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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와 흔들리는 학문 생태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물리법칙처럼 사회적 인풋은 아웃풋을 낳는다. 변화는 처음엔 미미하다. 그러나 방향성이 한 번 정해지면, 그 궤적은 의외로 멀리 간다.요즘 번화가 1층 상가 자리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임대 문의' 안내문에서 그런 변화를 읽는다. 안내문은 단지 한두 장의 종이가 아니다. 임대라는 글자 뒤에는 변화의 누적이 있었다는 뜻이다. 불패 신화로 대표되는 부동산 광풍, 과잉 유동성, 인플레이션,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그렇게 소비 여력이 증발하면서 이같은 결과물이 나온 것.이런 기시감을 의료계의 의정 갈등을 보면서도 느끼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전공의 집단 사직이라는 전례 없는 파장을 낳았고, 지금 그 여파가 서서히 의료계의 저변을 갉아먹고 있다.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여파가 어떤 에너지로 응축되고 있음을 느낀다. 파열음은 실제 학술대회 현장이나 학회 운영진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교수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당직을 서느라 물리적인 연구 시간이 줄었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들린다.연구 시간의 감소는 논문 투고량의 감소, 승인된 논문량 감소 등 실제적인 변화를 몰고 온다. 연구의 양적 하락은 질적 하락을 몰고 온다. 데미지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누적되면 결국 어떤 양상으로 나타난다.걱정스러운 건 지금도 대중들은 "병원 잘 돌아가잖아? 별다른 문제없이 수술도 되잖아?"와 같은 관점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변화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누적된 변화를 실감할 때는 늦는다. 세계 최저 저출산, 인구절벽, 지방 소멸에 내몰린 한국 사회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 JKMS 유진홍 편집장은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의학 연구 부흥: 복원 로드맵'을 제시하며 무너진 학문 생태계의 복원이 아닌 '재건'을 외쳤다. 무너진 학문 생태계는 단순한 시간 경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판단. 단지 시간만 주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학문 생태계의 자생력이 손상됐다는 표현이다.실제로 그가 KAMS 학술지 이사들과의 소통 결과, 의학 저널 투고 수가 평균 2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사라졌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무너졌다. 이를 단순한 수치의 하락이 아니라, 한국 의학의 중장기 미래를 갉아먹는 구조적 붕괴라고 읽는다면 그 누적된 에너지가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생물학자이자 해양생태학자였던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생태계의 연쇄적 구조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살충제가 누적돼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새들이 울지 않는 봄, 즉 '침묵의 봄'이 찾아올 수 있다고 표현했다. 변화는 처음엔 미미하지만 방향성이 한 번 정해지면, 그 궤적은 의외로 멀리 간다. 의료계는 연구 생태계의 붕괴 초입에 섰다. 
2025-04-28 05:00:00기자수첩

백기든 의대증원, 또다시 '자살골' 넣는 정부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가 20년 만에 시도한 의과대학 증원 정책이 1년 만에 백기를 들고 막을 내렸다.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총 1만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 이후,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개혁정책은 자연스레 추진력을 잃게 됐다.의대증원 정책 역시 2025학년도 정원을 1509명 증원했다는 소소한 수확(?)만을 거두고, 당장 내년 정원은 다시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아왔다.이마저도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난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의 엄청난 고통과 희생이 뒷받침된 결과다.교육부는 내년도 의대증원 철회 조건으로 의대생들이 복귀 후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하지만 의대생들의 복귀율이 저조하자 결국 또다시 스스로 입장을 번복하며 증원을 전면 백지화하는 결정을 내렸다.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복귀할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백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정부는 의료개혁 정책 이후 수차례 입장을 번복하면서 늘 같은 논리를 제시했다. 국민 건강과 의료계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말미엔 늘상 이 말도 덧붙였다. "정부는 의료계에 굴복한 것이 아니다"하지만 1년 만에 의대증원을 철회한 정부의 모습을 보며 굴복이 아니라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그렇다고 이번 정책으로 의대생이 복귀하고 의료계가 안정화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의대생들은 여전히 복귀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는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서울역 인근에서 주최한 궐기대회에서도 드러났는데, 이날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2만명 이상의 인원이 집결했다.의료계는 지난 1년 동안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전공의 모집, 의대생 유급 처리 등 정부가 스스로 뱉은 말을 책임지지 못하고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수차례 지켜봐 왔다.정부와 의료계와 갈등에서 패배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주요 국면마다 정부가 스스로 자살골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의대증원 백지화를 얻어 낸 의대생들은 이제 필수의료 정책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정부는 필수의료 정책을 지속 추진하면서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의대생을 직접 만나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버티기 작전'의 효과를 톡톡히 맛본 의대생들이 복귀를 택할 실익은 크지 않아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2025-04-23 05:30:00기자수첩

렉라자와 무하마드 알리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등장으로 기존 단독요법이 대세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연세암병원 조병쳘 교수(종양내과)가 최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MARIPOSA 연구 설명회에서 내놓은 병용요법의 장밋빛 전망이다.실제로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결과를 바탕으로 한 MARIPOSA 연구가 지난 달 유럽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ELCC 2026)에서 공개되자 기대감은 더 커진 형국이다.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요법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특히 연구결과 발표를 계기로 타그리소가 보유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선호(Preffered) 요법 자리를 병용요법이 대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그래서 인지 병용요법의 국내와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존슨앤드존슨(J&J)는 자사 매출 성장을 이끄는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렉라자와 짝을 이루는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전환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가파른 매출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참고로 현재 병용요법의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미국 내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억 1300만 달러(약 1610억 5890만원)에 달한다. 병용요법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 올 초 영국·캐나다·일본에서 시판 허가를 따낸 가운데 올해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 울크 J&J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2027년까지 시장 예측보다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현실화만 된다면 글로벌 항암 치료시장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의 표준옵션 자리에 국산 신약이 자리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렉라자 개발을 이끌어 내며 J&J와 동반자 관계인 유한양행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수 있다. 이는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희망적인 연구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국내에 허가돼 3월부터 얀센 주도로 환자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병용요법이 임상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조병철 교수는 기관투자자 설명회에서 발표를 시작하며 렉라자를 역대 최고의 헤비급 복서로 불리는 '무하마드 알리'가 상대인 '소니 리스턴'을 쓰러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MARIPOSA 연구를 계기로 렉라자를 바탕으로 한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를 앞서게 됐다는 것을 비유한 것.여기에 조병철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 하며 ABBA의 명곡 'The Winner Takes It All'를 언급했다. 결국 OS 결과를 계기로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는 암시한 것이다.데이터 상 타그리소보다 OS 데이터를 앞선 만큼 국내 임상현장 도입과 급여 적용 여부,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추가 연구 가능성까지 동반자 관계인 J&J(얀센)와 유한양행의 추가적인 협력관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렉라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타그리소의 미투 드럭(me too drug), 아니면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두 기업의 협력관계에 달려있다.
2025-04-21 05:00:00기자수첩

의료기기 산업 최소한 불씨는 살려야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이미 골든타임은 거의 끝자락입니다. 아마 몇 달만 더 지나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겁니다."영업사원에서 시작해 본인의 기업을 일구기까지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CEO의 말이다.그는 최근 몇 년이 자신의 30년 넘는 경력중에서 최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미 그와 함께 험지를 개척한 일부 대표이사들은 수십년간 일궈온 본인의 터전을 떠났다.시작은 코로나 대유행이었다. 일부 체외진단기업들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맞았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기 기업들은 2년이 넘는 긴 터널을 속절없이 버텨야 했다.드디어 엔데믹을 맞고 다시 기지개를 펼 찰나에 이제는 의정갈등이 시작됐다.의대 입학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국내 대학병원들의 기능이 상당 부분 정지됐고 이는 산업계에 직격탄으로 날아왔다.실제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의정갈등 기간 동안 매출의 50%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업은 70% 이상의 피해를 봤다.문제는 엎친데 덮친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을 밀어붙이던 대통령은 파면됐고 조기 대선 정국속에서 의정갈등은 후순위로 밀려났다.망망대해로 떠내려 가고 있는 난파선을 다시 끌고 올 동력도 주체도 없는 셈이다.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이 밀려들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은 고사 직전으로 몰리고 있다.의정갈등으로 내수 시장이 무너진 가운데 그나마 활로가 됐던 수출길마저 막힐 상황에 놓인 셈이다. 세계 최대 수출 시장이 문을 닫아걸고 있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의료기기 기업들은 동분서주하며 살길을 찾고 있지만 상황은 요원하다.정부 차원에서 맞서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리더쉽을 잃은지가 오래인 이유다. 기댈 것은 새 정부 뿐이지만 그를 기대하기는 최악의 상황속에서 수개월을 더 버텨야 한다.이미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고사 직전에 몰렸다. 의정갈등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까지 마친 상황에 환율은 끝없이 올라가고 있고 이제는 수출길까지 막혔다.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없는 셈이다. 폐업을 결정하는 기업도 속출한다.이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이 분분하다. 누가 이를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하지만 이 상황속에서도 의료기기 기업들은 폐업신고서를 들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중요한 것은 책임이 아니라 대책이다. 최소한 산업의 불씨는 살려 놓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골든타임은 오늘도 지나간다.
2025-04-14 05:00:00기자수첩

이제 모두가 동의하는 의료개혁 돼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2년째 이어진 의정 갈등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의료정책의 동력이 상실되면서다. 이제 제대로 된 의정 대화가 성립될 가능성에 기대감이 나온다.지금까지의 의정 갈등 과정을 보면, 정부가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한 정책들이 정말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그동안 정부는 의료 공급자인 의사, 의료 소비자인 환자 양측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보기 어렵다. 의대 정원 증원, 비급여·실손보험 통제 등 굵직한 정책은 대부분 당사자 간 합의 없이 일방 추진됐다.실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 직역 단체, 환자단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있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이 학교를 떠나는 선택을 할 때도 정부는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지금까지 정부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대란 수습에 수조 원을 쏟아부었다. 다만 이는 의료에 국한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비용일 뿐 간접적으로 발생한 피해까지 합치면 낭비된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진다.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2008년 보고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 1년 이상 지속되면 3조7000억 원 이상의 거시경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그동안 정부는 의료 개혁에 명분과 당위성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또 정책이 정당하다면 저항은 무조건 억제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면 이젠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이런 정부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국민과 의료인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참여와 협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설계'가 필요하다.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정책 갈등과 공론화 제도' 보고서에서도 "공론화 없는 정책은 실행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해당사자 참여가 제도화된 사회일수록 정책 저항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분석했다.특히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 영역에선, 더욱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일방적 개혁은 오래가지 못하고, 저항을 불러올 뿐이다.의료계도 전환점에 섰다. 현 상황을 '의료 농단'으로 규정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선 명분만으론 부족하다.이젠 의료계도 먼저 정책 대안과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적극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의사가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계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변화된 정권이 진정한 협의를 원한다면, 의료계는 그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개혁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누구를 위한 의료 개혁인지, 이제는 모두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할 때다.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절차와 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2025-04-07 05:00:00기자수첩

비급여·실손보험 통제의 데자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오랜만에 의사와 환자가 일치단결하는 현안이 생겼다. 정부의 비급여·실손보험 통제다. 환자의 의료 선택권·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서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의사·환자단체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여론전도 한창이다. 이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급여 진료를 남용하는 의료기관·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것. 의료계가 이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물론 비급여·실손보험 통제 시 의료기관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다만 의료계가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이 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의사들은 비급여·실손보험 통제와 반대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했던 '문재인 케어'도 반대해왔기 때문이다.고가 검사 수요 급증으로 인한 의료비 상승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미래 세대의 의료 이용에 지장을 준다는 우려였는데, 정부가 보장성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실화했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가속화 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그럼에도 정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문제점을 되짚기는커녕, 비급여·실손보험 통제라는 또 다른 무리수로 의료를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 정책을 추진할 명분도 빈약하다. 비급여로 인한 실손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는 주장과 달리 주요 보험사들은 높은 영역이익을 기록하며 성과급 파티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비급여·실손보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것이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실손보험 보장이 줄어들면 이득을 보는 것은 보험사뿐이고, 사기업인 이들의 재정을 보전해주는 것이 국민건강보험과 무슨 상관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이 장기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일반 병원에서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급여 전문병원, 고급 맞춤형 클리닉 등 고가의 사적 의료 시장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료 접근성은 소득 수준에 따라 양극화되고, 건강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는 것.나 역시 실손보험 가입자다. 실손보험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목적이 진짜라면, 정부는 민간보험사 관리부터 시작했어야 한다. 의료기관을 통제해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식은, 이미 앞선 정책에서 실패했던 문제를 답습하는 꼴이다.정부는 일방적으로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 국민과 소통하며 피해 없이 실손보험 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말에 신빙성이 생길 것이다.
2025-03-31 05:00:00기자수첩

의료개혁, 빈 수레가 요란해지지 않으려면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가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하며 의료개혁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1차 실행방안을 통해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및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등 시급한 현안 중심의 개혁과제를 제시했다면, 2차 실행방안은 첨예한 이해 갈등, 다양한 쟁점 속 지체되어 온 구조 개혁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하지만 이번 실행방안 발표 이후에도 의료계에서는 우려가 담긴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임상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탁상공론'에 불과한 정책들만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어떠한 개혁 정책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료개혁은 기나긴 의정갈등 때문에 충분히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일부 의사 및 의사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나 전공의협의회 등은 여전히 특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의료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요한 주체이자, 개혁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질지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다.이들의 참여와 협의 없이 진행되는 개혁은 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뿐만 아니라, 의료개혁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목표 역시 실현하기 어려워진다.정부가 계획대로 의료개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의료계와 신뢰를 회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의료계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수조원대의 예산을 투입해도 국민에게 전해지는 체감 효과는 미미한 '속 빈 강정'이 될 뿐이다.의대증원에 반대하며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한두 명씩 복귀를 시작한 지금이 의료계와 갈등을 풀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적기로 보인다.정부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끝이 보이지 않던 터널 같은 의정갈등이 끝날 수 있길 바라본다.
2025-03-29 05:30:00기자수첩

기본이 안된 제약사들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국가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다.그런만큼 다양한 기업들이 개발을 확대하고 있고, 이를 위한 지원 역시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양한 의약품 회수 조치가 이어지며, 의약품의 기본이 되는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특히 회수가 이뤄지는 품목 중 의도하지 않은 불순물 사례도 있지만, 제조과정에서 기본적인 절차상의 문제로 회수 되는 사례 역시 이어지고 있다.매년 회수 사례 중에는 제약사에서는 오포장, 의약품의 혼입 등 제조 현장에서 관리 부주의 사례가 발생한다.이는 의약품을 제조를 마무리하는 단계인 표시 및 포장에서 관리 부주의로 인해 의약품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셈.의약품의 기본은 신뢰라는 측면에서 기본적인 포장 등의 문제는 의약품 제조과정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이미 지난해 식약처가 의약품 포장·표시 오류 회수 사례 관련 자율점검 실시를 요청한 것처럼 이에 대한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문제는 이같은 조치 이후에도 최근까지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며 이에 따른 회수 역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실제로 올해에만 이미 오포장 등의 사례로 인한 회수가 8건이 발생했다.위수탁이 활발한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오포장 등의 문제는 개별 기업 한곳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아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의약품을 직접 제조한 기업은 물론 이를 위탁한 기업 역시 수탁자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의도하지 않은 불순물은 어쩔수 없지만,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의 실수는 각 기업들이 꼼꼼하 챙기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의약품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그런만큼 제약기업들은 제조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2025-03-24 05:00:00기자수첩

역사에 남을 최악의 의학교육 현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전국 의과대학이 학칙을 내세우며 미복귀 의대생을 '제적' 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하면서 의대생들이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의과대학이 제시한 데드라인 24일을 기점으로 의대생이 대거 복귀하거나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로 이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의과대학 학장들은 의대생을 향해 이번만큼은 돌아와야 한다고 간곡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막상 의대생들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일각에선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백년지대계'라는 의학교육을 지속시켜야 하는 책임이 막중한 의대교수 입장에선 2024년에 이어 2025년까지 의학교육이 파행으로 갈 경우 미래의료에 초래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더 현실적으로 올해도 파행으로 갈 경우 2026년 3개년차들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같은 판단에서 이번만큼은 의대생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교육부 입장에서도 현재 상황은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2년이상 의학교육이 멈추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 정도면 의대생들도 마지못해 복귀할 법 하지만 최근 만난 의대생들은 강경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 또한 자신들이 받을 피해와 손실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감수할 각오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 의대생은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에도 최대 피해자였다. 전공의들은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마무리 됐지만, 의대생은 파업 이후 의사국가고시를 치르는데 직격타를 입었다. 일각에선 의사면허도 없는 의대생이 최대 피해자로 마무리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하지만 의료계 총파업 이후 5년도 채 되기전에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은 의정사태로 이어지고 2020년 총파업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후폭풍이 대기 중이다. 이번에도 역시 최대 피해자는 의대생으로 귀결될 예정이다.의사집단에서 가장 힘이 없는, 아직 의사면허도 없는 의대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걸고 버티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평행 몸 담아야 할 한국의 의료제도를 반드시 바로 잡겠다는 일념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궁금하다. 의대생들의 단일대오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제도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보다는 향방이 불분명한 현 정권의 탄핵 여부, 대선정국으로 갈 경우 정치적 국면이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2025년 3월 현재를 살아가는 의대교수, 의대생, 정부 관료들은 역사에 한 페이지로 남을 한 순간에 서 있다. 이번주가 그 역사를 바꿀 마지막 기회다. 부디 2020년 의대생들이 그러했듯이 2025년 의대생도 상처뿐인 패배(?)로 끝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랄 따름이다. 
2025-03-17 05:30:00기자수첩

비만 치료제 열풍 식게 만든 주범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삭센다, 위고비로 이어진 비만약 돌풍, 그리고 2세대에 이은 3세대 비만약의 출시. 국내외를 불문하고 다양한 제약사들의 비만약 개발 참여까지...과연 비만 치료 현황은 바뀌었을까?최근 대한비만학회가 개최한 '세계비만의 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취재 과정에서 느낀 소회는 비만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행사라기 보다, 일종의 하소연이자 성토장이었다는 것이다.당일 발표된 학회의 설문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비만 치료와 관련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 부담'을 꼽았다. 게다가 2025년 기준 비만치료제 처방 중단율은 44%로, 2022년 34%에서 더 증대됐다.옆나라 일본을 포함한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비만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정만 사뭇 다르다는 것. 그 근원은 비만을 여전히 '미용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작용한다.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는 당뇨병이 한번 발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질병이며, 만성적으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식욕 조절의 어려움인데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당뇨병을 방치하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한다는 점도 당뇨병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배경으로 작용한다.마찬가지다. 비만을 방치할 경우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이 유발되며, 결국 합병증을 통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같은 논리라면 비만 역시 보험 적용이 돼야 한다는 뜻. 실제로 셰계보건기구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으며, 이런 인식 덕분에 해외에서는 비만약에 대한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만 치료에 대해 제한적인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비만대사수술은 일부 환자군에 급여가 적용되지만, 이후 유지 치료를 위한 비만약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요요현상을 겪는다는 게 임상 현장의 증언이다.최근 체중 감소 효과가 15%에 달하는 혁신적인 비만약이 출시됐지만, 경제적 여건이 넉넉치 않은 환자들에게는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다. 비만 치료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비용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다.정책 당국자부터 여전히 비만을 질병보다는 미용의 문제로 여기는 까닭에 이로 인해 비만 치료가 건강 관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보험 적용 논의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게 우연은 아니다.본질적으로 비만은 단순한 개인의 욕망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소득, 환경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생기는 문제다. 비만을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본다면, 그리고 경제적 장벽으로 인한 치료 지연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의료비를 발생시킨다면 비만약물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힘의 논리나 정치 논리로 풀어야 할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개별 환자의 건강을 넘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비만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비만은 질병이다.
2025-03-10 05:00:00기자수첩

마운자로 급여, 공수표 그치질 않길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올해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신약 중 가장 기대받는 품목이 있다면 단연 릴리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를 꼽을 수 있다.경쟁자로 꼽히는 노보노디스크제약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위고비와 오젬픽이 국내 도입된 상황에서 시장 입지 확보를 위해서라도 연내 출시는 필수적이다.여기서 마운자로는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 수용체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에 모두 작용해 인슐린 분비 촉진, 인슐린 저항성 개선, 글루카곤 분비 감소 등으로 식전과 식후 혈당 감소를 유도한다.마운자로는 혈당조절뿐 아니라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마운자로는 주 1회 투여 만으로 당뇨병이 없고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이거나 동반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과체중 성인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SURMOUNT-1 임상3상 결과를 통해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성인 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적응증 모두를 보유 중이다.미국에서는 당뇨병은 마운자로, 비만은 젭바운드로 나눠 도입됐지만, 국내에서는 마운자로가 두 역할 모두를 맡을 예정이다.주목되는 점은 국내 도입 과정에서 급여 적용 여부다. 릴리가 당뇨병 적응증에 대해 급여 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특히 임상현장 영업‧마케팅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며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제약과는 다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노보노디스크제약은 동일 적응증인 오젬픽 급여 적용을 추진했지만 약가협상에서 이를 철회한 바 있다.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은 과연 릴리는 다를 것이냐다. 릴리는 비만 적응증은 비급여로 남겨두더라도 당뇨병 적응증은 급여를 적용받겠다는 입장이며, 임상현장에도 이를 적극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 중심 임상현장에서는 급여 적용에 맞춰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만약 계획대로 마운자로가 당뇨병에 급여를 적용 받는다면 임상현장에서의 영향력은 독보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오젬픽도 적용하기 어려웠던 국내 약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펜 제형보다 저렴한 바이알 제형이 국내 허가를 받을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아직까지 국내 허가도 받아놓지 못한 상황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사 신약 급여를 추진하다 돌연 철회한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는 릴리도 당연히 포함된다.정부의 약가 방침에 부딪혀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의 결정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임상현장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신약인 만큼 공수표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2025-03-03 05:00:00기자수첩

팬데믹-의정갈등으로 이어진 '공백의 세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최근 만난 모 의대 교수는 의대생, 전공의들을 일컬어 '공백의 세대'라고 했다. 단순히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과 이로 인한 동맹 휴학, 집단 사직 사태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2020년을 기점으로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의 시간과 경험이 그들에겐 삭제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전례 없는 환경에서 학업을 시작해야 했다. 비대면 강의, 실습 제한, 대면 교육 기회의 부족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과대학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시절이었다.그런 공백기 이후에도 공백은 지속됐다. 작년 2월 촉발된 의대 정원 증원 논란은 의료계와 정부 간의 극한 대립을 초래하며 의대생들의 대규모 동맹 휴학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까지 번진 것.의대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경험과 의료 현장에서의 실전 훈련, 학우간 소통을 통해 갈등의 중재와 해결의 방법론을 배우는 총체적인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경험칙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게 모 교수의 판단이다.그는 "코로나 팬데믹과 이어진 의-정 갈등은 교과서 밖에서 학습할 수 있는 과정과 영역을 크게 훼손했다"며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것에 대해 안타깝게 느낀다"고 말했다.그는 "팬데믹을 겪으며 비대면 선호 기조 및 회식 문화의 쇠퇴, 온라인 구매 활성화 기조가 자리 잡았다"며 "이런 변화가 오프라인 상권의 몰락을 초래한 것처럼 의대생, 인턴, 전공의이 겪었던 팬데믹과 의정 갈등의 공백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의문스럽다"고 했다.역사를 되돌아보면 특정한 세대는 항상 그 시대의 환경적 요인과 경험의 반향이었다. X세대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적 풍요와 민주화의 자유를 동시에 경험하며, 자기주도적이면서도 개성 추구 가치관을 가진 세대로 출현했다. MZ세대도 디지털 혁명과 개인주의적 가치를 반영한 세대였다. 다수의 특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환경이 만든 필연적인 결과물이라는 뜻이다.이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현재의 의대생들이 겪은 교육 공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그들이 제대로 된 의료인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특이했던 '공백의 세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며, 보다 체계적인 교육 및 멘토링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지난 5년간 누적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반작용을 실감하는 때가 온다. 교육 공백과 경험 부족이 초래할 문제들은 단순히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정부와 의료계는 극단적 대립을 멈추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의료계가 혼란을 반복하는 사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지난 5년간,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파행된 학습, 수련 시기를 거친 의대생들은, 전공의들은 어떤 특징을 가진 세대로 기억될 것인가.
2025-02-28 05:30:00기자수첩

의료 AI 성능보다 신뢰가 먼저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바야흐로 인공지능 전성시대다. 불과 수년전 사람에게 바둑을 이긴 것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공지능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되고 있다.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말 그대로 '범용' 인공지능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공지능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가장 기술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의료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진단 보조에서 시작된 의료 인공지능은 이제 치료와 예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속속 스며들고 있다.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숙련되지 않은 의사에게는 진단부터 치료법까지 인공지능이 통솔한다. 또한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와 동선을 제시해 병원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한다.여기 더해 이제는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유전자 데이터를 통해 약물이 그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까지 예측한다. 의학을 넘어 약학과 유전학까지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불과 몇 년전 의료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제 온데간데 없다. 병원에서는 효율적 자원 운영을 위해 인공지능이 필요하고 의사 또한 워크플로우 개선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도입에 적극적이다.하지만 이런 거대한 물결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부분도 분명하다. 기술이 발전하고 의사가 써보고 병원이 이를 도입하는 과정속에서 의료의 근본인 환자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의료는 대표적인 불균형 거래 중 하나다. 전문의가 제시하는 솔루션을 무시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의사는 선의의 의무를 지고 환자는 믿고 몸을 맡긴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다.진료에 도움이 된다고 제시한 의료 인공지능을 거부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만큼 설명을 하기에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너무 바쁘다.그렇기에 환자는 그 인공지능이 자신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는채 깨알같은 글씨가 써진 동의서에 사인을 한다. 그것이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지, 병원에 도움이 되는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는 잘 알지 못한다.그나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필터링을 하는 기관이 있지만 의료 인공지능은 대부분이 비급여다.게다가 아직 급여 여부는 고사하고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기술들도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1년 뒤에 없어질 기술에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환자 조사를 보면 의료 인공지능이 제대로, 책임감 있게 활용되고 있냐는 질문에 65.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의사가 이에 대한 피해로부터 본인을 보호할 것 같냐는 질문에도 절반 이상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이 연구의 결론은 매우 단순하다. 의료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모르겠고 의사가 이를 잘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뢰'가 없는 것이다.지금도 국내에서만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의료 인공지능이 쏟아지고 신의료기술 유예제도라는 트랙을 통해 쉴새없이 의료기관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모든 기업이 최고의 기술력을 강조하지만 환자들 대부분은 수신자 조작 특성 곡선도, 곡선하면적도 알지 못한다. 이를 임상에 내보내준 정부를 믿고 내 몸을 맡긴 의사를 믿을 뿐이다.그렇기에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도, 이를 검증하는 정부도, 이를 활용하는 의사도 환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오해를 불러오고 이는 곧 불신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와도 환자 대부분이 이를 불신하는 순간 생명력을 다한다. 기술도 좋고 성능도 좋지만 신뢰가 먼저다.
2025-02-24 05:30:00기자수첩

렉라자 병용요법 교통정리 필요한 이유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국내 허가된 가운데 얀센과 유한양행 협력 관계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얀센이 렉라자(레이저티닙) 글로벌 판권을 보유함에 따라 전 세계 병용요법 허가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원개발사인 유한양행이 존재하는 독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우선 엄밀히 말하면 허가 근거가 된 MARIPOSA 연구를 얀센이 주도한 만큼 병용요법을 둘러싼 권한도 모두 얀센에게 있다.허가를 시작으로 임상현장 출시에 따른 영업‧마케팅, 급여 적용 여부 모두 얀센이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다만, 글로벌 시장과 다르게 국내는 렉라자 단독요법이 급여로 적용돼 폐암 1차 치료 동일 선상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병용요법 허가로 임상현장에서 렉라자 단독요법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참고로 얀센은 국내 허가 직전 표준요법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 단독요법 대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전체 생존율 중앙값(mOS)을 1년 이상 연장 가능하다는 MARIPOSA 3상 추가 데이터를 발표한 바 있다.의료진 환자 모두 비급여이지만 우선적으로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 때문에 최근 두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어떻게 교통정리를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출시 초기 진행하게 되는 환자프로그램서 부터 공동판촉 여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얀센 측은 영업‧마케팅 방향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본사 결정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과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한양행은 이 같은 얀센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형국.문제는 두 기업 간에 교통정리를 하는 동안 병용요법을 쓰고 싶은 환자들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란 점이다. 임상현장 의료진은 3월 중에는 얀센이 환자프로그램을 운영해 접근성이 개선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확정된 회사의 방침도 아니다.이 같은 상황에서 환자가 비급여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투여를 원한다면, 1년에 약 5000만원을 부담해야지 치료가 가능하다. 50개월 이상의 OS를 고려하면 2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국산 폐암 신약을 활용한 병용요법이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옵션으로 자리할 수 있는 시점에서 국내 환자들도 이를 빠르게 체감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전 세계 세 번째로 병용요법이 허가된 만큼 두 기업 간의 빠른 교통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2025-02-19 05:30:00기자수첩

불신만 확인했던 추계위 신뢰가 숙제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14일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국회 공청회는 환자·의료계·정부가 서로에게 가진 불신의 깊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환자단체와 보건행정전문가는 "의사는 의과대학 정원에 이해관계가 있어 객관성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의료계는 "정부가 위원회 결정을 수용할지 믿을 수 없어 의사가 과반의 위원을 차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이런 불신을 특히 잘 드러냈던 것은 "의료공급자는 로비 받을 수 있고, 부탁받을 수 있다"는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원 정형선 교수의 발언이었다.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여러 의사 조직은, 의사 공동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 이런 의사들이 대한의사협회 추천 위원으로 수급추계위에서 과반을 차지한다면,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다.이에 의협은 이 같은 정 교수의 발언이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그의 공적 위원회 위원직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논리와 말이 무의미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이날 공청회에선, 양측의 주장이 조금도 좁혀지지 못한 채 쳇바퀴를 돌았다. 서로를 믿을 수 없으니, 양측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성 있는지는 상관없는 모습이었다.문제는 이런 사회적 불신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의정 갈등으로 이미 수조 원의 재정 손실을 겪었고, 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사후 해결에 치중된 우리나라의 갈등 해결방식을 지적한다. 실제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서문기 교수의 '한국사회의 갈등구조와 계층갈등'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는 행정집행 및 법원판결, 입법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이는 사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효율성에 기초한 정책 집행을 강행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입법 및 법원판결 등 제도적 근거만 활용해 정책을 추진하기보단, 갈등 당사자의 의견을 선제적으로 수렴·반영해야 한다는 것.특히 이 연구는 "일단 발생한 사회갈등은 장기간에 걸친 대립적인 양상으로 진행되고, 새로운 갈등과 중첩되며 복합적인 문제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사태가 장기화하며 감당해야 할 고통과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우리는 의정 갈등으로 겪었다.이 연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이제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때다. 정책을 입안해 집행하기 전, 설계 단계부터 갈등 당사자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수급추계위는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을 발표하기 전부터 의료계가 요구하던 사안이다. 이 위원회가 의정 갈등이 1년 지난 시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올바른 정책 추진 방식이었는지 의문이다.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이유는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수급추계위가 당사자들의 갈등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불신의 고리를 끊는 방안이 되길 희망한다.
2025-02-17 05:00:00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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