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AI와 3류 인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다양한 컨벤션, 전시회를 취재하면서 'AI 천하'를 실감한다. 의료기기 전시회든, 의학 관련 학술대회든 '인공지능'이란 키워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행사의 성격이나 주제 등 겉보기만 다를 뿐 어떤 형태로든 인공지능이 주인공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흥미로운 건 현실 세계 곳곳에 AI가 도입, 활용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과연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F 2026)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봤다.진단이나 치료에서 주로 사용될 것이란 인식과 달리 AI는 실로 광범위한 임상 영역에서 활용된다. 전시장 곳곳을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는가 하면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한 가정용 AI 호스피스 서비스도 개발됐다. 호스피스 AI는 태블릿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면 AI 간호사가 등장, 환자의 평소 상태와 의료진이 퇴원 시 설정한 처방 범위 등을 바탕으로 대응 방법을 안내한다.응급실의 접수와 초진 사이 공백을 줄이는 AI 문진·환자분류 솔루션은 물론 간호사를 위한 AI 스케쥴러도 개발됐다. 간호사의 근무 선호도와 역량, 필요한 인력 등을 설정하면 AI가 근무표를 생성한다. AI 근무표 도입 이후 조사 결과 근무표 작성 시간은 43%, 작성 부담은 74.5% 감소했고 근무가 공정하다는 인식은 65%로 나타났다.AI 음성인식 기술로 실시간 간호기록을 입력·인증·저장하는 전자간호기록 서비스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서비스 도입 후 인식 설문 결과 환자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이를 사용한다는 비율이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사용한다는 응답에 두배에 달했다.초기에 업무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위해 AI 서비스가 도입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AI가 수고로움을 대신해준 덕택에 간호 시간이 늘어났고 이는 다시 환자 안전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는 게 사용자들의 전언이다.AI가 인간의 일을 빼앗는 게 아니라, 인간이 남긴 경험을 보존하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의료원의 RAG 챗봇은 선임 간호사의 노하우를 AI에 담았다. 후배 간호사가 궁금한 것을 묻으면 AI가 축적된 현장 지식을 찾아준다. 사람을 밀어내는 AI가 아니라, 사람의 경험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AI다.적어도 임상 현장에서 만큼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하기 힘들어 방치됐거나 인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했던 영역, 개인의 희생과 열정에만 의존해야 했던 그런 빈틈을 채우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AI 사용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것. 오히려 AI가 인간의 개입이 필요했던 빈틈들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다운,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그런 의미에서 AI를 바라보는 관점과 방향은 다소 수정될 필요가 있다.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두고 논쟁이 지속되는 사이에도 병원 내 태움 문화 등 일자리를 떠나게 만드는 건 오히려 '인간'이었던 사례를 수도 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인간을 도구로 보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 기계적인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괴롭힘으로 누군가는 공황장애를 앓았고, 누군가는 항우울제까지 먹으며 버텼다는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3류 인간들에 의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례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어쩌면 AI 시대의 진짜 경쟁자는 AI가 아닐지도 모른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AI가 아니라, 인간의 자리에서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인간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다소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AI 시대에 비인간적인, 너무나 기계적인 인간들을 어찌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