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전 GLP-1 투약 신중해야…검사 중단률 8.4% 달해"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14일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현정 등 연구진이 진행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내시경 검사에서 GLP-1RA 영향 연구 결과가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소화기내시경학회 국제학술대회 KDDW 2025에서 공개됐다.제2형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가 대장내시경 검사 전 장정결 상태 저하는 물론 위내시경 시야도 흐리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그간 논쟁은 주로 전신마취 상황의 위 내 음식물의 역류, 폐 흡인 가능성에 집중됐지만 이번엔 내시경에서의 품질 저하로 이슈가 확장된 것.14일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현정 등 연구진이 진행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내시경 검사에서 GLP-1RA 영향 연구 결과가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소화기내시경학회 국제학술대회 KDDW 2025에서 공개됐다.GLP-1RA은 인크레틴 호르몬인 GLP-1의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로, 본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널리 쓰이게 됐다. 작용 기전은 크게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두 축으로 나뉜다.당뇨에서는 인슐린 분비·혈당 조절, 비만에서는 식욕 억제·위 배출 지연이 주된 효과로, 문제는 '위 배출 지연'이 마취 시 역류 위험 가능성으로 거론됐다는 점.2023년 미국마취과협회가 GLP-1RA의 음식물 배출 지연을 지적하며 수술 전 투약 중단을 권고하고 나서자 미국소화기학회, 미국간학회, 미국소화기협회, 미국위장내시경학회 등은 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맞선 바 있다.과거 논란이 위 배출 지연이었다면 KDDW 2025에서 발표된 연구는 음식물 배출 지연에 따른 내시경 검사 품질의 저하 가능성을 짚었다.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현정 연구원박현정 연구원은 "2016년 7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동시에 GLP-1RA 또는 DPP-4 억제제(DPP4i)를 복용한 환자 1,719명을 분석했다"며 "이후 임상 특성이 유사한 환자 간 비교를 위해 1:3 비율 성향점수매칭을 적용, GLP-1RA군 131명과 DPP4i군 222명을 최종 비교했다"고 밝혔다.장정결 상태는 Boston Bowel Preparation Scale(BBPS)을 이용해 평가했으며, 총점 6점 미만이거나 구간 점수가 2점 미만인 경우 '불충분한 장정결(inadequate bowel preparation, IBP)'로 정의했다.분석 결과, 매칭 전 GLP-1RA 사용자에서 IBP 발생률은 23.5%로, DPP4i 사용자(15.1%)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매칭 후에도 유사한 경향이 지속됐다(22.9% vs. 14.9%).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도 GLP-1RA 사용은 IBP의 독립적 위험인자로 확인됐으며, 장정결 불충분 위험이 약 2배 높았다(비매칭 OR 1.75, 매칭 OR 1.83).세부적으로는 우측 결장에서 BBPS 점수가 가장 낮았으며, 매칭 전에는 GLP-1RA군이 DPP4i군보다 유의하게 낮았지만(1.9±0.8 vs. 2.1±0.7) 매칭 후에는 통계적 유의성은 소실됐다.한편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관찰됐다.박 연구원은 2014~2024년 상부내시경을 받은 제2형 당뇨 환자 8,886명 중 GLP-1RA 사용자는 DPP4 억제제 사용자를 성향점수 1:1 매칭(각 190명)해 분석한 결과, 시야 불량(POLPREP 0~1) 비율은 GLP-1RA가 10%로, DPP4i(2.6%) 대비 약 4배 높았다고 보고했다.검사 중단률도 각각 8.4%, 2.1%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폐 흡인 사례는 양 군 모두 보고되지 않았다.연구팀은 GLP-1RA 사용(OR 4.63), 높은 체질량지수, 만성신질환을 시야 저하의 독립적 위험 요인으로 제시, GLP-1RA의 '위 배출 지연' 작용이 실제 내시경 관찰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확인했다.박현정 연구원은 "GLP-1RA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 위 점막 가시성이 떨어지고 검사 중단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적절한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며 "위 배출 지연은 장 내용물의 이동도 늦춰 장정결이 불충분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검사 전 약물 중단 및 장정결제 용량을 조정 등의 맞춤형 전략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