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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병용요법의 딜레마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새해도 자사 고가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를 향한 제약사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최근에는 자사가 보유한 치료제를 근간으로 한 '병용요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조합을 통해 생존기간을 연장, 표준치료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치료제 활용 트렌드는 최근 국내 임상현장에도 본격 도입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주(더발루맙)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이어 국내에서도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에서 임핀지와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 주요 치료로 활용 중이다.이 가운데 주목되는 점은 정부의 급여 적용 방침이다.최근 보건복지부는 임핀지를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에 급여기준을 미설정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제약사의 의지가 있다면 '재논의' 결정도 내려질만 하지만, '급여기준 미설정' 판단이 내려진 것.대신 복지부는 암질심 등의 논의를 거쳐 담도암 1차 치료에 임핀지와 함께 화학요법으로 투여되는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은 본인 일부부담을 3월부터 인정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값이 비싼 핵심은 제외하고 저렴한 오래된 약물만 급여로 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기조는 다른 약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얀센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를 꼽을 수 있다. 다잘렉스도 초기 1치료 1차 요법에서 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까지 이른바 DVTd 요법을 활용할 경우 다잘렉스는 비급여, 나머지는 급여로 적용해주는 방안을 적용 중이다.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고가 치료제들이 소위 실손보험에 적용되거나 환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부 환자부담을 덜어주는 이유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동시에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고가 치료제 국내 도입과 함께 제약사들의 급여 신청, 이에 따른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고민이 담긴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신청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다양한 질환 별로 새로운 병용요법이 국내 임상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동시에 임상현장에서는 기존 급여를 해주던 치료제는 해줘야 한다는 급여 적용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제약사 입장에서도 고민은 존재한다. 기존 급여로 적용된 치료제가 임상연구를 통해 적응증을 추가, 새로운 병용요법 조합으로 급여를 신청할 경우 기존 치료제의 약가를 더 깎아야 한다.이래저래 정부나 제약사나 늘어가는 치료제 병용요법 속 급여 적용에 있어 딜레마에 빠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제약사나 임상현장에서는 우리나라 약가 정책을 두고서 '후려치기'라는 말을 자주 내뱉곤 한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묘안이 필요하다.
2024-03-18 05:00:00기자수첩

당뇨병 관리 정책 개선 더 속도내야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당뇨병 환자 605만명. 당뇨병 전단계 1500만명. 당뇨병 위험군 2000만명. 연간 증가율 5.6%.지난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를 통해 살펴본 국내 당뇨병 현황이다. 불과 10여년전 제기됐던 당뇨대란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82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당뇨병이 악화돼 합병증이 일어날 경우 의료비 등이 순식간에 몇 배 이상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정책이 관리의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이로 인해 국내 전문가들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른바 당뇨대란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교육'을 꼽는다.상당수 환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당뇨병이 왜 생기는지, 또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이를 보장할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다.그러나 당뇨대란이 코 앞까지 이른 시점에 여전히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행위별 수가로 묶여 있는 국내 의료 현실상 의료진이 환자를 붙잡고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적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현재 당뇨교육실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전국에서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정도가 유일하다. 말 그대로 그나마 기댈 곳이 있는 곳들이다. 나머지 병원들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당뇨병 관리를 위한 기기 문제도 첫 단추를 잘 못 잠근 케이스 중의 하나다. 최초에 요양비로 책정을 하고 나니 아무리 제도가 개선돼도 환자들의 불편함은 여전하다.인슐린 펌프만 해도 4등급 의료기기로 고위험 기기에 속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이를 판매할 수도 없고 마찬가지로 의료진이 이를 건네줄 수도 없다.오로지 환자들이 직접 대리점을 찾아가거나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한 뒤 영수증을 출력해 공단에 이에 대한 환급을 신청해야 보조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그렇다보니 기기를 받아든 환자는 또 다시 난감해진다. 눈 앞에 놓인 설명서만 따라가기는 너무 복잡하고 결국 유튜브 등을 통해 도움을 받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일정 부분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월 인슐린 펌프 등에 대해 교육 상담을 지원하는 재택의료 수가를 마련했고 연속혈당측정기 등에 대한 지원 기준도 일정 부분 개선했다.2만원에서 4만원까지 교육 수가를 매기고 과거 70%에 머물렀던 인슐린 펌프 본인 부담율을 90%까지 확대한 것이 골자다.하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단순히 기기 사용법을 넘어 관리의 필요성과 식습관과 생활 등에 대한 개선 등 당뇨병 관리를 위한 교육의 범위는 넓디 넓지만 2만원의 수가로는 제대로된 교육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말 그대로 최소 30분 이상 의료진이 환자와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데 2만원의 수가로 이것이 가능하겠느냐는 반문이다.기기 지원 또한 소아청소년에 한정된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선의 조치이긴 하겠지만 성인 당뇨병 환자는 또 다시 외면된 이유다.이로 인해 전문가들, 또한 실제 환자들은 보다 전향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의지가 있는 환자들만이라도 제대로된 교육을 시켜 당뇨 합병증을 막아보자는 의견이다.이들의 의견은 일견 타당하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 폭증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생각하면 전 단계에서의 예산 투입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지적에는 분명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이제라도 제대로된 비용효과성 연구 등을 통해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예산 집행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미 당뇨대란이 시작된 후에는 전 단계의 관리 정책이 무의미한 이유다. 사후약방문을 쓰더라도 적기는 지금이다. 
2024-03-11 05:00:00기자수첩

필수 분야 붕괴…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대 증원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와 의사 대표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개시하면서 의료계도 대규모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갈등의 발단이 된 것은 필수·지역의료 붕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의료계는 관련 분야의 처우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국민과 의사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의사들이 환자의 곁을 떠난 순간 국민의 귀는 닫혀버렸다. 결국 의대 증원은 논리가 아닌 감정싸움이 된 채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필수 분야의 붕괴가 의료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산업·행정·교육·복지·치안·국방 등 사회를 지탱하는 대부분 분야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이미 대부분 노동자가 외국인으로 대체된 건설업계와 중소기업 구인난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나라 수출의 3.9%를 책임지는 조선업 역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소방대원이 순직하고, 경찰이 의무경찰을 부활시키는 이유로도 모두 인력 부족이 꼽히고 있다.교육계 역시 지난 2년간 60만 명의 교사가 교직을 떠나면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고, 여성 징병제 논란이 일 정도의 국방은 말할 것도 없다. 사회 곳곳에서 전례 없는 공백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저출산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2022년 대비 0.06명 감소한 0.7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왔다.현재 우리가 겪는 사회적 갈등은 대한민국은 국가소멸로 가는 과도기에 생기는 잡음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나빠질 일만 남았다. 모든 게 반 토막 난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두렵다.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에만 목매는 상황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의료계 역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붕괴의 원인으로 저출산을 지목하는 상황인 만큼, 저출산 대책이야말로 대한민국 전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시급한 대책이다.하지만 복지부가 발간한 '2022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을 보면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가족 분야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 대비 1.6%에 불과하다.이 지출엔 ▲출산 전·후 휴가 ▲유아 교육·보육 서비스 ▲가사 지원 ▲가족 수당 등이 포함된다. 이는 OECD 38개국 중 31위로 회원국 평균 지출 규모인 2.1%보다 0.5%포인트 낮다.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결과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67년, 1982년 수준인 3929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성장률은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시점인 2030년부터 큰 혼란이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필수·지역의료 역시 해결이 시급한 문제 중 하나지만, 복지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일은 따로 있다고 본다.
2024-03-04 05:30:00기자수첩

핵심은 2000명 아닌 '필수의료 살리기'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대증원 2000명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양측 모두 목표를 관철시키기 전까지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모양새다.지난 19일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된 전공의 집단사직은 하루가 다르게 규모를 늘려가 1만명에 육박했다.21일 22시기준으로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의 전공의 약 74.4% 수준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수술과 응급실, 당직 업무 등을 담당하는 전공의들의 대규모로 병원을 이탈하면서 대학병원 의료공백 또한 현실화되고 있다.세브란스병원은 정상적인 수술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수술 건수를 50% 줄여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또한 진료과별 상황에 맞춰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진료가 불가해 일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이미 언론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수술 일정이 연기됐다',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전공의 사직으로 2주 넘게 밀렸다'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다.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더라도 의료시스템은 정상 가동이 가능하다고 밝힌 정부 입장과 달리, 의료현장의 환자들은 이미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의료계 집단행동이 짧게는 2~3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의대증원의 시작점은 '필수의료 강화'였다는 점이다.정부는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등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전 국민이 최소한의 필수의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함께 의대증원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현 상황은 필수의료 강화라는 명목으로 기존에 잘 돌아가던 의료 시스템마저 파괴되는 모습이다.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에 따르면 이미 빅5병원 등은 응급실 병상이 부족하다. 응급실 가용 인원 부족으로 수용 환자를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의료공백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에 떨며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정부와 의료계는 양측 모두 '2000명 의대증원'의 목표를 되새기며, 힘겨루기를 멈추고 조속한 갈등 해결을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
2024-02-26 05:00:00기자수첩

의약품 사용, 약가에 발목 잡히는 일 없어야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최근 부광약품이 제형 변경을 시도한 나벨빈연질캡슐이 품목갱신을 하지 못해 결국 허가가 사라지게 됐다.이번 품목 갱신의 실패 이유는 수입 실적이 없기 때문인데, 이는 앞서 해당 품목의 급여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는 허가 이후 진행된 급여 과정에서 제시된 평가금액을 회사 측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시장에 출시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결국 항암제 시장에서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옵션이 시도됐으나, 그 결과는 시장에서 확인도 하지 못한 채 사라진 것이다.국내에서 전문의약품의 경우 허가와 함께 급여가 이뤄져야 실제 시장에서 쓰일 수 있다.일부 비급여를 선택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 급여를 통해 약가를 인정 받은 이후 시장에 출시를 선택한다.하지만 급여 문턱을 아예 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이처럼 시장에 나오지도 못한채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또한 이미 국내에 허가된 의약품 중 급여를 인정 받지 못해 출시하지 못한 품목 역시 상당수다.현재 공급중단, 부족 보고가 이뤄지는 의약품 중에서도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하는 경우도 이어지는 상황이다.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등의 약가를 인상한 것 역시, 이같은 채산성 악화에 대한 보전이었다.여기에 현재도 일부 공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에 대해서 증산 조건부 약가 인상 협상 등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의약품의 가격이 결국 건강보험재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결정돼야한다.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약품이 있더라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여기에 약가로 인해 시장에서 쓰이던 의약품이 사라진다면,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처럼 현장과 국민의 불편으로 돌아오게 된다.그런만큼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약가 체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2024-02-19 05:00:00기자수첩

의대증원, 강대강 대치가 최선일까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2025년 의과대학 정원이 2천명 늘어난다. 기존 의과대학 정원을 포함하면 한해에 총 5천여명의 의대생이 탄생하는 셈이다.서울대학교 전체 모집 정원이 3천여명인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다. 또 하나의 서울대학교가 2개 설립되는 셈이다.의대증원 규모가 공개되자 마자 의료계는 물론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앞서 의대증원에 찬성했던 의료계 인사들도 2천명은 과했다는 반응이다.의대증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던 정운용 대한의사협회장 예비후보도 2천명은 반대라며 입장을 번복했다.문제는 지금부터다. 의대증원 규모가 공개되자 의대생, 전공의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게다가 그에 앞서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까지 젊은의사들의 투쟁 의지에 불을 당겼다.빅5병원 전공의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노선이 정해지면 파업에 참여하기로 투표를 마친 상태다. 일선 수련병원 의료진들은 "2020년과는 비교가 안된다. 젊은의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라며 악화된 분위기를 전했다.정부도 만만찮다. 지난 2020년 당시의 정부가 아니다. 복지부는 의대증원 발표 직후 전국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 파업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병원에 패널티를 주겠다는 식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대전협 박단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듯 전국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파악해 근무지 이탈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설 태세다. 검찰 정권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앞서 수련병원별로 복지부-심평원 단속반 비상연락망을 구축한 것만 보더라도 혹시나 있을 의료계 단체행동에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서 의료계와 협상과 타협의 여지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안타까운 점은 정부의 다소 과격한 행보가 전공의 등 의료계 단체행동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의료계 파업을 내심 부추기고 있다는 설이 나돌 정도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병원계를 통해 확인한 전공의들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현재 수련병원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더해지면서 극단적으로 몰아부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국민 건강 향상'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지난 정부와 의료계가 반목을 넘어 혈투를 예고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씁쓸하기 짝이 없다. 현재 이 시간에도 생사를 오가며 수술장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강대강 전략 대신 타협점을 모색했으면 한다.
2024-02-13 05:00:00기자수첩

여성·지역에 초점 맞춘 학회들의 변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다양한 의료계 학회들이 새로운 임원진으로 교체됐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의욕적인 시도들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그간 숙원사업과 같았던 수가의 신설이나 수가 정상화, 국가 보건정책의 변화와 같은 거대 담론을 말하는 학회들도 있지만 소소한 변화를 통해 '더 큰 변화'를 예고한 학회도 있기 때문이다.대한간학회의 경우 지역, 여성의 배려에 방점을 찍었다. 이사진 구성에 있어 지역 임원 비중을 5명, 여성 임원을 2명 배치해 역대 최대 규모의 다양성 포섭이라는 평을 얻은 것.학회 관계자는 "환자들도 모두 서울, 서울을 외치고 있고 있는 마당에 서울 쏠림 현상을 학회에서라도 완화하고 싶었다"며 "환자가 많으면 이를 기반으로 여러 연구가 나오고 축적된다"고 말했다.그는 "반대로 말하자면 중증 환자 사례를 접하기 어려운 지방 의료진의 경우 연구 활동에서도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학회 내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가 확립돼야 서울쏠림 현상이라는 악순화도 개선될 수 있다"고 지역 임원 비중의 확대의 배경을 설명했다.간학회는 제약사의 임상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역량있는 지방 연구자를 발굴, 섭외해 연결시켜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여성 이사진 확대의 배경도 비슷하다. 실제 학회의 성별 구성비와 이사진의 구성비가 맞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다양성 포섭이나 여러 구성 계층의 의견 수렴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것.비슷한 현상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소화기내시경학회의 임원진 구성에서는 '특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인다. 말그대로 특별하게 임명했다는 뜻.박종재 신임 이사장은 "미래를 위한 준비로 회장단 구성 및 인원에 변화를 줬다"며 "그 일환으로 여성의 목소리 반영을 위해 특임 부회장직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연간 내시경 세부 전문 합격자의 30% 이상이 여성들이었지만 가정과 일의 병행에 대한 배려나 여성의 목소리 반영이 부족했다는 인식이 특임 부회장직 신설의 배경이 됐다. 학회는 특임 부회장을 통해 소화기 내시경에서의 네트워크,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일부 학회의 경우 여전히 특정 대학 출신, 특정 연구회 출신, 선후배 위주의 알력 다툼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변화는 귀감이 될 만하다.지역 임원 확대는 지역 의료 동향과 환자들의 고유한 요구를 잘 이해하며, 지역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의료진들을 통해 연구 활성화 및 의료 서비스의 향상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의료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궁극적으로는 서울 쏠림 현상 완화로 이어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사회는 느리게 변화를 수용한다. 그리고 새 변화는 대부분 구시대·구세대와의 절연을 선언한 투쟁의 산물인 때가 많았다. 집행부가 바뀌면 의례 전임 집행부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다는 점에서 학회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향후에도 지속될지 지켜보는 건 '발전적 미래'를 기대하는 이들의 공동의 몫이다.
2024-02-05 05:00:00기자수첩

엔허투와 히알루론산 점안제, 그리고 총선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최근 제약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는 건강보험 '급여' 문제다.글로벌 제약사나 국내 제약사 할 것 없이 정부의 치료제 급여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는 신약 급여 문제를, 국내사는 기존 급여로 적용되던 치료제의 급여 제외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히알루론산 점안제 문제다.엔허투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 평가를 받고 있다.심평원은 이 달 열린 회의에서 엔허투의 재심의를 결정한 상황이다. 제약사에 추가적인 재정분담을 요구한 것을 풀이된다. 그러자 유방암 등 암 환우단체들은 엔허투의 조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며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제약업계에서는 상반기 내 엔허투의 급여 적용이 유력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2월 약평위에서 통과된다면 약가협상 등 과정을 고려한다면 6월 내에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반면, 히알루론산의 급여 재평가에 따른 급여기준 재설정 논의는 함흥차사다. 대부분의 국내사가 제품을 보유한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지난해 급여 재평가를 받아 급여 축소가 결정된 사안이다. 앞서 심평원은 쇼그렌증후군, 피부점막안증후군, 건성안증후군과 같은 내인성 질환에 히알루론산 점안제의 급여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적정사용을 위해 환자 방문당 1회 처방량, 환자당 연간 총 처방량 등을 급여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봤다.하지만 이 같은 결정 이후 현재까지 급여기준 설정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제약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체적은 흐름 중심에 '총선'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총선을 중심으로 엔허투는 급여 추진이,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급여 기준 재설정 논의가 보류되고 있다는 뜻이다. 엔허투는 암 환자 단체가,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국회에서 급여 제외를 보류해달라고 했던 만큼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그러나 이 같은 치료제를 둘러싼 정책 추진이 총선과 맞물려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의 예상이 억측이기를 바랄 뿐이다.  
2024-01-29 05:00:00기자수첩

1형 소아 당뇨병 사후약방문이라도 필요하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솔직히 한국에서 1형 당뇨병 사업은 사회공헌활동이라고 봐야해요. 말 그대로 남는건 하나도 없고 책임만 잔뜩이죠. 의료진도 답답하고 우리도 답답하고 답이 없는 상황인건 맞아요."1형 당뇨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로 자리잡은 인슐린 펌프 기업의 하소연이다.태안에서 1형 소아 당뇨병을 앓던 자녀의 양육에 어려움을 겪던 가족들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아 당뇨 환자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사건을 기점으로 환자와 환자 가족, 환우회들은 연이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고 대한당뇨병학회 등 의학계도 힘을 보태며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모습이다.사실 1형 당뇨병, 나아가 치료 인프라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소아내분비내과 의료진들은 매번 기회가 될때마다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고 환우회 등 환자들도 마찬가지다.하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일단 환자 대부분이 소아청소년들이라는 점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부모들은 생활과 간병에 너무 바빴고 대리전을 치를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게다가 다른 질환에 비해 환자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담당하는 의료진의 목소리도 힘을 얻기 힘들었다. 기업들 또한 크지 않은 시장에 목을 맬 수는 없었다. 지원이 부족한 것을 넘어 그저 소외된 셈이다.이들의 주장은 꽤나 합리적이다. 수년 동안 지적해 온 요양비 문제만 봐도 그렇다.실제로 정부는 1형 당뇨병 치료의 핵심인 인슐린 펌프를 요양비로 지원하고 있다. 환자가 직접 대리점을 찾아가 인슐린 펌프를 구입하고 영수증을 출력해 공단에 신청해야 일정 금액을 환급받는 방식이다.다른 의료기기들이 약처럼 본인 부담금만 내고 약국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이는 곧 수급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의료진도, 환자들도 수년째 이 차별을 거둬달라고 주장했지만 메아리는 공허했다.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교육 부분도 마찬가지다. 태안 사건에서 보듯 1형 소아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의료진들이 정서적 안정과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다.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이러한 교육과 소통은 꿈나라 이야기다. 1형 소아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밀려오는 환자를 보는데도 이미 초죽음이다.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의지도 있지만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이러한 교육과 상담이 이뤄지는 곳은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정도가 유일하다.그렇다보니 환자와 가족들은 인슐린 펌프 조작 방법들을 인터넷 등을 통해 배우고 있다. 뭔가 문제가 생겨도 다음 외래때까지 속절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다.그렇다보니 이 문제를 기업들이 대응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의료진을 고용해 환자들을 교육하고 콜센터를 통해 문제에 대응한다. 기업들이 국내 인슐린 펌프 사업이 사회공헌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비용 대비 수익이 나올리가 만무하다.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속에서 지금도 수많은 1형 소아 당뇨병 환자들과 가족들은 부담과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언제 제2, 제3 태안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다.그나마 이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도 뒤늦게나마 움직이고 있다. 소아 당뇨 의료기기 지원 정책을 서둘러 2월로 당겨 조기 시행하기로 했고 복지부 고위 관료가 서둘러 환우회를 방문해 의견 청취에 나섰다.영락없는 사후약방문이지만 그럼에도 환자와 가족들, 의료진, 기업들은 또 한번 기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어두운 그늘에 한줌의 빛이라도 들어올려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다.그렇기에 이번 사건을 단순히 미봉책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지적됐던 문제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끝없이 지속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후약방문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환자가 있는 이유다.
2024-01-22 05:30:00기자수첩

해법 없던 의약품 공급난 올해는 해결 될까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선 현장에서는 의약품 공급 부족, 품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당초 최근 의약품 품절의 시작은 원료의약품의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이는 국내의 경우 원료의약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코로나19 시기 공급 중단 등의 사태가 맞물려 의약품 공급 부족이 발생했던 것.다만 이 과정에서 호흡기 감염병 유행의 확산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고, 낮은 약가나 제형 특수성이 있는 품목들에 대한 제조 기반 부족이 겹치면서 꾸준히 의약품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특히 품절 사태가 한번 발생한 이후 감기약에 대한 품절 사태는 지속됐고, 일선 현장에서는 의약품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실제로 지난 약계 신년교례회에 참여한 전혜숙 의원 역시 지난해 국감에서도 의약품 품절 등 공급 대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물론 정부 차원의 노력 역시 이어졌다.지난해 식약처는 관련 품목의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한편 제약사에 대해 증산을 독려했고, 복지부 역시 공급 부족이 두드러진 품목에 대해서 약가를 인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하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이에 최근 정부는 복지부와 식약처 차원에서 대응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복지부는 5일 최근 품절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독감, 미코플라스마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따른 치료제 품절에 대해서 매점매석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또한 복지부는 원인 파악을 통해 채산성이 원인인 경우 신속한 약가인상을 진행키로 했다.식약처는 원료 수급 문제인 경우 원료 추가·변경 등 행정지원을 진행하는 한편, 생산 용량의 한계나, 품질 문제로 인한 행정처분 등의 영향인 경우 신속한 수입을 검토한다는 예정이다.현재까지 나온 대응책은 그동안 현장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사항이 반영된 결과물이다.그간 제약업계에서는 원료 수급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실제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약가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던 것.그런만큼 이번 정부의 대응책이 실제 의약품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특히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지는 만큼 실제 제약업계에서도 일선 현장에서 의약품 공급이 부족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4-01-08 05:00:00기자수첩

현장 목소리 담은 의료정책 기대하며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새해를 맞아 잠시 갑진년 해를 풀이해보면 청룡은 생명의 탄생을 주관하는 신성한 용으로 신화 속에서 힘차고 진취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그려졌다.청룡은 길조의 수호신으로 의료계에도 청룡의 기운을 받아 지난해 엎친데 덮친 일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하며 2023년을 잠시 되돌아보면, 지난해 의료계는 어느때 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간호법 제정에 이어 의대증원 이슈로 혹한의 날씨를 뚫고 거리로 나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진행했으며 엎치락 뒤치락하는 비대면 진료 정책 발표로 또 한번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제정으로 불안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지난해 보건의료정책은 의료계 이외에도 전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소외된 채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나갔다.특히 의대증원은 2020년 당시에도 의료계 총파업을 초래했던 이슈로 쟁점으로 민감했던 사안. 하지만 전국민적 지지와 관심을 받으면서 소위 용산(대통령실)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고, 주무부처인 복지부조차 증원 규모와 속도를 감당하기 버거워 보였다."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던 복지부 조규홍 장관도 어느 순간부터 2025년을 목표로 질주하기 시작했다.간호법 제정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지만 거대 야당의 강력한 추진에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보건의료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목소리를 냈지만 국회 통과를 막지 못했다. 이후에 대통령 재의요구로 끝내 제동이 걸렸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알 수 없다.사실 눈앞에 닥친 문제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다. 국회를 통과한 내용은 보험금 청구 서류 전송 주체를 의료기관 직접 전송과 전송대행기관 전송 등 투트랙이지만 금융위원회가 의료기관으로 일원화하려는 행보를 보여 의료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지난해 추진된 의대증원부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까지 의료현장의 의지보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이끌려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적 요구가 높기 때문에 자칫 선심성 정책으로 변질되기 쉽다. 국회의원들도 선거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해 오죽하면 포퓰리즘을 '표'퓰리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마침 총선이 열리는 2024년은 '표'퓰리즘 정책이 득세하기 쉽다. 이미 지난해부터 그 행보가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새해에는 지난해의 한계와 걱정을 덜고 새로운 기운으로 건강한 정책이 현실화되는 한해가 되길 바람해본다. 
2024-01-02 05:30:00기자수첩

ChatGPT 1년…학술적 활용 기준 마련해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의학계에서 올해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Chat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래로 단일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많은 각종 연구 논문들이 쏟아져나온 것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이름도 생소했던 ChatGPT가 대중에 공개된지 불과 1년이지만 학술대회의 풍경은 많이 변했다. 상관 없어보이는 학회들도 은근슬쩍 인공지능을 주제로 세션을 마련하는가 하면 주요 학회들 대부분이 인공지능 관련 세션을 단골메뉴처럼 끼워넣고 있다.과연 인공지능을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주제에서 시작했지만 요즘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최적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혹은 각종 진단에서의 전문의와의 실제 대결로까지 연구가 확장된 것을 보면 임상적 활용성에 대한 검증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이런 상황에서 의대생 교과 과정에 인공지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최근 의학학림원이 의료 AI 교육과정 개발 가이드라인 및 모델 공청회를 마련한 것도 이런 맥락. 환자들의 임상 자료가 디지털로 데이터베이스화 되면서 이를 통계적으로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숙지하는 것이 임상의학자에게 기본 덕목으로 요구된 것처럼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코디네이팅' 능력이 기본 덕목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일련의 변화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학술적 활용 기준에 대한 기준 마련이 더디다는 점이다.올해 6월 국제의학저널편집자위원회(ICMJE)는 ChatGPT를 포함한 인공지능 모델의 활용 여부 명시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고 연구자가 대형 언어 모델(LLM), 챗봇 또는 이미지 생성기 등 AI 지원 기술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명시토록 한 바 있다.또 ChatGPT는 작업 결과의 정확성, 무결성 및 독창성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책임은 저작자가 져야 하고 연구자는 인공지능이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거나 편향된 결과를 생성할 수 있으므로 결과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편집해야 한다. 이를 풀이하면 인공지능은 적어도 연구자를 돕는 보조수단일뿐 의사를 대체할 크리에이터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아직 고도화되지도 않은 기술을 두고 벌써부터 전문가의 직업을 소멸시킬 적으로 보거나 의사를 대체할 터미네이터 쯤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런 가치중립적인 시각을 위해선 국내에서도 ICMJE의 활용 기준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선을 그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대학 과제물부터 발표자료까지 ChatGPT로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문제는 인공지능 사용 여부를 저자가 직접 기재하기 전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 인공지능이 고도화되면 될 수록 의학계에서도 이를 둘러싼 연구 부정 논란은 가까운 미래로 다가올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학술적 활용 기준 정립 및 제시가 필요하다.
2023-12-26 05:30:00기자수첩

포시가 국내 철수 이별에 대비하는 자세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아스트라제네카가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국내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내년 상반기 국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이 같은 소식이 임상현장에 전해지자 내과계가 발칵 뒤집혔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넘어 대학병원은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까지 내과 세부 전문 과목 대부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포시가 가진 적응증 때문이다. 현재 포시가는 ▲제2형 당뇨병 ▲만성 심부전 ▲만성 신장병 등 총 3가지를 갖고 있는데, 최근 동일 계열인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 최근 적응증을 획득한 상태다. 포시가의 국내 시장 철수화가 현실화된다면 대체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여겨지는 첫 번째 약물이다. 반면, 포시가 특허 만료에 따라 일제히 출시된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의약품, 즉 제네릭은 허가 과정에서 당뇨 치료제로만 적응증을 받아 순환기내과와 신장내과는 이를 대체약물로 처방하기는 한계가 있다.그렇다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배경에는 특허 만료에 따른 약가인하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초 복지부는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등재 등으로 포시가의 약가를 30% 인하하려고 했다.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가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해 약가인하 조치가 집행정지 상태인데 향후 결과에 따라서는 포시가의 약가인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약가인하가 내려진다면 정당 700원 가량이었던 약가가 400원 이하로 떨어진다.500억원 매출을 일으켰던 포시가가 약가인하가 현실화된다면 처방량이 유지된다고 해도 절반 가까이 매출이 감소하는 효과다. 회사 측 입장에선 약가인하를 감소한다고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약가인하 소식에 추가적인 약가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일이다.포시가 국내시장 철수 소식을 두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회사 측의 결정을 이해하는 의사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정부의 약가정책에 따른 제약사의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결국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출시와 그에 따른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시장 철수가 재현된 것이다. 앞서 특허가 만료된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는 MSD가 제네릭 출시에 따라 판권을 국내에 넘긴 바 있다.여기에 차례대로 내년도 트라젠타(리나글립틴) 등 다른 당뇨약들의 특허만료가 예정돼 있다.이대로라면 특허 만료에 따른 글로벌 제약사의 탈출 러시가 계속되는 것 아닐까. 임상현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의사라면 정부 약가 정책에 따라 치료제가 공급중단 되는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2023-12-18 05:00:00기자수첩

신의료기술평가 개편에서 빠진 퍼즐 한조각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신의료기술평가에 앞서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시장 진입을 먼저 허용하는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두고 정부와 학계, 산업계간에 의견이 충돌하며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이중규제, 옥상옥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허들을 낮춰 달라는 산업계와 달리 의료계와 의학계에서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의 검증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이로 인해 정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디까지, 또한 언제까지 선진입을 허용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는 모양새다.이로 인해 선진입 후평가 제도는 수년째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안된다는 의견이 부딪히며 제도 개선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이는 디지털헬스케어의 눈부신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또한 진단 보조에서 가상현실 등으로 매우 빠르게 헬스케어 기술이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디지털헬스케어가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세계 각국에서 산업 육성에 나선 것도 혼란과 무관하지 않다.결국 산업적 측면에서 이를 바라볼 것인가, 의료적 측면에서 이를 바라볼 것인가를 두고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실제로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신의료기술평가는 시장 진출을 막고 있는 허들이 분명하다.빠르게 내수 시장에서 실사용 데이터를 채우고 글로벌 시장을 노려야 하는 기업의 상황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위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기술을 묵히는 것은 손해가 아닐 수 없다.반면 의료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사실상 유예한채 환자에게 먼저 이를 적용하는 것은 특혜에 가깝다.백번 양보해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환자에게 침습적 행위가 없어 안전성면에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도 만약 해당 기술이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에서 떨어질 경우 환자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의료기술을 받기 위해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은 돈을 벌었다.그렇기에 디지털헬스케어, 혁신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선진입 후평가와 같은 과도기적 제도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선에서 합의해야 하는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과연 이같은 논의가 산업계와 의료계, 의학계, 정부가 협의하면 끝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어떠한 방식으로 선진입 후평가 제도가 개선된다 해도 결국 이를 적용받는 것은 환자다. 특히 선진입 의료기술의 경우 대부분 비급여 형태로 지불체계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비용 또한 환자가 낸다.하지만 이같은 논의에 대해 환자와 국민들의 의견은 매우 제한적이다. 환자가 직접 돈을 내고 자신의 몸에 받아야 하는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평가를 낮추는데 그들의 생각은 담겨있지 않다는 의미다.안전하다고 하지만 만약 부작용이 나왔을때 누가 이를 책임질지, 선진입한 기술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결론이 날 경우 효과를 기대하고 환자가 낸 비급여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등 핵심적 논의 요소들이 뒷전으로 밀려있는 셈이다.선진입 후평가 제도는 결국 과도기를 넘어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가깝다. 산업을 발전시키면서도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세우는 것이 골자다. 그렇기에 가장 중심에 둬야 하는 것은 환자, 나아가 국민이다. 이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국회와 정부의 역할이다.
2023-12-11 05:30:00기자수첩

코앞에 닥친 의대 증원…위기에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리더십이라는 의미다.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리더의 능력이 검증된다.작금의 의료계가 그렇다. 올해 하반기만 해도 면허취소법,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등 의료현장 어려움을 키울 법안이나 제도가 잇따라 통과·시행됐다. 이제 의과대학 정원 확대까지 목전에 두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이런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무엇일까? 사회와 산업이 다양화하면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종류도 많아졌지만, 현재 의료계에 필요한 것은 상황 통제 능력이라고 본다.이미 의대 증원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의료계 뜻이 좀처럼 하나로 모이지 않는 탓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의대 증원을 저지한다는 목적으로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그 정당성 두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 저지 투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회원들이 선뜻 동참 해줄지 물음표가 찍힌다. 정부·정치권 역시 대규모 의사 파업은 없을 것이라고 상황을 낙관하는 분위기다.컨설팅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리더에게 통제력을 부여하는 덕목으로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평소에 신뢰를 쌓아온 리더라면 위기 상황에서 별문제 없이 무리를 이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달성할 수 있거나 그 과정을 상상할 수 있는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붕괴 중인 건물에서 사람들을 이끌려면, 이들이 빠져나갈 통로가 왜 안전한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이를 위해선 정부·정치권이 의대 증원의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필수·지역의료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그 규모를 의료계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이 있어야 한다.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실현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의사 대표자들의 분열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질서와 통제를 통해 혼란을 감소시키고 대응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또 위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규정하고 대응의 경계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위기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이를 키우는 불확실성은 신뢰로 통제할 수 있다. 투쟁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 과정에서 진정성과 일관성 보여줄 수 있는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2023-12-04 05:00:00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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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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