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넘어 심실빈맥까지…펄스장 대전 2라운드 돌입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펄스장 절제술(PFA)이 심방세동을 넘어 심실빈맥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심방세동(AF)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던 기술이 보다 고난도 부정맥 치료 영역까지 진입하면서 글로벌 기업 간 경쟁 구도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는 것.선구자는 메드트로닉(Medtronic)으로 스피어-9(Sphere-9) 카테터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기기 지정을 받으며 심실빈맥(VT) 펄스장 시대를 열었다.심실빈맥으로 적응증 넓히는 PFA…메드트로닉 혁신 기기 지정27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FDA가 메드트로닉의 스피어-9 카테터를 지속성 단형 심실빈맥 치료를 위한 혁신기기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PFA 시스템이 심방세동을 넘어 심실빈맥 분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메드트로닉 스피어-9기기 AI 생성.또한 동시에 미국 확증 임상시험을 위한 임상시험용 의료기기 면제(IDE)도 승인하면서 본격적인 적응증 확대의 길이 열렸다.이번 지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스피어-9이 이미 심방세동 치료에서 허가된 PFA 플랫폼이라는 점이다.이 기기는 어페라(Affera) 매핑 및 절제 시스템과 함께 사용되는 카테터로 고해상도 심장 매핑과 펄스장 절제, 고주파 절제를 하나의 카테터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앞서 FDA는 2024년 스피어-9과 어페라 시스템을 약물 불응성 지속성 심방세동 및 일부 심방조동 치료용으로 승인한 바 있다.스피어-9가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매핑과 절제를 하나로 묶었다는 점이다.기존 부정맥 시술에서는 심장 내 전기신호를 파악하기 위한 매핑 카테터와 병변을 제거하는 절제 카테터가 별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진은 먼저 심장 전기 지도를 만들고, 이후 절제 카테터로 바꿔 병변 부위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시술을 진행해 왔다.하지만 스피어-9은 9mm 격자형 팁을 기반으로 고해상도 매핑과 절제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펄스장 절제와 고주파 절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병변 위치와 조직 특성에 따라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펄스장 절제는 짧고 강한 전기장을 이용해 심장 세포에 선택적으로 손상을 주는 기술이다. 기존 고주파나 냉동절제와 달리 열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방세동 치료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반면 고주파 절제는 오랜 기간 축적된 임상 경험이 강점이다.스피어-9은 이 두 에너지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의료진에게 치료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히 PFA 카테터 하나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매핑과 절제, 에너지 선택권을 통합한 시술 플랫폼에 가깝다.메드트로닉이 스피어-9의 다음 적응증으로 심실빈맥을 겨냥한 것도 의미가 크다.심실빈맥은 심장의 아래쪽 방인 심실에서 비정상적으로 빠른 전기신호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흉터 조직과 연관된 지속성 단형 심실빈맥은 구조적 심질환 환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급성 악화 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문제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심방세동에 비해 병변 위치가 다양하고, 심장 근육이 두꺼우며 흉터 조직 안팎에 복잡한 전기 회로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확한 매핑과 충분한 병변 형성이 동시에 요구된다.기존 고주파 절제는 심실빈맥 치료의 주요 방식이지만, 병변 깊이와 범위, 시술 시간, 재발 가능성 등에서 여전히 한계가 지적돼 왔다. 펄스장 절제가 심실빈맥 영역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열이 아닌 전기장 기반으로 조직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심실빈맥 절제 가능성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심실 조직에서 PFA가 어느 정도 깊이와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실제 재발률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는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다.임상 데이터로 가능성 확인…보스톤사이언티픽 등과 경쟁 심화그런 의미에서 이번 혁신기기 지정의 기반이 된 초기 임상 데이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FDA 승인에 앞서 메드트로닉은 현지시각으로 26일 막을 내린 심장리듬학회 연례회의(HRS 2026)에서 지속성 단형 심실빈맥 환자를 대상으로 한 스피어-9 초기 가능성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중간 분석 결과 6개월 시점에서 심실빈맥 재발이 없는 환자 비율은 65.5%로 나타났다.이는 아직 초기 단계의 결과이지만, 심실빈맥처럼 재발률이 높고 치료 난도가 큰 질환에서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번 결과는 스피어-9이 심방세동 치료에 그치지 않고 보다 복잡한 부정맥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다만 이 결과를 상업적 성공으로 바로 연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6개월 무재발 65.5%라는 수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재발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결국 향후 확증 임상에서 더 긴 추적 기간과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일관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메드트로닉도 이를 의식한 듯 미국 확증 임상을 통해 스피어-9의 심실빈맥 적응증을 본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현재 스피어-9은 심실빈맥 치료용으로는 어느 지역에서도 승인되지 않은 상태다.메드트로닉의 이번 움직임은 PFA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와 맞물려 있다.최근 부정맥 치료 시장은 빠르게 PFA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보스톤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이 파라펄스(FARAPULSE)를 앞세워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도 바리펄스(VARIPULSE)와 카르토(CARTO) 매핑 플랫폼을 결합해 시술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메드트로닉은 펄스셀렉트(PulseSelect)와 어페라-스피어-9 조합을 통해 두 개의 PFA 축을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이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단순히 PFA 에너지를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병변을 찾고, 얼마나 빠르게 시술하고, 얼마나 다양한 부정맥에 적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메드트로닉이 스피어-9을 심실빈맥으로 확장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방세동 시장만 놓고 보면 이미 주요 기업들이 모두 PFA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경쟁은 더 복잡한 질환, 더 넓은 적응증, 더 완성도 높은 플랫폼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스피어-9은 매핑과 절제, 펄스장과 고주파를 하나로 묶은 기기라는 점에서 이 경쟁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심실빈맥처럼 정확한 병변 식별과 에너지 선택이 중요한 질환에서는 이러한 통합성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메드트로닉의 차별점은 PFA를 단일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묶고 있다는 데 있다.보스톤사이언티픽의 파라펄스는 빠른 시장 확산과 사용 경험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심방세동 치료 시장에서 이미 강한 존재감을 확보했고 좌심방이 폐쇄 기기인 워치맨(WATCHMAN)과 함께 심방세동 환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존슨앤존슨은 카르토 매핑 플랫폼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바리펄스와 카르토를 결합해 매핑, 영상, 절제를 하나의 전기생리 워크플로우로 묶으려는 전략이다.최근에는 AI 기반 심장 초음파 매핑 모듈인 카르토사운드 소나타(CARTOSOUND SONATA)까지 공개하며 보스톤사이언틱과 메드트로닉을 맹추격하고 있다.반면 메드트로닉은 두 갈래 전략이다. 펄스셀렉트로는 폐정맥 격리 중심의 비교적 표준화된 PFA 시술을 공략하고, 어페라와 스피어-9으로는 매핑과 복합 절제가 필요한 영역을 겨냥한다. 여기에 심실빈맥까지 적응증을 넓히면 단순 심방세동 기업이 아니라 부정맥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즉 경쟁사들이 각각 속도와 생태계, 매핑 플랫폼을 무기로 내세우는 가운데, 메드트로닉은 적응증 확장과 에너지 선택권, 통합 카테터라는 조합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메드트로닉 관계자는 "이번 임상은 스피어-9이 다양한 부정맥 치료에 얼마나 다재다능한 역할을 하는지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부정맥 치료 분야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