하게 '난 그래도 할 수 있어. 할거야!' 말했지만, 이제는 거짓말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여느 과가 그렇듯이 전공의 1년차는 바쁘다 쳐도, 전공의 3·4년차 때까지 수술 들어가랴, 환자보랴, 응급콜 받느라 잠 못 드는 과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그 덕분에 '병원에서 제일 바쁜 건 정형외과 1년차, 그 다음엔 성형외과 1년차, 다음엔 신경외과 1년차, 다음엔 신경외과 2년차, 3년차, 4년차…' 라는 웃픈 소문도 있다.그뿐 만이 아니다. 교수가 되어서도 삶은 힘들면 더 힘들어지지, 편해지지는 않는다. 갑작스러운 뇌출혈, 뇌경색으로 온 환자들은 시간이 곧 생명이기 때문에 교수님들은 항상 병원 2km 근방에 집을 구해야 하며, 특히 뇌혈관을 보는 교수님들은 항상 손이 부족해 전공의만큼 당직을 많이 선다는 이야기도 있다.이런 무지막지한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실제로 그 현실을 목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어' 에서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로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직 신경외과 전공의로서 생활해보지 않은 나도 막상 힘들다는 말만 듣고서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싶어지기에, 실제로 병원에서 일하시고 계신 분들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더욱더 절실히 느껴진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체력과 정신, 그리고 포기와 희생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면 그것을 평생 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희생.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그렇기에 몸소 실천하시는 분들을 보면 진심으로 존경심이 든다. 나의 가족, 친구, 인간관계, 그리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웬만한 결단력으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고 말이다. 내가 신경외과 의사가 되는 것을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런 지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이건 '희생'과는 정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결핵-비결핵항산균(NTM) 분야 권위자였던 고원중 교수님의 일생을 담은 책 '참의사 고원중'에는 돌아가시던 그 날까지 매일 12시간 이상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던 교수님의 모습이 담겨있다. 교수님의 삶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기 일쑤였고 진통제가 없이 하루를 견디기 힘들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이 반복되다 결국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만 5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고(故) 고원중 교수님과 얼마전 돌아가신 우리 병원의 교수님.나는 한번도 두 교수님을 직접 만나뵙진 못했지만 어쩐지 그 두 분의 삶은 닮아 있다. 병원에서 의사로 평생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며 지내온 세월들은 비단 그 두 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의료 시스템 문제 때문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는 점차 고민을 해봐야 하겠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 만큼은 한 평생 희생하며 살아오신 두 분의 삶을 생각하며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희생과 사명감 위에서 환자들과 후배들을 위해 닦아 놓은 그 길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2-10-17 05:00:00젊은의사칼럼

국시만 남았다, 끝과 시작의 경계에서

[메디칼타임즈=모채영 학생(가천의대) ]본과 4학년 2학기. 본과 1학년 1학기의 나에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때가 오고야 말았다.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나의 눈 앞에 지난 6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인생의 큰 단계 하나를 마무리하는 사람이 으레 그러하듯, 이 곳에서의 경험이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조금씩 되짚어본다.나의 예과 생활은 공부밖에 모르던 수험생에서 대학생으로의 변천 과정이었다. '인생 처음' 혹은 '성인 되고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어디든 따라붙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술들을 하나 둘씩 마셔보고 이국적인 음식들을 맛보고 다녔다. 인생 처음으로 숙취를 경험했다. 가본 적 없는 곳들을 가고 해본 적 없는 것들을 했다. 모든 가능성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가장 설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본과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 뜻대로 일들은 따라주지 않았고 세간에서 악마화 되어 뜬소문으로 떠도는 의대생의 시험기간은 생각보다 버틸 만했다. 그러나 버팀목이 하나는 필요했다. 집과 학교라는 짧은 이동 경로에 갇혀 있는 나에게 여행 계획을 잡아두고 손꼽아 기다리는 낙 정도는 있어야만 했다. 학생의 작은 소망을 무참히 꺾은 것이 본과 2학년 초 닥친 역병이었다. 5월이면 끝난다던 비대면 수업이 2년을 갔다. 누구에게는 축복이었고 누구에게는 악몽이었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축복이었고, 이곳저곳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의 발길에는 악몽이었다. 그러한 양가 감정을 버텨가며 동맹휴학 사태를 지냈고, 어느새 나의 이름 앞에 ''학생 의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년 반 동안의 실습 기간은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본과 1학년의 한 학기보다도 짧게 느껴진다. 책상 앞에 앉아서 아이패드만 들여다보는 것보다, 병원에 가서 걸어 다니며 '무언가'를 한다는 게 시간의 화살을 빨리 움직이게 했다. 전자 의무 기록(EMR) 읽는 법이 익숙해지고 EMR 프로그램 다루는 게 새롭지 않을 무렵이 되니 본과 3학년이 끝났고, 이미 병원 생활이 익숙해진 사람에게 한 학기의 실습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어느덧 여섯 번째 해. 의대생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던, 지식의 부족으로 감히 '의학'이라는 학문을 논할 수조차 없었던 예과생 티를 완전히 떨쳐낸 본과 4학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많이 달랐다. 멀게만 느껴지던 의대 생활 ‘이후’의 삶이 방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입학한 이후로 평생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던 내가 사회의 냉정한 심판대 앞에 서는 때가 온 것이다.누구도 나의 실수를 대신 책임져주지 않고, 그동안은 '모의'라는, '실습' 혹은 '연습'이라는 글자 아래서 맴돌던 내 의학적 지식과 행위들은 유형의 결과를 낳기 시작한다. 이십대 초반을 한참 지나서, 다시금 '인생 처음'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고작 너덧 달 뒤, 나는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또 다시 '인생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무수히 따라붙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 6년간의 의대 생활은 아둔한 수험생을 한 명의 사회인으로 깎아냈다. 완벽할 자신감이나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 현실을 잘 알아버렸지만, 어쩌면 그러한 깨달음이 앞으로의 삶을 견뎌내기 위한 준비물일지도 모른다.
2022-10-11 06:32:59젊은의사칼럼

"지금 순간을 즐겨라" 슬기로운 예과생활

[메디칼타임즈=신유찬 학생(가천의대) ]"예과 동안 많이 놀아라."의대에 입학하자마자 선배들에게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자, 예과 생활을 마치고 본과에 진입한 내가 후배들에게 입이 닳도록 말하는 조언이다.의대 커리큘럼상 의예과(예과)는 의학과(본과) 동안 배울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일반생물학, 일반화학 등등 기본적인 개념을 배우고 교양 학문을 수강해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는 것이 존재 이유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의대생에게 예과는 치열했던 입시와 공부량이 급격히 많아지는 본과 사이에 끼어있는 2년 간의 길고도 짧은 휴식 시간이다. 특히나 가천의대, 성균관대의대 등이 의사국가고시 준비를 위해 본과를 한 학기 더 늘리는 대신 예과를 줄이는, 이른바 1.5 + 4.5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예과 생활을 가치 있게 즐기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2학년 초에 신입생 환영회에서 '방향성 있는 삶을 살라'고 새내기에게 충고했던 적이 기억난다. 뒤돌아보면 정직하지 못했던 조언이었던 것 같아 부끄럽다. 나부터가 삶의 방향성을 확실히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타인에게 그런 삶을 권장한단 말인가?그렇다고 내가 예과 동안 갈팡질팡한 것은 아니다. 여러 국제 보건 대회와 공모전에 나가 후배들과 함께 수상했고, 리뷰 논문을 작성했다. 노벨상 수상자와 기초과학연구원의 과학자를 만나 국제 연구동향에 대해 토론했으며, 여러 학회와 세미나를 통해 내가 어떤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은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너무 학술적인 활동만 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분명 모두 의미 있었다.학술이 아니더라도 예과 일 년 반 동안 해낼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조각상 같은 몸을 기를 수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가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 과외로 웬만한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만큼의 돈을 벌 수도 있고, 피팅 모델이나 프로그래밍 같은 취미를 부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예과 동안 할 수 있는 활동처럼 사람마다 가치 있는 삶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예과생들에게 적용되는 조언은 많지 않다.나는 이 말만 해주고 싶다. "지금 그 순간을 즐겨라."남들이 하지 않거나 스스로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 동안 정말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정말 가치 있는 것이다. 스스로도 원치 않는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 예과 생활을 낭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십수 년 동안 예과 때만큼 자기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기간은 없기 때문에 휴식이든 자기계발이든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만 한다면 그보다 더 나은 예과 생활은 없다.더 이상 예과생이 아닌 나는 농담삼아 후배들에게 "예과를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유급도 하나의 방법이라 말한다. 그만큼 자유로웠던 예과 생활이 그립기도 하지만, 이제는 미래의 의사가 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슬기로웠던 예과 생활을 추억하면서 글을 마친다.
2022-10-04 05:00:00젊은의사칼럼

미디어를 통해 본 현대 사회의 정신적 단면

[메디칼타임즈=최시연 학생(가천의대) ]개인의 역량과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대부분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스트레스는 경우에 따라 자극원 그 자체를 뜻하거나 스트레스에 대한 불안, 우울과 같은 반응을 지칭할 수 있는데 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피로와 권태감을 불러일으킨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이를 판단하고 알맞게 대처하기 위한 욕망을 가진다.이런 관심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TV프로그램이 '금쪽상담소', '금쪽같은 내새끼'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예전 정신과의 부정적 인식을 탈피한 이후, 현재 개인의 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 일례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새끼'를 들 수 있다. 프로그램은 원래 육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육아 과정에서 아동과 성인인 부모 모두에게 개선책을 제시하면서 '어른 금쪽이'의 공감을 얻었다. 또 해당 부모의 문제가 소아시절의 경험에 귀인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되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본인의 결핍을 깨닫고 큰 위로를 얻었다는 반응이 일었다. 이후 정신상담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정신건강의학과의 인식은 크게 개선되었다.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발달장애 환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친밀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인공이 앓고 있는 것은 DSM-5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로 통칭된 질환이다. 서번트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케이스를 통해 자폐의 이상적 측면만 부각시켰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장애,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현대사회의 크고 작은 차별에 맞선다는 면에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스트레스와 마주하는 개인의 고충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공감이 사회적인 분위기와 지원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아동학대 발생 추이는 2011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장애인권법센터의 변호사는 "장애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과 실제 장애를 갖고 그 관심만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다르다"고 자폐환자의 현실을 지적하였다."한 사람의 결이나 질감은 잘 관리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이는 방송인 김이나의 말이다. 이 말에 공감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각자 본인의 취약점이 있으며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 분투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개인의 정신건강이 모여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개인적 측면의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의 정신의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관심은 곧 사회적인 문제를 정신의학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2022-09-26 05:00:00젊은의사칼럼

임상실습하는 학생의사의 고민들

[메디칼타임즈=오수빈 학생(가톨릭 관동의대) ]본과 1, 2학년 시절 본과 3학년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청진기와 펜라이트를 가지고, 의사 가운을 입으며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동경하고는 했었다.그랬던 내가 이제는 임상실습(PK)에 참여하는 어엿한 학생의사가 되었다. 임상실습 진입식에 참여해 꽃다발을 받으면서 설레면서도 묘한 감정을 느꼈던 나는 이제 6개월이 넘는 시간을 실습생으로서 보냈다.임상실습을 돌면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막중함'과 '막막함'이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감정이었다.강의실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의학 지식을 습득하고 문제를 푸는 것과 실제 환자를 보고, 지식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달랐다. 문제 속의 사례(Case)와는 달리 병원에는 실제 '사람'들을 마주하고, 소통해야 한다. 나의 판단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실습을 돌면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압박감에 짓눌린 채 병원에 출퇴근하는 나날이 많았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졸업하고 나서도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다.불안했던 시간들도 경험이 쌓여가면서 점차 익숙해지고, 실습생으로서 내 자신에 적응하고 있다.격언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 결국 괜찮아진다라는 의미를 내포한 경우가 많다. 그러한 말씀들 모두가 결국 왕도는 끝없는 노력과 경험을 통한 체화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 아닐까?특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의학이기 때문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니만큼 비의료인보다 높은 수준의 지식과 책임을 필요로 한다. 내가 느끼는 막막함과 부담감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의술을 펼치기 위한 의사가 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이 든다.실습을 돌다보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단순히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이 아닌, 나의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바라보고 싶다. 
2022-09-19 05:00:00젊은의사칼럼

중•고등학교에서 '기본의학' 교육의 필요성

[메디칼타임즈=정현수 학생(순천향의대) ]공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학문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제한되지 않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능력과 소양을 갖춰주는 것에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학생 때 처음 접했던 사소한 것들이 상당히 깊이 기억에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중학교 가정 시간에 바느질을 배웠기에 단추가 떨어진 셔츠를 입고 출근할 걱정이 없고,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미래를 보는 소년이 마요네즈로 불을 끄는 것을 보며 요리 중에 불이 나면 대처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실생활에 밀접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특정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 이상 중•고등학생 때 배운 지식이 거의 평생 그 분야에 대해 아는 전부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 외의 분야를 접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령 뒤늦게 관심을 두게 되더라도 아무런 기초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는 접근하는 방법도 알 수 없게 된다.어쩌면 학창 시절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존재함을 느끼고, 객관적인 사실에 다가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생활에 필수적인 의학 상식도 학생 때부터 배워갈 수 있도록 기초적인 의학교육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면 어떤 병원에 가야 할지, 어떤 조처를 할지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 말이다.중학생 때 어느 날 배가 아프다고 오전 수업 시간 내내 창백하게 앉아 있던 친구가 생각난다.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마다 걱정은 해주셨지만 무슨 문제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체한 걸로 생각해서 보건실에서 진통제만 받아온 이 친구는 점심시간까지 어찌어찌 버티다가 결국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게 되었고 급성충수돌기염으로 수술받았다. 참 흔한 질환임에도 처음부터 아무도 의심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의심해봤더라면 이 친구가 오전 내내 아파하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갈 일은 없었을테다.본과생들이 임상수행능력평가(CPX)에서 배우는 주제의 제목들은 '배가 아파요', '목이 아파요', '잠을 못 자요' 등 대체로 단순하다. 호소하는 증상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검사나 치료, 환자교육을 하는 것이 학생 의사의 역할이다. 그러나 의학을 배우는 학생들마저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어떻게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 잡지 못하는 것을 수두룩하게 봤다. 그러니 의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 자신 또는 주변 가족이나 친구가 갑자기 아프다면 그들은 CPX에서 길을 잃은 의대생들보다도 더 막막함을 느낄 것이 당연하다. 증상을 검색하면 정보의 홍수가 쏟아지는데, 자칫하면 단순한 증상도 복잡하고 무서운 병으로 둔갑하기 십상이다. 이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의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배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청소년기 학생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또는 접할 수 있는 역류성 식도염, 편두통, 수면위상지연증후군, 주요우울장애 등 질환들이 무엇인지 간략히 아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될 것이다. CPX 주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임상 표현에 따라 흔히 발생하는 질환을 선별하고, 각 질환에 대한 눈높이 설명과 필요한 조치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좋겠다. 특징적인 증상들을 알게 된다면 본인이 경험하고 있는 증상의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다. 본인 주변 사람들의 증상들을 보고 조언해줄 수도 있겠고, 특정 질환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다양성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데에도 훌륭한 밑바탕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환자에 대한 올바른 처치와 관련해 이따금 사회가 시끄러워질 때가 있다. 기사들에는 날 선 댓글들이 빼곡히 채워진다. 많은 경우가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갖고 상황을 왜곡되게 바라보며 분노하는 댓글들이다. 처음에는 이런 댓글들을 읽으면 답답함만 느꼈지만, 이제는 그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의학상식을 배웠다면 여론의 시선이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바르고 적절한 의학교육이 이뤄진다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뿐 아니라 질환들을, 더 나아가서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객관적으로 변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2022-09-13 05:00:00젊은의사칼럼

국시 앞둔 의대생, 본과를 마무리하며

[메디칼타임즈=이진규 학생(경북의대) ]2019년 초, 논술형 공부에 익숙해져 있던 공대생이 의대에 편입해서 듣게 된 첫 수업 '골학캠프'에서 수도 없이 많은 뼈 이름들을 외우면서 의대로 진로를 변경한 것에 대해 큰 회의를 겪곤 했다. 선배들이 진행해주는 단 1주일짜리 수업안에 매일 퀴즈와 시험들이 가득했고, 발음도 어려운 의학용어를 외울 뿐 아니라 의미를 이해해야 겨우 뭐라도 적고 나올 수 있었기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매일 같이 억누르며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의대에 들어와서 첫 시험이었던 골학 최종 시험을 끝내고 나서 1주일간 정말 힘들었지만 앞으로 이런 시간을 4년이나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면서도 그만큼 성장해 있을 미래의 내 모습과 수많은 난관들을 이겨내고 시험 성적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 또한 기대하곤 했다.그렇게 본과 2년 동안 1.5주에 1개 정도되는 빈도로 시험을 치렀고, 매 시험마다 PPT 약 2000장 분량의 공부량을 소화하는 극기 훈련(!) 단계를 거쳤다. 매일 6-7교시 이상의 수업이 진행되었고 시험이 몰려있는 주간에는 일주일 간 하루 평균 16시간 공부했던 적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나 자신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매일 아침을 챙겨먹고 QT 말씀으로 마음을 정돈하고자 노력했다. 아무리 바쁜 시험 전날이라고 해도 절대 밤을 새워서 공부하지 않고 수면시간을 지키겠다는 철칙을 세우고 지켰다. 그럼에도 기대에 차지 않는 성적을 마주할 때면 일시적으로 마음이 무너지곤 했지만 그럴 때면 그 과목을 배우기 전의 나를 떠올렸다.마치 적을 상대하는 카우보이가 가슴속에 실탄을 충전하는 것처럼 의사가 된 내게 걸어 들어오는 환자와 함께 들어오는 병이라는 녀석을 공략할 수 있는 총알을 지니고 있어야 그에 맞는 대처가 가능할 터이기에 현재 배우고 있는 본과 과정의 각 과목들은 미래의 나에게 적절한 총알이 되어 줄 거라고 믿었다. 비록 시험으로 평가되는 성적이 탁월하지 못하다고 해도 내가 미래에 만날 환자를 위한 총알을 준비하는데 있어 부끄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하루 이틀, 한달 두달을 버텼다.본과 3학년, 설레는 마음으로 내 얼굴이 들어간 병원 출입증과 아직도 어색하기만한 의사 가운을 걸치고 병원에 들어가 선배 의사 선생님들과 다른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를 마주하는 임상 실습(PK) 과정을 시작했다. 첫 실습 시작 전날 일요일 저녁, 같은 조 동기들과 병원 구조를 미리 익히겠다며 병원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기억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실습 과정에서 접했던 외래 진료, 수술방, 회진, 술기 참관, case conference 등 매 순간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들로 즐겁고 뜻 깊게 시간들을 채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특히 본과 1, 2학년 때 공부했던 질병과 그에 대한 진단과 치료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게임속 2D 캐릭터가 3D로 살아 숨쉬는 것을 보는 듯했다. 약 1년 반 동안 PK 실습을 진행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느꼈던 것들, 교수님의 말씀으로부터 배운 내용들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PK 일기로 정리해왔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몇 가지만 공유하고자 한다.정신건강의학과 한달간 정신과 실습을 돌면서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10시간 가까이 폐쇄 병동에서 입원환자들과 동거동락하면서 많이 생각하고 배우고 정신과 환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정신질환자에게 붙여지는 딱지인 환자가 죄를 많이 지어서, 혹은 태어날 때부터 잘못되어서 같은 것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들인지 느낄 수 있었다. 병으로 인해 가장 억울한 사람은 환자 자신이며 그 안에 담긴 자신 만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히려 힘들더라도 살아 내기 위한, 처절하게 삶을 지켜 내고자 하는 그들의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볼 수 있었다.정신과 병동 입원 환자들에게서는 심심치 않게 손목에 자해흔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우울해서, 불안해서, 죽고 싶어서 등등…깊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사랑이 부족했음을 느끼게 된다. 정신과에서는 약물이나 수술 외에도 면담자 자신이 치료로 사용될 수 있기에 실습 기간 동안 최대한의 사랑을 공급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잘되기를 바라는, 평안하기를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항상 격려하고 지지해주고 나눈 이야기를 다음 날에도 기억하고, 환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퇴근 후에 찾아와서 다음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감사 일기를 적고, 동등한 위치에서 나의 아픈 이야기도 나누었고, 함께 웃고 울기도 했다. 실습이 끝난 지금도 그들의 이름과 얼굴, 함께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저 그들의 오늘과 내일이 평안하길 소망한다.비뇨의학과 비뇨의학과 실습의 끝자락에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던 신장 이식 수술. 신장을 받는 사람은 100kg에 육박하는 34세의 만성신부전 말기 아들, 놀랍게도 신장을 주는 사람은 59세 아버지. 아버지도 사구체여과율(GFR) 55로 당신의 신장도 온전하지 않음에도 어떻게 아들에게 기증을 결정했을 지 수술을 보는 내내 머리 속이 복잡했다. 건강한 아버지가 수술대에 올라가고 배 속에 복강경 기계를 넣고 멀쩡한 신장을 조심스럽게 분리하자 드러나는 신장에 피를 공급하는 신장동맥. 생각보다 두껍고 활력있는 신장동맥을 결찰하고 떼어내기 위해 큰 집게로 위아래를 찝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신장의 목숨줄을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분리한 신장을 배밖으로 꺼낼 때 아버지의 따뜻한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그 모습을 숨죽인채 지켜보는 비뇨의학과 의료진 6명과 신장을 받아서 연결하러 온 8명의 이식혈관외과 의료진들...가시고기. 자식을 낳은 이후 기력이 다할 때까지 그들을 보호하는 삶을 살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자식의 먹이로 내어주는 가시고기의 부성애가 떠올랐다. 자식의 부족함을 나무라거나 비난하기보다 제 한 몸 아끼지 않고 내어주는, 생명줄을 조이는 것 같은 아픔을 감내하고 피를 뚝뚝 흘려가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 14명의 의료진이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해주고 자했던 그 소중한 무엇. 사랑.비록 고될 것으로 보이는(?!) 병원 생활이 개인적으로 두렵지만,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그것을 잠시 맡아 최선을 다해 온전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영광은 의료진에게 주어진 축복임이 분명하다.재활의학과 케이스로 받아 1주일간 주치의처럼 붙어 다녔던 40세 척수 손상 남자 환자.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던 환자가 밤 중에 자전거를 끌고 집에 가는 골목길에 뒤에서 시속 60-70으로 오던 차에 치여 흉추 및 경추 부분 외상으로 응급실로 실려왔다. 슬프게도 척수손상 환자 평가 및 예후(ASIA scale) T4 level complete로 대소변 조절이 불가능하고 젖꼭지 밑으로 운동, 감각 모두 마비된 환자였다. 매일 같이 열심히 내려와 재활 운동을 하고 있는 환자는 성격 좋은 얼굴로 너털웃음을 지으며 꼭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에 걸어서 인사하러 오겠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이 어려웠던 부분은 이런 척수 손상 환자는 아무리 열심히 재활하더라도 자가 보행을 기대해 볼 가능성은 의학적으로 0이다.환자에게 예후를 설명해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저 격려하는 것이 좋을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교수님께 여쭤봤을 때 대답은 "환자도 이미 안 되는 거 알고 있을끼다"였다.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가오는 좌절감과 절망감에 고통스러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환자가 선택했다고 하셨다. 케이스 발표를 마치고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질문,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가? 환자에게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인가? 좋은 크리스천 의사는 어떤 의사인가?'산부인과 한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많은 변화를 수반한다 가장 놀라운 모성 생리변화는 공복시 저혈당(mild fasting hypoglycemia), 식후 고혈당(postprandial hyperglycemia), 고인슐린혈증(hyperinsulinemia)이었다. 배가 고플 때는 더 배고프게, 배부를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속해서 혈당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흡사 당뇨환자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엄마 몸의 목적은 단 한가지, 아기에게 밥 주기. 이제껏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해오던 인간의 몸이 아기가 생기는 순간 이렇게 한없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경이롭다.순하디 순한 것 같은 태아에게도 주어지는 삶의 무게와 고난이 있었다. 배아시절부터 융모막외 영양세포(extravillous trophoblast)로 엄마혈관을 파괴해 혈류를 공급받으며 태반을 형성해야한다. 9주가 되어서야 이 영상처럼 파닥파닥 겨우 움직일 수 있고 약 40주 내내 혹여나 엄마가 일찍 내보내지는 않을지, 양수가 부족하지는 않는지, 혹시 터져서 GBS가 침투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을 것 같았다.설상가상으로 나오는 과정도 쉬운 게 하나 없다. 실수로 옆으로 누워있거나 팔 하나만 빠졌다가는 엄마배를 갈라야 하고 엉덩이가 밑으로 가고 있어서도 안 되고 정확히 머리 뒤통수 소천문이 정해진 방향으로 돌면서 골반에 진입해야 하고 그에 맞춰 턱을 당기고 어깨를 으쓱으쓱해줘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고난 가운데 살아간다는 말이 태아에게도 해당한다는 사실이 약간은 가혹하게 느껴졌다.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보는 것은 단순히 한번의 출산이 아닌 기적 중에 기적이다. 여러 호르몬의 조절로 배란된 난자와 건강한 정자가 딱 맞는 시기에 만나야 하고 안정적이고 준비된 자궁 내막에 앉아야 착상이 가능하고 형성하는 태반의 위치, 엄마의 기저질환 여부, 이후의 적절한 호르몬 분비, 태아의 출산과정 등등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정답만을 선택한 길 끝에 온전한 생명인 내가 있다. 그렇기에 아둥바둥 오늘 하루를 살아낸 우리는 수많은 기적과 기적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비록 고된 하루였더라도 오늘은 값진 선물이다.의사와 학생의 사이에서 가장 마지막 관문인 의사 국가고시를 100여일 정도 남겨둔 지금, 골학캠프 마지막 시험을 마친 날의 필자가 기대하던 4년 후 스스로의 모습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아내고자 노력했던 나 자신, 그리고 함께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 후배 및 동기들, 열심을 다해 가르쳐주셨고 실제로 보여주셨던 교수님들과 학교,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배움의 동반자이자 살아 숨쉬는 교과서가 되어준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 모두가 힘을 합친 끝에 있는 나는, 그 존재만으로 큰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믿는다.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비롯된 나라는 사실과 지금 느끼는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며,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또 그런 의사가 되기를 꾸준히 노력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해본다.
2022-09-05 05:00:00젊은의사칼럼

두 번째 기회;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

[메디칼타임즈=윤석하 학생(순천향의대)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이따금씩 이런 생각을 한다. 상상력이 유독 풍부해지는 시험 기간에 많이 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생각 중 하나다. 여느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진부한 상상이지만,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대답은 간단하다.나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살면서 후회했던 몇 가지 상황 속에서 그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고, 당시 저평가되었던 자산을 구매하여 미래에 나의 재산을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 위하여 노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각자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틀에서만큼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러한 선택을 할 것이다.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현재의 기억을 모두 잊은 채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는 자산 가치의 변화, 닥쳐올 나의 미래와 같은 부분은 알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대답은 여전히 어렵지 않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현재의 기억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해보면 될 것이다.나의 삶이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다.아주 운 좋게도 나는 두 번째 질문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미래에서 후회하고 있던 나에게 어떠한 행운의 기회가 찾아와 과거로 돌아왔다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그 상상 속에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는 미래에 후회하던 내가 너무나 꿈꾸고 원하던 기회일 것이다. 그 꿈꾸고 원하던 기회를 나는 다음 번 미래에는 후회하지 않도록 알차게 사용하고 싶다.기회와 도전에 관하여 좋아하는 명언이 있다."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기회가 있을 때 저지르지 않은 행동이다."-헬렌 롤랜드도전하지 못 했던 젊은 날을 아쉬워하며 살기 보다는 여러 기회 속에서 자신감 있게 도전하며 사는 내가 되고 싶다. 앞으로 수 많은 기회를 만나 선택의 기로에 놓일 나에게 이런 당부의 말을 전한다. 항상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며, 지나간 기회를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고.
2022-08-29 05:00:00젊은의사칼럼

'아시아 의대생 연합'에서 경험한 연구경험의 중요성

[메디칼타임즈=김재균 학생(가천의대) ]13개 의과대학 수백 명의 의대생 회원을 보유한 의대생 연합동아리가 있다. 바로 아시아 의대생 연합(AMSA, Asian Medical Student’s Association)이라는 학술 동아리다. 다양한 의과대학의 친구 및 선배들과 교류하며 낮에는 학술동아리 그리고 저녁에는 술 동아리가 되는 이 동아리는 내가 예과 1학년 1학기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참여한 동아리다.올해 5월쯤, 예과 1학년 첫 방학을 알차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나는AMSC(Asian Medical Students’ Conference)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AMSC는 AMSA에서 주관하는 심포지엄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말레이시아, 홍콩 등 20개국이 넘는 국가의 의대생이 참가한다. 올해는 한국에서 AMSC가 열려 많은 한국인 AMSA인들이 해외로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참가했다.나 또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다. 비록, 참가를 위해서는 주최 측에서 제시한 '원격의료'라는 연구주제에 맞춰 초록을 제출하고 또 본선에 진출할 경우 본인이 작성한 논문을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불상사(?)가 생기지만 설마 예과생들이 모여 쓰는 우리들의 논문이 예선을 통과할까 싶었다.나는 이 심포지엄을 외국인 친구들 그리고 한국인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서울 여행 정도로 생각했다(실제로 오후에는 한강 투어, 강남투어 등 관광이 AMSC 일정의 일부였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우리들의 본선 진출은 현실이 되었고 논문 한 편 써본 적 없었던 예1과 예2로 구성된 우리들의 논문(Scientific paper)팀은 결국 발표까지 하게 됐다.과학논문에는 형식이 있다. 초록(abstract), 서론(introduction), 실험방법(methods), 결과(results), 고찰(discussion), 한계(limitations), 사사(acknowledgement), 참고문헌(references)을 실험 결과에 맞게 우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서술하면 된다. 구조만 놓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험방법을 정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고 그 결과를 고찰하는데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자료조사가 필요하다.우리 팀은 한국의 원격의료 법률에 관한 narrative 리뷰논문을 쓰는 비교적 쉬운 길을 택했음에도 논문발표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컨대, 문헌 정보를 조사하고 우리들만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리뷰 논문에서 결과와 고찰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그리고 리뷰논문의 실험방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서투른 순간들이 많았다. 팀원들과 며칠간의 밤을 보낸 결과 부끄럽지 않을 발표 자료가 완성되었고 우리들의 결과물을 많은 사람 앞에서 공유하게 되었다.발표를 하는 날 많은 감정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선, 연구하는 삶이 즐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의 연구주제가 실제 실험을 요구하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자료조사를 하고 논리적인 글을 작성하는 게 나는 힘들지만 즐거웠다. 두 번째로는, 외국 친구들 연구의 우수성에 놀랐다. 호주, 영국, 싱가폴 등 연구지원과 대학원 규모가 큰 대학 출신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한국의 일반적인 의과대학보다 규모가 작은 대학의 학생들도 수준 높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놀라웠다.Narrative 리뷰논문을 작성한 팀은 우리 팀뿐이었으며 해외팀들은 메타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Systematic) 리뷰논문을 작성하였다. R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또 다양한 통계 모델들을 사용했으며 의통계학적 개념을 잘 아는 학생들이 많았다.논문 주제 또한 원격의료가 화상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원격의료가 장기이식 환자들이 약물복용을 충실히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는지 등 나의 기준에서 복잡하고 참신한 주제들이 많았다. 외국 아이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연구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외국대학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본 결과 한국 의대 보다 해외 의과대학이 연구 방법론 교육에 있어서는 더 앞서 있는 것 같았다. 태국의 의과대학을 다니는 친구의 경우 예과 1학년부터 교수님 한 분과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해 교수님의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교수님과 연구실 사람들은 통계학적 지식 그리고 R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생에게 알려주고 학생은 교수님이 보유한 환자 데이터 그리고 실험 결과들을 갖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5년간 연구 실력을 키운다. 호주는 생물통계학을 의과대학 전 과정에 거쳐 깊게 배우고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기도 한다. 또 호주 병원들에서는 연구 경험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여 연구실적 없이는 좋은 전공의 과정에 합격하기 힘들다. 그래서 의과대학 졸업을 1년 유예하고 1년간 연구에만 집념하는 기간을 가지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가천의대 또한 본과 시절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이 있다. 하지만 해외 대학처럼 재학 전 과정에서 연구 경험을 쌓을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기초의학과 의학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다.힘들고 귀찮을 것만 같았던 AMSC는 내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내 호주 친구는 의학이라는 학문이 즐거워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말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학문을 공부하는 이 친구의 삶이 진취적이고 행복해 보였다. 나 또한, 의학 공부와 연구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2-08-22 05:00:00젊은의사칼럼

우리의 무대는 단지 한국만이 아닙니다

[메디칼타임즈=이동재 학생 ]지난 6월 약 한 달 동안 장기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마지막 경유지는 두바이였는데, 그곳에서 많은 외국계 병원들이 새롭게 건설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두바이는 탈석유, 산업다각화 전략 일환으로 의료관광을 유망분야로 꼽고 집중 육성 중이다. 따라서 의료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서 두바이 헬스케어 시티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일례로 우리나라 병원인 우리들병원은 이곳에 진출해 척추 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아직 의료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다. 해외 의료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의료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은 2016년 6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해외진출법)' 시행 이후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연평균 증가율은 약 73.7%로 중국과 베트남이 전체 중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의료해외진출법에 따르면 '의료 해외진출'의 법적인 정의는 해외에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행위, 수탁 운영 또는 운영에 대한 컨설팅, 보건의료 종사자 파견, 의료기술 또는 정보시스템 등의 이전, 국외에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제공, 의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제공 등을 일컫는다.과거에는 대부분 성형외과나 정형외과처럼 전문기술을 가진 병원이 개별적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종합병원, 병원 인프라와 같이 진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하지만 해외진출이 마냥 장밋빛 미래라고는 할 수 없다. 아직까지도 해외에 나가려고 하는 인력 및 투자 자금이 부족하다. 또한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성과가 드러나는 만큼 비교적 수익 실현의 부담감이 크다.게다가 해외 시장의 특성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이 의료 해외진출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진출 기관의 경험 부족으로 인하여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현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두바이에 진출했던 삼성의료원은 2013년 약 3년만에 영업부진으로 철수하였다. 어느 무역협회 관계자는 "삼성의료원은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감정 교류가 필요한 내과부문으로 진출해 언어·문화적 장벽의 한계를 겪었다"며 "기존 내과부문에 진출한 하버드대 메디컬 센터 등 유명 선진 병원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었다. 그 결과 주로 한국에서 두바이로 파견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터라 수익성이 낮았고, 철수를 하게 된 것이다.이와 달리 두바이에 진출한 보바스 기념병원은 노인/재활을 주 타깃으로 프리미엄화를 내세웠고, 이 전략은 유효했다. 위와 같은 차이는 현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했는지에 따라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또한 위와 같이 직접적으로 병원을 현지에 만드는 것 이외에도 위탁운영이나 라이센싱과 같이 무형적 시스템을 수출하는 방식도 있다.8월 한달 동안 SCOPE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들어온 해외 의대생의 통역을 맡고 있다. 그 학생이 자주 하던 말이 우리나라 병원은 매우 정돈되어 있으며,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특징이 바로 이 체계적인 시스템이며, 수출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1년부터 러시아 사할린시와 디지털진단센터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의료시스템 수출의 시작을 알렸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업과 사명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있다. 사명만을 강조하다 보면 '인간' 의사 본인의 삶을 피폐하게 몰고 가게 되며, 사업만을 강조하면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점점 그 길을 가기 힘들어지고 있다.사업과 사명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사명감을 갖고 일한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한국 의사의 현실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경쟁이 심해졌고, 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비급여 통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또한 공공의대 신설이나 수술방 내 CCTV 설치와 같이 정성적인 부분까지 의사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우리의 눈은 단지 한국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 눈을 돌려 해외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해외에서 의사를 하는 방식으로는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USMLE에 응시해 미국 의사 자격증을 얻는 것과 같이 그 나라의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것 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도 병원 자체가 국외로 진출한다면 해외에서 의사를 하더라도, 적정한 의료수가와 삶의 질이 보장 받는 곳 동시에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병원시스템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큰 이점이 될 수 있다.물론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병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해외 의료수출을 국가적인 과제로 설정하여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현 상황에서 미래에는 더욱 더 많은 의료기관들이 국외로 나아갈 것이고, 그때 개인들도 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주어질 것이다. 많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자신의 무대는 세계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2022-08-16 05:00:00젊은의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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