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매출 1조원대 제약사 보령이 R&D와 생산을 본사에 남긴 채 영업·마케팅과 유통 조직을 독립된 커머셜 전문 법인으로 분리한다.
업계의 사업 통합 흐름에 역행하는 이번 승부수는 자체 품목 위주의 전통적 영업 구조를 깨고 외부 제품 도입과 CSO 사업을 아우르는 독자적 판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5일 보령은 이사회를 열고 전문의약품 커머셜 부문을 물적분할해 '보령파마솔루션(이하 BPS)'을 설립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 4일 분할을 결정할 예정이다. BPS는 보령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출범한다.
존속회사인 보령은 자체 신약 연구개발과 제조·생산, 품질·공급관리 등을 맡는다. 안산 제조공장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제조·공급, 오리지널 브랜드 인수·운영,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자체제품 수출 역할이다.
국내 판매는 보령파마솔루션의 영업 역량과 연계한다. 분할 이후 보령은 신약 개발과 복합제·제형 개선으로 자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항암주사제와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 생산 기반 확대에 집중한다.
신설 법인 BPS는 전문약 영업·마케팅과 BD·유통을 전담한다. 단순 영업대행을 넘어 시장성 검토와 도입 협의, 국내 출시 전략 수립, 임상 근거 기반 마케팅, 출시 이후 과정까지 의약품 커머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통·물류와 규제 대응 등 관련 기능은 보령이나 전문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제품 특성과 계약 범위에 따라 지원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보령 생산 품목뿐 아니라 다른 제약사 영업과 마케팅을 맡는 CSO도 포함된다. 보령 관계자는 "향후 물적분할 추진 과정에 주총 등 절차들이 필요하다"며 "신설 BPS는 보령 생산 자체 품목과 CSO 등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보령이 축적한 제품 개발·제조 역량을 국내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해외 매출 확대로 연결하는 것이 분할 이후 존속회사의 성장 방향이다.
만든 제품 파는 제약사에서, 영업할 제품 확보로
기존 제약사 영업조직은 자사 개발 또는 외부 도입 품목을 판매해왔다. BPS는 자체제품뿐 아니라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품목을 확보한다.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식으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보령이 국내외 블록버스터 품목을 지속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유다. 오는 2030년까지 자사제품 26개와 도입상품 16개를 추가하는 계획이다. 여기에 맞춰 전문 커머셜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앞으로는 외부 제품 도입과 파트너사 국내 진입, CSO까지 자체 영업·커머셜 전문화로 매출을 만들게 된다. BPS를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고 '대한민국 최고 커머셜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향후 의료 현장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보령 영업조직은 자체 품목 판매에 무게를 뒀다. BPS는 국내 영업망이 부족한 제약사도 해당 커머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처방이나 환자 접근성 변화는 향후 BPS가 확보하는 품목과 허가·급여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병·의원이 접하는 제품군과 영업 접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제약사들은 합치는데, 보령은 왜 나눴나
최근 일부 제약사는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효율화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령의 선택은 더욱 두드러진다.
일동제약은 지난 6월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했다. 2023년 R&D 사업을 물적분할한 이후 다시 연구개발 기능을 합쳤다. 사업 경쟁력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휴온스 역시 지난 6월 의약품 제조 자회사 휴온스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다. 분산된 경영자원을 통합해 의약품 제조 역량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결정이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100% 자회사 동아제약을 흡수합병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동아제약의 탄탄한 사업과 강력한 현금창출력을 지주사가 흡수하기 위함이다. 의사결정 권한을 모아 사업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일동제약과 휴온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흩어진 사업과 자원을 한 회사로 모으는 '통합'에서 찾은 것이다. 보령은 반대로 R&D·생산과 커머셜을 나누는 '분리'에서 효율화를 찾은 셈이다.
이와 관련 보령은 "기존 조직에서는 생산·R&D와 영업부문의 투자 수요를 전사 차원에서 함께 고려해야 해 커머셜 사업에 특화된 자원 배분에 제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자사 제품 판매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시장성과 판매 경쟁력에 따라 외부 품목을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전사 공통 인사·평가체계가 영업조직 특성에 맞는 인재 육성과 평가·보상체계 운영에 제약이었다고 봤다.
BPS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면 시장 수요와 자체 영업 역량에 따라 판매 제품을 직접 선택하고, 커머셜 사업에 필요한 자원도 독자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보령은 두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는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을 선택했다. 연구개발(R&D) 및 생산 부문과 영업 조직이 제품 개발부터 출시, 공급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보령은 "BPS 지분 100%를 보유해 재무·회계적 연결과 경제적 동일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신설법인의 매각이나 별도 상장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향후 매각이나 분할 상장 등 내외부에서 제기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며 "보령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로서 보령의 핵심 성장축으로 함께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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