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M 시대의 지질관리
임상순환기학회 류재춘 고문·전 회장비만, 인슐린저항성,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만성콩팥병, 대사기능이상 지방간질환(MASLD), 심혈관질환은 진료과별로 나뉘어 보이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하나의 연속된 질병 경로를 이룬다. 미국심장협회(AHA)가 제시한 심혈관-신장-대사(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CKM) 증후군은 이러한 상호연결성을 체계화한 개념이다. 핵심은 심장, 신장, 대사질환이 상호작용하며 생애 전반에 걸쳐 위험을 누적시키므로, 임상질환이 발생한 뒤 개별 장기를 치료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대한임상순환기학회 심장대사의학연구회는 최근 심장대사증후군저널(Cardiometab Syndr J)에 발표한 종설 논문에서 CKM 질환 관리의 중요한 축으로 아포지단백질 B(apolipoprotein B, apoB) 중심의 지질평가를 제안했다. 이는 LDL-콜레스테롤(LDL-C)의 중요성을 낮추자는 주장이 아니라, LDL-C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죽상경화성 지단백질 부담을 보완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LDL-C는 LDL 입자 내 콜레스테롤 질량을 반영한다. 반면 apoB는 LDL, 중간밀도지단백질, 초저밀도지단백질 및 잔여지단백질 등 잠재적으로 죽상경화를 유발하는 지단백질 입자당 하나씩 존재하므로, 혈관벽에 침투할 수 있는 입자 수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동맥경화는 이러한 apoB 함유 지단백질이 내피 아래 공간으로 들어가 머무르고 축적되는 데서 시작되며, 뒤이어 산화·변형, 대식세포 활성화, 염증반응, 죽상판 형성과 진행이 이어진다.문제는 LDL-C와 apoB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만, 인슐린저항성, 제2형 당뇨병, 고중성지방혈증, 만성콩팥병, MASLD 환자에서는 작은 콜레스테롤 저부하 LDL 입자와 중성지방이 풍부한 잔여지단백질이 증가해 LDL-C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apoB가 상승하는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LDL-C만 보면 위험이 낮아 보이지만, 실제 혈관벽에 들어갈 수 있는 죽상경화 유발 입자 수는 많을 수 있다.최근 발표된 2026년 미국 ACC/AHA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임상적 필요성을 반영해 apoB의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 ASCVD, CKM 증후군, 제2형 당뇨병 또는 고중성지방혈증이 있으면서 LDL-C와 비-HDL-콜레스테롤(non-HDL-C) 목표를 달성한 환자에서 apoB 측정은 잔여 ASCVD 위험을 평가하고 치료 강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 전 환자에서도 위험평가를 정교화하거나 유전성 지질질환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apoB 측정을 고려할 수 있다.심장대사의학연구회는 AHA의 CKM 단계 0~4 분류를 참고해 국제 지질관리 원칙을 국내 진료에 적용할 수 있는 예시적 틀을 제시했다.위험인자는 있으나 장기손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는 LDL-C를 기저치 대비 35% 이상 낮추고 apoB를 90 mg/dL 미만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MASLD나 초기 장기손상이 동반된 단계에서는 LDL-C를 50% 이상 낮추고 70 mg/dL 미만으로 관리하며, apoB는 80 mg/dL 미만을 목표로 스타틴 치료를 강화하고 에제티미브 병용을 검토할 수 있다.잠재성 ASCVD 또는 B단계 심부전 환자에서는 apoB 65 mg/dL 미만을, 확진 ASCVD 또는 C단계 심부전 환자에서는 apoB 55 mg/dL 미만을 고려하는 고강도 치료전략이 제시됐다. 다만 이는 국제 권고의 원칙을 CKM 단계와 연결한 개념적·예시적 제안이며, 국내의 공식 CKM 단계별 apoB 치료목표는 아니다. 실제 처방은 국내 진료지침, 환자의 절대 위험도, 동반질환, 치료 반응, 약제 접근성을 바탕으로 개별화해야 한다.국내 일차의료 현장에서는 apoB 검사 접근성과 비용 문제가 여전히 장벽이다. apoB 검사가 가능하지 않거나 비급여 부담이 큰 경우, 비-HDL-C는 유용한 대안이다. 비-HDL-C는 총콜레스테롤에서 HDL-C를 뺀 값으로, LDL-C뿐 아니라 중성지방이 풍부한 잔여지단백질에 포함된 콜레스테롤까지 반영한다. 특히 고중성지방혈증과 대사이상이 동반된 환자에서 LDL-C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CKM 관리의 목표는 단일 지질수치의 단기적 정상화가 아니다. 경미한 알부민뇨도 전신 혈관·대사 손상의 신호로 평가하고, 혈압, 체중, 혈당, 지질, 신장기능을 지속적으로 함께 관리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심장과 신장 보호효과가 확인된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조기 활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결국 CKM 시대의 일차의료는 위험인자를 나열하는 진료가 아니라, 위험 노출의 궤적을 바꾸는 진료여야 한다. LDL-C 중심 치료의 확고한 근거 위에 apoB 또는 비-HDL-C를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면, 대사이상 환자에서 실제 죽상경화성 지단백질 부담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적 타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차의료가 진료 연속성을 바탕으로 CKM 통합관리의 중심 플랫폼 역할을 할 때, 심혈관사건과 장기손상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