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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석학의 경고…"기초의학 무너지면 미래의료도 없다"

국제생리과학연맹(IUPS) 회장인 쿠보 요시히로 교수와 한국의사과학자협회 김종일 회장은 각각 일본과 한국의 현실을 진단하면서도 "기초의학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기초의학이 무너지면 미래 의료도 설 자리를 잃는다."대한의사협회 학술대회에서 만난 한국과 일본의 기초의학 석학들은 공통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일본은 연구 생태계의 장기 침체를, 한국은 기초의학 인력의 급격한 감소를 걱정했지만 제시한 해법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안정적인 연구지원과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 양성, 그리고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연구 생태계 구축이다.10일 의사협회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 : AI와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기초의학의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먼저 국제생리과학연맹(IUPS) 회장인 쿠보 요시히로 교수는 '기초의학 진흥과 차세대 인재 양성: 일본 NIPS 및 IUPS 사례에서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장기화되고 있는 연구 침체의 현주소를 소개했다.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논문 생산성과 연구성과가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그는 "정부는 연구개발 전체 예산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지만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며 "연구과제 선정률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연구비 확보가 사실상 '복권'과 다를 바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국제생리과학연맹(IUPS) 회장인 쿠보 요시히로 교수경쟁형 연구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연구자들은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 그가 전한 현실. 대학 운영비 역시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의사과학자의 연구 환경도 녹록지 않다. 임상 진료와 교육, 행정업무 부담으로 연구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박사후연구원 과정 이후 안정적인 연구직으로 이어지는 경력 경로도 부족하다. 결국 우수한 연구자들이 산업계나 임상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연구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쿠보 회장은 "의사과학자는 진료와 교육, 행정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며 "박사후연구원을 마친 뒤에도 안정적인 연구직을 얻기 어려워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산업계나 임상으로 떠나고 있다"고 했다.그는 "중개연구와 산업화는 중요하지만 기초연구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혁신은 연구자 주도의 호기심 기반 기초연구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일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제7기 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2026~2030)을 추진하며 기초과학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AI, 양자기술, 반도체, 바이오 등 전략 분야 투자와 함께 지난해부터는 '의학과학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과학자의 연구시간 확보, 전문인력 확충, 바이아웃(Buy-out) 제도 도입 등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재직한 일본 국립생리과학연구소(NIPS)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NIPS는 전국 연구자들이 첨단 연구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본 유일의 생리학 공동이용 연구기관. 연간 200건이 넘는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매년 약 20개의 연구기술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의 연구자를 양성했다.쿠보 회장은 "최첨단 연구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초의학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 인류 보건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소규모 연구비나 학회 참가 지원 같은 작은 기회가 연구자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IUPS 회장으로서 국제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한국 역시 인력 감소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김종일 한국의사과학자협회 회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한 기초의학 발전 전략' 발표에서 지난 30여 년간 국내 기초의학 인력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그는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사례를 소개하며 "1990년부터 1994년까지는 기초의학교실에 13명의 의대 졸업생이 진출했지만 이후 25년 동안은 14명에 그쳤다"고 설명했다.반면 2019년 정부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이 시작된 이후에는 다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최근 7년 동안 기초의학교실에 새롭게 합류한 연구자는 11명으로 증가했으며, 과거와 달리 대부분 임상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연구로 진입하는 형태다.김 회장은 "순수 기초의학 트랙은 크게 줄었지만 임상 경험을 가진 연구자가 기초의학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김종일 한국의사과학자협회 회장긍정적인 흐름에서도 문제는 의사과학자의 정의조차 명확치 않다는 점. 기초의학교실 소속 연구자만 의사과학자인지, 임상교수 가운데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의사도 포함해야 하는지, 연구시간이나 연구비 규모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실제로 정부도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재 국내 의사과학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객관적인 통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김 회장은 "미국도 의사과학자를 하나의 자격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연구비 수주나 연구 활동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계할 뿐이며 MD-PhD 역시 여러 경로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우리나라 역시 학부생부터 전공의, 박사과정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참여 인력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연구자로 진입하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라고 분석했다.이어 "박사학위를 마친 젊은 연구자가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지 못하면 후배들도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구비 지원과 연구 전념 시간 보장, 안정적인 연구직 진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 확대, MD-PhD 등 다양한 진입 경로 마련, 전공의 연구트랙 도입, 전문연구요원 제도 유지, 박사학위 이후 정착 지원,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국가별 현실은 다르지만 두 연자가 제시한 해법은 비슷했다. 단기 성과보다 연구 생태계를 키우는 장기 투자, 의사과학자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 그리고 국경을 넘는 연구 협력이야말로 미래 의료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과제라는 것.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연구 생태계 복원에 집중하고 있고, 한국은 감소한 기초의학 인력을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해 회복하려 하고 있다. 결국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기초의학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 두 연자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2026-07-11 05:30:00학술대회

AI·초고령사회 의사 역할은? 의협 학회서 미래의료 집중 조명

대한의사협회는 10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 : AI와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AI가 의사의 진료를 돕고, 초고령사회가 의료의 역할 자체를 바꾸는 시대. 대한의사협회가 7년 만에 오프라인 학술대회를 열고 의료계가 주도하는 미래 의료의 청사진 제시에 나선다.의료 AI의 임상 적용부터 초고령사회 의료정책, 의사 자율규제와 미래 의학교육까지 의료계가 직면한 핵심 과제를 한자리에서 논의한다.대한의사협회는 10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 : AI와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이는 코로나19 이후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로, AI와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의사의 전문성과 미래 의료체계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AI와 초고령화는 의료의 지형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며 "변화에 적응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의료계가 미래 의료를 직접 설계하고 선도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회장은 AI가 영상판독과 진단 보조, 신약개발, 의료기록 작성 등 임상 현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기술 활용과 함께 윤리적·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또한 초고령사회 진입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행으로 의료의 중심축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의사의 역할 역시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진단했다.(왼쪽부터) 김택우 의협 회장, 이우용 조직위원회 학술위원장, 홍순원  문화위원장, 홍석주 학술이사그는 "수가체계와 의료전달체계, 인력구조, 책임체계 어느 하나도 현재 모습 그대로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며 "환자를 향한 직업적 양심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의 본질은 지키면서 새로운 기술과 사회 변화에 맞는 의료를 의료계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아울러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국민과 회원을 향한 두 가지 약속도 제시했다.국민에게는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초고령사회에 부합하는 의료정책과 거버넌스를 제안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회원들에게는 독립적인 면허관리 시스템 구축과 자율규제 강화, 의료사고와 불가항력적 상황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학술 프로그램은 크게 미래의학, 의료정책, 미래세대 및 자율규제, 문화·인문학 등 네 축으로 구성됐다.미래의학 세션에서는 AI 미래의학과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의 실제 임상 적용 사례를 비롯해 AI 의료수가, 의료 AI의 윤리와 법적 책임, AI 시대 의학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AWS, 네이버, 업스테이지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의 의료 AI 활용 사례도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의료정책 세션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지역필수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재택의료와 노인의료 정책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미래세대 세션에서는 의대생과 전공의, 공중보건의, 군의관 등을 대상으로 의학교육과 수련교육 혁신 방안을 논의하며,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 한국형 의사면허원 설립 방안에 대한 토론도 진행된다.이우용 조직위원회 학술위원장은 "AI 미래의학 등 첨단 의료기술의 혜택이 모든 국민의 삶과 진료실에 안전하게 닿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미래의학의 표준을 정립하겠다"며 "최신 학술지견과 다학제 세션을 통해 미래세대 의사들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문화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의인문학전과 건강한 우리 몸 그리기 대회, AI 영상 공모전, '클림트와 의학' 특별세션 등을 통해 의학과 예술, 인문학을 접목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홍순원 조직위원회 문화위원장은 "권위적인 이미지를 넘어 국민 곁에서 신뢰받는 의사 문화를 만들고 의사 공동체 내부의 유대감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송길영 작가와 닥터프렌즈 특강 등 일반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말했다.이어 홍석주 학술이사는 "AI의 의료 현장 활용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거대언어모델(LLM)의 의료 적용까지 폭넓게 다룰 예정"이라며 "의료 AI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7-10 11:59:06학술대회
기획연재

장기 예후가 중요한 당뇨병...학회도 '지침과 급여 일치' 한목소리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대한당뇨병학회가 최신 당뇨병 약제의 급여 기준 개선을 보건당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학회는 공개적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 급여 기준 개정을 올해 최우선 해결 과제로 못 박은 데 이어, 임상 현장의 모순을 바탕으로 정부를 향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상태다.학회가 이처럼 적극적인 급여 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환자별 특성에 맞춘 통합 치료 환경 마련이라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 이사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이번 급여 기준 개선 요구는 특정 제약사를 위한 일이 아니다"라며 "당뇨병 환자들이 합리적인 환경에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아 장기 예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으면 급여 기준의 구조적 모순은 해결되기 어렵다"며 학회가 정책 개선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이미 환자의 심혈관 및 신장 합병증 예방을 고려한 통합 치료로 전환되는 추세지만, 국내 급여 고시는 여전히 과거 설계된 행정적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취임 후, 실제 진료지침과 격차가 큰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16년 전 기준에 묶인 신약, 처방 전무 배경"김성래 이사장은 현재 국내 당뇨병 치료 임상 현장이 직면한 가장 큰 모순으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제약)' 등 GLP-1 수용체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 1 Receptor Agonists, 이하 GLP-1RA)의 기형적인 급여 기준을 꼽았다.  현행 고시상 차세대 GLP-1RA를 급여로 처방하려면 반드시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Sulfonylureas, SU) 제제를 먼저 사용하고도 혈당 조절에 실패했다는 기록을 증명해야만 한다.  김 이사장은 이 기준이 16년 전인 2010년, 초기 1세대 약제인 '엑세나타이드' 급여 당시 재정적 관점이 작용해 만들어진 틀의 영향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에는 고가 신약의 사용 대상 환자군을 정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관점이 크게 작용해 가장 저렴했던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를 먼저 사용하게 하는 기준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현재 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었다.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중, 심혈관계질환, 신장질환 위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인데, 16년 전의 기준을 오젬픽과 같은 GLP-1RA에 대입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이 설폰요소제 처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폰요소제는 저혈당 위험이 있고 체중 증가 측면에서 한계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GLP-1RA를 사용하기 위해, 오히려 체중 증가와 저혈당 위험이 있는 설폰요소제를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복잡하게 얽힌 세부 고시 조항 탓에 임상 현장에서는 처방 위축 현상과 '무늬만 급여'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오젬픽이 진통 끝에 급여권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의료진이 심평원의 사후 삭감 공포 때문에 처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를 사용했을 때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 임상 현실과 맞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도 제한적인 급여 기준으로 인해 오젬픽을 급여로 사용한 환자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오젬픽처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젬픽의 급여 기준이 트루리시티 등 기존 GLP-1RA 제품들과 상이해, 임상 현장에서는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이에 따라 학회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개정 방향은 명확하다. 장기적으로는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의 병용 원칙 자체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환자가 기존에 어떤 조합의 약제(DPP-4 억제제, TZD, SGLT-2 억제제 등)를 사용하고 있었더라도 GLP-1RA로 전환하거나 추가하는 경우에도 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다.  "눈앞 약제비 줄이려다 의료비 폭탄"…비급여 통제 재검토 해야보건당국의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우려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반박했다. 당장 눈앞에 지출되는 약가만 줄이려고 통제하는 행태가, 오히려 추후 건보 재정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다.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의 트렌드는 새로 진단받는 발생률은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존 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하면서 전체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병증의 양상도 과거의 뇌경색,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을 넘어, 최근에는 당뇨병을 장기간 앓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심부전, 신기능 악화, 신장 투석과 같은 유형의 합병증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현재 지출되는 약가만 줄인다고 전체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환자에게 합병증이 발생하고, 향후 지불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5년, 10년 뒤에 더 많은 의료비가 소요되는 문제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국내의 낮은 약가 구조가 혁신 신약의 국내 도입 자체를 가로막는 '글로벌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약가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약가 협상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낮은 약가가 책정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 진입 자체를 늦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GLP-1RA 계열 약제들이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의 비급여 처방 영역까지 행정적으로 과도하게 통제받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오남용을 막기 위한 보건당국의 정교한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낙인만 찍는 행정이 정작 치료가 시급한 당뇨병 환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래 이사장은 당장 눈앞에 지출되는 약가만 줄이려고 통제하는 행태가, 오히려 추후 건보 재정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김 이사장은 "물론 GLP-1RA 제제가 비만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모든 GLP-1RA 제제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만 인식될 경우, 실제로 치료제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까지 오해할 수 있다. 비급여 사용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비만 환자에게 GLP-1RA 제제를 사용할 때 환자의 키, 몸무게, 체질량지수(BMI) 등 어떠한 비만 관련 상태를 근거로 이 약을 왜 처방했는지 기록해야 하고 사용 후 체중 변화도 지속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당뇨병 환자에게는 약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정작 필요한 당뇨 환자는 신약을 쓰지 못하고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국내 현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제 환자에게 의약품이 적절히 공급될 수 있는 정교한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김 이사장은 당뇨병이 제대로 치료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며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질환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기에 환자들을 위해 약제비를 조금 더 사용하는 것은 비용 낭비가 아닌 투자라는 확신이다.   그는 "이제 보건당국이 화답할 차례다.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 조합에만 제한하지 않고 어떤 경구혈당강하제 조합을 사용하고 있든 임상적으로 필요하다면 오젬픽을 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내 당뇨병 치료 환경을 실제 진료지침과 더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3 05:30:00학술대회

"한·일 공동 RECORD 구축…비뇨수술 빅데이터 시대 연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KSER)가 일본비뇨내시경로봇학회(JSER)와 공동 구축한 국제 연구 플랫폼 'RECORD'를 앞세워 아시아 비뇨기수술 분야의 근거 창출에 본격 나선다.단순한 국제 학술교류를 넘어 한·일 공동 레지스트리를 기반으로 다기관 연구를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권 공동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세계 비뇨의학 연구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강석호 KSER 회장은 1일 서울 대려도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를 넘어 세계 연구와 교육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KSER가 추구하는 다음 단계로 교육과 연구,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학회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강석호 회장KSER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2026 KSER Academic Festival'을 개최한다. 올해 학술대회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22개국·지역에서 400여 명이 참가 등록을 마쳤으며 해외 참가 의사만 100명 이상, 해외 초청 연자는 50여 명에 달한다.세계내비뇨학회(Endourological Society), 북미비뇨로봇수술학회(NARUS), 유럽비뇨로봇수술학회(ERUS), 일본비뇨내시경로봇학회(JSER), 세계요로결석연합(IAU) 등 세계 주요 학술단체와 공동 세션도 마련돼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 학술교류가 이뤄질 예정이다.하지만 학회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성과는 국제 학술행사 자체보다 공동 연구를 위한 데이터 기반 구축이었다. 학술교류가 일회성 만남에 그쳐서는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지속 가능한 국제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는 설명이다.그 결과물이 바로 한·일 공동 연구 플랫폼인 'RECORD'. KSER와 JSER는 최근 로봇 방광절제술(Robot-assisted Radical Cystectomy) 국제 레지스트리 구축을 완료, 이번 Academic Festival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소개한다. 양 학회는 단순히 데이터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공동 데이터 관리와 분석, 다기관 연구를 통해 국제적 수준의 근거를 만들어내는 연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강 회장은 "그동안 일본과 학술교류를 지속하며 쌓아온 신뢰가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이어졌다"며 "국제 공동연구는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축적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CORD가 주목받는 이유는 희귀질환이나 고난도 수술 분야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로봇 방광절제술처럼 시행 건수가 많지 않은 수술은 단일 국가의 증례만으로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근거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국가 간 데이터를 통합하면 더 많은 증례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연구가 가능하고, 치료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실제로 현재 레지스트리에는 국내 약 1300례, 일본 약 1000례 규모의 로봇 방광절제술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양 학회는 이를 토대로 공동 논문과 국제 다기관 연구를 확대하고, 향후에는 역행성 신장내시경수술(RIRS), 부분신절제술 등 다양한 분야로 레지스트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나아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아시아 비뇨의학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강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환자를 기반으로 한 근거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며 "RECORD는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아시아권 비뇨의학 연구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미래 공동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제 협력도 한층 확대된다. KSER는 학술대회 기간 세계요로결석연합(IAU)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제 공동연구와 젊은 의학자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세계내비뇨학회 전 회장이자 국제교류위원장인 존 덴스테트(John Denstedt) 교수도 참석해 특별강연을 진행하며, 공동 세션 운영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장기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학회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강 회장은 최근 세계내비뇨학회 이사회 임원(Member-at-Large)에 선임됐으며, 이를 계기로 세계 학회와의 공동연구와 교육 협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강 회장은 "이번 Academic Festival은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가는 국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RECORD를 중심으로 국제 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소침습 비뇨기수술 학회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2 11:55:16학술대회

폭증하는 신경차단술 부작용도 속출...시술주체 제한 '솔솔'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허리 통증 관리를 위해 시행되는 신경차단술이 의료기관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3조원에 이르는 의료비가 투입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한통증학회가 주관하는 통증 분과 인증의 등으로 시행 주체를 제한하는 등의 인적 기준을 마련해 더 이상의 폭증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대한통증학회가 신경차단술에 대한 인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대한통증학회 신진우 회장은 "현재 정부가 관리급여 방안 등을 통해 의료비 통제에 나서고 있다"며 "폭증을 막을 수 없으니 결국 건수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라고 운을 뗐다.그는 이어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말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그러한 정책보다는 그 질환을 제대로 공부하고 수련받은 인력으로 시행 주체를 한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현재 정부는 도수치료 의료비가 폭증하자 이를 관리급여로 포함하는 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신경차단술 역시 5년간 의료비가 203%나 폭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란과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학회의 우려다.실제로 2020년 1조 6267억원에 불과했던 신경차단술 의료비는 2024년에 3조 2960억원에 이를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증가율만 봐도 매년 20% 가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이에 대한 배경으로 학회는 현재 의료법의 구멍을 지적했다. 의료법상 의사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제재없이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신진우 회장은 "현재 신경차단술 시행 현황을 보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뿐만 아니라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를 넘어 이비인후과, 일반의까지 뛰어들고 있다"며 "신경차단술은 척추 신경 주변에 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입하는 고난도 침습 시술인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그는 이어 "4년간의 전공의 과정과 전임의를 거쳐 통증 분야만 수년간 집중해온 전문가와 일반의가 동일선상에서 신경차단술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를 단순히 건수로 통제하게 되면 전문가에게 최고의 의료 혜택을 기대하는 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실제로 현재 신경차단술의 89.4%는 의원급에서 시행되고 있다. 점유율을 보면 이비인후과가 3.2%, 일반과가 2.2% 등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이 가운데서 마취통증의학과의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연도별 신경차단술을 표방하는 진료과를 보면 마취통증의학과는 5년간 증가율이 14.2%에 불과했지만 정형외과는 87.1%나 증가했다. 또한 재활의학과 또한 68.4%가 늘었다.이로 인해 부작용도 크게 늘고 있다. 또한 신경차단술과 관련한 의료분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대한통증학회 이준호 기획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는 "신경차단술의 경우 C-arm을 반복 사용해 연간 최대 127mSv까지 방사선 피폭이 일어난다"며 "또한 시술 부위 감염으로 경막외 농양이 발생하고 척수 압박, 하지 마비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나아가 주사 바늘이 신경근을 직접 손상시는 사례도 나오고 있으며 스테로이드 누적으로 인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보고된다"며 "결국 지식과 숙련도가 부족한 의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부작용과 의료분쟁이 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그런 의미에서 학회는 선진국과 같이 최소한의 인력 기준을 마련해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통증 전문가 양성을 위한 공식 인증 제도인 통증 분과 인증의 제도 등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신진우 회장은 "통증 분과 전문의 제도는 이미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한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며 "최소한 부작용 관리와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를 활용한 인적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6-07-02 05:30:00학술대회
인터뷰

"탈모엔 1800억 쓰면서 생명 살리는약 1000억도 못 쓰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많이 잡아도 연간 1000억원입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게 맞는 건가요?"26일 폐동맥고혈압 서울 마곡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폐고혈압학회 학술대회(PH Korea 2026)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정책 세션이 끝난 후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이 보건당국 관계자를 향해 급여 정책의 원칙을 두고 읍소에 나선 것.환우회 회장 역시 환우회 임원은 물론 환자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도 폐동맥고혈압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며 급여 원칙에 대한 기준을 따져 묻기도 했다. 이른 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이 쏘아올린 공이다.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단순히 탈모 치료를 급여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디에 먼저 투입해야 하는지가 화두로 떠오른 것.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폐동맥고혈압(PAH)은 폐혈관 압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결국 우심부전으로 이어지는 희귀난치질환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5년 후 생존율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떨어지지만 최근에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조기에 적극적인 병용치료를 시행할 경우 장기 생존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문제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은 수억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검증된 치료제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 상대적으로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탈모 치료를 급여화하는 것이 과연 건강보험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문제가 자연스레 제기될 수밖에 없다.이 같은 질문에 대해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은 '탈모 급여 찬반'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핵심은 건강보험이 가장 먼저 보장해야 할 의료의 우선순위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정 회장은 현재 국내 폐동맥고혈압 치료 환경을 대표하는 사례로 신약 소타터셉트(sotatercept)를 꼽았다. 그는 "환자 한 명에게 3주 간격으로 다섯 차례 투여했는데 치료비만 5000만원이 들었다"며 "효과는 분명했지만 결국 비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이어 "현재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계절이 바뀌면 언제든 악화될 수 있어 다시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때는 환자나 가족이 사실상 전 재산을 털어야 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정 회장은 이 같은 생명 유지 치료제는 일반적인 경제성 평가 대상이 아니라 필수의약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타터셉트는 해당 기전에서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로 희귀질환 필수약제는 경제성 평가를 면제한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많다는 것.정 회장은 "소타터셉트가 필요한 환자는 많지 않아 국내 치료 대상은 많아야 200명 정도로 예상된다"며 "환자 1인당 연간 약제비를 1억원으로 계산해도 전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연간 약 200억원 수준에 그친다"고 강조했다.일본의 경우 지난 6월 소타터셉트가 도입된 이후 현재 1000명 정도가 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일부 신약은 허가를 받고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해외에서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약제 가운데 국내에 아예 도입되지 않은 사례도 남아 있다.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 가격이 다른 국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낮은 약가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결국 국내 환자들만 치료 기회를 잃는다. 이른바 희귀의약품의 구조적인 '코리아 패싱' 문제다.그는 "우리나라는 희귀의약품의 약가를 지나치게 낮추려는 경향이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 가격이 다른 국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결국 국내 출시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벨레트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포프로스테놀 계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인데 우리나라만 도입되지 않았다"며 "OECD 국가 대부분이 사용하는 약을 한국 환자들만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플로란은 글로벌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이고 벨레트리가 사실상 대체 약제인데도 국내에는 아직 없다"며 "희귀의약품은 정부가 약가를 계속 낮추려고만 하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가 아예 한국 출시를 포기하는 코리아 패싱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간질성폐질환 관련 폐고혈압(Group 3) 치료제인 타이바소,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CTEPH) 치료제 아뎀파스(성분명 리오시구앗)의 적응증 확대, 업트라비(성분명 셀렉시팍)의 적응증 확대 등도 과제로 남았다. 이들 약제를 모두 도입하거나 급여를 적용해도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연간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실제 재정 부담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게 그의 판단.정욱진 회장은 "탈모 급여에는 연간 1800억원 정도의 재정이 거론되고 있는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희귀질환 치료에는 1000억원도 쓰지 못하면서 미용 영역에 더 큰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우선순위에 맞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현행 경제성 평가 방식도 희귀질환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며 "30~40대 젊은 환자는 오래 살수록 약을 더 오래 써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오히려 낮게 평가된다"고 지적했다.이어 "살아야 경제활동도 하고 가족도 지킬 수 있는데 생존 자체를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방식은 희귀질환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사회 생산성과 가족을 부양하는 역할 등은 반영하지 않은 채 약값만 계산하는 방식에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무엇보다 그는 약제가 없어서 환자를 잃었던 지난 20년의 경험을 강조했다.정 회장은 "2005년 처음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치료제가 하나뿐이어서 2~3년 안에 돌아가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다"며 "그 시절 환자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고 회상했다.그는 "반면 치료제가 늘어난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현재는 3제, 4제 병용치료까지 가능해졌고 소타터셉트까지 사용한 환자는 4년째 거의 정상생활을 하고 있어 약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일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실제로 일본 전문센터의 폐동맥고혈압 5년 생존율은 90% 이상. 우리나라는 약 70% 수준으로 국내 폐동맥고혈압의 5년 생존율은 전체 암 평균 생존율보다도 낮다.정 회장은 "같은 질환인데 일본에서는 살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약이 없어 생존율이 낮다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건강보험의 역할은 재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의사들에게 질환과 싸울 무기를 줘야 하는데 지금은 좋은 약이 있는데도 쓰지 못하게 발을 묶어놓은 상황"이라며 "월드컵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공도 주지 않고 뛰지 못하게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이어 "건강보험과 심사체계도 치료를 막는 감독이 아니라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감독이 돼야 한다"며 "건강보험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사회적 원칙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7-01 05:30:00학술대회

폐동맥고혈압 5년 생존율 절반 "표준치료, 보험 장벽에 막혀"

대한폐고혈압학회는 마곡코엑스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폐동맥고혈압 환자 장기 코호트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국내 폐동맥고혈압(PAH) 환자의 3년 생존율이 약 87%까지 향상됐지만, 국제 진료지침이 권고하는 표준치료(GDMT)를 받는 환자는 3년 시점에도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국내 보험급여 기준의 제한이 가이드라인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분석하며, 3기 PHOENIKS(피닉스) 연구에서는 진료지침 준수율을 높이기 위한 실행연구(Implementation Research)까지 병행하기로 했다.26일 하경은 가천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서울 마곡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폐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PH Korea 2026)에서 'PHOENIKS 3기 연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이 같은 결과와 향후 연구 방향을 소개했다.폐동맥고혈압이 치료법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대표적인 희귀질환이다. 최근 미국 레지스트리 연구에서도 최신 치료를 받은 환자의 3년 사망률이 약 21%에 달하며, 고위험군 환자의 예후는 여전히 나쁜 편이다.최근 발표된 글로벌 메타분석에서도 폐동맥고혈압의 5년 생존율이 약 50% 수준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분석 대상 22개 연구 가운데 아시아 연구는 3건에 불과해 동아시아 환자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하경은 교수는 "국내에서도 코파(KORPAH) 레지스트리와 건강보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연구들이 수행됐지만 대부분 10여 년 전 자료이거나 임상정보가 제한적이었다"며 "특히 우심도자술 기반 혈역학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최신 치료 환경을 반영한 전향적 데이터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하경은 가천의대 심장내과 교수이어 "이 같은 배경에서 2018년 PHOENIKS로 명명된 국내 최초의 폐고혈압 바이오뱅크 기반 장기 코호트가 추진됐다"며 "단순히 임상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체와 단백체 등 다양한 생체정보를 함께 확보하는 심층표현형 연구를 통해 한국인 폐고혈압 환자의 특성을 규명하고 정밀의료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현재 가천대 길병원을 포함한 전국 24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임상연구정보관리시스템(iCReaT)을 활용해 표준화된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동시에 혈액 검체를 이용한 바이오뱅크도 구축해 DNA, RNA, 혈청, 혈장 등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멀티오믹스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PHOENIKS 1·2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룹1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율은 약 87%로 확인됐다. 문제는 치료 성적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국제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표준치료(GDMT) 이행률이 충분히 높지 않았다는 점. 추적관찰 기간 동안 준수율은 점차 증가했지만 3년 시점에도 30%에 미치지 못했다.하 교수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보험급여 기준의 제한이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그는 "3기에서는 왜 의료진이 GDMT를 충분히 적용하지 못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교육과 캠페인, 진료지침 보급 등을 통해 실제 진료 현장의 준수율을 높이는 실행연구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보험기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PHOENIKS는 단계적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1기에서는 그룹1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등록했고, 2기에서는 좌심질환 관련 복합성 폐고혈압(CpcPH)을 추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3기에서는 COPD와 간질성폐질환(ILD)에 동반된 폐고혈압까지 연구 대상을 넓혔으며, 4기부터는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CTEPH) 환자도 포함할 계획이다.등록 환자 수도 계획을 웃돌고 있다. 연구진은 1기 100명, 2기 150명, 3기 200명을 목표로 했지만 1·2기는 모두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3기도 이미 목표 환자 수를 넘어섰다. 임상 데이터 입력도 대부분 완료돼 본격적인 분석 단계에 들어섰다.연구진은 앞으로 장기 추적을 통해 서구와 한국인 폐고혈압 환자의 차이를 규명하고, 한국인 환자에 특화된 바이오마커와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PHOENIKS를 중심으로 대한폐고혈압학회 차원의 전국 단위 대규모 코호트로 확대해 국내 폐고혈압 연구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2026-06-26 12:00:15학술대회

아시아판 ASCO 개막...액체생검·정밀치료·GLP-1 연구 공개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마련하는 ASCO Breakthrough 2026이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싱가포르 래플즈 시티 컨벤션 센터(Raffles City Convention Centre)에서 열린다. ASCO Breakthrough 2026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종양학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 적용 경험을 공유하는 국제 학술대회로 아시아판 ASCO로 불린다. 올해는 싱가포르종양학회(SSO)와 공동 주최하며,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눈에 띄는 연구로는 액체생검 기반 다중암 조기검출, 유방암 정밀치료, 조기 완화의료, GLP-1 계열 약물과 대장암 위험 연관성 등을 주제로 한 대표 초록 5건이 있다. 시전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아시아 6개국에서 진행된 실제 진료 환경 연구에서 혈액 기반 다중암 조기검출(MCED) 검사인 'SPOT-MAS'가 대규모 암 선별검사로서 활용 가능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제 진료 환경에서 SPOT-MAS 검사를 받은 8만 4,14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12개월 이상 추적 관찰된 2만 2,597명 평가 결과 민감도 79.0%, 특이도 99.9%를 확인했다. 또한 위암·간암·비인두암 등 국가 차원의 표준 검진 체계가 제한적인 암종도 포함해 검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중국에서 진행된 제2상 neoPICD 임상시험에서는 HER2 양성 국소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HER2 표적치료제인 이네테타맙(inetetamab)과 피로티닙(pyrotinib)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수술 전 치료 후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CR)은 60.2%로 확인됐으며, 특히 호르몬수용체 음성(HR-) 환자군에서 더 높은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당 병용요법이 HER2 양성 비전이성 유방암의 선행치료 전략으로 추가 연구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INAVO120 임상시험의 아시아 환자 하위군 분석 결과도 나온다.PIK3CA 변이를 가진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이나볼리십(inavolisib) 기반 병용요법이 위약군 대비 임상적 유효성을 보였다. 이나볼리십 치료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4.8개월로 대조군(6.8개월)보다 길었으며, 객관적 반응률도 60.3%로 대조군(27.4%) 대비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아시아 환자에서도 이나볼리십 병용요법의 일관된 효과와 안전성을 뒷받침하며, PIK3CA 변이 진행성 유방암에서 새로운 표적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인도에서 진행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유방암 진단 시점부터 완화의료를 통합한 환자군이 필요 시에만 완화의료를 받은 환자군보다 삶의 질 개선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암 진단 초기부터 완화의료를 통합하는 접근이 환자 중심 치료를 강화하는 전략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한편 GLP-1 수용체와 암관련 연구도 나와 주목된다.미국 대규모 의료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비사용군 대비 대장암 발생 오즈(odds)가 약 5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과 제2형 당뇨병을 함께 가진 환자에서도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군에서 대장암 발생 오즈가 약 4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6-06-25 11:23:54학술대회

"간수치 정상도 치료 대상…간암 유병률 점점 더 낮아질 것"

리버위크 2026 학술대회에서 부스에서 만난 안상훈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만성 B형 간염 치료 기준 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대한간학회가 만성 B형 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4년만에 개정하면서 ALT(간수치)를 치료 기준에서 사실상 지워버린, 유례없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아태간학회 평의회 위원(executive council)인 안상훈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그레이존' 환자들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전통적인 B형간염 치료 기준은 HBV DNA와 ALT, 두 가지였다. ALT, 즉 간수치는 염증 반응의 지표인데, 과거 라미부딘이나 인터페론을 쓰던 시절에 치료 반응을 보면서 정한 기준이다. 염증이 계속 있으면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니까 간수치가 높을 때 치료해야 한다는 논리였던 것. 그런데 항바이러스제가 발전하면서 이 패러다임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요즘 약은 워낙 좋아졌어요. HBV DNA도 다 음성이 되고, 염증도 가라앉아요. 그런데 간수치가 정상인데도 간암은 발생하더라는 겁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바이러스가 증식하면서 세포 내 DNA에 통합(integration)되고,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간암이 생길 수 있거든요. 염증 경로와는 별개입니다"이른바 '그레이존'이 문제였다. HBV DNA 수치가 낮아도 간암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중간 구역의 환자들. 임상적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데 지침은 이들을 방치하고 있었다.결국 대한간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ALT 수치를 아예 뺐다. 따라서 앞으로는 HBV DNA 역가가 2000 IU/mL 이상이면, 간수치와 무관하게 치료할 수 있다. 특히 간경변이 있고, HBV DNA가 검출되면 즉시 치료할 수 있고, 간경변증이 없더라도 HBV DNA 2000 IU/mL 이 넘으면 무조건 치료할 수 있게 바꾼 것. 정부지원 연구가 결정적인 뒷받침이 됐다.이는 세계 기준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간학회, WHO 모두 아직 ALT가 정상 상한치 이상이어야 치료한다는 기준을 고수한다. 이 같은 지침이 발표되자 안 교수는 "이번 지침은 그간 그레이존에 있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한다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들의 간암발생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치료 대상이 얼마나 늘어날까. 현재 국내 B형 간염 환자 중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은 22.2%에 불과하다. 학회는 치료율은 50%가까이 늘어나고, 향후 2035년까지 4만3000명의 간암발생과 3만700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그 배경에는 이미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다 비급여 치료라고 하더라도 제네릭이 많이 나오면서 약값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비보험의 확산도 긍정적인 포인트다. 일선 개원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아직 실행력 문제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개원가에서 바로 바뀌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 간수치 안 보고 DNA만 보고 처방하는 게 아직 낯설 수 있고 급여 기준은 심평원이 별도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환자나 의사나 인식이 높아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가이드라인 변화에 완치약 등장까지 '환영' 그러면서 완치약도 대기하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는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침 올해 유럽간학회(EASL)에서 기능적 완치를 검증한 신약 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주인공은 ASO계열로 불리는 베피로비르센이다.안 교수는 이 약의 특징 중 하나로 표면항원 소실률에 주목하고 있다. 안교수가 질병청 지원하에 수행된 국내 HBV 코호트 연구결과를 보면, 평균 54개월 추적관찰시 항바이러스 치료환자에서는  HBsAg(표면항원) 소실이 2%에 불과하다. 반면 베피로비르센은 24주 투약에 주 1회 피하주하 주사제로, HBsAg 정량값이 1000 미만이면 약 25%, 3000 미만이면 약 19%에서 기능적 완치가 된다. 즉 20~30%가 약을 완전히 끊어도 되는 상태가 되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약물이다. 안 교수는 "기능적 완치는 HBsAg가 소실되고 항체가 생긴 상태로 간조직 내 cccDNA가 완전히 제거됐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며, 그걸 확인하려면 간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이상적으로는 멸균적 완치가 최선이지만, 기능적 완치도 실질적으로는 그에 가까운 상태"라고 정의했다.신약 부작용에 대해서는 혈소판이 좀 떨어지거나 신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러스가 빠르게 줄면서 면역 반응으로 ALT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투약 종료 후 대부분 회복됐고,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3%의 투약 중단률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안전성 프로파일은 양호한 편이라고 소개했다.현재 미국 FDA는 베피로비르센에 패스트트랙을 부여했다. 일본은 이르면 올해 8월 말, 미국은 10월 허가가 예정돼 있다."우리나라도 준비해야 해요. 모든 환자가 대상이 되는 건 아닙니다. 국내 HBV 코호트 연구 결과를 보면 항바이러스 치료 환자 중 HBsAg 3000미만 75%되는데 베피로비르센 치료 적응증인 HBsAg 100에서 3000이하는 약 62% 됩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HBV DNA도 결국 사라질 것, 지표가 바뀐다"안 교수는 치료 지표 자체의 패러다임 전환도 예고했다."지금 ALT가 사라졌잖아요. 앞으로는 HBV DNA도 지표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SO나 siRNA 계열 신약들은 HBsAg 정량값을 주요 지표로 보거든요. HBV DNA가 낮아도 검출이 되면, 전부 항바이러스제로 억제하고 이어 신약으로 기능적 완치까지 가는 흐름이 될 겁니다."실제로 대한간학회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아직 국내 허가가 나지 않은 ASO, siRNA 계열 약물을 선제적으로 포함시켰다. 안 교수는 약이 아직 없는데 넣어놨다는 것은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라면서 ASO 계열 중에서는 베피로비르센이 가장 빠르고, 그 다음이 siRNA 계열로 두 계열이 기능적 완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개념적으로는 멸균적 완치에 가장 근접한 유전자 치료는 언젠가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견이다. 60년 후에 그 부작용이 없다고 확인되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그걸 선택하기는 힘든 만큼 연구 단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환자 끌어내는 국가 정책 필요...학회 노력 절실따라서 남은 숙제는 남은 환자를 치료 영역으로 끌어내는 정책과 노력이다. 안 교수는 백신으로 젊은 세대의 신규 감염은 거의 막혔기 때문에 현재 환자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치료 대상이 늘고, 베피로비르센 같은 기능적 완치제가 추가되면 국내 간염지도는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박멸(elimination)은 시간문제다."사실 정부가 B형간염에서 관심이 좀 멀어져 있어요. 백신 했으니까 할 것 다 했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을 끌어내는 데는 국가 정책이 필요한데, 지금은 암이나 심뇌혈관 쪽에  무게중심이  있어요. 학회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관심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2026-06-22 05:30:00학술대회

"AI 확산, 위기 아닌 기회" 예방의학 '방법론적 혁신' 제시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인공지능(AI)의 확산은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통찰력과 결합해 역학조사의 정교함을 극대화할 '방법론적 혁신'의 기회로 봐야 한다."AI의 급격한 확산 속에서 이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예방의학계의 전략적 기조가 제시됐다.이에 따라 대한예방의학회는 오는 7월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서울 세텍(SETEC)에서 질병관리청과 공동으로 전기학술대회를 개최하고, AI 기술을 학문 내부로 흡수·주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룰 예정이다. 예방의학회 윤석준 이사장은 오는 7월 전기학술대회 개최에 앞서 행사의 의미와 앞으로의 전문과목으로서의 과제를 설명했다.이번 학술대회는 예방의학계가 직면한 고유의 학문적 고민과 함께, 거대한 기술적 변화 속에서 예방의학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I로 실무는 대체"…변화 마주한 예방의학학회 내부에서는 AI 기술의 급발진으로 인한 연구 환경의 양극화와 인력 시장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다.예방의학회 윤석준 이사장(고대의대)은 "냉정하게 말해 코딩이나 데이터 수집, 단순 정리 등 실무 영역에서는 AI가 인간 연구원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고 최근 트렌드를 짚었다.이로 인해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의 평범한 연구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냉정한 진단도 나온다.윤석준 이사장은 "향후 10년 안에 단순 실무를 하던 인력 중 상당수는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현재 생성형 AI로 논문 초안을 잡아보면 글은 매끄러울지 몰라도 통찰이 부족한 '영혼 없는 글'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AI를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결국 누가 더 전문성과 의사 고유의 통찰력을 가미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웃 학문인 병리학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윤 이사장은 "병리과 교수들과 논의해 보면 향후 10년 뒤 일반적인 판독의 상당 부분은 AI가 전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라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의사는 AI와의 경쟁에서 도태되겠지만, 제대로 트레이닝을 받은 의사는 AI를 강력한 도구로 삼아 상위 20%의 고난도 판독 영역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방의학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학회는 개최를 앞둔 학술대회 전면에 AI 이식 프로그램을 전격 배치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세션은 둘째 날 마련된 ▲'LLM과 함께 연구하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역학 방법론'이다. 학회는 의료 인공지능과 LLM의 발전을 조망하는 동시에 바이브 코딩 학습, 인과추론을 위한 머신러닝, AI 기반 자료 추출 및 체계적 문헌고찰 등 실제 연구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고난도 수련 과정을 마련했다.  특히 초청자 한정(Closed Session)으로 진행되는 ▲'원인불명질환 감시체계 구축의 개념과 난제' 세션을 주목할만 하다. 이 세션에서는 LLM을 활용한 원인불명 증후군 감시체계와 소방 119 구급자료를 연계한 한국형 증후군 감시체계 등 AI를 공중보건 방역망의 핵심 시스템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심층 논의가 전개될 예정이다.  공중보건 난제 해법 제시이날 간담회에서는 신종 감염병 주기 단축에 따른 국가 백신 개발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학회의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학회 측은 최근 각광받는 비만·탈모 치료제와 백신 시장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채산성'으로 꼽았다.함께 자리한 예방의학과 정재훈 총무이사(고대의대)는 "비만 치료제는 주기적으로 투여하므로 지속적인 수익이 나지만, 백신은 운전면허처럼 '한 번 맞으면 끝나는' 구조에 가깝다"며 "개발 비용은 천문학적인 데 반해 수익성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이러한 시장 한계 때문에 과거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백신 사업부에서 철수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백신 임상시험에는 적게는 30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 5000억 원이 소요되는데,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이를 전적으로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따라서 학회는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나 신증후군출혈열(Hantavirus) 백신 등 공익적 목적의 백신은 국가가 채산성을 보전하며 주도하는 '공공 거버넌스'가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밖에도 이번 학술대회는 질병관리청과 공동 개최하는 만큼, AI를 구동하는 핵심 연료인 '국가 감염병 빅데이터'의 공익적 활용 성과가 대거 공개될 예정이다. 첫날 메인 세션인 ▲'데이터로 연결하는 감염병 예방'에서는 질병청과 건보공단의 연계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백신 안전성 및 효과 연구 결과들이 공개된다.  정재훈 총무이사는 "이번 학술대회는 예방의학회가 사상 처음으로 개최하는 전기 학술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학회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록이 접수됐다"며 "AI의 홍수 속에서 기술적 방법론의 혁신을 적극 수용하되, 데이터가 놓치기 쉬운 '사람 중심'의 제도와 거시적 보건의료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예방의학 고유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6-19 05:30:00학술대회

침묵의 장기 깨우는 '초음파'… "표준화 근거가 오진 막는다"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고령화 사회에서 의료계의 주요 화두는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과 조기 진단'이다. 간, 췌장, 신장 등 이른바 '침묵의 장기'에 발생하는 질환이나 무증상 미세 결절, 결석 등은 뚜렷한 통증을 동반하지 않아, 증상이 발현된 후에는 이미 병세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1차 의료기관(동네 의원) 중심의 선제적 스크리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이러한 예방의학의 최전선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진단 도구가 '초음파'다. 방사선 피폭 위험이 없고 실시간으로 장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현대 의학의 '제2의 청진기'로 불린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과 달리, 기기를 다루는 시술자의 숙련도와 해부학적 지식에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 '시술자 의존적(Operator-dependent)' 검사다. 기기의 해상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화면상의 미세한 에코(Echo) 차이를 감별해 내는 것은 결국 의사의 몫. 초음파 진료에 있어 지속적인 교육과 과학적 근거 창출이 필수적인 이유다. 올초 대한임상초음파학회의 신임 사령탑으로 취임한 장재영 이사장(순천향의대 소화기내과)은 근거기반의 초음파 진단 표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일을 재직 기간에 추진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올초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이사장을 취임한 장재영 교수가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초음파는 제2의 청진기로, 근거기반의 국가적 표준지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장 이사장은 과거 대한간학회에서 홍보이사와 의료정책이사, 그리고 대한간암학회 학술이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정책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만성 C형 간염의 국가 건강검진 도입'이다.C형 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이 매우 높다. 장 이사장은 간학회 임원진 활동 당시, C형 간염 선별검사가 간암 발생률과 장기적인 국가 의료비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등 역학적·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 언론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결국 C형 간염 선별검사가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장 이사장은 "당시 정책을 추진하며 얻은 교훈은, 의학적 진실이 진료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가 제도로 정착될 때 비로소 국민의 건강을 폭넓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1차 진료의 핵심 스크리닝 도구로 자리 잡은 초음파 역시 개별 의사의 술기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진단 표준화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1만 2천여 다학제 지성, '단순 교육' 넘어 '근거 창출'로대한임상초음파학회는 2012년 창립 이후 국내 초음파 교육과 연구를 주도해 온 대표적인 다학제 학회다. 현재 내과와 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 의사뿐만 아니라 개원의, 전임의, 전공의 등 1만 2천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총 27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2016년과 2025년에는 국제학술대회인 ISCU(International Symposium of Clinical Ultrasound)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제적 위상을 다져왔다.장 이사장은 학회의 위상이 점차 커지면서 어깨는 무겁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대학병원과 개원가, 전문의와 전공의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초음파를 다루는 진료과 간 학술 교류를 확대하는데 방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다.특히 학술대회에서의 교육은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다. 대표적인 핸즈온 스쿨은 실제 환자 진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습 중심 교육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향후에는 초급, 중급, 고급 과정으로 세분화하여 회원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춰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장 이사장은 "실전용 스킬을 공유하기 위해 전공의, 전임의, 개원의 등 대상별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확대하고,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대와 교류를 통한 목표도 중요한 과제다. 우선 초음파 교육의 질적 향상과 표준화다. 검사자에 따른 진단 편차를 줄이고, 환자에게 안전하고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 구축하겠다는 것.게다가 다기관 연구를 통한 임상적 근거 창출도 있다. 이는 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임상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초음파 진단의 객관적 가이드라인과 과학적 근거 마련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이사장 장재영 교수, 그는 홍보이사의 경험을 살려 초음파 홍보에도 열을 올리겠다고 말했다.그외 학회 공식 학술지인 'Clinical Ultrasound'의 국제적인 학술지로 업그레이드하고 정책학회로서의 역할 확대와 대한의학회 산하 학회로 가입하는 과제도 넣었다. 장 이사장은 "학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대한의학회 가입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 보건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 학회의 전문성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대외홍보'와 '꾸준한 수련을 거친 주치의'그러면서 '대외홍보와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현재 순천향서울병원 진료부원장으로서 현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 그는, 올바른 의료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그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초음파 검사를 단순한 보조검사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앞으로 홈페이지와 SNS, 유튜브 콘텐츠, 건강강좌,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초음파 검사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특히 간암 조기진단을 위한 정기 초음파 검사의 중요성, 초음파를 활용한 질환 예방 및 조기 발견의 의미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장 이사장은 "학회가 정립한 초음파 진단의 표준화 작업과 의학적 가치가 대중에게 정확히 전달되어야 한다"며 "정부, 언론 등 외부 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대외홍보를 통해, 합리적인 초음파 관련 의료 정책이 입안될 수 있도록 학회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6-17 05:30:00학술대회

"14대 1로 싸우는 기분"…의사인력추계위 독립·전문성 도마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14대 1로 싸우는 기분이 듭니다. 해외 사례와 달라도 너무 달라요."내달로 구성 1년을 맞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와 관련해 "독립성과 전문성, 충분한 자료와 검토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적정 의사 인력 도출을 위한 전문성과 투명성,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기구라는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실제 운영 과정을 보면 절차적 투명성과 이해관계자의 합의, 이를 뒷받침할 재정지원 구조 모두 부실하다는 결론에 이른다.12일 대한의학회는 플렌티컨벤션에서 6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의사인력 수급추계를 둘러싼 국내 위원회 운영 실태 및 해외 사례를 점검했다.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추계 결과보다 추계를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의사인력 추계 시스템은 독립성, 데이터 기반, 사회적 합의 절차 모든 면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위원회 구성부터 추계 방식, 결과 활용까지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었다.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로서 "독립성과 전문성, 충분한 자료와 시간이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이 도출됐다"고 비판했다.■"14대 1로 싸우는 기분"…위원회 구성부터 삐걱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는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지난해 말까지 12차례 회의를 진행했다.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실제 참여했던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왼쪽)은 위원회가 독립성과 전문성, 충분한 자료와 검토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준수 아주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중간)와 강태욱 성신여대 바이오헬스융합학부 교수(오른쪽) 역시 해외의 의사인력 논의 구조를 기반으로 절차적 투명성과 이해관계자의 합의 구조를 촉구했다.초기 회의에서는 기존 연구와 문헌 검토를 통해 주요 쟁점을 정리했고, 이후 통계모형과 변수 선정, 의료인력 수급 예측 방식 등을 논의했다. 7차 회의부터는 인공지능(AI), 비대면진료, 진료지원인력(PA) 제도, 의사 근무일수, 의료이용량 지표 등을 본격적으로 다뤘으며, 8차 회의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 사례에 대한 해외 비교 검토도 이뤄졌다.문제는 자료가 회의 전날 저녁이나 당일 아침에야 배포되는 경우가 많아 숙의를 통한 적절한 결론 도출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문 부위원장은 "회의가 2주 단위로 진행됐고 자료는 회의 전날 저녁이나 당일 아침에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위원들이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거나 합의를 도출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그는 "해외 사례를 보면 임상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위원회의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우리나라 위원회에서는 임상교수가 사실상 본인 한 명뿐이었다"며 "14대 1로 싸우는 기분이라는 말까지 여러 차례 했다"고 밝혔다.특히 현행 법령상 위원 자격요건에 경제학·보건학·통계학·인구학 분야 전문성은 명시돼 있지만 의학, 특히 임상 분야 전문성은 별도로 규정되지 않아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추계에 활용된 기초자료의 한계도 비판했다. 문 부원장은 "위원회에 참여하면 기존 연구자들이 접근하지 못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연구에서 사용한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결국 기존 추계모형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의료이용량 중심의 추계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모형은 입원 및 외래 진료량 증가 추세를 기반으로 미래 의사 수요를 예측하는데, 인구 감소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통합돌봄 확대, 요양병원 구조조정 등 의료 수요 감소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문 부원장은 "의료이용량을 그대로 연장하면 2050년에는 국민 1인당 입원일수와 외래 이용량이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온다"며 "실제로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의료이용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그는 "AI의 생산성 효과도 과소평가해 위원회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6%로 반영했으나, 실제 연구들을 종합하면 생산성은 30~50%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추계가 지나치게 성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어 향후 3~5년 뒤가 아니라 보다 이른 시점에 재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검증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네덜란드는 2년 데이터, 한국은 투표로 결론노준수 아주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국·일본·네덜란드 사례를 비교하며 "의사인력 추계의 핵심은 특정 숫자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모를 어떤 절차와 제도를 통해 결정할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세 나라의 공통점은 추계 과정에 충분한 시간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 네덜란드는 독립 비영리기구 ACMMP가 추계를 전담하며, 50개 이상의 변수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운영한다.데이터 수집에만 약 2년이 소요되고, 3년 주기로 모형과 자료를 갱신하며 분석 과정도 모두 공개한다. 정부가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의회에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 구조 덕분에 실제 권고 수용률이 90% 이상에 달한다. 의대 정원이 변동되면 수련재정도 자동으로 연계돼 교육·수련의 질이 유지된다.일본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의료정책 방향을 먼저 수립한 뒤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택하며, "추계 결과가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면 다시 조정하고 합의 가능한 범위를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노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은 시장 기반 분권형 체계이지만, GME(전공의 수련 지원 제도)를 통한 재정 연계로 의사 공급 규모를 간접 조절한다.반면 한국은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위원회가 추계를 맡아 독립성부터 한계를 안고 있으며,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결정과 연동되면서 합의보다 속도가 우선됐다. 결국 투표 방식으로 결론이 도출됐고 그 결과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노 교수의 진단이다. 재정 연계도 불명확하다. "인력 추계와 재정 지원이 분리되면 교육과 수련의 질, 필수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그는 경고했다.강태욱 성신여대 바이오헬스융합학부 교수 역시 일본의 의사인력 논의 구조를 기반으로 "의사 총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일본의 의사 수는 1982년 약 17만 명에서 2020년 약 34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방 일부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의사 부족이 예상되는 반면 도쿄권은 장기적으로 의사 과잉이 전망된다.일본은 의대 정원의 약 20%를 지역 의무복무 조건으로 선발하는 '지역와쿠' 제도와 대도시 수련 정원에 상한을 설정하는 '실링' 제도를 운영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실링 제도는 예외 조치가 반복되면서 기존 정원이 사실상 유지됐고, 종합진료 전문의 지원율은 전체의 1~2%에 머물고 있다. "단순히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력 경로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판단.이날 세 발표 연자는 모두 의사인력 추계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독립적인 기구, 충분한 데이터와 시간, 재정과의 연계, 그리고 사회적 합의 절차, 이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결과는 신뢰받기 어렵다는 것이다.노 교수는 "기계적으로 도출된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절차적 투명성과 이해관계자의 합의, 이를 뒷받침할 재정지원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의사인력 정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26-06-13 05:30:00학술대회

간학회, 9년 만에 간경변증 복수 합병증 진료지침 전면 개정

대한간학회(이사장 임영석)가 간경변증 복수 연관 합병증 진료 가이드라인을 9년만에 전면 개정했다.[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대한간학회(이사장 임영석)가 간경변증 복수 연관 합병증 진료 가이드라인을 9년만에 전면 개정하고 간연관 국제학술대회인 리버위크 2026에서 11일 발표했다.간경변증은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과 함께 복수 및 관련 합병증을 흔히 동반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복수가 발생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1년·2년 생존율은 각각 약 60%, 45%에 불과하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 전략 마련이 환자 예후에 직결되는 만큼 가이드라인의 시의절절한 개정은 임상 현장의 핵심과제로 꼽혀 왔다.이번 가이드라인이 2017년 판과 구별되는 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알부민 치료의 적응증 확대, 급성신손상 진단기준 변, 항생제 내성 양상의 변화, 영양관리와 초음파 유도 시술의 새근거 등 진료환경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했다.우선 알부민의 경우 기존 가이드라인은 주로 대량복수천자 시 1L당 6~8g 투여, SBP 환자에서의 간신증후군 발생 위험 감소, 급성신손상(AKI )시 유효혈액량 보충 등 제한적 상황에서 권고됐다. 2026 가이드라인은 이를 벗어나 알부민이 항산화·항염증 효과, 혈관 내피 기능 개선, 순환 역학 안정화 등을 통해 복수 연관 합병증 발생 감소와 예후 개선에 기여한다는 무작위 대조 연구·메타분석 근거를 반영해,  저나트륨혈증 교정 보조, SBP에서 항생제와 병용을 통한 AKI 예방, 복수를 동반한 고위험 간경변증 환자의 감염 예방 등 다양한 임상 상황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아울러 AKI 바이오마커 의 권고도 도입했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급성 세뇨관 괴사와 간신증후군의 감별은 치료 방향을 좌우하는 분기점이다. 그러나 기존의 혈청 크레아티닌 기반 진단은 한계가 분명했다. 2026 가이드라인은 혈청 Cystatin C가 크레아티닌 변화보다 약 48시간 앞서 상승해 AKI 조기 진단에 유용하다는 근거, 소변 NGAL이 급성 세뇨관 괴사 진단에 ROC AUC 0.65~0.97의 진단력을 보이며 220~250 μg/g 크레아티닌 기준값으로 감별 및 terlipressin 치료 반응·사망 예측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반영해 신손상 관련 바이오마커 검사를 신규 권고(B1)로 도입했다.자발성세균성 복막염( SBP)에 사용하는 항생제 전략도 변화를 줬다. 2017년 가이드라인은 지역사회 감염 SBP에 3세대 세팔로스포린을 일차 권고하면서 다제내성 위험군에는 '항생제 선택을 고려한다'는 원칙적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개정은 구체적 행동 지침으로 전환했다. 지역사회 감염에서도 다제내성균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피페라실린/타조박탐(piperacillin/tazobactam) 등 광범위 항생제 사용이 가능(B1)하고, 병원·의료관련 감염, 중증 감염, 장기간 예방적 항생제 사용 이력 등 고위험군에서는 피페라실린/타조박탐(piperacillin/tazobactam) 또는 카바페넴(carbapenem)을 초기 치료로 권고(B1)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치료 시작 후 48~72시간 시점의 반복 복수천자로 PMN 감소를 평가하는 치료 반응 모니터링 권고도 신규 추가됐다.예방 영역에서는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통해 리팍시민(rifaximin)이 노르플록사신(norfloxacin) 대비 SBP 예방에 우월한 효과를 보임을 확인하고, 일·이차예방 약제로 리팍시민(rifaximin)과 노르플록사신(norfloxacin)을 동등하게 고려(A2)하는 것으로 권고를 정비했다.영양치료 부분에서는 BCAA와 취침 전 간식의 근거를 추가했다.2017년 권고가 단백질 섭취량(1.2~1.5 g/kg/day)과 염분 제한(5 g/day)에 집중됐다면, 2026 가이드라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30~35 kcal/day의 에너지 공급에 더해, 취침 전 야간 간식(late evening snack)이 야간 공복 단축을 통해 근감소증 예방과 혈청 알부민 상승, 복수 발생률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근거가 반영됐다.분지쇄아미노산(BCAA) 제제가 혈청 알부민 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복수·간성뇌증 등 주요 합병증 조절에 유리하다는 권고도 본문에 새로 명시됐다(B1).마지막으로 개정위원회는 131편·12,509건의 복수천자 합병증 데이터를 메타분석(누출 2.6%, 출혈 0.3~0.7%, 위장관 천공 0.2%)한 결과, 초음파 유도 복수천자가 출혈 발생을 감소시킴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출혈 고위험군에서 초음파 유도 복수천자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임상적 가이던스를 본문에 처음으로 명시했다.이와 관련 대한간학회 임영석 이사장은 알부민·바이오마커 등 치료 옵션의 다층적 활용은 단일 지표나 단일 약제에 의존하던 과거 전략을 벗어나, 바이오마커로 조기에 진단하고 알부민을 폭넓은 임상 맥락에서 활용하는 정밀 의료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특히 다제내성 시대에 맞춘 '위험 계층화 기반 항생제 전략'은  항생제 선택의 기준점이 단순한 감염 경로(지역사회 vs 병원)에서 개별 환자의 위험 인자(다제내성균 노출력, 중증도, 예방적 항생제 사용 이력 등)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임상 현장의 실질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임 이사장은 "이번 개정이 2017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9년간 축적된 국내외 임상 근거를 총망라한 결과물"이라며 "진단·치료·예후 예측 전 영역에 걸친 전면 개정인 만큼 간경변증 복수 합병증을 다루는 임상 현장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2026-06-12 15:37:00학술대회

B형간염 치료 사각지대 없앤다…HBV DNA 역가로 평가

전북의대 김인희 교수가 대한간학회 만성 B형 간염 가이드라인을 더리버위크 2026에서 13일 발표했다.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대한간학회가 간 관련 국제학술대회인 The Liver Week 2026에서 4년만에 만성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전격 발표하며, 치료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다. 핵심은 30여 년간 치료 결정의 잣대였던 간수치(ALT)를 내려놓고, 혈중 HBV DNA 역가(바이러스 양)를 중심 지표로 삼는 것.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간수치 정상'이라는 이유로 치료받지 못했던 상당수 환자가 항바이러스제 투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그동안 국내외 B형간염 가이드라인은 '간수치(ALT) 상승이 확인된 면역활동기 환자'에게만 치료를 권고해 왔다. 그러나 이 기준은 임상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균열이 있었던 것. 조직 검사를 해보면 ALT가 정상인 B형간염 보유자의 약 40%에서 유의한 간섬유화가 확인됐고, 특히 중등도바이러스혈증(HBV DNA 2,000~10⁸ IU/mL) 환자의 경우 무려 78%가 유의한 간손상을 보였다. '간수치 정상 = 간이 안전하다'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증거들이 쌓인 것이다. 결정적 근거는 국내 연구에서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HIRA) 국가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다국가(한국·대만)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ATTENTION 연구(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중간 분석)에서, ALT 정상~경미 상승의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에게 테노포비어 알라페나마이드(TAF)를 투여한 군은 경과 관찰군 대비 간암·비대상성 간질환·사망 복합 중증 임상사건 위험이 79% 감소(HR 0.21)했다. 간수치와 무관하게 치료가 유효함을 보여준 이정표적 결과였다.2026 개정 가이드라인은 만성 B형간염 자연경과를 HBV DNA 역가 기준으로 세 단계로 단순화했다. ▲저바이러스혈증(<2,000 IU/mL) ▲중등도바이러스혈증(2,000~10⁸ IU/mL) ▲고바이러스혈증(≥10⁸ IU/mL)이다. 기존 분류에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 사각지대에 방치했던 모호한 '회색지대(면역비활동기, 면역내성기 등 중간 단계)'가 사라졌다.치료 알고리즘도 따라서 간결해졌다. 간경변증이 있으면 HBV DNA 검출 즉시 ALT와 무관하게 치료를 시작한다. 간경변증이 없더라도 중등도바이러스혈증 구간은 즉시 치료 대상이다. 고바이러스혈증은 나이 30세 초과, 가족력, 섬유화 등 위험인자가 있으면 즉시 치료, 위험인자가 없으면 모니터링을 원칙으로 한다.국제 주요 가이드라인도 최근 ALT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대한간학회 2026 기준은 이를 한 발 더 앞섰다.미국간학회(AASLD)는 2025년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ALT 정상 상한치를 남성 35 U/L, 여성 25 U/L로 낮추고, 면역내성기 환자 중 40세 이상이면서 간염증 또는 섬유화가 확인될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하는 쪽으로 적응증을 넓혔다. 유럽간학회(EASL) 2025 가이드라인은 바이오마커 기반의 개인화·유한 치료 전략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ALT 기준을 남녀 모두 40 U/L로 설정했다. 두 가이드라인 모두 ALT를 여전히 치료 결정의 주요 변수로 유지하고 있다.반면 대한간학회 2026 가이드라인은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에 대해 ALT 수치와 무관하게 즉시 치료를 권고함으로써, ALT를 치료 결정의 관문에서 사실상 제거했다. 한국 코호트 연구와 ATTENTION 임상시험 등 국내 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한국적 상황에 최적화된 가장 적극적인 치료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이번 개정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건강보험 급여 기준의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만성 B형간염 환자는 약 12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환자 중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은 22.2%에 불과하다. WHO가 제시한 '2030 바이러스 간염 퇴치 목표'인 치료율 80%에 크게 못 미친다.대한간학회가 간 관련 국제학술대회인 The Liver Week 2026에서 4년만에 만성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전격 발표했다. 본격 발표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사전공개한 모습.현행 급여 기준은 여전히 'ALT 상승'을 치료 개시의 주요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새 가이드라인의 치료 대상자 중 상당수가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학회는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협의를 통해 '바이러스 역가 기반 치료 전략'을 요양급여 인정기준에 반영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사회적 비용-효과 분석에 따르면 조기 치료 전략을 실행할 경우 2035년까지 약 43,300건의 간암 발생과 37,00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이번 치짐과 관련해 김인희 진료지침위원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간치료 사각지대에 있는 만성 B형 간염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현재 22.2% 수준에 머물르고 있는 치료율이 50%대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간암 및 간부전은 중년 남성 국민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그로 인한 개인적·가정적·사회적·국가적 손실이 심각하다"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모범적인 B형간염 진료 기준으로, 동아시아간학회연합(EALA)에서도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들을 신속하게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반영함으로써, 간암 및 간부전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개인과 가정의 불행을 예방하며 사회·국가적 생산성을 향상시키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2026-06-12 13:49:33학술대회

"지역의료 살릴 즉효책 시급"…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해법

대한의학회는 12일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적정 의료 인력 수급을 위한 방법론에 대해 논의했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의학회가 창립 60주년 학술대회에서 지역의료 인력 확보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며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 장기 대책과 함께 당장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지역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확대로, 현재 활동 중인 전문의를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는 즉각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대한의학회는 12일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의료인력 수급, 전공의 수련교육, 지역의료 정책 등을 주요 세션으로 배치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 이후 단순한 의사 수 증원을 넘어 어떤 의사를 어디에서 어떻게 양성·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회 차원의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지금 바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의료 정책은?' 발표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장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즉시 시행 가능한 인력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김 이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지역의료 인력 양성 정책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국립의전원)를 소개했다. 복무형 지역의사제는 2027학년도부터 전국 32개 비수도권 의과대학에서 지역의사전형을 통해 선발을 시작하며, 2028년부터 2031년까지는 매년 613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국립의전원 역시 2030년 개교를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다만 이들 제도를 통해 실제 전문의가 배출돼 지역의료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최소 10~15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김 이사는 "지역의사제나 국립의전원은 실제 의사를 배출하려면 10년, 15년 뒤에나 효과가 나타나는 제도"라며 "반면 공중보건의사는 지금도 배출되고 있는 인력으로 제도만 개선하면 당장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특히 일부에서 제기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 폐지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그는 "공중보건의사도 의과대학 졸업 직후 일반의로 근무하거나 수련을 마친 뒤 전문의로 근무한다는 점에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출신 의사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배치 기관 역시 대부분 중첩되는 만큼 공중보건의사 확보만으로도 상당 부분 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또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학비와 생활비 등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만 공중보건의사는 군복무 대체 인력으로 운영되는 만큼 별도의 양성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며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현재 지역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확대를 제안했다.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역 의료기관이 필요한 전문의를 직접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강원·경남·전남·제주 등 4개 지역에서 처음 시행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충남과 경북이 추가됐다. 현재는 5개 시·도가 추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체감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지역별 참여 병원 수가 적고 일부 기관은 모집 기준이나 재정 지원 문제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김 이사는 "현재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전남 4개 병원, 경남 3개 병원, 강원 4개 병원 등 일부 기관에만 한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재정 지원 부족과 모집 기준 제한 등으로 충원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지역별 여건에 맞게 모집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재정 지원과 대상 병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활동 중인 전문의를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수단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공중보건의사 제도 활성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1979년 도입된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농어촌과 도서벽지, 공공의료기관의 의료공백을 메우는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제도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일반 병사보다 긴 의무복무 기간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김 이사는 "대한의사협회 설문조사에서도 복무기간 단축 요구가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라며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를 선택할 유인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면 비장교 트랙 등 새로운 복무 형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병이나 운전병 등 특기병 제도처럼 의대 졸업생을 위한 별도 복무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그는 향후 2년 내 약 1200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전역할 예정인 상황을 '예고된 위기'로 규정하며 공중보건의사 확보가 지역 주민이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김유일 이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3000명 이상, 전문의 공중보건의사가 1000명 이상 활동하면서 보건소와 지방의료원은 물론 응급의료기관까지 상당 부분 지원했다"며 "당시에는 지금처럼 응급실 수용 거부나 응급의료 공백 문제가 훨씬 적었다"고 회고했다.그러면서 "공중보건의사 확보만 제대로 이뤄져도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출신 의사가 배출되기 전까지 상당 부분 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며 "의무복무 기간 단축과 정주 여건 개선 등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이와 함께 시니어 의사, 경력단절 여성 의사, 전역 예정 공중보건의사, 은퇴 예정 개원의 등 다양한 인력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시간제 근무, 순회진료팀, 계약직 형태의 유연한 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의료인력 풀(Pool) 센터를 구축해 단기 인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또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복무형 지역의사제,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각각 별개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해 공공의료기관과 의료취약지, 응급의료기관 등에 필요한 인력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 이사는 "공중보건의사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미래를 위한 정책"이라며 "단기 정책과 장기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각 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지역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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