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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생소한 '자살생존자'를 위한 따뜻한 배려

[메디칼타임즈=박수연 학생(연세원주의대)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년 이상 OECD 국가 중 1위이자, 국내 10~30대의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높은 비율이다(통계청 사망원인통계, 2018). 이러한 실정으로 정신과적 응급(자살 또는 폭력행동)은 전국 의과대학의 모든 정신과학 수업에서 시간을 할애해 가르치는 공통적 사항 중 하나다. 최근에는 자살유족 지원 사업에 관한 내용 역시 포함됐지만 아직 '자살생존자'는 의과대학생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단어다. 자살유족, 또는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는 자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람을 자살로 잃고 삶의 변화를 겪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는 일은 질병이나 사고로 떠나보내는 일에 비해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자살사망자의 유가족은 강간이나 전쟁,,범죄에 의한 피해 등과 같이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과 유사한 수준의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는 J. McIntosh의 말처럼, 자살의 발생은 남겨진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한 파급력을 가진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그와 가깝게 지냈던 주변인 중 적어도 6-10명의 자살생존자가 발생하며 이들 모두는 심각한 심리적 상실의 충격에 빠지게 된다(American Association of Suicidology, 2007).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한 해 동안의 자살자는 1만3352명인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살생존자는 무려 8만112명에서 13만3520명까지도 이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누적된 자살생존자는 130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들의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고통을 감소시키고 치유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2018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통해 자살유족을 위해 광역자살예방센터 내 전담 인력을 지정하고, 자살유족 자조모임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자살유족 서비스의 개발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사업 체계를 마련해 2018년 당시 3개 시도 13개 시군구에서, 2022년 9개 시도 92개 시군구로 적용 범위를 확장했고 심리정서뿐 아니라 환경개선에 관한 지원을 포함시켰다. 가령 자살생존자가 자살이 발생한 공간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특수청소시설에 의뢰해 해당 공간을 정리하는 한편, 임시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덧붙여 사후 법률행정적 지원이나 가장의 자살 때문에 유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을 경우 장학금 지원 역시 시행되고 있다. 또 자살유족의 개인정보(성명, 연령, 연락처, 주소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자살예방센터 등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자살예방법을 개정하고, 지난 8월 4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살유족 치료비 지원을 위한 민간 협력(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추진해 2022년까지 약 2160명을 지원했다. 그렇다면 개선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점은 없을까? 지난 1월 12일 사단법인 LifeHope의 주최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자살유가족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자살생존자 분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자살생존자 분들은 실제 유가족의 입장에서 필요한 사항과 지원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찰을 들려주셨다. 우선,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자살생존자들은 처리해야 할 감정이 많아 고립되고 무기력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현재 거의 모든 유가족 모임이나 케어 그룹은 유가족이 스스로 찾아와야 하는 구조라고 한다. 따라서 시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일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를 알려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관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재 역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꼽혔는데, 거의 대부분의 모임은 치유집단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2018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에서 개발된 프로그램 역시 마음건강교육, 도움서, 힐링톡, 아동청소년 애도프로그램 등으로 치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상처의 치유가 궁극적 목표이고, 여기에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동질집단의 존재는 절실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애도방식과 애도기간을 필요로 한다. 가령 절망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떤 사람은 취미활동에 몰두해 아픔을 승화하려 하고, 다른 사람은 인간관계를 통한 연결로 이를 잊으려 하며, 또다른 사람은 홀로 글을 쓰며 감정을 정리하고자 한다. 따라서 놀이집단, 활동집단 등 다양한 성격을 띤 집단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고, 여기에는 민간단체의 독려와 정부의 지원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관련 정부 기관과 사단법인 등 민간단체의 개입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 역시 강조하셨다. 자살생존자들은 주위의 시선에 의해 적절한 애도과정을 갖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상실에 대해 의도적 외면을 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예컨대 울고 있으면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거냐는 질타가, 웃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냐는 날선 비난이 따라온다고 한다. 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나 전문가와의 상호관계에서조차 애도과정에 있는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책임 소재를 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도 한다. 현재 정부에서도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2018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의 일환으로 자살 유족 인식개선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의료관련 종사자로서 자살유족 지원정책이 보완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이웃으로서 자살생존자에게 줄 수 있는 개인적 도움은 결국 관심의 표현에서 출발한다. 면담학에서 배웠듯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인정함으로써,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유가족분들께는 "다 괜찮아질 거야", "빨리 극복해야지" 등의 조언을 삼가고 말없이 옆에서 기다려주는 태도가 가장 와 닿았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애도 방식을 존중하며,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큰 상처로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당신 옆에 있거나 혹시 당신 옆에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따뜻한 배려를 갖출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3-03-20 05:00:00젊은의사칼럼

의료인력 부족 논의에서 빠진 것

[메디칼타임즈=이한결 전공의(서울대병원) ]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안에 이어 선명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필수의료 관련 지원 대책에 이르기까지 의사 인력 부족에 초점을 맞춘 증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필수의료, 지역사회의료, 응급 의료, 일차의료… 잘 작동되지 않는 영역이 갈수록 더 많이 회자되는 날들이기도 하네요. 의료시스템이 어떤 정상적인 논의가 점진적으로 누적된 바에 따라 틀을 잡은 게 아니라 늘 정치적 합의의 산물로 때에 따라 땜질한 누더기 같은 것인지라 언제 어떤 문제가 공론화되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어떤 논의는 수 년간 지속되던 것이 어떤 순간에 급속도로 분출되는 것 마냥 언론에 퍼뜨려지는 때가 있습니다. 여러 이해당사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지금 이 순간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동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겠죠. 짧다면 짧은 만 6년의 의사생활 동안 공중보건의사로, 인턴으로,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일해왔습니다. 그간 각 직역에 속해 직접 보고 듣고 읽은 바에 따르면 가정의학과 도입과 공중보건의사 도입은 건강정책적으로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전국 의사 수 부족으로 의료취약지에서 예방접종이나 단순진료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력으로 1979년 공중보건의사제도가 신설됐고, 지역사회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을 통합해 돌보고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힘쓰는 주치의 양성을 목적으로 1980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었죠. 그러나 2023년 현재 의사 수 증가, 정보망 및 교통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의료취약지 수는 현격히 감소했고, 한국의 전문의 비율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유례없이 높은 정도에 이르러 공중보건의사와 가정의학과 존재 의의가 다소 희석될 정도가 됐습니다. 이로서 채울 수 있는 빈틈을 어느 정도 메웠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수가 줄지도 않고 늘었음에도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떤 빈틈은 결코 채울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면한 문제를 어떤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지, 정녕 같은 문제를 문제로 여기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대안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예전과 달리 힘든 필수의료과 의사를 지방 소재 병원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문장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육하원칙에 따라 살펴보는 것이 현재 마주한 인력 부족의 여러 층위를 보다 명료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살펴볼까요?논란의 중심이 된 전공의 인력 부족다른 생각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는 한 어떤 제도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만족스러울 수 없으니, 빈틈이 없는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는 명제는 아마 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기 가진 것을 대조하고 비교해 차이를 따져보려는 습성이 있죠. 보건의료체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교제도적 관점에서 의료체계를 평가할 때 보통 보건의료 철의 삼각이라 불리우는 접근성, 질, 비용을 살펴보는데 보건복지부도 OECD 보건통계(OECD Health Statics 2021) 주요 결과를 매년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건강 수준 및 보건의료 이용 수준은 높고 보건의료 인력규모는 낮다'는 문구를 주된 요약지로 채택하는 편입니다만, 방점은 늘 보건의료 인력 규모가 낮다는 데에 찍히고 있습니다.그 때문인지 복지부도 진료과 전공의 정원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의학회 소관이었던 전공의 TO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조정을 주문하기 시작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공의 인력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보건의료체계 유지의 핵심이라는 걸 부처에서도 알아차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3년간 전공의 채용이 불가한 신규 개원병원을 비롯해 전공의 인력 충원이 충분치 않은 병원 내 진료과에서는 전문의 채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의사협회와 달리 너나할 것 없이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의학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전공의 인력 문제가 현행 체계를 지탱하는 주 요소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죠.상급종합병원 필수의료/기피과 전공의 지원률 하락, 의료체계 붕괴의 신호탄?2022년 4분기 기준 요양기관 종별 의료인력현황에 따르면 임상의사 인력은 11만2321명으로 비의료기관 보건의료기관 및 한방의원, 치과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제외하면 10만9932명이 병의원에 근무 중입니다. 의원에 근무하는 4만8584명 중 전문의는 4만4754명으로 무려 92.1%에 달하지만 전공의의 절대 다수가 근무 중(99.2%, 1만2602명)인 종합병원 이상 수련기관의 전문의는 3만1734명으로 동 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4만4674명 대비 71%에 불과합니다. 이런데도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뒤집어 생각하면 전문의가 부족한 것인데 말이죠.고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지원률 하락이 정말 의료체계 붕괴를 운운할만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야 의료진 충원이 어렵다지만, 수도권에서조차 전문의 충원이 전공의 노동력의 일부도 대체 또는 흡수하지 못할만큼 어렵다는 건 어딘가 다른데 문제가 있단 뜻이겠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은 진료 중 발생하는 난점과 진료 시간/난도에 따른 보상 미비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가 겹쳤으니 이상한 결과가 아닌 자연한 현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선택을 두고 개인의 의사결정이 자연한 길을 따라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헌데 이게 비단 소아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현재 당면한 문제는 '노동여건 및 교육수련 환경 개선'과 '개선을 위한 제도적 여건 구축' 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골자로 한 변화를 합법적으로 모색하고 병원 평가 및 질 평가 지원금 등 제도적 지원 기준에 전 문의 인력 충원 정도를 포함시키는 등의 수단을 통해 수도권 및 광역시 소재 병원의 전문의 인력 충원이 가능해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역시 모든 상급종합병원에서 같은 구동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에서 특정 직역이 특정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것을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지역의료 살리기: 공동수련 제도 그래서일까요? 복지부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참여하는 전공의 공동수련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고 급기야 얼마 전 시범사업 참여기관 협약식을 진행했습니다. 전공의가 없어 병원 내 전문의가 지역 병원을 떠나는 경우도 많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에는 일부 동의가 됩니다. 허나 전공의 공동수련제도인데 전공의의 목소리를 최소한으로라도 경청한 것인지 의문인 정책이 또 한 번 시행될 예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습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언제까지 전공의 수련의 질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도 하셨더라구요. 전공의 인력을 보는 시선이 이 정도인 것이지요. 지방의료원에서의 파견 수련이 일부 지역사회 친화적인 환경에서 진료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더욱이 전공의 교육이 비단 교수 직함을 단 전문의가 있는 곳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이해하고 겪고 있습니다. 모 의료원은 부족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진료과장님께서 각종 교육을 시행하며 애써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럼에도 지방의료원 수련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동수련 시범사업은 선뜻 그 진심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경험상' 근로자 입장이든 피교육자 입장이든 체감상 수련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의료원은 규모면에서나 진료건수 면에서나 손에 꼽습니다. 심지어 다수의 의료원 및 보건의료원은 공중보건의를 응급실에 배치시켜 근무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불어 수련기관 지위를 획득한 의료원은 사실상 전공의로 당직 근무를 떼우고 있구요. 물론 해당 기관에 근무 하는 진료과장님들께서 온콜로 백업하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그런다손 치더라도 병원 현장에 남겨진 것은 일선의 전공의 뿐입니다. 난망한 인력 충원을 위해 젊은 의료인력을 저가의 손쉬운 인력 수급책으로 삼는 체계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련의 시도가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보건의료인력 지원 없이 지탱 불가능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PA의 등장 전공의의 수련을 위한다는 명목을 분명히 내세우더니 한편으로는 진료지원 인력으로서 PA를 양성화하고 양성하겠다고 합니다. 2022년 4분기 기준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25만2855명으로, 11만2321명의 의사인력 대비 두 배나 되네요. 그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6만8319명(27%), 의사는 2만2683명(20.2%)으로 세 배나 되구요. 언뜻 봐도 전문의를 추가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근로 중인 간호사의 역할 변모를 꾀하는 것이 쉬워 보입니다. 물론, 정부가 손쉬운 해결책만을 택하고자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지난 20년 간 의사직역단체가 보여준 협상 전략의 부재 그리고 협상에서의 실패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니까요.의료인력 부족 논의에서 빠진 것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보건의료인력 및 정책 현황 상,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반될 변화를 상보적으로 완충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이 함께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수도권/지역 의료인력 적정 배치를 위한 대안, 의대 정원 증가 여부, 정부 지원 여부, 입원전담전문의 정책 도입 여부 등이 있겠죠. 헌데 각자가 생각하는 패키지 조합이 영 다름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듯합니다. 근거중심의학을 외치면서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시한다며 울분을 토하는 의사집단의 언행을 비웃는 분이 적지 않을 줄로 압니다만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달라는 말은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까지의 전문성을 가졌으니 우리 목소리 좀 들으라는 의미라 기보단 현실을 몸소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달라는 아우성에 가까운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사람은 본인이 감각하는 수준까지만 대상을 자기 세계로 편입시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시간과 자원은 한정적인 바 모든 일을 경험해볼 수 없으니 경험해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선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얘기죠. 당대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 '내 세계 밖의 일', '남의 일'로 치부하다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하지만요.비관에 빠지기 전에, 다시 의문을 제기했던 '의료인력이 정말 부족한가?'로 돌아와봅시다. 인력 부족에만 초점을 맞춘 논의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보이시나요? 상급종합병원 내부 인력구조 재편과 맞물려 전공의 근로여건 개선을 꾀하면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지원해야 할 대상과 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기저에 있는 높은 보건의료 이용 수준과, 그에 따라 머지 않아 도래할 건강보험 재정 고갈 이슈는 비교적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죠.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재정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을 정부도 아직 이에 관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구요. 과로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과중한 업무가 부여된 상황이 항구적이라면 인력 부족 또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 지금의 의료 이용량은 정말 정상적인가요? 지역사회 소아과 외래 진료나 사내 의원의 무료 진료 이용 행태를 보면 무엇이 진정 문제인지 즉각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마지막 연차 전공의로 근무를 개시한 지 이제 만 하루가 지났습니다. 제 앞가림 하기 바빠진 때가 되니 비극적 결말을 두고 할 수 있는게 없을지 고민하는 것도 사치라는 생각이 이따금씩 듭니다. 없는 미래 세대를 상정하고 하는 이야기에 어떤 값어치를 매길 수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현실을 긍정해야 한다는 말에 이제는 조용히 쓴 웃음을 짓게 됩니다.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이 말을 믿고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은 중도에 잘 매듭지어야만 사모하는 무언가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것과, 사모하기를 그만두어야만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오래된 문장 대신, 모든 절이 싫은 게 아니라 특정한 절이 싫은 것이라면 절을 옮기면 되는구나, 하는 새로운 결론에 쉬이 다다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생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각자 선 자리에서의 최선을 선택하며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생각하는 최선이 다를 수는 있겠습니다.제도와 정책 대안을 형성할 수 있는 참여자들이 정책의 도입 목적 및 당위와 더불어 고려해야할 것은 개인이 내리는 선택이 개별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집합적으로 최적인 결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점일 겁니다. 사회 안전망을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원체 많은 비용이 드는 와중에 '내가 사모하는 일이 이전과 같이 사모하는 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아름다운 결말임을 정녕 누구도 알지 못하는걸까요. 2023년 이미 온 봄날에, 우리가 같은 곳을 보며 함께 걷고 있는 것이길 바라며 우리에게도 봄이 찾아오길 꿈꿉니다.
2023-03-13 05:00:00젊은의사칼럼

6년 동안 5번 이사한 의대생의 '중심 잡기'

[메디칼타임즈=박유진 학생(순천향의대) ]어느덧 본과 4학년이 되어 실습을 돌고 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교수님들의 질문에 나름 대답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고 나는 언제 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까 하며 슬기로운 실습 기간을 보내고 있다.순천향대 의과대학 학생들은 6년 동안 참 많은 이사를 다니게 된다. 18학번 기준으로 6년 생활은 다음과 같다. 새내기인 예과 1학년은 순천향대 본교인 신창에서, 해부학을 배우는 예과 2학년과 마지막으로 기초과목을 배우는 시기인 본과 1학년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옆 의과대학에서, 처음으로 임상에 대해 배우는 본과 2학년은 순천향대 서울병원 옆 의과대학에서, 실습이 시작되는 본과 3학년은 천안병원이나 부천병원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서 실습을 돌고, 마지막 본과 4학년은 다시 서울병원에서 실습을 돌게 된다.1년 단위로 옮긴다고 생각하면 최소한 5번의 이사는 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지금은 또 우리 때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몇 번의 이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남아있다.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의과대학 학생들도 실습을 도는 병원들에 따라서 이사를 많이 다닌다고 한다. 사실 원래 있었던 안정적인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나에겐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새학기를 맞이해 입학식에 가기 바로 전날엔 어찌나 걱정이 되었는지 잠이 오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내가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친구들은 잘 만들 수 있을지, 선생님은 좋은 분일지 등 이런 저런 생각에 밤을 꼴딱 새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5번의 이사를 거치다 보면 어느새 짐을 한 시간만에 쌀 수 있는 이사의 신이 되어 있고, 새학기 전날엔 걱정은 커녕 친구들과 벌써 방학이 끝나 아쉽다는 소리로 수다를 떠는 학생이 되어 있다.이렇게 새학기를 맞이하고 학교에 가거나 병원 실습을 돌면, 새로운 교수님들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특히 병원 실습을 돌 때는 교수님과 함께 회진을 돌기도 하고 소규모로 티칭을 받기 때문에 의과대학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때보다 훨씬 가깝게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 교수님뿐만 아니라 전공의 선생님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꽤 있기 때문에 가령 관심있는 과가 있다면 그 과에 계신 교수님이나 전공의 선생님에게 그 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망은 어떤지, 왜 그 과를 선택했는지 등 평소엔 질문할 수 없었던 것들을 폭풍처럼 질문할 수 있다.신기한 건, 참 사람마다 자신이 정해 놓은 기준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과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도 그 과에 대해 생각하는 점이 다를 때도 있다.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은 A 병원보다 B 병원의 수련 환경이 더 낫다 라고 말하지만 어떤 사람은 B 병원보단 A 병원이 더 낫다라고 이야기할 때도 있다. 아직 인턴도 돌지 않은 실습생(PK)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워 듣고 각자 자신만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이 갖고 온 이야기들까지 모두 짬뽕하여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고심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들에게서 답은 나오지 않게 된다.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무엇을 선택해야 최선의 선택이 될까 고민하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과연 '나에게' 최선이 되는 선택이 무엇일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듣는 수많은 이야기들도 한 사람의 의견이고 제안일 뿐이다. 그건 그 사람에게 최선이지, 그것이 곧 나에게도 최선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물론 나보다 먼저 선택을 하고 경험해본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내가 선택하는 데 있어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 내가 하는 선택에 책임을 지는 건 나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본과 4학년이 되어보니 어느 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할지, 어느 과를 선택해야할지가 코앞으로 다가와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그만큼 교수님과 전공의 선생님들에게도 조언도 많이 구하게 되고 건너 건너 지인들의 소식들도 묻게 된다. 이럴 때일 수록 중요한 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만의 기준을 세워 중심을 잡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세워둔 중심이 있다면, 흔들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2023-03-06 05:10:00젊은의사칼럼

저출산 해법 '가임력 보존' 국가 지원

[메디칼타임즈=오예지 학생(차의전원) ]난임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이지만 1년 정도 임신 시도를 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경우로 정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난임 여성 환자수가 65.1%이며 연령대별 환자수는 20대 12.3%, 30대 72.6%, 40대 17%로 나타났다. 여성 난임은 자궁질환이나 배란장애, 난관 요인, 자궁 요인, 난소 기능 저하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최근에는 초혼 연령 증가와 임신 및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여성의 다양한 난임 원인 중 난소 기능 저하가 주요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구청 및 읍•면사무소에 신고된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재작년보다 각각 0.1세, 0.3세씩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여성 난소 기능은 만 25세부터 서서히 저하되며 35세가 넘으면서 난소 기능과 난자 수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난자 염색체 이상도 증가한다.난소 노화와 더불어 자궁내막증 환자의 증가 또한 난임의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내막의 선(gland)조직과 기질(stroma)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의 조직에 부착해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복적인 만성 골반 동통, 월경통 등 증상을 보이므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겪고 있으며, 난임 여성의 30~40%가 이 질환에 노출돼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가 2017년 11만 명에서 2021년 18만 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2·30대 환자 비율은 38%를 차지하고 있다. 자궁내막증 환자는 난소 기능뿐만 아니라 질도 떨어진다. 수술을 시행하면 난소 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으므로 수술하기 전에 난자 동결 등 가임력 보존 치료가 필요하다. 시간적 제약으로 난자ㆍ배아 동결이 불가능한 암 환자라면 난소를 동결했다가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임신계획이 있는 여성이라면 가임력 보존 시술은 초혼 및 출산 연령이 증가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실제로 최근 방송 및 매체를 통해 난자동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미혼 여성의 난자동결 및 보관 시술은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차병원 난자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난자 동결 보관 시술 건수는 1194건으로, 2020년 574건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10건 미만이었던 것이 2015년 71건, 2017년 292건을 2018년 54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전국으로 확대하면 증가폭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그렇다면 언제 난자동결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기저질환이 없는 38세 미만이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 동결을 하는 것이 좋다. 미국 뉴욕 대학 난임 치료 센터(Fertility Center)의 제임스 그리포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 보존했거나 동결 보존된 난자 수가 많을 경우는 출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가임력은 나이뿐만 아니라 난소의 상태와 기저질환에 따라 개인차가 크므로 난자 동결을 고민하고 있다면 산부인과를 방문해 정확한 검사와 충분한 상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난자동결시술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으나 300만~400만원 선이며 보존비용은 연단위로 별도 산정된다.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시술받는 이가 비용의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1명의 아기를 안정적으로 출산하기 위해 약 15개의 난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는데, 개인의 난소 기능에 따라 한 주기에 얻을 수 있는 난자 수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난자동결시술이 1회로 끝나지 않고 전체 시술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난임 치료인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더라도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성공률은 점차 낮아진다. 따라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후향적으로 난임 치료를 받기 보다는 전향적으로 질 좋은 난자를 동결해야 한다. 현재 난임 부부에게 시술비를 지원하는 것과 달리 미혼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에는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없는 상태다. 출산 계획이 있더라도 난자동결시술 비용은 젊은 사회초년생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임력 보존법도 급여기준으로 포함하는 확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정부의 제도적 지원 강화를 위해서는 동결 난자의 실제 임신 활용 시도 및 연령대 분석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연령과 지원 기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할 것이다. 막대한 출산장려금 지원 정책으로 임신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을 회유하는 방법도 좋지만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시술 비용 지원을 한다면, 훨씬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출산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해가 갈수록 높아 질것이다.  
2023-02-27 05:00:00젊은의사칼럼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빛, TMS

[메디칼타임즈=이원정 학생(고신의대) ]현대사회는 이제껏 빠른 속도로 눈부시게 발전해왔고 오늘날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하루 피땀 흘려 노력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삶은 행복할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도 모른다.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사회에서 가치있다 여겨지는 것들을 이루어가며, 자신의 상처와 아픔 따위는 외면하다보면, 우리는 '우울감' 이라는 감정을 마주하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견디다 못해 정신과를 방문해 치료에 매진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치료받은 환자가 2017년부터 5년간 899만명이었으며, 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인한 진료환자 수는 172만명이었다. 코로나 발병 전인 2019년 대비 14.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에서는 42.3%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어 젊은 층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원래도 우울증은 우리들 속에 깊이 도사리고 있었던 질병 중 하나인데,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는 우리에게 더 큰 우울감과 불안감을 가져다준 듯하다.우울증 치료에는 통상적으로 항우울제 복용을 중심으로 하는 약물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약물은 개인에 따라 상당히 심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약물 순응도가 큰 폭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효과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신과 상담 또한 우울증 치료의 해답이 될 수 없다. 상담은 의사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어야하며, 이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와 정신과 상담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이제는 환자들을 위한 '다른 방법'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될 터이다.그 '다른 방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바로 'TMS', 즉 경두개 자기자극술이다.우울증은 예로부터 '마음의 병'이라 여겨졌으나 결국 마음을 관장하는 것 또한 뇌라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뇌과학적으로 우울증에 접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뇌영상 기법 등 두뇌 기능평가 방법이 발전하면서 우울증에서 두뇌 기능 이상이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이로써 우울증의 병태생리가 두뇌 이상과 관련된다는 관점이 확산되었다.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전반적으로 감정이나 판단을 주관하는 뇌 영역들의 신경세포 수나 활성이 감소했으며, 감정 관련 회로를 형성하고 있는 특정 뇌 영역들의 활동 역시 비정상적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이 두뇌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면, 혹은 우울증이 두뇌의 이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맞다면, 두뇌를 직접 자극함으로써 우울증 치료에 접근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겨났고 이에 대한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TMS다. TMS는 두개 외부에서 유도시킨 국소 자기장 파동을 이용해 두뇌 피질을 자극하는 비침습적 두뇌 자극술이다. 이는 영국의 베이커 등에 의해 1985년에 처음 시도되었는데 두피 외부에서 코일을 통해 형성된 자기장이 두개골을 통과해 뇌조직으로 전달되고, 전기장으로 변화해 뇌에 자극을 주는 원리로 진행된다.왼쪽 뇌의 앞쪽 부분인 전전두엽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환자가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회로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이다. TMS는 이렇게 기능이 떨어진 뇌의 부위에 자기장으로 자극을 주어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왼쪽 전전두엽에 특정 주파수의 자기장을 쏘아 자극을 주면,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우울감을 개선할 수 있다. TMS는 2008년 항우울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우울증 치료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2013년 국내에서도 우울증 치료법으로 정식 승인받았다. TMS는 뇌의 여러 부위에 자극을 가해 활성화시킴으로써 각 뇌의 부위가 관장하는 기능을 다시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우울증 뿐만 아니라 치매, 뇌졸증, 파킨슨병, 정신분열증 등 뇌와 관련된 다양한 병의 치료에도 널리 쓰일 수 있는 치료기법이다.이렇듯 무궁무진한 TMS이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아직 치료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임상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더욱 깊이 있는 연구와 정교화 과정이 필요하며 적정치료횟수, 강도, 빈도, 위치, 지속시간 등에 대해서 확실히 정립하기 위한 연구 또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 지배하는 의료세계에서 TMS가 지속적인 연구에 힘입어 굳건히 자리잡는다면 우울감에 지배당해 고통받는 사람들, 오랜 약물치료와 정신과 상담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우울증으로 인해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뇌에 이루어지는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며 달라진 뇌의 상태를 믿고, 하루하루 힘차고 즐겁게 살아나가게 해줄 빛 말이다.  
2023-02-20 05:00:00젊은의사칼럼

'왜?' 질문 던지는 인문학, 의대에서 적극 교육해야

[메디칼타임즈=김효찬 학생(전남의대) ]"생명은 왜 소중한가?"의사라면, 그리고 의사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이 왜 소중한지, 왜 생명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의학과 철학이 그리 먼 관계가 아니었다. 많은 철학자는 의학에 대하여 논했고, 고대 의학자들 또한 철학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이후의 사회는 종교를 내치고 이성과 논리를 새로운 신앙으로 삼았다. 그 여파로 의학은 인문학과는 거리를 벌린 채 과학의 한 분야로서 홀로 섰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 의학은 공학과 더불어 가장 응용적이고 실전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아 인문학과는 접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물론 인문학, 특히 철학 같은 학문 분야가 현대사회에서 등한시되는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원론적인 탐구와 형이상학적인 담론에는 현실성이 부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실질적인 파급력과 실효성이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과학과는 명확한 경계선이 그어진 지금, 의학에서의 완전한 부재는 사고를 경직적으로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의학은 더 이상 목적을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더 나은 연구와, 더 앞서나가는 발전, 혁신적인 기술과 효율적인 시스템. 그것들은 물론 중요하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것에는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많기에 더더욱. 그러나 우리는 과연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는 하는가? 우리가 달려 나갈 때마다 남기는 발자국들이 어떤 여파를 남길지에 대하여?인문학은 이러한 생각을 촉발한다. 본질적인 "왜?"라는 질문을. 왜 생명은 소중한가? 우리는 왜 생명을 중시하고 보호해야 하는가? 종교가 모든 것의 해답이 되지 않는 시대에서 '신이 인간을 소중하게 만들었다'는 신학적 관점은 충분치 못하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내가 인간이니까, 같은 표상적인 생각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혹자는 인간이야말로 사유의 주체이기 때문에 모든 가치와 소중함을 결정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인간과 그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성과 논리처럼, 인간이 살아있고 존재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에 삶이 소중하다고 말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와 생태의 귀중한 부분으로서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아리스토텔레스도, 칸트도, 헤겔도 모두 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사실 이런 질문들에 진리처럼 내릴 수 있는 정답은 없다. 그런데도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나의 삶과 나의 목적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니까. 특히 의사, 그리고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런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삶과 죽음, 건강이라는, 너무 중요해서 감정적으로 만들기 마련인 영역을 다루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만큼 그에 대한 고찰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의 탐구,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동적인 사고와 본질적인 고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의과대학에 재학하면서 접해보아야 한다. 물론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실력을 쌓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전적인 수련을 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하는 것의 목적, 이유, 그리고 의미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은 왜 소중한가? 그것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정치, 기부 등을 통해 시스템적인 변혁을 꾀하는 것만큼이나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사가 되었을 때 자신이 할 일의 무게를 깨닫고 그것의 의미를 스스로 세우는 것.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이 만들어진다면 그 사람의 말, 행동, 그리고 삶은 근본적으로 물결치듯 변해갈 것이다.이렇게나 큰 무게를 담고 있는 기회를 바로 의과대학에서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대학교에서 기본교양으로 철학사를 한 학기 듣는 것, 개인으로서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은 그저 피상적일 따름이다. 의사가 될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고 겪은 선배 의사의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철학을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생명의 중요함과 사람의 무거움에 대해 진지하게 담론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대생으로서 의사가 되었을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생각, 그리고 원론적인 성찰을 해 볼 수 있다. 그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래서 자신만의 올바름이 생길 수 있도록.공부양이 많지 않은 예과생 때, 철학과와 의과대학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필수교양을 개설하여 의대생에게 필요한 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으로는 본과생 때도 수강할 수 있는 인문학 강의를 만드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문학이 그저 수업, 즉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의무로 전락하지 않고, 유의미한 담론이 펼쳐질 수 있게끔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인문학은 영어로 'Humanities'로 번역된다. 인문학은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관련된 모든 것이라는 말이다. 철학은 비단 어려운 수사학이 아니다. 삶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의 총체일 뿐이다. 그 어떤 영역도, 학문도 인문학과 철학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하물며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의학에서 어떻게 그러겠는가. 의사가 되는 이라면 누구나 읊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마저 의사의 윤리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인문학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어 생각을 다시 깨우고 그래서 더 나은 의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지 않을까. 
2023-02-13 05:00:00젊은의사칼럼

먼 명의보다 가까운 범의가 낫다!

[메디칼타임즈=김찬규 전공의(원광대병원) ]천둥번개만 치지 않았다 뿐, 무언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도 낯설지 않은 4만피트 상공의 어두운 비행기 기내에서 안내방송이 울린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의료인 있습니까?" 반쯤 잠든 탓에 익숙치 않은 영어가 정확히 들리지 않아 두세번을 반복한 후에야 귀가 쫑긋 세워진다. 나도 모르게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누군가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보며 그제서야 상황을 짐작한다. '혹시…난가?' 그래도 명색이 응급실 의사 아닌가. 긴 비행의 고단함에 작은 일탈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당당히 나가본다.복통이 있던 환자를 둘러싼 남자는 셋, 미국에서 귀향 중인 내과전문의, 여행을 가던 새내기 간호사, 그리고 나. 한발짝 늦게 도착했더니 내과 선생님께서 환자의 impression(잠정진단)으로 '전립선 비대증에 의한 배뇨장애'를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도뇨관 삽관이 필요한순간, 그래도 비교적 최근에 인턴업무를 했던 내가 나서서 관을 꽂았다. 카테터가 연결되는순간 새빨간 색의 핏덩이와 혈뇨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그날밤 8시간의 비행동안, 내과의사의 상비약중 진통제(NSAIDs)와 간단한 항생제(Antibiotics)를 주사하고, 나는 5번이나 혈뇨를 빼냈다.환자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출혈성 방광염 의심하에 인근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나는 보호자에게 수십번의 감사인사를 들었다. 적잖이 머쓱했다. 왜냐하면 내가 한 것은 갓 의대를 졸업한 누구라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2019년 대한의사협회에서 정의한 '필수의료'란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필수 불가결한 의료서비스 또는 최소한의 인권적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하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조금 어려워보이지만 이 말의 핵심내용은 '어느나라든 최소한 보장해야하는 인권과 같은 의료서비스'라는 것이다. 마땅히 보편적이어야 할 필수의료는 지역에 따라, 시간에 따라 접근하기가 참 어려워진다. 비행기에서 출혈성 방광염을 가진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고급 장비와 내과 명의가 아니라 곧바로 도뇨관을 꽂아 줄 수 있는 의사 하나였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서울 먼 곳의 유명한 명의가 아니라 당장 내 병력을 자세히 경청해줄 한명의 범의이다. 그것이 우리의 인권이니까!뉴스에서는 의대 수 증원과 필수의료 육성 등 범인들이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로 날로 설전을 벌인다. 물론 의사인 나도 그러한 이야기들에 한술 얹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만은, 나는 이 주제의 근본적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익집단으로서, 아니면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문제지 답안을 줄줄 외우기 이전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고히 짚어야 한다. 범인에게는 범의가 필요하다는 것 까지는 알았다. 그렇다면 다음은?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일전에 대학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건이 방아쇠가 되어 온 나라에서는 필수의료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방법론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되었다.먼저 인구대비 전문의 수로는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최상위이며 의료의 편중화가 문제이지 의사 수 증원은 답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다. 반대편에서는 수가개선이나 공공정책 수가를 적용하더라도 기본적인 의사수 증원이 동반되지 않으면 전문의 분포도에 변화는 있을지언정 서울의 집중화와 지방 공동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것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심지어 일부 보건전문가는 모든 논의가 미봉책이며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와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도 이야기한다.문제는 의사의 수익이나 특권의식이 아니라 인권에 대한 보장이다. 필수의료 달성을 논의함에 있어서 의사들의 수익성이나 이기심 혹은 사명감을 주제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어떻게 배분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필요한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즉 필수의료에서 인권으로서의 특성은 '보편성'이 첫 번째 일 것이고 이를 구어체로 옮기면 '집 근처에서 진료받고 집 근처에서 치료받기' 혹은 '의료접근에 대한 정보를 내가 아닌 시스템이 찾아주는 것'이다. 필수의료가 부족한 시민들에게는 괘씸한 의사들이 돈을 더 버는 것보단 칼에 베인 내 손가락을 근처에서 빨리 꿰매는 것이 더 중요하다.필수의료 협상, 돈 뿐만 아니라 '기회'도 있다필수의료 논의가 시작되려면 "그럼 어디가 부족한데?"에 대한 합의가 우선이다. 정부는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2년 주기로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취약지역을 '병원까지 60분 내 도달하기 어려운 인구대상 비율이 30%이상이며, 60분 내 병원급 의료이용비율인 기준시간내 의료이용률이 30% 미만인 시군구'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KTX나 버스 등 운송수단에 따라 물리적으로는 벽지이지만 상대적으로 취약지역이 아니기도 하고, 반대로 물리적으로는 큰 병원 등과 가까우나 행정적 거리 혹은 운송수단의 부재로 취약지역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이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소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관 도달 시간은 가변성이 높기 때문에 이 기준을 적용하여 의료 취약지역을 지정하면 제외되는 지역이 발생했다. 즉, 합의가 가장 먼저 필요한 영역이다.자 그러면 필수의료는 인권이고 그 인권을 챙겨줄 대상인 취약지역까지 정의되었으면 다음은 무얼 해야할까? 의사들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야한다. 기존의 해결방식에 덧붙여 의사들에게 충분한 유인책이 될만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많은 의대생들이 빅5 의대 혹은 큰 병원에서 수련을 하고싶어하는 이유가 뭘까? 교과서적인 대답으로는 '강의의 질이 좋고 수도권가 가까워 인프라가 좋아서'가 있겠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은 그게 아니다. 첫 번째로 큰 병원일수록 각 진료과별 레지던트 T.O(인원수)가 많고 큰 병원의 자교생 일 수록 '원하는 과'를 수련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실제로 많은 병원에서 레지던트 선발시 모교생과 타교생의 자리를 구분해 선발하고 따로 경쟁시킨다.두 번째는 졸업 혹은 수련 후 로컬의원 개원시 마케팅 효과이다. 서울대병원(SNU)에서 짧은 교육과정을 받은 의사가 SNU 타이틀로 마케팅을 하는것에 대한 논란은 전부터 유명했다. 이미 개원가에 나온 의사들을 지방으로 유인 할 수 있는 방법은 금전적 지원이지만, 의대생들을 취약지역에 있게끔 유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은 바로 '수련에 대한 선택권'이다.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의대 학부때 장학금을 조건으로 취약지역의 근무를 내걸게 아니라 취약지역 근무 혹은 공공병원 직역을 조건으로 국립대병원 일부 수련과목의 정책T.O를 따로 배정하거나 정부와 협약을 맺은 소위 빅5 병원의 수련시 인턴 시험, 전공의 시험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큰 병원의 선호과를 하기 위해 인턴을 2번, 전공의 시험 4수까지도 감내하는 여러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전혀 허무맹랑한 유인책이 아니다.정부와 의사 그리고 시민들까지, 각각 다른 입장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니 도통 답이 안나온다. 서로가 주고받을 수 있는 협상안은 돈 뿐만이 아니라 '기회'도 있다. 의사들은 내 품과 시간을 내어주고 행정가들이 의대생들에게 기회를 나누어 준다면 시민들의 인권을 지켜줄 '범의'가 내곁에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2023-02-06 05:00:00젊은의사칼럼

전문직 윤리, 오늘의 버팀목이자 내일의 열매

[메디칼타임즈=이승준 학생(제주의대) ]"우리나라가 못 살고 힘들 때, 미덕을 실천하신 의사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분들을 보며 의사를 존경하였습니다. 의사가 존경받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패러다임이 변하였습니다. 이제는 의사 뒤에 붙는 '선생님' 칭호가 누군가에겐 불편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의사가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지도 모르겠습니다.의사는 의료 서비스의 공급자, 환자는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로 패러다임이 변했습니다. 즉, 환자-의사 관계가 비즈니스 관계로 와닿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패러다임이 변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모든 생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사회에서 바라는 의사의 마인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의사가 비즈니스 마인드로 환자를 대한다면 환자는 거부감을 느낄 것입니다. 이처럼 삐거덕거리는 환경 속에서 미래의 의사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결국 우리가 되는 것은 의사입니다. 의사가 되었을 때 혼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필요합니다. 옛날에는 도덕심만으로도 혼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사회적인 존경, 직업적 권위에다가 상당한 소득까지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그중 어느 하나라도 바라기 어려운 시대에 도덕심에만 기댈 수 없습니다. 도덕심이 갖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도덕심에 기댈 수 있을 때는 자신이 쌩쌩할 때입니다. 그런데 3일 연속 당직을 서고 나서도 그 착한 마음이 일정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의사 생활의 버팀목이 착한 마음이라면 여러분 스스로가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이제는 접근을 달리할 때입니다. 전문직 윤리 차원에서 다가가야 합니다. 전문직 윤리는 컨디션과 상관없이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에서 우리가 의사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이 상황을 이겨내는 버팀목이 돼 줄 것입니다."전문직 윤리변화한 환자-의사 관계 속에서 미래의 의사는 전문직 윤리를 통해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여기서의 전문직 윤리는 의사로서 지켜야 할 규범을 의미합니다. 의사가 도덕적인가 하는 전통적인 윤리와는 별개로 ‘의사다움’을 잘 지키고 있는지 알려주는 규범입니다.혼란 속에 열쇠전문직 윤리가 새삼 중요해진 이유는 더 이상 개개인의 도덕심만으로 의사가 '의사다움'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만성화된 저수가 정책과 신규 의사의 배출로 인해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료가 일종의 서비스 상품이 되어 갔습니다. 이와 반대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 정부는 이를 억제하기 위한 보건의료정책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건의료정책에서 기인한 각종 부정적 사례들은 전체 의사의 사회적 입지를 줄이고 있습니다. 전문직 윤리는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풀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오늘의 버팀목, 내일의 열매우리의 따뜻한 마음은 그 당시 기분에 의해 좌우되기 일쑤입니다. 기분이 좋은 날은 후배의 실수도 너그럽게 이해하고 누군가의 폭풍 질문도 온 성의를 다해 대답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웃으며 인사하는 것조차 고난도 미션이 됩니다. 의사에게는 수시로 변하는 마음과 다르게 변하지 않는 버팀목이 필요합니다. 전문직 윤리를 정립하는 것은 그런 버팀목을 심는 일입니다. 그리고 전문직 윤리를 준수하는 것은 그런 버팀목이 무럭무럭 성장하도록 양분을 주는 일입니다. 무럭무럭 자란 나무는 의사에게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줄 뿐만 아니라 의료 전체에 열매를 선사하는 나무로 성장할 것입니다. 전문직 윤리가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은 의사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조직화된 의사 단체(학회, 협회 등) 차원에서 전문직 윤리를 우리나라에 맞게 규정한 후, 회원들이 지킬 수 있도록 알려야 합니다. 전문직 윤리를 지키지 않은 회원에게는 적극적으로 교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고 마침내는 지형을 바꿉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씨앗은 의사 단체의 기둥이 될 것이고 마침내는 의료 전체를 바꿀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3-01-30 05:00:00젊은의사칼럼

성소수자 의료 교육, 무지에서 존중의 길로

[메디칼타임즈=이은수 학생(울산의대) ]처음 의과대학에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받은 것은 예과 2학년 '인문사회' 시간이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박한희 변호사님께서 성소수자 인권과 의료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정 어린이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의료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있었지만 성소수자 의료는 개념 자체를 거의 처음 들어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소수자 포용률이 아직 절반을 넘기지 못하는 우리나라, 성소수자 의료 현주소는 어떨까.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려면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자. 우선, 본인이 의학적으로 성소수자인지 진단해 보고 싶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상담을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많지 않다. 어렵사리 병원을 찾는 데 성공하면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 주체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단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때문에 '성별 불일치'라고 용어를 개정한 세계보건기구의 조치와는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진단을 받은 후에도 성소수자의 의료는 쉽지 않다.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수술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병원에 가는 게 좋은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정보가 별로 없고 의사들도 잘 알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특히 성별 전환 수술의 경우, 시행하는 병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 측의 눈치와 차별적인 언행을 전부 감수해야만 한다. 수술 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부작용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방광염이나 요도협착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수술 이후의 삶은 어떨까. 탈의실 안내 오류, 차별적인 언행, 진료 거부 등 무지와 혐오로부터 비롯된 사건들은 성소수자 환자들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지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호르몬 치료와 일반 치료를 병행해도 되는지, 수술 후 신체에 남아있는 생식기관을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 등 병원 측에서 성소수자 진료 경험이 부족한 경우다. 많은 트랜스젠더 환자들에게 병원은 아직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곳'이다.성소수자 의료 교육, 첫 발걸음그렇다면 성소수자 의료 개선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실제로 미국은 성소수자 의료 교육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단순히 에이즈나 원숭이두창처럼 성소수자 발병률이 더 높은 질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호르몬 치료의 장단점, 남성 트랜스젠더 환자의 탈모와 레즈비언 환자의 자궁경부암, 성소수자 환자와 소통할 때 주의할 점 등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실질적인 부분을 교육하는 것이다. 2016년에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성소수자 의료 임상실습 과정을 개설했으며 성소수자 의료를 필수 과정으로 다루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우리나라 의과대학도 성소수자 의료 교육에 나서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예과 2학년 의사소통론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의학적 개념 정의 및 환자를 대할 때 유의할 점을 배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재작년에 본과 선택교육과정으로 성소수자 의료 강의를 개설했다. 이 강의는 작년에 국내 최초로 본과 2학년 필수교육과정으로 확대되었다. 해당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된 <차별 없는 병원>(휴머니스트)은 우리나라의 첫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이다.우리 환자 우리 손으로'우리 환자 우리 손으로'. 한국 성소수자의료연구회의 모토다. 국내에 없거나 부족한 의료 서비스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거나,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성소수자 추정 집계치가 300만 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성소수자 의료는 우리 사회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필자는 아직 학생에 불과한 신분이지만, 앞으로도 성소수자 의료 교육이 확대되어 병원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가는 곳'으로 변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2023-01-25 05:10:00젊은의사칼럼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넘어서

[메디칼타임즈=오준서 학생(순천향의대) ]몇 년 전 언론의 주목을 끈 범죄 사건들 중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사건들이 있었다. 당시 많은 미디어들은 마치 정신질환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도했다. 정신장애인을 대하는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다수의 사건들에서 공통된 하나의 경향성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이를 다룬 한 연구에서는 정신장애인 관련 사건을 보도한 기사들 중 과반수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파악하기도 하였다.정신장애인에게 가혹한 것은 언론의 태도뿐만 아니다. '정신병자'라는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욕설이나 우스갯소리로 쓰이는 광경을 우리는 가끔 목격할 수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미디어에, 그리고 일상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러나 2016년의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약 0.1% 수준으로 전체 인구 대비 범죄율인 1.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의학적으로도 정신질환은 그 자체로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정신질환에서 범죄가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일 테다.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대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통계적, 의학적으로도 그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뿌리깊은 사회적 낙인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은 정신장애인이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거나, 주변의 부정적 인식을 두려워해 치료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낙인이 이들이 느끼는 정신적·사회적 고통을 더욱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정신장애인들이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의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진단된 사람 중에서 평생 동안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비율은 12.5%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한국의 지난 1년간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7.2%로 미국(43.1%), 캐나다(46.5%)와 비교해 볼 때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이는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인 27.8%와도 큰 격차를 보여, 한국의 정신장애인들이 다른 국가의 정신장애인들에 비해 치료를 요청하고 정신질환을 관리하기 어려운 사회문화적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었다.비장애인 시민들이 정신장애인들과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둘 때 비로소 이들이 적절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치료 이후에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정신건강사회복지 전문가인 순천향대 장은숙 교수는 칼럼 작성을 위한 인터뷰에서 지역사회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 바 있다. 정신질환의 경우 지역사회에서의 재활과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 사회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서 정신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다방면에서의 지원 정책 또한 요구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법적 제도 또한 정신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서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현행법은 정신질환이 있을 경우 운전면허부터 의료인 면허까지 그 취득에 있어서 광범위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항이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면허나 자격의 취득을 금지하고, 업무 수행 등에 지장이 없을 경우 예외적으로 그 취득을 허용한다. 이에 더해 정신장애가 있을 경우 예외 없이 면허나 자격의 취득을 금지하는 조항들도 존재한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과 같은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다분하다. 미국이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의 고용과 직업수행에 있어 적합한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경우는 있으나 장애나 질환 여부만을 근거로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과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근거로 2018년에 이러한 제도들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해당 제도들이 정신장애인을 질환의 경중에 관계없이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집단으로 낙인찍고 직업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제도들도 사회적 논의의 과정을 거쳐 정신장애인들의 일상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어슐러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는 도시의 번영을 위해 지하실에서 고통받는 한 아이가 나온다. 오멜라스의 많은 사람들은 그 아이의 고통을 외면하지만, 성숙한 시민들이라면 누구든 그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신장애인들의 고통에 있어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이제라도 정신장애인이 평등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가 모두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인간 존엄성의 대원칙에 합의한다면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활발히 논의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들이 차별과 혐오 없이 행복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 각자가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모든 정신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소망해 본다.
2023-01-16 05:30:00젊은의사칼럼

의대에서 과학만 배우지는 않는다

[메디칼타임즈=권오훈 학생(울산의대) ]새해가 되며 지난 해를 되돌아보면, 개인적으로 참 정신이 없는 한 해였다. 이제 2학기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지난 학기와 지난 해를 생각하면 어떻게 이 과정을 해냈나 싶은 의문이 든다. 특히 1학기 초에 과정 오리엔테이션 시간 때 인문사회의학 블록의 존재를 보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번 학년에 새로 생화학, 해부학, 약리학, 병리학 말고도 다양한 과학 과목을 들어야 해서 정신이 없는 마당에 인문사회를 도대체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스러웠었다.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이 인문사회 때문에 기초의학 과목을 배울 시간이 짧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공부를 하는 데 있어 더 빡빡한 시간표와 과정을 경험하게 된 것은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학기 중에는 불만이 많았다. 기초의학을 더 깊이, 그리고 더 오래 배워야 나중에 도움이 될 것임에도 그러지 못해 답답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기초의학을 익혀야 했기에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는 이렇게 인문사회 관련 과정을 깊게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당시에는 교육과정에 많은 의구심을 품었었다.하지만 과연 의대생에게는 지식만이 중요한 것일까? 사실 생각해 본다면 인문적인 소양을 기르는 것과 좋은 의사가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시 배운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 해에 인문사회로 배운 내용을 잠시 소개해보자면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중 하나로 죽음학 수업을 꼽을 수 있다. 의사가 될 사람들에게 죽음을 가르친다는 발상이 어찌 보면 좀 황당할 수 있겠지만 죽음학을 배우면서 나는 이런 인문학적 소양이 예비 의료인으로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은 더 이상 일상 속에서 일어나지 않고,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의사들은 환자들을 살리는 역할도 맡아야 하지만 환자들의 죽음을 준비해주는 역할 역시 맡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해 배워야 하는 그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죽어가는 사람의 고통과 환자들의 상황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환자와 의사가 원만한 관계를 가지는 것은 의료 현장에서 필수적이라고 여러 번 배웠다. 하지만 기초의학이나 과학을 아주 잘 한다고 해서 이런 것을 잘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인문사회의학을 배우는 것의 중요성이 학교에서 부각된 것 같다. 특히나 죽음학 강의를 통해 삶의 가치를 느끼고,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말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나 이런 부분들을 나중에 직접 의료현장에 나서기 전에 배워 볼 기회가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흔히 의대생의 공부량은 이미 많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수많은 과학적인 ‘사실’들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데만 해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어 다른 것을 사실상 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의사,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올해 초에만 해도 이런 과정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학기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것을 배우고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문사회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의과대학에서 절대평가 도입 역시 이런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충분히 유의미하고 학생들의 인격적, 인성적 성장에 도움이 되면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의대생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에 그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새해를 맞아 의대생이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인문학적 소양 개발에 시간을 투자해보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러운 권유를 던지며 글을 마친다.
2023-01-09 05:30:00젊은의사칼럼

의대생도 교환 학생으로 나갈 수 있다?

[메디칼타임즈=김재균 학생(가천의대) ]많은 대학생은 교환학생을 대학 생활의 로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의과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교환학생 경험을 가지기는 힘들다. 필자 또한 USMLE 매칭을 준비하기 위해 옵저버십으로 해외를 나갔다 온 사람의 이야기 정도밖에 듣지 못했다. 다른 과 대학생은 한 학기 정도 해외에서 공부하며 언어도 배우고, 학점도 따고, 해외 경험을 쌓는 것이 가능하지만 자국 의과대학에서 공부해 의사국가고시를 응시해야 하는 한국 의대생들은 한 학기를 비우고 교환학생을 한다는 것은 거의 비현실에 가깝다.다행히도 KMSA(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에서 협약을 맺어 한국의 의대생들이 교환학생 경험을 할 수 있도록 SCOPE/ SCORE 연구 또는 실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관심은 있지만 SCORE/SCOPE 프로그램을 잘 몰라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의대생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소개해보려 한다.이 프로그램은 IFMSA(세계의대생협회연합)에서 주관한다. IFMSA에는 130여 개 국가 130만 명의 의과대학 학생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교환학생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가의 수가 매우 많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럽 국가들 뿐만 아니라 대만, 브라질, 태국과 같이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의과대학의 연구실에서 본인이 관심 있는 연구 분야에서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다.SCORE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는 만큼 해외의 학생들을 모교에서 수용하는 양방향 계약으로 운영된다. 필자는 현재 가천대학교의 SCORE(Standing Committee on Research Exchange) 연구교환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데 내년 가천대학교에서는 3명의 학생을 유럽, 남미 등의 의과대학 연구실로 보낼 예정이다. 또 브라질과 같은 다른 국가의 학생들이 가천대학교 이길여 암.당뇨 연구소에서 연구 인턴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연구 주제는 크게 기초과학(basic science), 실험실 작업이 있는 임상 프로젝트(clinical project with lab work), 실험실 작업이 없는 임상 프로젝트(clinical project without lab work) 등 세 분야로 나뉜다. 학생들은 선호하는 연구 주제 및 관심 분야에 맞게 각 국가의 특정 연구실로 배정되어 4주간 교수님 지도아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4주라는 기간 동안 해외 의과대학에서 연구실 생활을 하며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값진 기회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학생주도의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 주관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만큼 순탄하지는 못하다.필자 또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줄 수 있는 교수님들을 모집하기 위해 정말 많은 이메일을 썼었다. 그래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존재하기에 의과대학 학생들이 다른 국가의 의과대학 연구실 경험을 해보고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재 전국 20개 의과대학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학교와 학생들이 SCORE/SCOPE 프로그램을 통해 교환학생 경험을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3-01-02 05:00:00젊은의사칼럼

일, 그리고 휴식의 의미

[메디칼타임즈=오수빈 학생(가톨릭관동의대) ]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valance의 줄임말인 '워라밸'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적으로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병 발병에 있어 발병 12주전 1주간 평균 60시간을 초과할 경우 강한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전공의 수련시간은 주당 80시간 이상으로 과도한 근무시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반 근로자의 1주일 간 법정근무기간인 52시간을 초과한다.전공의 수련 이후에도, 워라밸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수많은 의사들이 진로를 선택하는데 워라밸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곧 본과 4학년이 되는 만큼 그 어느때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워라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 역시 많아졌다.의료계의 궁극적 '워라밸' 향상에 대해서는 보다 치열한 토의와 시스템적인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보다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그동안 느꼈던 점을 담담히 적어보고자 한다.  2022년 한해는 개인적으로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정의 연속이었다. 수면부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어느 순간부터 '지쳤다'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정작 쉬면서도 계속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일을 할 때는 마치 장작을 태우듯이 순간의 열정을 소모하면서 버터냈다.그러다보니 휴식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고작 임상 실습이 이 정도 난이도라면 앞으로 수련 생활을 어떻게 해낼 수 있지? 막막했다. 자연스럽게 워라밸은 진로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동시에 휴식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 마치 훌륭한 의사로서의 덕목을 갖추지 여기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져서 슬퍼졌다. 아픈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 진료를 이어가는 선배 의사 선생님처럼 되지는 못하는 걸까 싶었다.다음과 같은 고민을 지속하고 있을 때, 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일과 휴식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었다.첫번째, 휴식의 필요성.흔히 휴식이라면 일의 반대이자 시간을 버리는 일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적절한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 되는 부위는 뇌의 지능, 공감, 정서적 판단과도 연관성이 깊다. 또한 당연하게도 적절한 휴식은 오히려 일의 능률을 올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일을 해결하는데 큰 실마리를 준다. 이처럼 휴식은 더 효과적인 일을 위해서라도 그 시간을 확보해야한다.두번째,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푹 쉬었다면 이제는 일을 해야할 시간이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의 반 이상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은가?일을 그저 직업의 일환, 특정 시간 동안 '버텨야 하는' 노동이 아니라 개개인의 전문성과 지적능력을 활용해 타인에게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행위라고 관점을 바꾸어보기로 다짐했다.일을 제공하는 시간 동안, 여태까지 익혀왔던 전문적 지식을 이용하여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그들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일이 고통스럽다면, 하루의 반 이상을 재미없게 버티기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저 일을 시련이라고 간주하기 보다 각자 맡은 일에 대해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일을 통한 자아실현과 이타심, 휴식을 통한 생산성 강화, 각 순간 순간 마다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진짜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느끼며 이 글을 맺는다. 
2022-12-26 05:00:00젊은의사칼럼

정말 값진 국제교류의 기회

[메디칼타임즈=신유찬 학생(가천의대) ]3년 전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 캠퍼스 재학 중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연구도, 동아리 활동도 아닌 다양한 문화의 체험과 교류였다.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에서는 파키스탄, 영국, 이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었다.시간은 흘러 이제 필자는 모국인 대한민국에서 의학을 공부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과감히 미국에서 화학 공부를 포기한 만큼 후회는 일절 없지만 가끔 미국의 다양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는 국제 교류의 기회가 적어서, 돌이켜보면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기회인지 알 수 있다. 특히나 의대생의 경우, 본과의 살인적인 공부량 덕분에 국제 교류를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따라서 비교적 한가한 2년의 예과 시절 동안 나는 최대한 많이 국제 교류 대회와 공모전 등에 참가했다. 필자처럼 국제 교류에 관심있는 의대생을 위해 이 중 몇몇을 소개하려 한다.1. 환태평양 보건사례 공모전(APRU Global Health Case Competition)환태평양 보건사례 공모전은 UC 버클리,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서울대학교, 푸단대학 등 19개 국가의 명문대들이 구성하고 있는 환태평양 대학연합(Association of Pacific-Rim Universities)에서 주관하는 대회다. 매년 4월에서 6월 사이에 열리는 이 대회의 주제는 환태평양 국가의 보건 향상이다. 올해는 취약 국가인 피지의 판데믹 대응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계획을 짰어야 했다.2.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AMSC)아시아 의대생 연합(Asia Medical Students’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Asia Medical Students Conference)는 매년 여름마다 진행된다.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십수 개 아시아 국가 출신 의대생들이 함께 모여 공중보건 같이 현대 의료에 있어 중요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올해 여름, 5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되었으며 주제는 원격의료의 장단점이었다. 해외 의대생들과 함께 원격의료 어플을 디자인하고, 첫날과 마지막날 연극과 무용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점이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3.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ian Science Camp)는 International Board of Asian Science Camp(IBASC)에서 주관하는 국제 캠프다. 매 여름,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 캠프는 기초 과학에 흥미가 높은 아시아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해 노벨상 수상자들과 아시아의 최고 연구자들과의 자유로운 학술토론의 장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만에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개최된 올해 ASC에서 사이클린을 발견한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교수님, RNA 연구의 권위자 김빛내리 교수님, 그리고 성상세포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하신 이창준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와 마찬가지로 마지막날 문화 공연을 하며 즐겁게 서로의 문화를 교류했다.비록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교류의 기회는 미국과는 달리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 글을 읽는 의대생들도 본과 동안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국제 교류를 예과 때 최대한 많이 하길 기대한다.
2022-12-19 05:00:00젊은의사칼럼

의대생의 공부법, MBTI 반영해보면?

[메디칼타임즈=최형화 학생(원광의대) ]올해의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였던 성격유형검사 'MBTI'는 이제 자기소개, 소개팅, 심지어는 채용 면접에서도 언급되는 하나의 소재가 되었다. 수험생 시절 치열하게 수능을 준비했고, 또 의대에 와서도 수도 없는 시험들을 보았지만 여전히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아마, 이는 많은 의대생들의 고민이자 숙제이지 않을까 싶다. 그 와중에 나는 MBTI 열풍이 불면서 동기들의 MBTI를 알게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서 자연스럽게 MBTI와 공부하는 방법을 관련지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MBTI가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내것으로 만드는 방식과 그것을 출력하는 방식에 관해서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MBTI로 모든 것을 일반화할 수 없으며, 검사 자체의 신뢰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학습에 있어서 좋은 방향으로 활용 할 수만 있다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그 중에서 먼저 필자의 MBTI인 ENFP로서 공부할 때 했던 고민들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그에 앞서 ENFP의 특징에 대해 짧게 설명을 하자면, ENFP는 재기발랄한 활동가, 스파크형으로 불린다. 창의적이고 개방적 사고에 두각을 나타내어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도하는 것에 반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인 선택을 하거나 기존에 반복되던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는데에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필자는 어릴적부터 단순 암기에 매우 취약했다. 그래서 영어 단어 암기나 과학에 비해서 단순 암기할 것이 더 많은 사회나 역사 관련 과목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을 때 단순암기에서 꼭 필요한 반복을 싫어하며, 직관적으로 숲을 보는 것에는 능하지만 나무 하나하나를 세세히 보는 것에는 약하기 때문이었다.이러한 성향은 의대공부를 하는데에도 영향을 주었다. 본과 3학년이 끝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공부를 돌아보자면 의대공부는 어느정도의 암기가 채워져야 그 이해력에도 확연한 깊이가 생길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양이 채워지기까지는 지금 하는 공부가 과연 도움이 될까 내가 하고있는 공부가 맞는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기해야할 양이 많고 당연히 많은 양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반복은 불가피하다.많은 시험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필자가 반복하는 작업에 약하며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을 인지한 뒤로는 쉽지는 않지만 의지적으로 반복하려고 노력하며 반복에 재미를 더해 즐겁게 하려고 하고 있다. 효과를 본 방법 중 하나는 타이핑을 해서 암기한 것을 계속해서 확인하며 외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내가 무엇을 빠뜨렸는지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험을 보는 것인데, 요즘에는 어플이나 플랫폼들이 많이 좋아져서 플래쉬카드 기능 등을 활용해 시험을 보는 방법을 통해 반복하는 것도 더 수월해졌다.답이 정해져있는 시험을 봐야햐는 공부에서 MBTI의 네가지 요소 중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P(인식형)와 J(판단형)를 꼽을 수 있다. 주변의 J(계획형)인 의대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을 때, 다수의 J(계획형)는 공부를 시작할 때 시험 범위의 양을 먼저 파악한 후에 과목별, 교수님별, 시간별, 요일별 등으로 세분화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지키는 것에 철저하다.반면 P(인식형)들은 계획은 세우되 언제든지 계획이 변경될 수 있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비교적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경향이 있었다. 필자도 P(인식형)로 상황을 즉흥적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 계획을 세워 공부를 하게 되면 공부의 흐름이 오히려 끊길 때가 있고, 그때그때 하고싶은 공부를 해야 공부의 효율이 높다. 하지만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고 공부를 진행을 했을 때는 확실히 지금 내가 어느정도까지 공부를 했고,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가 정확히 파악이 안될 수 있다. 그래서 역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내가 오늘 한 공부를 정리하고 리뷰하면서 지금 부족한 공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공부하게 되면 간혹 시간에 쫓길 때도 있지만 그럴때에는 당황하지 않고 가끔은 외려 그 스릴을 즐길때도 있는 것 같다.공부를 할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가, 즉 메타인지이다. 노력을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나 공부를 더 잘하고 싶을 때에는 내가 지금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때에 MBTI가 하나의 도구로써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또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사고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기 중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의 MBTI가 ISTJ인데, 필자와 정확히 모든 MBTI가 반대인 이 친구가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자극이 되고, 실제로 나에게 부족한 많은 부분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상대방의 좋은 점들은 나의 방식대로 한번 적용해보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공부법을 수정해나가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우리에게는 각자 타고난 기질이 있고, 선호하는 방식과 지금껏 해온 습관들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것들이 어떤 시험에는 불리하게 또 어떤 시험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MBTI를 핑계삼아 본인이 학습에 대하여 선호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이를 토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얼마전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연장시간의 극적인 득점으로 16강에 진출한 뒤, 선수들의 세레머니 현장에서 태극기에 써있던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앞으로도 많은 시험들을 볼 것이고, 시험 뿐만 아니라 많은 선택의 순간들에 놓이게 될 것이다. 때론 최선을 다해도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고, 나의 최선과 상관 없이 상황이 허락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혹여나 꺾이더라도 다시 일어나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기를 기도한다. 
2022-12-12 05:00:00젊은의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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