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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의 한계점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현재 원격진료 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급성기 질환자 초진에서의 안전성 문제와 비민주적 정책 결정 과정에 있다. 특히 소아 발열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는 신체검사 없이 화면상 관찰만으로 중증 감염성 질환을 감별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전문가 거버넌스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의료정책과 같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임상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법안 발의과정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수차례의 공청회와 의견 조율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 성급하게 추진된 결과, 현재와 같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특히 원격진료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이나 중국 등의 해외 사례를 인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발상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로,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나 대기시간, 의료비 부담 등 모든 면에서 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의료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광활한 영토의 국가들이나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국회의원들은 입법행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법 제정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발생한 전문의약품 불법광고, 환자유인행위, 본인부담금 면제, 무자격자 조제, 건강보험 부당청구 등의 사례들은 모두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난 예측 가능했던 부작용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국민 의견 수렴과정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 과거 일방적 운영으로 비판받았던 공론화 위원회 방식을 답습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시민단체들의 참여로는 진정한 의견 수렴이 불가능하다. 의료정책에서는 임상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진과 학회의 의견이 핵심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 전문가 집단의 참여가 필수적이다.비대면 진료의 본래 취지였던 감염 예방과 의료접근성 향상은 사라지고, 비만약과 탈모약 등의 상업적 처방으로 변질된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디지털헬스케어와 비대면 진료를 혼동한 개념적 오류도 전문가 자문 부족에서 기인한다.결국 현재의 원격진료 정책은 졸속 입법의 전형적 사례로, 정책 시행 이후의 관리와 감독체계 구축이 더욱 중요함을 보여준다. 환자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의료정책은 그 자체로 국민 건강권 침해이며,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전문가 거버넌스를 배제한 채 추진된 정책의 폐해가 고스란히 의료현장과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2025-06-16 05:00:00이슈칼럼

새 정부의 의료정책, 이래야 한다

[메디칼타임즈=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예기치 않던 대선이라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할 시간도 없다 보니 새 정부 의료정책의 향방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후보들도 공약을 만들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은 기억나는 것이 공공의료 확충과 공공의대 신설 정도다. 의료계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당장 시급한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문제인데 이에 대한 새 정부의 방침은 알 길이 없고,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분명히 이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우선하여 다뤄져야 할 것 같은데 당장 의료대란이 벌어진 상황도 아니고, 막말로 전 정부에서 발생한 상황이니 굳이 새 정부에서 서둘러야 할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도 하지만 현 의정 갈등의 결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어차피 의대 증원은 직전 정부의 주무 장관이 포기하겠다고 했으니, 무엇을 약속해야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지도 모르겠다. 전공의와 학생들의 요구 조건 가운데는 혼란을 초래한 책임자 처벌이 있는데,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외에 여러 가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에서 원하는 의료 환경의 개혁과 일치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본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여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 의료 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 정권에서 시도하던 양상의 의료개혁은 없는 것일까? 새 정부에서 바라는 개혁은 무엇일까? 공공의료 확충과 공공 의대 신설은 분명 추진할 텐데 필자도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무엇을 지향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 결과가 과연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의료의 비전을 줄 수 있을지도 가늠이 안 된다. 다만 필자의 관점에서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첫째는 진료 전달 체계의 공고한 확립이고 둘째는 비급여 중심의 과잉의료, 과잉진료의 개선이라 할 것이다. 진료 전달 체계의 확립은 의료의 수도권 집중 현상, 그로 인한 지역 의료의 붕괴. 중증 질환 중심의 필수 의료 외면 현상 등의 모든 문제가 바로 진료 전달 체계의 모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질환자의 입원 치료 중심이고 1차 의료 기관은 만성질환, 경증 질환의 외래 중심 그리고 중간의 2차 종합병원은 중증 질환의 사후 관리 또는 경증 질환의 입원 진료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기존의 관습이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가능하고 아니고 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언제부터 지적되는 사항인데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래서야 무슨 개혁이 있을 것이며 지속가능한 의료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인가. 또 한, 중증 질환자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현상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제돼야 한다.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이 외면받는 상황에서 다시 지역에 신설 의대를 만든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최고 수준의 의료를 모든 환자가 누릴 수는 없다. 즉, 자유분방한 의료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통제가 따르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의료는 지속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거론하는 것은 과잉 의료 이용과 과잉진료를 양산하고 있는 비급여 중심의 진료 행태에 대한 개혁이다. 단 전제 조건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려면 수가 문제나 전달 체계가 선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을그대로 가져가는 상태에서 비급여 부분의 개혁만 한다면 시장에서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수련 제도의 개선, 지역 의료 활성화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은 만신창이 수준이다. 결국, 이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전반을 새롭게 만든다는 각오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선은 안 된다. 개혁이어야 하는데 공공의료라는 화두에 매달려서 또 엉뚱한 그림만 그리다 끝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기는 하다. 재미난 것은 공공 의료 기반의 중국에서도 비급여 과잉진료와 대도시 중심의 의료로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공공의료 확충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싶다. 
2025-06-09 05:00:00이슈칼럼

의료정책, 선거 도구로 전락 안된다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조원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발언은 정치권이 여전히 의료정책을 '정무적 설계물'로 여긴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정책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풍경은 결코 새롭지 않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조 수석의 발언은 그동안 민주당이 의료정책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의료는 공공의 영역이라면서도, 전문가 집단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 법안 상정과 공약 남발을 반복했던 그 태도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공공의대 설립을 대책도 없이 추진하고, 국립의대 신설을 언급하며 지역 불균형을 '정치적 포장'으로 감쌌던 방식이 그 전형이다.'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라는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계획 역시 과거 민주당이 반복해온 전형적인 '형식적 공론화'의 재탕이다. 공론화라는 단어가 거버넌스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전문가 집단의 정당한 절차적 참여 없이, 정부·정당 주도의 위원회가 '국민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여 온 전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공공의대 신설 논의 당시 보건복지부 소위에서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법안을 논의하자고 한 일이 있다. 그렇게 급조된 공론화의 결과가 사회적 갈등만 키웠다는 사실을 조 수석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도 '원점 재검토'라는 표현을 쓴 야당을 비판한 것은 스스로의 이중잣대를 보여준다. 정권은 바뀌어도 정부는 계속된다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정작 본인들은 정권이 바뀌자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구호를 되살리고 있다. 누구보다 정권교체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좌우되는 상황을 반복해온 정당이, 지금 와서 행정의 연속성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는다. 비판은 자유지만, 자가당착은 책임져야 한다.특히 '의대생과 전공의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표현은 정치인의 언어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품격마저 상실했다. 복귀 여부를 판단해야 할 주체는 개인이다. 이들이 느끼는 불신은 단지 윤석열 정부 때문이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도 갑작스런 정책 발표와 전공의 배제는 일상적이었다. '실현 가능성'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성찰 없이, 상대 진영의 공약만 '소모적 논쟁'이라 치부하는 태도는 의료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공공의료 확대와 의사 인력 확충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근거'와 '예측'이어야 한다. 공공의대를 만든다며 수천억 예산을 쏟아붓고도, 그 인력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시점은 15년 뒤다. 지방소멸과 병행되는 지역의료 붕괴를 해결하겠다면서도, 정작 그 문제의 본질인 지역 인프라와 인력 유입 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 공공의료사관학교든, 국립의대든, 이름만 바뀐 땜질식 제안이 의료정책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중장기 예측도 없는 상태에서 정책을 짜겠다는 발상 자체가 공허하다.민주당의 의료 공약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는 장기적인 전략 부재에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 즉 소아청소년 보건 문제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이다.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출생률 문제만 부각하고 정작 태어난 아이들의 건강권, 접근 가능한 소아 진료 인프라, 소아전문 의료인력 확충에는 언급조차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은 폐과 위기에 몰려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이들이 위급상황에 놓였을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사실상 없다는 비극적인 현실 앞에서, 민주당의 공약 어디에서도 문제를 인식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이는 단순한 실수나 우선순위의 차원이 아니다. 어린이의 건강과 생명은 한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한 채 표를 의식한 단기적 처방만을 늘어놓는 태도는, 민주당의 의료정책 전반이 철저히 '선거용 설계물'이라는 증거다. 대중에게 보이기 위한 메시지만 반복할 뿐, 그 메시지를 실현할 실행 구조나 재정계획, 인력 육성 시스템은 부재하다.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비판받아 마땅한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전 정권의 사업이니까 색안경을 끼지 않겠다'는 조 수석의 말과 달리, 민주당은 정작 자신들이 내놓는 공약에 대한 내적 검증조차 부족하다. 의보재정 악화를 불러온 문재인 정부의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을 되짚어보지 않고, 똑같은 확장적 재정을 다시 약속하는 것은 무책임하다.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가 없는 의료정책은 늘 그래왔듯 국민 불신을 낳는다. 공론화위원회나 TF 같은 일회성 기구로는 불가능하다. 정치적 상상력 이전에, 전문가적 기획이 먼저다. 환상에서 깨어나야 할 대상은 전공의가 아니라, 의료정책을 정권의 선거 도구로만 여겨온 정치권 그 자체다.
2025-06-02 05:00:00이슈칼럼

암 검진 평가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메디칼타임즈=가정의학과의사회 정승진 이사 ]필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지난 20년간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며, 일차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내시경 검사 의사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내시경 검사는 우리나라에서 조기 암 발견과 예방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최근 공단 위암 검진 인력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에서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시경 인증 자격을 특정 학회만 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가정의학과와 외과의사회는 내과 위주의 평가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다양한 전문과가 협력하여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이러한 입장을 반영하여,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5년 공단 위암 검진 질 평가에서 대한가정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 내시경 인증의에 대한 인력 평가 점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물론 가정의학과 및 외과에서 주관하는 내시경 연수 강좌의 교육 평점이 인정되지 않고, 인력 평가에 있어서도 아직 차별이 남아 있지만, 조만간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일차의료에서부터 전문의 중심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전문의 중심 의료는 국가 주도 저수가 체제와 결합되어 온 국민이 적은 부담으로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이러한 성공적인 과거 사례는 의사를 포함하여 전 국민이 응당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해당과 전문의이어야만 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였고, 근래에는 전문의도 안 되고 분과 전문의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물론 어떤 한 질환에 대한 최고의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됩니다. 왜냐하면 한 환자는 한 질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질환을 동시에 갖기 때문입니다.한 의사가 다양한 질환을 동시에 진료하게 되면, 물론 여러 다양한 전문 의사에게 동시 진료를 받는 것보다 전문성 측면에서 떨어질 수 있겠으나, 그 차이가 과연 큰지 알 수 없고, 오히려 질병의 경중에 따라 중요한 것 순서로 조화롭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특히, 초고령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이제 여러 전문의가 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될 운명에 있습니다. 아무리 저수가 체제가 유지된다 손치더라도,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내시경 검사를 과연 가정의학과 의사는 하면 안 될까요? 안 된다는 의견을 가진 의사나 국민이 있다면 그분은 아마 앞서 말씀드린 모든 의료는 최고의 전문가에게서만 제공받아야 한다고 믿는 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생각이 틀렸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이런 생각은 우리나라 의료가 해방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룬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고, 바뀌는 시대에 맞춰 의료 시스템도 원하든 원치 않든 변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가정의학과는 2008년부터 내시경특별위원회를 운영하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내시경 검사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런 교육과정이 소화기내과 분과 전문의 교육 과정에 비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기 위암을 발견하고 또 향후 위암이 발생할 위험도를 평가하는 측면이 강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위암 검진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교육과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근래에는 치료 내시경 분야까지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좀 과도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베이비부머의 은퇴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 수만큼 의사를 포함한 의료 자원을 증원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이제 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적 자원 투입에 과거와 다른 좀 더 합리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내시경 분야도 과거 소화기내과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문과가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인정하여, 각기 다른 전문의도 건강검진과 더불어 다양한 질환을 동시에 진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이 과정에서, 내시경 시술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소정의 교육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특정 과의 독점으로 이어지게 하는 현재의 제도는 아닐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특정 학회의 독점이 아닌 다양한 전문과의 협력으로 다 같이 내시경 시술의 전반적인 질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디 다 같이 노력하기를 바라 봅니다.
2025-05-26 05:00:00이슈칼럼

의사와 환자의 불신과 신뢰 사이

[메디칼타임즈=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명예회장 ]6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서울시 강서구 소재 의원에서 1000리는 떨어졌을 지역에서 오셨다. 외음부의 농양(고름) 때문이었다. 지난 2년 동안 고통을 받아 왔단다. 초기 발병 때, 거주지 소재 의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절개를 하자마자 출혈이 너무 심해서 농양을 절개만 했단다. 인체 중에 다쳤을 때 출혈을 많이 하는 부위가 바로 이 부위다. 농양을 절개해서 배농한 뒤에도 고름은 지속되었다. 원인이 제대로 제거된 것이 아니다.시쳇말로 농의 심, 심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환자는 해당 지역의 대학병원도 여러 군데 찾았다. 대학병원들은 외래로 한 달에 한 번 항생제만 처방했다고 한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수술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고, 환자에게 권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수술을 하고 알게 되었지만 나 역시도 이렇게 어려운 사례는 수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약을 먹으면 좀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거의 매일 외음부는 고름으로 젖었다.팬티를 하루 세 번씩 갈아입어야 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자영업장도 양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환자는 일상의 불편을 느꼈다. 결국, 서울로 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결심했다. 지역의 어느 대학병원에서는 서울로 가겠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더니 "잘 치료받고 오시라"며 격려(?)했단다. 그런 절박함으로 나를 찾은 환자. 문진(問診)으로는, 표피낭이 종기로 되었거나, 바톨린선에 낭종이 생겨 고름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했다. (Bartholin's glands. 질 입구 바로 아래쪽, 소음순 안쪽에 양쪽 하나씩 위치한 것으로, 성관계 때 윤활을 돕는 점액을 분비한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살폈더니 내 예상과는 달랐다. 대음순에 염증이 있었다. 바톨린선 낭종이 아니었다. 그리고 촉진을 해 보니, 질 입구부터 시작해서 안쪽으로 약 3cm 그러니까 길고 깊게 단단한 섬유화가 느껴졌다. 흔히 보이는 질환이 아니었다.짐작이 가는 질환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묻기가 곤란했다. '성(性)'과 관련한 질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더라고 '우회'할 수밖에 없다. 환자에게 과거 병력을 다시금 물었다. CT나 MRI를 찍은 일이 있는지, 복부나 항문이나 기타 질의 위치와 비슷한 곳에 다른 수술을 받은 일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환자는 없다고 했다.'이 환자가 솔직하지 않구나' 아니면 '그런 수술이 기억이 나지 않거나 아니면 그런 수술로는 이 고름(농양)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술이든 치료든, 솔직하지 않은 환자를 대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한데 어쩌겠는가. 가족에게조차 말하기 힘든 것이 이런 류의 '성'(性) 관련 문제다.여튼 환자의 병력도 참고해서, 수술에 따르는 여러 부작용, 특히 출혈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하고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환자의 이 질환에서는 더욱 섬세한 수술을 해야 한다. 최소한의 절개창을 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처가 커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왜 이리 더울까.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것 같았다. 한참의 시간을 병변을 찾는데 보냈다. 출혈을 하게 되면 환자도 의사도 고생을 하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이 부위는 지혈도 마음 놓고 하기 어려운 부위이기에 '조심' '조심' '조심' 을 몇 번을 되뇌이면서 천천히 수술을 했다. 수술 기구를 상처 절개창 안에 넣고 촉진했을 때 기구 끝에 느껴지는 이상함이 있었다. 골반이나 괄약근과 연결된 듯 질기고 단단한 조직이 있다. 그렇게 깊은 곳에서 단단하고 이상한 촉감을 느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비정상적인 조직'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봉합용 실이었다. 이 봉합사는 환자가 과거에 무엇인지 모를 수술을 받은 흔적이다.수술실로 환자 보호자를 불러 들였다. 보호자에게 말했다. "환자 분 몸 속에 이물질이 있었습니다."(차마 봉합용 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환자는 여전히 주저했다. 하지만 덮는다고 덮어지겠는가. 환자는 결국 힘들게 말했다. "그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질 성형술. 속칭 '이쁜이 수술'이다. 환자, 아니 여전히 여자이고 싶은 여인에게 이 말했다."이물질 때문에 고름이 계속 나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고, 앞으로 경과를 잘 지켜봐야 합니다. 출혈은 없는지, 고름이 계속 나오는지 등을요. 길게 봐서 앞으로 6개월 동안 잘 추적해야 합니다. 저도 힘껏 도울 테니, 언제라도 연락주세요." 수술 후 주사를 맞고 한동안 안정을 한 뒤 출혈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환자는 통증도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환자와 보호자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환자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이 환자가 지난 2년 간 겪었던 고통은 없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먼 곳에서 방문했기에 환자는 다음 주에 병원을 방문하기로 하고 귀가하였다. 물론 여러 주의 사항을 알려 주었다.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환자와 보호자를 지켜보면서 불현듯 든 생각. 어쩌면 외과 의사의 숙명일 수도 있는. 합병증이 생각났다. 사실 합병증이 발생하면 더 머리가 아프게 된다. 수술과 관련된 부작용에 대해 잘 설명은 했지만 그래도 항상 의사로서 환자의 건강한 회복은 기원한다. 하지만 '수술 뒤 더 악화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다음 날 환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한다. 통증도 없고 분비물도 줄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수술 후 7일이 지나 다시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장거리를 진료비보다 더 비싼 교통비를 들여 하루 반나절을 투자하면서 찾아온 것이다.  환자 상태는 더 좋았다. 약간의 염증은 있으나 부종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좋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었다.정부는 의사 특히 응급한 상태를 치료하는 의사나 외과나 외과계 의사가 진심을 다한 의료 행위 특히 수술 행위에 대해 싸구려를 강요하는 제도를 지속하고 있다. 또 의료행위를 안해도 처벌하고 비난하며 의료행위의 결과가 잘못되면 의사에게 법률적 책임과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가 의료인들을 억압한다면 이런 환자는 몇 년 더 심지어는 죽을 때까지 고름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이 사례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돈이 안되는 일을 구태여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욕먹는 수술을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다. 환자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는 살기 위해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교통이 발달했으니 찾아가지 못할 갈 지역도 없다.환자는 이렇게 고생한 질환을 해결해 준 의사를 고마워 할 것이다. 그러나 환자는 이렇게 잘해 준 의사 개인에게는 감사하지만 의사 전체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잘못 설계되었고, 의사들도 일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무엇보다 사회와 언론이 이런 불신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2025-05-19 05:00:00이슈칼럼

간호법과 진료지원 전문가의 해법은

[메디칼타임즈=한국전문간호사협회 최수정 회장 ]우리나라 의료계는 위기의 시기마다 간호사가 빈틈을 메우고 전문성을 발휘했다. 의약분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공공의료 관련 파업 때에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또 작년 의정갈등으로 90%가 넘는 전공의가 떠났을 때도, 간호사는 전공의의 빈자리를 대신하였다.  그런데, 이런 간호사의 노력과 수고에 대한 보상은 말로 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의정갈등 기간동안 정부가 전문의의 하루 당직비로 40만원에서 80만원을 지급했지만, 간호사는 진료지원업무를 5개월 이상 수행해도 전문의의 하루 당직비도 안되는 최대 40만원을 딱 한번 보상받았을 뿐이다. 전문의는 전문성을 갖춘 대체불가 인력이지만, 간호사는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 필요하면 언제든 투입 가능한, 굳이 보상이 필요하지 않은 인력이었을까? 의대 신입생 정원이 3,058명인 것에 비해, 간호대 정원은 2025년 기준 24,883명으로 의대 정원에 비해 8배가 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간호는 전문성이 없는 직종일까?  1910년대 미국 의학교육제도의 틀을 마련한 Flexner는 전문직의 특성으로 직무의 사회적 책무성, 체계적인 학문적 기반에 의한 과학적 지식체, 전문적인 교육훈련 과정, 전문직 단체 구성, 전문직 윤리 등을 언급했다. 의료법에 의료인으로 명시된 간호사와 전문간호사는 학사와 석사 교육과정을 한국간호교육평가원에서 관리 감독하며, 복지부에서 위임한 기관에서 면허와 자격시험을 치르고 국가 공인 자격을 취득하는 전문인이다. 또한 누구보다도 더 높은 직무의 사회적 책무성과 전문직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전문직 단체가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23년간 신뢰받는 직업 1위가 간호사인데, 왜 우리는 그렇지 못할까?   어떤 제도가 잘 정착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법과 제도이다. 미국에서 간호법은 주마다 다르지만 통상 간호사는 법적으로 환자 사정, 약물투여 및 치료 수행, 교육 상담, 의사의 지시 이행, 응급상황에서의 판단 및 초기 대응을 할 수 있고, 간호업무범위를 넘어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중간수준의 실무자 역할을 하는 전문간호사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계획 및 수행이 가능하도록 업무범위가 매우 넓게 설정되어 있다. 업무범위가 넓게 설정된 만큼 필요한 교육 요구도 매우 엄격하게 제시하고 있고, 급여도 일반간호사에 비해 적어도 1.5배 이상을 받으면서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은 어떠한가?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는 전문직이 가지는 자율성을 담보하는지 의문스러운 용어로 표현된 '진료의 보조' 업무와 그 외 '간호', '교육, 상담, 보건활동', '간호조무사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심지어 간호를 위한 간호진단 조차도 의사의 진단 업무와 혼돈될 수 있으니 간호사는 '진단'이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일반인은 '안전진단'과 같이 진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2024년 9월 공포된 간호법에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하여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되지만, 의료법에 있는 '진료의 보조' 업무와 간호법에 추가된 '진료지원업무'가 어떻게 명확하게 다른지 애매하다. 아마도 '진료지원업무'는 기존 의료법에서 '의사의 업무'로 분류되었던 업무를 간호사와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게 간호법에 추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의사의 업무 영역을 간호에 위임한다면 누구에게 위임하는 것이 좋을까? 올 4월 미국에서 만난 400명이 넘는 전문가호사가 활동하는 메릴랜드 대학병원의 전문간호사와 PA를 총괄 관리하는 매니저와 메릴랜드 주 전문간호사협회장, 메릴랜드 간호대 부학장에게 한국의 간호법에 대해 설명하고, '진료지원업무'를 누가 하는 것이 좋겠는지를 물으니, 의외로 대답이 너무나 명쾌했다. "진료지원업무가 간호영역을 벗어나는 업무라면, 당연히 상급 교육과 자격증을 갖춘 자가 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전문간호사와 PA이다. 전담간호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도 전담간호사와 비슷한 certified registered nurse 제도가 있다. 미국도 다양한 전담간호사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모두 간호영역의 업무를 하는 것이지, 의사영역의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하여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이는 의사의 업무이므로 당연히 간호사가 아닌 전문간호사가 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자격을 명시한 간호법 제14조 제1항의 2에 명시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의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할 것'이라는 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전문간호사 과정을 약 2년의 석사과정에서 3년 이상이 필요한 박사과정으로 전환 중에 있고, PA 과정도 박사과정이 개설되는 추세이다.  이런 미국의 변화와 달리 왜 국내 간호법 조항에는 전문간호사 외에 가칭 전담간호사로 불리는 인력이 진료지원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명시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의료법으로 해석되는 간호업무가 매우 좁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일반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진료의 보조를 넘어서는 '진료지원업무'로 해석되고 있는 현실이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라도 간호영역으로 해석이 가능한 업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간호업무의 영역을 현실화한 후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바로 진료지원 업무이다. 예를 들어 의사의 지도와 위임 하에 '경과기록 초안 작성', '수술 동의서 초안 구득', '프로토콜 하에 처방 입력'의 업무는 간호영역의 업무일까?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의사의 진료영역의 업무이다. 의사의 지도와 위임이 있더라도 의사의 업무이므로, 즉, 간호영역의 업무가 아니므로, 전문간호사와 같이 별도 학위교육과 자격증을 취득한, 즉 간호사와 다른 직역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이미 프로토콜화 되어 있으니, 의사가 지도하면 된다,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당장 17,000명이 넘는 진료지원인력이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법에 규정하기 위해 전문직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까지 무너뜨려 가면서 하향 평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간호사도 전문간호사도 아닌 애매한 중간인력을 만들어 국가 자격증도 없이 애매한 교육과 민간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이 간호의 전문성 확보와 환자 안전을 위한 바른 걸음일까?  보건의료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복지부, 관련 직역단체,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 시민단체들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환자 안전과 미래지향적 발전 등을 고려해서 법과 제도, 관련 교육체계 등을 갖추어야 한다. 당장 공급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과도기 기간을 설정하면 될 것이고, 향후 몇 년 이후부터는 엄격한 기준에 의한 전문 인력이 배출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수년에서 수십 년간 업무를 해왔던 소위 PA 간호사로 불리워 온 간호사들을 전문간호사로 흡수할 수 있는 특례제도를 마련하고, 지역간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와 의료기관이 나서서 계약학과 형태로 교육기관이 신설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례로 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에 계약학과 형태로 전문간호사 교육을 요청해서 운영 중인데, 병원이 소속 의료기관 간호사의 교육비 50%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전문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간호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고,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할 때 진료과에서 요청하는 전문간호사 포지션에 100명 넘는 인력을 배치할 수 있었다. 정부는 별도의 전담간호사 교육을 위한 예산을 지원할 것이 아니고 이러한 계약학과 체계나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에 교육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의 의료기관들도 이러한 계약학과 제도를 활용하여 전문간호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미 진료지원업무를 해오고 있는 기존 전담간호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진료지원업무를 할 수 있는 전문간호사가 충분하지 않다', '전문간호사를 교육할만한 교육기관이 충분하지 않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교육 불균형이 더 심하다'는 문제도 몇 년 후에는 해결 가능하다. 계약학과의 경우 의료기관의 지원을 받아 학위를 취득하면 의무적으로 병원에 근무해야 하는 기간이 있으므로, 지역간 전문간호사 배치 불균형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이후 일부 의료기관의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는 전문간호사가 24시간 주 7일 당직을 서면서 간호사의 primary call을 응대하며, 일부는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만 백 당직을 서는 교수에게 연락해서 오더를 받아 전달하고 있다. 전공의가 일부 복귀한 곳에서는 미국처럼 전공의와 전문간호사가 환자를 나눠서 보기도 한다. 진료지원업무는 단순히 술기행위 자체로만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환자 안전을 위해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경력과 교육, 자격을 갖춘 전문간호사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미래지향적인 제도로 간호법과 관련 규칙들이 보완되어야 하고, 의료기관도 이들이 위임된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끊임없이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5-05-13 07:17:11이슈칼럼

다시 ENT?

[메디칼타임즈=이비인후과의사회 이종선 부회장 ]'춘래불사춘', '양화구복', '결사항전'……. 지난 전국 광역시도 대의원총회에서 나온 단어들이다.국제적 전쟁과 분쟁, MAGA에 의한 관세 전쟁 등으로 국제적 혼란이 극에 달하고, 비상계엄, 탄핵, 대선에 따른 정치 혼란, 산불 재난 등으로 의료계 내외에 문제들이 정말 많다.14개월 이상 지속되는 의정 사태 속에서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들이 많이 발의되어 착착 진행되고 있어 착잡하다. 마치 오래전에 만들어진 계획에 따라 좋지 않은 방향으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랄까.'블랙리스트' 논란 중에 의료법 시행령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고, 독립성·전문성·자율성 문제로 반대한 의사 추계위법의 통과, 간호법 통과와 6월 21일 시행에 앞서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 구체화로 의사 면허가 필요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려는 하위 법령 제정 시도가 있었다. 의료계가 반대해 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는 개원가 위축, 실손 보험사를 위한 비급여 통제, 중대 과실 개념 도입에 따른 불완전한 의료사고 안전망 등의 가능성으로 의료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부디 4월 13일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회의 및 대선기획본부 출범식, 4월 20일 전국의사궐기대회, 4월 27일 의협 제77차 정기대의원총회 등을 통해 현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이비인후과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의대 졸업이나 전공의 지원 시즌이 되면, 의대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 먼 옛날(?)이라 선택한 과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어려움에 빠질 때면 더 자주 생각했지만. 어쩌다 이비인후과를 선택하여 수십 년을 살아가고 있을까?전공의 면접장에서의 대답은 "이비인후과는 내과적·외과적 질환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이다. 또한……" 그러나 잘 모르겠다. 어쨌든 30여 년간 이비인후과 의사로 생활하면서 그 당시를 떠올릴 때면 우리 과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며 미래를 대비하려 노력해 본다.모든 국민이 지난 14개월 동안 '낙수효과'라는 표현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우리 과는 10여 년 전부터 외부 상황에 따라 급변하고 '천수답(天水畓)'처럼 수동적인 의원 운영을 지속하면 어두운 미래에 빠진다는 위기의식 속에 취약한 진료 패턴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다.2015.10.2 건정심에서 차등수가제가 폐지되었지만 외래 환자 수는 계절, 감염병, 정책, 내수(domestic demand) 상황에 따라 변동이 커 의원 운영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휘몰아칠 때마다(2016 MERS, 2020 코로나19 등) 휘청이는 의과가 많겠지만 단연 이비인후과는 최상위 피해과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많은 동료가 폐업하거나 이전(移轉), 진료과목 변경 등 새로운 선택을 하였다.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일정한 외래를 유지할 수 있는 특성화된 진료 패턴을 연구, 교육, 홍보하기 위해 많은 분이 노력해 오고 있으나 '아직도 배가 많이 고프다'.2020.4.29 정부와(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남부터미널 근처 간담회에서(피해가 큰 의사회의 상황을 직접 듣기 위해 먼저 제의하여 만나게 되었다) 자포자기식으로 하소연했던 기억이 난다."차라리 요즘이 훨씬 편하고 좋다. 앞으로도 진료가 이런 정도로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배석했던 연구원께서 이유를 묻기에 "외래 환자 수가 확 줄어드니 교과서적으로 심도 있게 진료할 수 있고, 육체적으로도 덜 피곤하고, 시간이 남으니 평소 못 했던 공부나 업무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장터 같던 병원도 차분해졌다.코로나19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외래를 유지해도 문제가 없게끔 수가를 올려 주면 좋겠다고 답을 하였다. 5월 1일부터 시작될 수가협상에서 구조와 상황 개선을 통해 현실적인 수가 인상으로 응답받길 염원한다.다른 과에서 보기에 이비인후과가 개원이 편하고 수가 항목이 많으며 높은 편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 real field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오랫동안 많은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해 박탈감도 든다'고 말한다.이비인후과는 급여가 대부분인 '유리지갑'으로 매출이 하위권인데도 자율점검이나 (현지)조사의 증가, 늘어난 검사 건수 항목에 대한 규제성 고시나 지침 신설, 일부의 비급여조차 통제하려는 움직임 등은 늘어나는 의료소송과 별도로 낮은 수가에 허덕이는 개원가 현실과 괴리 있는 정책 방향이라 생각한다.지속되는 의정 사태 속에서 발표되는 일련의 정책들은 1차 의료기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객관적 지표들을 향후 보험부에서 기고해 주길 부탁한다.어느 진료과나 배워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이비인후과 특성상 질환 부위가 좁은데도 배워야만 하는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전공으로 이비인후과를 선택하기 전에는 만만하게 봤던 게 사실이다. 내과적·외과적으로 두루두루 익혀야 하기에 그런가?질환 부위가 좁기에 내시경·현미경이 발달하기 전에는 더 어려웠다. 그렇지만 열정적인 학술부 덕분에 편하고 쉽게 배워나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우리 과가 유독 잘 화합하고 소통이 잘되는 바탕에는 총무부와 정책부, 보험부, 학술부뿐 아니라 회원들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공보부를 빼놓을 수 없다.분기별로 '헤드미러' 회보와(개원가 대회에서 우승하고 국립중앙도서관에 비치된다) '뉴스레터' 웹진을 발행하며, 회원의 절반이 매일 접속하는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이렇게 파트로 나뉘어 각자의 영역에서 이비인후과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오신 분들이 있기에 어려운 진료환경에서도 서로에게 기대며 잘 이겨내고 있다.이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며 정말 정말 "폭싹 속았수다". 저수가와 일정하지 않은 외래, 많은 규제로 미래가 불안하고 'well-being'을 모르겠지만 이들이 있기에 이비인후과가 좋고 이비인후과 동료들이 좋다.다시 ENT!
2025-05-12 05:00:00이슈칼럼

이 판의 끝은 어떻게 될까

[메디칼타임즈=한국의료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어언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편의상 전공의 선생님이라 하지 않고 그냥 전공의라 하겠다). 바로 엊그제 있었던 일 같은데, 지난 14개월에 여당은 총선을 깔끔하게 말아 드시고, 정권은 막을 내렸으니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었다. 그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전공의는 여전히 사직 중이고, 학생은 휴학 중이라는 것이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기억에 의하면 매번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공 의대 문제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던 문재인 정부 때도 20여 일 정도였고 아주 오래전 의약분업 투쟁 때도 지금처럼 길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누구나 지난 14개월 동안 이제나저제나 전공의 복직을 기다려왔다. 혹자는 부려먹을 사람이 없어서 힘드니 그랬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정도로 교수 사회가 천박하지는 않다. 대부분은 진정으로 제자를 걱정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던 우리의 문화 속에서 이번 사태는 마치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자식을 보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여겼을 것이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을 빼먹은 상황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전공의가 이미 일반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수련 지속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고 그래도 수련을 마치고 싶은 제자들은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왔다. 필자가 속한 과도 전공의 없이, 아침 의국 모임은 여전히 해 왔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전공의가 언제 돌아올지를 예상하는 이야기가 첫 번째 인사말이었다. "교수님, 전공의가 이번에는 돌아올까요"라는 후배 교수들의 질문에 나름 이런저런 예상을 말했었는데, 번번이 틀려서 이제는 서로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왜 번번이 틀리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 세대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즉 수련은 어떻게든 제 때에 마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세대와, 수련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또 때가 있다는 것도 아닌 언제든 필요하면 그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세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도 아니면 전공의와 학생은 정의롭고 기성세대는 그렇지 않거나 뭐 그런 생각과 입장의 차이일 것이다.  2000명 의대 증원이라는 폭탄에 맞서 전공의가 사직했던 바로 초기, 병원은 대혼란에 빠졌다. 당장 전공의가 하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도 안 됐다.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처방 시스템이 완전히 전산화된 시대라 연배가 있는 교수들은 구체적인 환자 처방조차 낼 수 없었으니 우왕좌왕 그야말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전공의를 마친지 얼마 안 되는 젊은 교수들이 나섰으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가 드러났고, 이는 젊은 교수들의 사직으로 이어졌으니 젊은 교수들의 사직 악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대학병원부터. 의약분업 때도 교수들의 개원 러쉬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시장이 크게 한번 흔들렸다고 할까? 이제 떠날 사람 떠나고 그 자리를 다른 직종의 사람이나 고임금의 봉직의가 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그렇게 정리가 된 셈이다. 그런데 전공의 복직에 대한 이슈가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거친 파도가 치던 바다가 갑자기 잠잠해지듯이 말이다. 병원은 지난 14개월 동안 임시방편으로 새롭게 도입한 제도들로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PA도 다소 부족은 하나 이제 제법 환자 처치와 수술 보조도 잘한다. 이제는 전공의가 다시 복직하면 무슨 일을 할까? 라는 농담 같은 우려가 나올 정도다. 병원 경영이 어렵다고? 글쎄. 그런 병원도 있고 괜찮은 병원도 있다. 분명한 것은 병원의 경영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일한 만큼 받아가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누군가는 일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하던 사람이 더할 수밖에 없고, 더 할 것을 부탁하자니 결국 돈으로 거래를 했고, 그것이 자리 잡으니 이제 많이 벌고 싶으면 일을 좀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변했다. 돈되는 일에는 돈이 뿌려지고, 안되는 것은 닫아 버린다. 이게 대학병원인가. 정부가 빵빵하게 지원금을 준 덕분에 이런 변화가 가능한데, 천재지변도 아닌데 무리할 정도로 돈을 뿌린 것을 보면 정부가 잘못하기는 한 게 맞는 것이다. 이제 대학병원은 돈으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교수 간의 임금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낯설던 이 시스템도 이제는 잘 돌아간다. 전공의가 복귀해서 예전처럼 하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 번 돈맛을 봤으니 돌이키기 어렵다. 환자는 적당히 줄이면 됐고, 정부는 여전히 지원해 줄 것이다. 물론 아직도 사경을 헤매는 대학병원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가만 생각해 보자. 지금, 의료대란 맞는지. 제때 진료 못 받아서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는다는 기사 본 적 있나? 즉 전공의 부재로 인해 환자가 치료를 못 받고 있다는 기사 본 적 있나? 없다. 그럭저럭 돌아가니 교수 집단에서는 전공의 복직에 대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 왜냐고? 제시할 카드도 없고, 계기도 없다. 정권은 몰락했고, 다음 정권이 들어오려면 수개월은 기다려야 하니 할 게 없다.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이 상황이 해결될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이 '의료인 여러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것들은 다 포기하고요, 저희는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그럴까? 강력하게 예상되는 다음 정권의 대권 주자가 한 말이 섬뜩하다.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대 신설'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여기서 더 나아질 조짐은 없다. 그 말은 정권이 의료계가 반길만한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인데, 혹여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이건 뭐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것과는 양상이 다른 메가톤급의 정책이 나올 것 같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이제 곧 여름이 올 것이고, 새 정권이 들어서겠지. 우리의 판단이 정의니까 plan B는 여전히 없고, 정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언제쯤 전공의는 복직하고, 학생은 복학할까? 이제 누구도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을 하면 예상되는 결말이 섬뜩하다.
2025-05-06 05:00:00이슈칼럼

우리 안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1편)

[메디칼타임즈=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님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격 대선 정국이 되면 후보들의 열 손가락 안에 '의료문제 해결'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아니 설마요.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요. 그러자 최소 '의료계가 바라는 그림으로의' 해결은 열 손가락 안에 못 들지 않겠냐 물어온다. 'Attention is a scarce resource' 우리 사회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주목 받을 만한, 혹은 주목 받아야 할 현상들이 존재한다. 어떤 주제가 우선시되어 다루어져야 하는지 자체가 경쟁적이며, 일반 대중의 관심은 무한하지 않기에, 이해 관계자들은 각 개인의 머릿속 헤드라인에 본인들의 주제를 어떻게든 집어넣으려 한다.안철수 대선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 후 전공의, 의대생을 만났고, 홍준표 예비후보도 얼마 전 의협을 방문했지만, 그 무엇보다 의사 개개인, 의료계 커뮤니티를 흔든 건 이재명 후보의 페이스북 포스팅이었다. 그 내용이 옳냐 그르냐는 차치하고, 이젠 페이스북 글 하나 정도로 이 모든 것이 정리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문득 스쳤다. '탄핵소추안 통과되었으니, 전열을 정비하면서 긴 호흡으로 가자' 긴 호흡으로 지켜봤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소추안이 통과된 12월부터 2월이 사태 해결을 위한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달라진 건 없었다.'탄핵이 인용되었으니 대선 전까지 신중해야 한다', 대화를 제안하고 궐기대회를 했다. 하지만 그간의 메시지를 고수했던 탓인지, 사회적 반향은 작았다.이제는 곳곳에서 '대선 이후에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라고 한다. 기시감이 든다. 의료계는 공익과 '의료계의 사익'이 공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다소 자기파괴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관심 환기는 사회적 우선순위에서의 후퇴(Deprioritization)를 견인한다는 점이다. 밖으로부터의 지지에서 얻는 관심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희생 (외부에선 희생이라 생각지 않겠지만) 으로 유지되는 관심이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에게 사태 1.5년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학생들의 유급이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 앞으로 계속 이 정도의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의 시간이 곧 올 것이라는 의료계의 시계를 차고,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회의 시계를 바라보았을 때 그 모순을 우리는 과연 인정할 수 있을까.전공의 이야기를 담아달라는 부탁에도, 근본적인 사고의 모순을 지적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바깥으로 밀려나고, 우선순위 경쟁에서도 뒤처지기 때문이다. 대화나 협상을 하는 건,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다.영화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최명길 역)은 청나라에 보내는 자신의 서신을 ‘글이 아니라 길’이라고 표현한다. 당연히 당시 조선-청나라와의 관계와 현재 의료계-정부와의 관계는 판이하고, 어느 한 쪽이 명백한 우위에 있지도 않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며, 환자 앞에서 누가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전공의 수련 시간 단축,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 논의 등 개별 사안들에도 당장 맞닥뜨려야 할 모순점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한 토론 이전에, 왜 그것이 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그다음 발자국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14개월이 지난 지금, 극도의 피로감에도, 모두가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고민하여, 새로이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관심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우리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2025-04-28 05:00:00이슈칼럼

'일만사' 개원가의 참여를 이끌려면?

[메디칼타임즈=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이사 ]2024년 9월 본사업으로 전환된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이하 '일만사')은 만성질환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적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의료계 역시 이에 협력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실제 참여율은 기대만큼 높지 않은 상황이다. 현장에서의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만성질환 관리는 예방적 의료 서비스의 핵심이자, 풀뿌리 일차진료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이를 함께 설계하고 지원해야 할 지방정부의 관심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방정부는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행정적 성과나 지방정부 차원의 가시적인 성과가 적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그러나 만성질환 관리는 합병증을 줄이고, 입원이나 응급실 이용률 등 중증 의료서비스 수요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결과적으로 국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 효과이지만,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성격 탓에 직접적 이득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이러한 예방 중심 접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주도의 단일 보험 체계하에서는 지방정부가 예방적 의료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지방정부 주도로 다양한 만성질환 관리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본과 대조적이다.우리나라에서도 지방정부가 의료비 일부를 책임진다면, 비용 절감을 위해 일만사와 같은 예방적 의료 서비스의 확산에 더욱 힘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금 과장하면 지방정부가 보험재정이라는 꿀단지에서 혜택을 취하는 것 이상으로 꿀단지 고갈을 방지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개원가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세 가지 과제는 다음과 같다.첫째, 행정 부담 완화다. 많은 의원이 복잡한 행정 절차와 전산입력의 번거로움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사용자 친화적인 전산시스템 개선과 행정 간소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이러한 개선이 어렵다면 민간에서 기존에 개발된 기술들을 활용하고 이를 장려하는 정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둘째, 현실적인 보상체계 마련이다. 특히 개원가는 실질적인 보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참여 동기를 유도하기 어렵다. 현재의 수가는 의료기관의 노력과 부담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수가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여 의료기관에 현실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경제적보상 이외에도, 의료기관에 대한 홍보나 지역 내 우수기관 인증 등 비금전적 지원책과 같은 비경제적 보상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셋째, 인력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다. 특히 케어코디네이터와 같은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은 개원가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인건비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이나 행정적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일선 의료기관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일만사의 성공은 결국 현장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 있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마련할 때, 개원가의 참여는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동시에 지방정부는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예방 중심의 건강정책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의료현장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대변할 수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제도 개선과 정책 반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5-04-24 16:54:10이슈칼럼

'내시경' 둘러싼 동지끼리 내전 이제 그만

[메디칼타임즈=외과의사회 이세라 명예회장 ]어느 의사(이하 A)가 최근 겪은 의료분쟁을 보자.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불편한 50대 후반의 여자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다. A는 다른 기초적인 진찰과 검사를 하고 위내시경을 시행했다. 내시경 소견과 조직검사에서 만성 위염 소견이 보여 위장약을 처방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A는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했다. 상급병원에서 위내시경을 포함한 검사를 시행했는데 위암 4기로 판명됐다. Borrmann 분류에 의한 위암 4기는 위벽 전체가 암세포로 변화된 것이지만, 경험이 많은 의사도 놓치기가 쉬운 질환으로 의료계에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의료인이라면 '죽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 암 4기에 이른 환자를, 내시경까지 진료한 의사가 어떻게 암인지를 모를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환자는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에 치료 중 사망했다. 환자의 보호자는 오진에 의한 책임을 A에게 물었다. A는 결국 유족에게 수천만 원을 배상했다.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법원은 의사가 내시경 교육을 이수한 것을 들어 의사의 법적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여줄까? 대부분은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의사들은 법적 책임을 조금도 줄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내시경 교육을 왜 받을까?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학구열이나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크겠지만, 내시경 인증의와 관련된 평점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하는 검진기관 평가 관련 평점도 연관돼 있다.공단의 검진기관 평가 대상인 의료기관의 의사는 내시경 인증 연수교육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에서만‘ 받아야 평점을 인정받는다. 물론, 다른 단체에서도 내시경 연수교육을 받을 수는 있다. 다만 위 두 학회가 아닌 다른 교육 기관에서 위대장내시경 연수교육을 받을 경우 공단의 검진기관 평점을 받을 수 없다.까놓고 이야기한다면,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기관의 평점을 받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를 두고, 내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가 '타기관에서 내시경 연수교육을 받을 경우 건강검진 기관의 평가 평점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내내 주장하고 있고, 이를 공단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결국 이 문제는 외과 의사들이 위헌소송까지 진행하는 '의료계 내부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인증의와 관련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와 대한의학회의 입장은 '인증의 제도로 인해 비 인증의가 차별이나 행정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의학회는 내시경 인증의의 평점 인정이나 불인증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게다가, 이 문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내놓기 싫은 내과 단체는 외과 의사들이 내시경과 관련해서 벌이는 교육이나 노력을 폄하하는 발언마저 하고 있다. 의료법이나, 대한의사협회의 인증의 관련 방침에 대한 이해 없이 말이다.필자는 외과 의사로서 내시경 연수강좌를 외과 단체가 아닌 내과 단체에서 받은 사실이 있다. 교육을 시행한 내과 단체에 깊이 감사한다. 그렇지만 실제 위대장내시경이라는 의료행위를 실행한 것은 의사 개인의 학습에 대한 열정과 노력 아래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내시경을 하는 외과 의사들에게 배웠다는 의미다. 내시경으로 인해 의료 분쟁이 발생하면 당연히 의사 개인이 분쟁에 대한 책임을 진다. 연수 평점이 해결하거나 처벌을 감면해 주지 않는다는 소리다.외과는 내과에서 전원한 환자를 수술하는 것은 물론, 위대장내시경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천공 손상 환자들도 치료한다. 외과와 내과는, 내외과 구분에 앞서, 동료이고 동지인 것이다.외과 단체와 가정의학과 단체가 '자신들이 시행하는 내시경 교육에 대한 검진기관 평가 평점 부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이를 독점했다는 이유로 내과 단체가 여전히 '독점'을 외치면서 의사 동료들 간 단합을 해치는 언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치계와 관료들로부터 의료계가 내내 공격받는 상황에서 '동지끼리의 내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내시경을 하려는 의사들은 스스로를 위해, 환자를 위해, 건강검진 평점을 받기 위해서 내시경 연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럼에도, '내과 단체에서만' 시행하는 내시경 연수강좌를 수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부의 욕심일 뿐이라고 본다.
2025-04-21 05:00:00이슈칼럼

일차의료 혁신, Winter is coming

[메디칼타임즈=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위원장 ]2편에서는 의료개혁 정책에서 병원급 의료기관, 즉 2차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 방향을 알아보았다. 용두사미와 같은 전체 의료비 재정의 대부분을 상급종합병원에 몰아놓고, 그의 반도 되지 않는 재정을 종합병원, 그것도 일정 규모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곳에만 투입한다.앞서 지적했듯이 국가 재정으로 추가로 투입되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대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을 재분배하는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투입하는 재정은 결국 일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서 조달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의료개혁 정책이 어떻게 일차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재정 분율을 줄일 것인지 알아보자.#일차 의료 의원 육성 및 특정 과목 의원 질 관리 강화정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전문 진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의사의 대부분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연히 일차 의료기관에서는 개설 의사의 전문과목 진료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덕분에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매우 손쉽게 전문의에 의한 양질의 고급 의료를 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국민 건강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국민들이 최소한 자신의 증상을 가지고 각 전문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설사 질환과 연관 없는 의원을 방문했다 하더라도 즉시 다른 의료기관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하지만 정부는 일차 의료기관의 전문 진료를 불필요한 과잉 의료를 공급하여 의료비를 폭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의료개혁을 발표하기 전 박민수 차관이 '전공의와의 대화'라는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분명히 밝혔다.의료개혁 정책은 일차 의료기관의 전문의료 공급을 줄이고, 다른 국가들의 일차 의료처럼 예방, 건강관리, 만성질환 및 복합질환에 대한 유지치료 관리 등 일반 진료를 공급하도록 바꾸려고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전문의료 공급을 줄여서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종합병원 지원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1] 통합, 지속적 건강관리 중심의 일차 의료 의원 육성1) 일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질환 단순 관리가 아닌, 환자 중심으로 지속적 주치의 진료를 제공하고, 건강 개선 결과 등에 성과를 보상한다.A. 일차 의료 수요 및 수행 가능성 높은 지역 중심으로 우선 추진B. 서비스 질, 환자 만족도 향상과 의원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혁신적 지불 + 추가 성과 보상 → 세부 방안은 의료계와 함께 설계2) 지원 거버넌스일차 의료 서비스 질 제고 및 환자 만족도 향상을 위해 병원, 지역의사회 등 연계 지원 기능 강화3) 전문 인력 양성의사, 간호인력, 약사 등이 양질의 일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마련 및 주기적 교육 지원4) 기존 사업 정비일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장애인 등 각종 주치의 제도 등 기존 사업 평가를 거쳐, 성과 보상 기전 강화 등 개선 방안 도출→ 일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은 지불 제도 개편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조정하여 공급자의 공급 행태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이에 대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이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시범사업 없이 바로 적용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은 '시범사업'을 붙여 전체가 아닌 수행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그 대상을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시범사업의 경우 보상 수준을 높게 책정하고, 성과 평가를 후한 점수를 주는 등 적극적으로 정책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하지만 본 사업이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시작되고 나면, 보상 수준은 '적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줄어들게 되고, 성과 평가는 좋은 점수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트집잡기 식으로 감점에 주력한다. 이러한 정책 도입과정을 한두 번 겪어보았어야 정부에 대한 신뢰나 기대를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의료 공급자들은 이런 식의 길들이기 정책 도입을 수차례 겪었다.[2] 의원급 구조 전환 통해 진료 질 담보1) 기능: 의원급 기능을 '일차 의료'와 '특정 과목 진료'로 구분의원의 수술 및 입원 진료 질 확보, 질 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 다빈도 주요 수술 34개 약 207만 건(2022년) 중 의원(38.1%), 종합병원(22.3%), 상급종합병원(20.1%), 병원(19.5%) 순 / 2018~2022년 5년간 증가율은 의원 4%, 종병 3%, 상종 2%, 병원 0.1% 증가 순2) 정보 제공: 의원의 전문의 및 전문과목 등 정확한 정보 제공-표시 강화전문의 진료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전문의, 일반의 여부, 전문과목 표시제 개선-정보 포털전문의 여부, 경력 등 인력 관련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정보공개 포털 구축→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능을 일차 의료와 특정과목 전문진료로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현 의료체계에서는 무의미하다. 환자가 자율적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부분을 나누는 것은 의료 이용 행태에 영향을 줄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러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이유는 이 의료개혁 정책이 '총 의료비 증가 억제'에 그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를 소비하는 환자에게 의료 이용 행태를 바꿀 수 있는 제도를 적용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의료를 공급하는 의료기관에게 의료 공급 행태를 바꾸면 가능하다. 다빈도 혹은 고보상 의료행위에 대하여 공급을 줄이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해당 수가를 내리는 것이다.시장경제는 공급하는 재화의 판매 가격을 공급에 필요한 비용보다 낮춰버리면 자연히 공급을 줄이거나 하지 않게 된다.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인 수가를 결정할 권한이 건정심에 있기 때문에 이에 공급자는 저항할 수 없다.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던지, 아니면 공급을 하지 않는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강요된다.일반 진료를 공급하는 의원과 특정과목 전문진료를 공급하는 의원 중 의료 소비자인 환자는 대부분 특정과목 전문진료를 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원에 방문을 한다 하여도 공급자가 전문진료를 위한 검사(검체 검사나 영상 검사 등)를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수가가 책정된다면 전문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문진과 진찰을 통한 일반 진료 후 검사가 필요하다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하도록 유도되는 설계이다. 의원급에서 가능하던 검사들이 제공되지 않으면 환자들의 불만은 생길 수 있겠지만, 그러한 비난은 정책을 설계한 정부가 아닌 의료 공급자인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이 될 것이다.의료개혁 정책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을 대상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필자는 처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이 발표된 시점부터 수차례 지적해왔던 부분이다. 건보 재정을 순증하지 않고, 그렇다고 정부 지원 재정을 확보한 것도 아닌데 수조 원의 '지원'이라는 사업들을 내어놓았다.결국 건보 재정 내에서 각급 의료기관 간의 재정 투입 분율이 조정된다는 것이다. 전체 투입 재정 중 극히 일부분만 국가 재정이 투입되더라도 '지원'이라고 과대포장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재정 투입'이라고 표현한다. 의료 분야에서 국민을 상대로 기만하고 있는 정부다.국민들로부터 조세가 아닌 건강보험료를 받아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국가 의료를 운영하고 있고, 그 건강보험의 운영과 관리 권한을 놓지 않기 위해 투입하는 국가 재정인 국고보조금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된 보조금의 일부만 투입하고 있다.필자의 설명이 25년간의 건강보험의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은 수차례 받았다.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가 있기 때문에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검사나 전문진료 영역의 수가를 낮출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1년 전 수가협상에서 통과된 '(행위)유형별 환산지수 차등적용'이었다. 아직도 이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적용을 '의료기관 종별 차등적용'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건보공단 측이 '행위'를 빼고 '유형별'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오인하여 관심 밖에 두도록 하는 것이다. 진료, 검체검사, 영상, 수술, 입원, 처치 등 각 행위유형에 대하여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여 수가 협상을 하고, 이는 전체 건보 재정 내에서 조정을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상대가치점수로 인해 조정이 불가능했던 행위유형별 수가 조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이제 정부는 매년 상급종합병원 3조, 종합병원 8000억, 총 3조 8000억 원 상당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에 얼마가 책정되었던가? 그 차액이 바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가져와야만 하는 재정이다. 2023년과 2024년 건강보험료는 인상되지 않고 동결되었다. 봄은 왔지만, Winter is coming.
2025-04-18 09:21:58이슈칼럼

의개특위의 2차 병원 육성안을 환영한다

[메디칼타임즈=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 ]수십 년 전, 그러니까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니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의 우리 동네에는 큰 병원이 둘이나 있었다. 큰 병원이라고 했지만 실은 200병상도 안 된 준종합병원이다. 지금은 작은 병원으로 보지만 그 옛날에는 우리 동네의 대학병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아프면 두 병원 중 한 곳을 갔다. 어지간한 외과 수술, 정형외과 수술은 그렇게 동네 병원서 해결했다. 의당 그런 줄 알았고,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치료들 받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아버지가 동네 병원을 거쳐서 시내의 아주 큰 병원에 입원하셨다. 대학병원은 아니었는데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했다. 지금 같으면 대학병원으로 옮기자느니 다른 병원을 가 보자느니 했을 텐데 절망의 순간에서도 그런 논란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살던 그 동네에는 그렇게 신뢰받던 병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환자들이 어지간한 병으로도 대학병원으로 몰리고 2차 병원이 외면받으면서 수십 년의 세월 속에 가까운 곳의 2차 종합병원들은 이런 식으로 상당수가 사라졌다.  정부의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는 앞서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개혁을 천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질환만을 진료하라는 것인데,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두 가지 주장이 있는데 하나는 중증 질환이 아닌 중등도의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환자 가운데 소위 말하는 돈이 안 되는(?) 필수의료 분야의 환자들을 전원할 2차 병원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교육 수련을 위해서 중증 질환만을 진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는 중증과 함께 경증 질환도 치료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 두 가지 주장 가운데 교육 수련의 필요성 부분은 향후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운용시스템의 변화가 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문제인 원활한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의 협업 시스템은 현재 상태로는 요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의 중등도 질환을 해결할만한 2차 병원이 대부분 절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개혁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정책으로 생각했는데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 2차 종합병원의 전면적인 보강을 천명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라 할 것이다. 즉 정부안에 따르면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이라는 목표하에 포괄적 진료역량 갖추고, 응급 등 필수기능 수행하는 종합병원 거점화하여 지역 의료수요 대부분 대응이 가능토록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역병원 필수기능 강화 지원책에 투여되는 지원금은 3년간 2.3조 원으로 책정되었다고도 한다. 구체적인 안으로 들어가 보면 1) 지역 2차 병원이 기능에 맞추어 역량 강화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 2) 포괄적 진료 + 응급 등 필수기능 수행하는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3년간 2조 원), 3) 심뇌, 소아, 분만, 암, 화상, 수지 접합 등 필수특화 기능 지원(연간 1천억 원), 4) 지역의료 지도에 기반한 지역수가 본격 도입 기반 확립 등이 그것이다.진료 전달 체계상 우리 의료는 허리가 잘려나간 지 오래다. 하부인 1차 의료는 광범위하고 최상의 3차 상급종합병원은 비대한 반면, 허리에 해당하는 2차 병원은 개미허리 수준으로 잘린 것이다. 즉, 환자가 1차에서 3차로 점핑하면서 정상적인 진료 전달 체계는 붕괴된 지 오래고 이것이 우리 의료를 왜곡시켜온 바 의료개혁을 통해 정상적인 전달 체계를 확립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일에 순서가 있는 것인데, 너무 의욕이 앞서서 단박에 모든 것을 정상화하려 한다면 오히려 역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혁에 있어서도 2차 종합병원의 정상화와 육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개혁을 천명했으면 시장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2차 개혁안에 2차 종합병원의 육성책이 있다는 것은 환영하고 볼 일이다. 
2025-04-07 05:00:00이슈칼럼

2차 의료개혁 '의료멸망'인 이유

[메디칼타임즈=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위원장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알아보기 [2] – 실행방안I. 역량 있고 신뢰받는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1)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그 중심에 두고 있었다. 2차 실행방안은 그 후속조치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병원과 의원 즉, 2차-1차 의료기관의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려고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의료기관 구조 전환을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함께 '지역의료 살리기'까지 가능한 정책 실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지난 1년간 의료개혁 정책이 제시되고 추진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의료환경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1차 실행방안으로 전체 상급종합병원이 구조 전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재, 어떤 정책으로 1차, 2차 의료기관에 영향을 주어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의료공급 체계의 구조 전환에 대한 설명을 보면 결국 공급자의 의료공급 체계를 바꾸어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의료 이용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의료 이용체계의 정상화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지역 내 대부분의 의료수요를 해결하는 지역완결형 의료공급을 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건강관리를 통해 질병의 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1년 전 필수의료정책패키지가 제시되었을 때 1차 의료기관인 의원들로 하여금 전문의료를 포기하고 일반진료만을 하도록 강요되는 정책일 것으로 지적되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건강관리와 예방 기능을 하는 것을 의원급 의료기관의 주기능이라고 제시하고 있다.[지역의료 및 의료전달체계 재건 방향]뒤에서 다시 각론으로 나올 부분이지만 딱 하나만 짚고 넘어가면 된다. 상급종합병원에 투입되는 재정은 3년간 10조, 병원급에 투입되는 재정은 3년간 2조 3천억, 의원급은 별도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지원'이라고 되어 있지만 정부에서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서 투입하지는 않는다. 즉, 건강보험 재정의 배분을 조정하는 것인데 한쪽으로 재정이 지원이 된다면 어딘가는 줄어든다. 그곳은 바로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이다. 관련 정책은 지불제도 개편에서 예고되어 있다.[1] 지역 병원급 의료기관 구조 전환1. 2차 병원 역량 강화 추진 방향매우 이상적인 모식도이고 육성 방향이지만, 이 의료공급-이용 체계는 대한민국 의료가 망가지기 전에 정립되어야 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의료문제는 지역에서도 해결될 수 있었다. 지역의료의 공백이 발생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환자가 지역에 없기 때문이다.수요가 적다면 동일한 보상으로 운영되는 제도에서는 정상적인 의료가 공급되지 못한다. 정부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 단순히 '의사'라는 공급원만 늘려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 방향성을 저렇다고 치고, 세부방안으로 어떻게 실현시킬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2. 지역 포괄 2차 진료 및 필수 기능 강화(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포괄 2차 종합병원이란?상급종합병원과 협력하여 지역의 대부분 의료문제 해결 가능한 포괄성을 갖추고, 입원 중심의 중등도 수준 진료역량을 갖춘 종합병원 약 1700여 개의 2차 의료기관 병원 및 종합병원들 중 병원급을 제외하고, 전체 종합병원 중 58.2%에 해당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 숫자는 약 190여 개소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즉, 47개의 상급종합병원에 190여 개의 종합병원을 묶는 형태의 의료공급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중환자 치료 협력체계'로 연계되는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게 되지만, 달리 보면, 지역 내에서 종속체계로 완성된다. 독립된 민간 의료기관들이 지불제도와 의료전달체계에 의해 강제적으로 모자병원이 된다는 것이다.게다가 상급종합병원으로부터 받은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수준의 의료를 제공해야 하고, 24시간 진료기능을 갖추어야 하며, 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역할 등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 앞에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제시했던 모든 역할을 다 떠안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연 어느 정도의 지원(인센티브)를 줄 것인지를 보면 성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예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재건 방향(표)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3년간 2조 원, 연간 6600억 원을 투입한다. 위에 언급된 지정 수행 가능한 종합병원 190개소가 참여한다면 연간 35억, 그 절반만 참여한다면 70억 원이 투입되는 정책이다. 과연 연 70억 투입으로 위에 언급되어 있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병원의 의료공급 구조를 전환할 수 있을까?추가 투입되는 인력을 고용하는 데도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수도권 지역에서는 인력 수급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방에서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의사 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지역과 분야에 따라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추가 가산을 통해 보완을 한다는 단서를 달아 두기는 했지만, 이는 지원 재정 총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감액된다.여기까지 '돈'과 관련된 얘기를 읽다 보면 지원 재정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의료행위를 통해 들어오는 수가 보상이 있지 않는가?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가 이러한 지원, 재정투입 발표를 하면 쌈짓돈을 의료기관에 주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데 실상은 지원 금액 모두 수가에 포함되어 지급된다.즉, 위에 언급된 수많은 항목들의 보상 강화, 가산 등을 합친 것이 지원 재정 총액이다. 다시 말하면, 병원급 의료기관이 이 정책을 시행하여 얻을 수 있는 부가 이익은 정해져 있다.표면적으로 보자면 2차 의료기관의 역할과 구조 전환 지원책은 매우 적은 재정을 투입하면서 정부가 고민했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모두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 지금까지 왜 대한민국 의료가 왜곡되어 왔는지 역설적으로 증빙하는 정책이다.응급의료부터 필수의료 24시간 공급, 지역종결형 의료. 이러한 것들을 다 하라고 하면서 이에 대한 보상은 사막에 생수 한 통 붓는 정도이다. 정부가 지적한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라고 하면서 전체 건보재정의 1%도 쓰지 않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정책 실현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3. 지역 2차 병원의 필수진료 특화 기능 지원(필수특화 기능 지정)'필수특화 기능 보상' 도입을 제시하면서 이와 같은 필수 의료분야에 지원을 강화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앞선 '포괄 2차 종합병원'과 마찬가지로 턱없이 작은 재정 규모를 제시한다. 3년간 3천억 원, 연간 1천억 원 재정투입을 제시하였다. 포괄 2차 종합병원이 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필수 의료 중 어느 한 분야만 중점적으로 공급을 한다면 이에 대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인데, 단지 연간 1천억 원이다. 전체 건보재정의 0.1% 수준이다.앞선 포괄 2차 종합병원에 포함되지 않아 재정 투입에서 소외되는 병원들에게 '전부 다 못하겠다면, 하나라도 좀 해봐'라는 식의 보완책이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없다. 저 재정 투입 규모로는 언론에 내보낼 극소수 병원들 외에는 저런 의료공급은 불가능하다.4. 아급성 기능 확립1)기능 정립: 중증 수술 등 퇴원 후 재활, 회복 필요 환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단계별 아급성 기능 강화→ 중증 수술 후 퇴원이 어려워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책인데, 이는 앞의 2개 형태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달리 설명하자면, 수술이나 급성 중증 질환 환자를 받는 데 병상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 심평원 기준으로 14일 이상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심사 및 삭감의 대상이 되는데, 이러한 환자들을 전원시켜 중증 질환을 보지 않는 의료기관에 몰아 넣는 의료공급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2) 환자 연계: 병원 회송, 퇴원 후 재택관리 등 기능에 적합한 후속 관리가 가능하도록 연계 강화 (퇴원 후 환자 관리 수가 사업 활성화를 위한 개편 검토)→ 중증 질환이나 급성기 상태를 호전시킨 후 병상 회전율을 확보하기 위해 아급성기 병원으로 전원을 시켜 환자 연계를 하는 것이다. 다만 설명에 나와 있듯, 퇴원 후 관리 수가를 개편하는데 이를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정부의 화법을 따르자면, 이에 대한 수가 보상은 없을 것이다.3)지원 체계: 병원별 아급성 기능 확립에 따른 수가 개선→ 앞에 나왔던 사업이나 실행방안에서는 분명한 투입 재정의 규모를 제시하고 있으나 여기서부터는 별다른 재정 규모가 제시되지 않는다. 이것은 준비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고, 결국 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을 마련할 방법이 현재까지는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원 및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아급성 기능 기관으로 구조 전환을 추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것은 1300여 개의 병원급 의료기관 중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나 지역완결형 의료를 공급하지 못하는 곳에 대하여 이 사업 정책이라도 따르지 않으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책을 이용한 협박'을 하는 것이다.5. 지역 2차 병원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1)환산지수 개선: 병원이 의원보다 낮은 보상을 받는 환산지수 역전 현상을 개선→ 병원과 의원 사이의 환산지수가 역전된 이유는 의원급과 병원급 수가협상에서 환산지수 인상폭이 장기간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의원급은 23%가량의 수가 인상을 받아왔지만, 병원급은 말도 안 되는 12%조차 되지 않는 인상에 합의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즉, 병원급 수가 협상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고 환산지수라는 건강보험 수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가 이외의 다른 부분(지원금이나 기타 시범사업 등)에서 이를 보전하려고 해왔던 것이다.→ 이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병원급 수가를 올려서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의원급 수가를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낮추어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다.환산지수 계약 시 비급여 포함 총진료비 증가율을 고려하는 방안 검토→ 의료개혁 정책의 본래 목적을 밝힌 것이다. 비급여 포함 총진료비라 함은 급여와 비급여 영역을 모두 포함한 총의료비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비급여는 사인 간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의료공급과 소비 행태인데, 국가가 이 영역의 경제규모를 고려해서 급여 영역의 재정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환산지수에 반영하는 것이다.2)불요불급 규제 개선: 규제를 병원별 기능 수행에 적합하도록 개선→ 보통 규제를 개선한다고 하면 '완화'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차 실행방안에서 제시하는 규제 개선은 '완화'가 아닌 '개편을 통한 강제 같은 유도'이다. 즉,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인력 배치나 진료과목 설치 등과 같은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을 앞서 언급한 3가지 형태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기능에 맞게 재설정한다는 것이다. 이 '규제 개선'이 이루어지면 그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강제적인 구조 전환을 해야 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는 것이다.병원급 의료기관, 2차 의료기관의 구조 개편 정책의 결론은 한마디로 "적은 재정을 투입하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라고 볼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3000개 이상의 병상을 줄였고, 중증과 희귀질환에 역점을 둔 기능으로 구조 전환을 하였다. 이로 인해 상종에서 줄이거나 더 이상 하지 않는 분야의 의료공급을 2차 의료기관에서 담당해야 한다.그러나, 이미 상급종합병원에 과한 재정 투입을 약속해버렸고, 이를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건보재정 내에서 2차 의료기관의 기능 구조 전환에 지원할 재정으로 끌어올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료에서 보상과 지원을 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을 끌고 가는 방법은 결국 규제로 갈 수밖에 없다.각 급 병원들로 하여금 기능을 부여하고 그에 맞춘 인력, 시설 등을 갖추게 강제하여 따라오는 병원에는 보상과 지원금을 주고, 그렇지 않고 따르지 못하는 병원들은 자연히 도태되도록 하겠다는 실행방안이다.<필자의 사견>1차 실행방안에 비해 2차 실행방안에서는 재정투입 규모가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더 이상 끌어올 재정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아젠다만 던져졌던 작년 2월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1차 실행방안에서는 의외로 견고하게 잘 설계하였고, 뒷받침할 재정계획도 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2차 실행방안부터는 대상 의료기관이 급격히 늘어나며, 공급되어야 할 의료의 양도 상당히 많은 것을 감안하면, 연착륙이 가능한 정책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종합병원이나 병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보상기전은 뚜렷하지 않고, 게다가 보상의 총 크기마저 실망을 넘어 참혹할 만큼 규모가 작다. 어찌 보면, 이번 2차 실행방안은 지난 1년간 정책적으로 틈을 보이지 않던 의료개혁 정책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차 실행방안의 연착륙을 위해 시행하고 제시한 선심성 정책들로 인해 나머지 2차, 3차 실행방안을 추진할 재원도 부족하고, 심지어 그 정책의 Detail마저 심각하게 떨어진다.이 2차 실행방안의 핵심은 3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병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 실행방안의 정책 방향대로 따라오라는 것인데, 사실상 정책 방향대로는 의료기관이 운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어쩌면, 생각보다 이 의료개혁, 아니 의료멸망 정책의 끝이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2025-03-31 05:00:00이슈칼럼

젊은 의사들을 돌아오게 하라

[메디칼타임즈=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회장 ]대한민국 의료계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젊은 의사들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들의 휴학 투쟁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의료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지금의 상황이 과연 의료개혁으로 가는 길인지, 아니면 의료붕괴로 가는 길인지 우려스럽기만 하다.지금의 의료공백 사태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조금 비뚤어진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뿔 전체가 빠져서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계 전체의 반발을 불러오며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어떤 제도나 시스템이든 결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가 어떻게 시작되었든지 필요할 때 이를 개선해 가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가며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만약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없다면, 전체를 흔들어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반면, 시스템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어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혁"이라는 단어를 남발하여 단순히 개선의 과정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시스템 자체를 전복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는 오히려 혼란과 실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오랜 시간 개선을 통해 발전해왔다. 특히,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젊은 의사들의 헌신은 이러한 개선의 핵심이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이는 우리나라 국민과 의료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의 성과이다.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미국식 민영화 모델과 영국식 공공 모델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한 독특한 형태로,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며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의사 진료를 받는 횟수는 OECD 국가 평균의 2.5배, 언제든지 24시간 이내에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이 99%에 달한다.이러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가장 부러워한 나라가 미국이다. '오바마케어'를 추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극찬할 정도이다. 이러한 한국 의료 시스템의 성공 뒤에는 의사들의 희생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의료 수가를 받으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등 의료인들은 그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다.그러나 이러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 시스템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래가 없어진 전공의들은 종합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했던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몇몇 작은 불편함을 이유로 과장된 불만과 문제 제기로 흔들렸다. 슬로건으로만 떠돌던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은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의사 집단을 악마화하며 의료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는 데 그쳤다.소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젊은 의사들은 자신의 헌신이 어떻게 사회에서 평가받는지,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받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회가 의사들을 존경하던 시절의 이상은 무너졌고, 지금의 현실은 젊은 의료진들에게 냉혹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이는 많은 전공의에게 병원으로 돌아갈 이유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더 이상 폭력적인 노동 환경을 견디는 대신 적절한 대우를 요구할 자각을 심어주었다. 의사라는 직업이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사명감이 사라지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치러질 수밖에 없다.전공의들이 최저시급도 못 받는 환경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제는 그들의 가치를 알고, 적절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요구할 시점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만든 정부는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한 대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은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진정한 변화에 동참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의료 시스템의 지속적인 개선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소위 개혁의 대상이 될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 현재 젊은 의사들은 의료 환경 개선과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요구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정책을 강행한다면, 의료계와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고, 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해법은 단순하다. 정부는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전에 의료진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 개선책을 우선해야 한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 의료진의 근무 환경 개선, 그리고 의료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적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열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의료개혁은 반드시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은 개선이 아닌 의료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시작된 의료개혁은 의료 붕괴로 향하는 위험한 도박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돌아올 때 비로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
2025-03-25 10:28:19이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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