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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바이오기업의 협업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이 늘어나면서 기업 간 협업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했던 정부 중심의 연합체(컨소시엄)는 물론 비슷한 분야의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 간 협업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지난 21일에는 엑셀세라퓨틱스·오가노이드사이언스·입셀·툴젠은 최근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파크에서 '한국형 킴리아' 개발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 체결을 발표하는 등 분야가 다른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뭉치기도 했다.각 회사별로 고유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여건 상 기업 간 협력이 필수불가결처럼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많은 바이오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질문을 하면 10명 중 8명은 비슷한 기술의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들과의 교류와 협업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신기술을 표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공유와 공동연구개발이 상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그럼에도 기사에 실리는 인터뷰에서 '협업'을 또 강조하는 이유는 그러한 교류의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신약개발의 특성상 회사고유의 기술인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이뤄진 영향도 있어 보인다.눈을 돌려 IT분야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정보교류가 활발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데이터나 AI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코딩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누구나 정보를 보고 활용하고 새로운 내용은 재공유하는 방식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물론 모든 기술이 공유된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바이오사 대표가 좋은 정보공유의 선례로 IT산업을 꼽는다는 점에서 바이오산업이 참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꼭 기술이나 정보공개가 아니더라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시각이다.한국형 킴리아 개발을 선언한 파트너십 계약을 두고 각 기업들은 "각자의 기술들을 잘 융합하고 힘을 합쳐, 국내 기술의 힘으로 킴리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을 통해 국내 바이오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다만 그 뒤에는 "형식적인 업무협약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도 존재했다. 바이오 기업의 소통과 협업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무기로 생각하는 만큼 형식적인 논의를 뛰어넘어 좋은 성과로 연결되기를 기대해본다.
2022-09-26 05:00:00기자수첩

건보공단의 진료비 확인 오류 소통 방식이 아쉽다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코로나19 비대면진료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을 위해 재택치료를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확인 안내문'을 발송했다. 진료비를 제대로 낸 것인지, 실제로 재택치료를 경험했는지 환자 스스로 확인해 보라는 의미다.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코로나19 재택치료는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더라도 국비에서 지원이 되는 상황에서 본인부담금을 냈다고 오인하는 환자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진료비 확인 안내문 한 장이 부당청구 및 부도덕한 기관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대한의사협회도 해당 업무를 주관하는 의료기관지원실에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진료비 확인 안내문 표기의 오류 등을 지적했다.해당 내용이 기사화되자 건보공단 담당 부서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달 초에 발생한 민원이고, 의협과 잘 이야기를 잘 끝냈는데 의료계와 신뢰관계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게 주 내용이다.통화 내용은 해당 민원을 인지하고 있었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어떻게 개선 조치를 취했다, 또는 취하겠다는 발전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환자와 의료기관 신뢰 손실 대한 대승적인 우려보다는 건보공단과 의료계의 신뢰에 영향을 준다며 '남 탓'의 내용이었다.그렇다고 항의 공문을 보낸 의협에도 속 시원한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표기 오류 부분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진료비 확인 안내문 회수나 재배포 등 적극적 개선 약속보다는 앞으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코로나19 관련 규제는 없도록 하겠다는 구두 약속도 했다고 한다.의협은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만큼 주요 정책 및 현안에 대한 건보공단의 중요 카운터파트너다. 하지만 의협과의 대화가 전체 의료계와의 신뢰로 이어진다며 의협과 대화가 끝난 문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전체 의료기관을 설득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소통 방식도 앞으로 발전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사 하나가 의료계와 신뢰에 손실이 갈 수도 있다며 기사 삭제 등의 항의를 요구하는 모습은 사전적으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합',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을 뜻하는 소통과도 멀어 보이는 움직임이다. 오보가 아닌 해명이나 일부 정정이 필요한 기사에 대해 통상 정부 기관은 '설명자료', '보도해명자료' 등의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의협에 내놓은 답변을 봐도 당장의 항의가 무마된 것일 뿐 의료계와 건보공단의 소통이 원활히 마무리됐다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환자와 의료기관의 '신뢰' 보다 건보공단과 의협의 신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해당 실의 시선이 건보공단 기관의 시선이 아니길 바란다.
2022-09-23 05:30:00기자수첩

경제관료가 장관이 되면 안되는 이유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오는 27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검증 과정에서 위장전입·세대분리 등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핵심은 경제관료에게 보건과 복지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복지부 장관이 적합한 가에 대한 우려다.특히 보건정책은 하나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하나를 개선하려고 정책을 추진했는데 두가지 이상의 부작용이 터져버리는 민감하고도 중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단순히 국민의 불편을 넘어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사안인만큼 리더십이 중요하다.지난 10년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선 여전히 회자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명, 응당법이 있었다. 응급환자가 내원했을 때 호출을 하지 않거나 받지 않았을 때 법적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이다.당시 이를 추진했던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강행했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한 지방 중소병원들이 응급실을 줄줄이 폐쇄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당시 복지부 장관이 공개사과하고 수차례 땜질식 후속 대책을 제시하면서 수습했지만 응당법은 누더기가 되면서 이도저도 아닌 정책이 돼버렸다.당시 의료계는 복지부가 추진한 정책 하나로 대혼란을 겪었고 응급환자는 집 근처 응급실이 사라지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여파는 수년 간 이어졌다. 그만큼 의료정책은 비전문가가 와서 휘두를 수 있는 칼자루가 아니다.또 재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되는 영역이다. 복지와 더불어 의료는 전통적으로 공공적인 성격을 띄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 선 지금은 더욱 공공성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맞다. 이런 가운데 경제관료 출신의 복지부 장관은 의아할 수 밖에.엎친데 덮친격으로 국회 및 의료계에 제1차관에 또 기재부 출신 관료가 온다는 소문은 더욱 우려스럽다. 만약 현실화 될 경우 이는 곧 대통령실이 복지부에 보내는 '예산 절감' 시그널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공무원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까.경제관료 출신 후보자가 보건복지정책에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지, 지난 4개월간의 제1차관 경력으로 장관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주 조규홍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후보자의 보건복지정책 비전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2022-09-21 09:41:37기자수첩

심부전학회에 필요한 건? 'less is more'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심부전에 대해 아세요?" 대다수는 심부전에 대해 들어봤다 답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심부전학회의 대국민 인지도 조사 결과 84%의 응답자가 심부전을 안다고 답했다. 문제는 들어본 것과 실제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심부전에 대해 알지만 정작 얼마나 치명적(중등도)인지 묻는 질문에는 25%만이 제대로 답했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심부전에 대해 들어만 봤을 뿐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른다는 뜻이다.심부전의 2년 사망률은 20%로 폐암과 맞먹는다. 5년 사망률은 50~60%로 껑충 뛴다. 암에 걸렸다고 하면 펄쩍 뛰는 것과 달리 심부전에는 무덤덤한 이유는 따로 있다. 단어가 가진 애매모호한 이미지 때문이다.질환 인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캠페인이나 환자 강연과 같은 학회의 홍보 업무에도 약발이 받지 않는 건 그만큼 직관성이 떨어지는 질환명이 한몫한다. 심+부전에서 부전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중에겐 심장애나 심질환이라는 단어가 보다 직접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학회는 현행 일반질환군에 속한 심부전의 중증도 분류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환자들, 대중이 움직이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5년 내 절반이 사망하는 그 치명률은 안다면 대중들이 먼저 나서 심부전을 중증 상병에 포함시켜 달라 요구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직관적인 질환명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비슷한 고민을 최근 개최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봤다. 당뇨병, 고혈압과 달리 이상지질혈증의 관리는 말 그대로 구멍이 나 있다. 20년간 유병률이 지속 증가하면서 그간 질환 인지율 제고에 노력했던 학회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학회 관계자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단어가 길기도 하고 일반 대중은 뭔 말인지 모른다"며 "병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데 이상지질혈증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구분하자는 취지로 고지혈증 대신 이상지질혈증을 대체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그 변화가 인식률 제고에 기여했는지는 평가가 필요하다. 애매한 조현병이라는 명칭 개정도 마찬가지. 좋은 취지(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명칭 개정 공모전과 같은 이벤트는 좋은 기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보다 적합한 질환명을 찾을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적어도 질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재차 환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덜어내는 행위다. 20세기 대표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건축의 핵심으로'Less is More'를 언급했다. 모두 담으려고 했다간 모두 놓친다. 유행어로 번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덕목이 때론 직관을 위해 필요하다.공교롭게도 위에 언급한 심부전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장/내분비 계열이다. 심장/내분비학계에는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출수록 좋다는 'The Lower, The Better'가 상식이 됐다. 이번엔 'The Lesser, The Better' 차례다.
2022-09-19 05:00:00기자수첩

모순적 재평가, 이제는 솔직해지자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치매 환자에게 처방되던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 제제가 병‧의원에서 결국 퇴출당했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행한 '임상재평가'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30년 가까이 환자들에게 처방되던 40개 가까운 제약사 품목들이 한 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식약처는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에 대한 임상재평가 검토 결과,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해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의료기관에 처방 중지 및 대체의약품 활용 권고를 내렸다.문제는 이 같은 식약처의 대체의약품 활용 권고에도 허점이 존재한다.임상현장에서는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의 대체의약품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혹은 옥시라세탐 제제로 평가하기 때문이다.이들 품목마저도 식약처의 임상재평가 혹은 복지부가 진행하는 급여재평가도 동시에 걸려 있다. 제약사들이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들도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와 마찬가지로 처방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임상재평가로 처방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품목 빈자리를 퇴출 후보가 메꾸는 모순적인 현상이 벌어진 것.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마땅히 다른 치료제로 대체하기도 힘들기에 이 같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제약사의 경우 시장 퇴출에 따른 매출 타격은 당연하다. 이 가운데 정부부처의 의약품 임상 및 급여 재평가 결정에 따른 후폭풍은 오로지 의료기관과 환자가 떠안게 됐다.일각에서는 최근 식약처와 복지부가 진행하는 허가 및 급여 평가 과정을 거쳤다면 이들 의약품은 처방시장에서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20~30년 전이라 허가 및 급여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한다면 20~30년 전 허가와 급여 적용 과정이 허술했다고 해석된다.정부는 이 같은 재평가 과정 속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임상현장에서는 고가 치료제 도입에 따른 약제비 증가 속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짐에 따른 정책이라는 평가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보험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수입 연평균 증가율(7.2%)이 지출(8.1%) 보다 더 적어 2025년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결국 정책 추진의 의도 보다는 우려만 키우는 꼴이다. 모순적 정책을 자초한 정부도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2022-09-16 05:30:00기자수첩

선 시행 후 보완 정책이 가지는 함정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정부가 올해부터 시작된 2등급 의료기 공급내역보고 행정 처분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로서 7월로 정해진 보고를 포기했던 기업들도 1년의 시간을 벌게 됐다.정책 강행 의지를 보이던 정부가 급격하게 행정 처분 유예를 결정한 것은 당장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정부는 이번 행정 처분 유예의 배경으로 기업들의 업무 부담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 부담에 대한 호소는 제도가 시행된 2년전부터 지속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태도는 강경했다.그러한 면에서 이미 행정 처분 대상이 확정된 시점에 갑작스레 처분을 유예한 것은 또 다른 배경이 있어 보인다. 사실 그 배경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는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2020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말 그대로 의료기기의 유통 내역을 하나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정책이다.제조·수입사에서 기기가 생산, 수입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도매상, 소매상, 의료기기 대리점, 간납사, 의료기관 등으로 의료기기가 입출고될때마다 그 주체가 일일히 이를 입력하도록 조치한 셈이다.사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의료기기 유통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 이에 대한 추적과 관찰에 늘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문제는 '의료기기'로 통칭되는 제품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는데 있다.실제로 정부는 2020년 가장 위험성이 높은 4등급 의료기기부터 시작해 2021년 3등급, 2022년 2등급, 2023년 1등급으로 단계적 확대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2등급 의료기기가 대상이 됐다.3, 4등급의 의료기기들은 인체에 삽입, 이식되거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공급내역보고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이견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하지만 1, 2등급의 의료기기는 이들도 할 말이 많다. 실제로 이들 품목들을 보면 안경 렌즈나 콘텐트렌즈, 마스크, 체온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수술 등에 필요한 3, 4등급 의료기기와 달리 사실상 전자기기와도 경계가 모호한 제품들이 많다는 의미다. 일부 의료기기 기업들이 1, 2등급 의료기기를 제약산업과 비교해 건강기능식품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렇다보니 이 등급의 의료기기들은 제조사와 수입사가 천차만별이며 이를 유통, 판매하는 곳도 수도 없이 많은 상황이다.특히 이들 제품은 포장 자체가 1, 2개 들이 소포장이라는 점에서 취급점에서 여러 제조, 수입사의 제품을 소량씩 유통하고 있다.굵직한 기업들이 대량으로 공급, 유통하는 3, 4등급 의료기기에 비해 하나하나 일일히 보고해야할 항목들이 많아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이로 인해 의료기기 제조, 수입사와 유통기업들은 공급내역보고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이러한 사항들을 지적해 왔다. 제도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3, 4등급 의료기기만 대상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지적이었다.또한 만약 1, 2등급 의료기기는 사실상 인체에 주는 영향이 적다는 점에서 확대 시행을 하더라도 3, 4등급에 대한 진행 상황과 업무량 등을 확인하면서 제도를 보완하자는 타협책도 내놨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제도는 원안대로 진행됐고 결국 2등급 의료기기에 대한 보고 의무화가 시작된 올해 마침내 문제들이 터져나왔다. 도저히 업무를 감당하기 힘든 기업들이 말 그대로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공급내역보고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차라리 과태료를 맞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그나마 의지가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인력과 예산 등에 여유가 있는 제조, 수입사에 이에 대한 업무 처리를 호소하거나 그나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음 유통처에 대신 업무를 진행하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속칭 갑질이다.정부가 급하게 2등급 의료기기에 대한 공급내역보고 행정 처분을 유예시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칙대로 하자면 무더기로 행정 처분을 내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문제는 올해 2등급 의료기기에 대한 처분이 미뤄졌다해도 내년도 1등급 의료기기에 대한 보고 절차가 남았다는 점이다.2등급 보다 품목도 많고 유통 기업도 다양하다. 2등급 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악순환이 악순환을 부르는 꼴이다.이러한 '선 시행 후 보완' 정책들은 늘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을 불러왔다. 의료계가 반대한 CT, MRI 급여화를 강행하면서 검사 건수가 1000% 이상 뛰어오른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가격이 싸지면 수요는 물린다. 너무나 당연한 인과관계를 외면한 결과다.산불은 예방이 최우선이다. 불이 났을때를 대비해 수십가지 메뉴얼을 만드는 것보다 징조를 무시하지 않는 사전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징조는 현실이 됐고 남은 방법은 그 불이라도 끄는 것 뿐이다. 말 그대로 '선 시행 후 보완'. '선 산불 후 진화'다. 
2022-09-13 05:00:00기자수첩

필수의료 자처하는 한국의료 '자화상'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윤석열 정부가 쏘아올린 '필수의료 강화'를 바라보는 의료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필수의료 건강보험 재정 개혁 추진단과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연이어 발족하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필수의료 강화 방안은 윤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 명시된 필수의료 강화의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의 필수조건인 재원에 말을 아끼고 있다.재정 지원 범위를 최소화해도 의료인력 양성과 유지, 수가 개선에는 연간 최소 수 천 억원이 필요하다.의사협회와 병원협회를 비롯한 진료과와 전문학회는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미용성형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진료과와 질환군 의사들이 필수의료 탑승 표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된 형국이다.어찌된 영문일까.의원과 중소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로 건강보험 통제를 받고 있다.진료과별, 질환군별 행위별 수가와 인센티브를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의료기관 경영과 해당 의사 인력 수급이 달려있다.외과와 흉부외과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의 경우, 투여한 노력과 시간에 비해 낮은 수가 그리고 의료과실 위험성 등 소송 부담으로 젊은 의사들의 지원 기피 현상은 이미 고착화됐다.이런 상황에서 수가 개선으로 해석되는 필수의료 강화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역으로 진료과와 전문학회에서 필수의료에 동승하려 발버둥치는 것은 한국의료의 서글픈 자화상인 셈이다.의료계 일각에서는 필수의료를 야간 응급실 콜을 받은 질환군으로, 한편에서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중심으로, 다른 쪽에서는 지방병원 등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필수의료 강화 정책의 현명한 가르마 타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부 불신과 의료계 내홍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제 복지부는 솔직해야 한다.가능한 재정 범위를 정하고 윤정부 5년 동안 단계별 필수의료 개선방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의료계 중진 인사는 "필수의료 강화를 놓고 의료계 내부의 사공이 너무 많다. 의사회와 학회 수장들 모두 회원들 눈치를 보며 필수의료 한축임을 자처하고 있다"면서 "복지부 결정이 시급하다. 의료계와 신뢰를 전제로 연차별 지속 가능한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복지부가 심평의학을 통한 진료비 심사 재가동과 현지조사 강화 등 의료계를 압박한 재원 마련에 올인 한다면 필수의료 개선방안이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국고 지원 없이 동료 의사들에게 짜낸 재정을 필수의료 강화 방안으로 홍보하는 구차한 정책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2022-09-07 05:30:00기자수첩

코로나19 바라보는 정부와 의료계 온도차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올겨울 코로나19에 독감이 더해진 트윈데믹이 예상되면서 의료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방역에 미온한 모습을 보이면서 현장 의료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는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 방역정책이 대거 축소된 것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장은 오미크론 이후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를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재확산 조짐에 대한 복지부 대책을 묻자 대답을 회피했다는 설명이다.재택치료에 참여했던 한 개원의 역시, 재택치료가 종료될 당시 보건소에 야간에 고위험군 확진자를 관리할 대책이 있느냐 물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못받았다.응급실에서도 대유행 당시 심화했던 과밀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재확산세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투입되는 예산 역시 줄어들고 있다. 앞서 정부는 방역현장에 파견되는 간호인력에게 월 1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했지만 최근 이를 절반인 500만 원으로 줄였다. 비슷한 시기 RAT에 적용됐던 감염예방관리료 역시 사라졌다.내년도 복지부 예산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2023년도 복지부 예산이 108조9918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중 사회복지분야는 92조 원으로 전년 대비 14.2% 늘었지만, 보건분야는 17조 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현장 의료진들은 지난 정부가 코로나19에 너무 많은 예산을 소진해 이번 정부가 방역에 힘을 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충분한 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급하게 의료인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다.기존 코로나19에 필요 이상의 공포심이 형성돼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엔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방역에 무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이는 현장 의료진 사기와도 직결된다.또 의료계 판단처럼 지난 정부의 과도한 예산집행이 미흡한 대비로 인한 것이었다면 적어도 5~6월 완화세 당시 기존 문제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본다.당장 트윈데믹이 예상되고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미래에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다 끝났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의료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된다. 다음 감염병 유행 땐 지난 대유행 당시 발생한 혼란이 재발하지 않길 희망한다.
2022-09-05 05:00:00기자수첩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고민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4차 산업 혁명과 신약 개발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의료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사실 '4차 산업혁명' 등의 구실을 붙이지 않아도 의료계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은 오랫동안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가깝게는 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 이과계열 다른 전공을 경험한 융복합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의 제도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는 차의학전문대학원 1곳만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큰 틀에서 의료계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해부학, 생리학 등 기초의학의 비전을 제시하고 진출하는 의대생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관련 연구비 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된다는 지적이다.전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원론적인 시각의 접근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의료계의 말처럼 의료계는 꾸준히 의사과학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기초의학의 길을 지원하는 학생은 과거 5%대에서 1%대로 떨어져 말 그대로 '기피'현상을 보이는 중이다.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지만 미래 기초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 못지않게 현재 임상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연구역량 강화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최근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취재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지난 2019년 신진의사과학자를 선정하기 위해 시작된 해당 사업에 지원한 교수의 경쟁률은 2:1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지원하면 선정되는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것.하지만 2년이 지나 지난 2021년 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관련 경쟁률이 3:1 가까이 치솟았다. '신진 의사과학자'라는 이름처럼 병원 내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나이 등의 제한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높은 경쟁률을 보인 셈이다.이러한 지원의 원동력은 연구비 지원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동기부여가 이뤄진 부분은 '연구 시간'에 대한 보장이 이뤄졌다는 점이다.간혹 대학병원 교수의 인터뷰를 하다보면 의대, 병원의 소속으로 진료를 보면서도 연구역량 강화의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부러움 혹은 국내 현실의 아쉬움을 들을 기회가 종종 있다.결국 의사과학자의 양성에는 연구비라는 금전적 요인 못지않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개인적으로 다양한 교수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주제와 상관없이 묻는 질문은 현재 전공분야에 대해 어떠한 연구주제를 고민하고 있는가이다.해당 질문을 던질 경우 대부분 큰 고민 없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연구주제와 향후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해 답변을 전달한다. 대학병원 특성상 연구를 뗄 수 없긴 하지만 늘 연구에 대한 향상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간혹 어떠한 문제에 대해 단어 하나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다. '의사 과학자'라는 문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과 출신인 기자의 주변엔 석사, 박사를 졸업하고 제약회사 등에 연구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들이 많다. 과연 이들을 '과학자'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단순 기술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은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기피 전문과 인력 양성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의사과학자 양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의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상의들의 연구역량을 강화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연구 성과를 발휘하는 대학병원 내 여러 교수가 조명 받는 이유도 '실적' 외에 진료 중 없는 시간을 쪼개서 연구 성과를 냈다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의료계 내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은 뫼비우스의 띠 같이 끝없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화두이다. 한 가지 노선으로 방법을 찾기 어렵다면 기초의사과학자양성과 임상의 연구연량을 어떻게 강화시킬지에 대한 심도 있는 투 트랙 전략도 필요하지 않을까? 
2022-08-31 05:00:00기자수첩

복지부 산하 기관 임원, 꼭 장관 있어야 공모 가능한가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새 정부 출범 후 내내 보건복지부 장관 공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산하 기관 주요 임원 인사도 좀처럼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다. 주요 임원 임기가 만료되면서 공백으로까지 이어지자 내부에서는 주요 업무 추진 동력이 없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복지부 산하기관 중 건보공단은 기획이사와 장기요양이사의 임기가 이미 지난 4월 2년의 임기가 끝났다.기존 기획이사와 장기요양이사는 '임기 1년 연장'이라는 보장도 없이 4개월 이상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언젠가는 '나갈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업무 추진 및 기획에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미 과거 임원 중 임기가 1년 더 연장된 사례가 있음에도 이들의 임기는 확정적으로 연장되는 등의 결정 없이 하루 이틀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다. 모두 이전 정권에 임명됐다는 이유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건보공단 기획이사는 사표를 던졌다.그러자 이번에는 무책임하다는 내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기획이사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비롯해 건보공단 내부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당장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조직 개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개혁을 위한 별도 조직을 꾸린 상황에서 건보공단 건보재정 관리의 최고 책임자 존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당장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으며, 여당은 벌써부터 이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재정관리를 문제 삼고 있다.이 같은 혼란의 상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마찬가지다. 심평원도 선거 출마로 돌연 사직한 감사 자리가 이미 수개월째 공백을 이어가고 있고, 기획이사가 지난 7월 말 임기를 마치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최소 2개월의 공백을 예고하고 있다.사실 각종 정책의 실무 업무는 임원이 아닌 소관 부서에서 진행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이끄는 수장의 존재는 업무 추진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된다.양 기관은 복지부 장관이 결정이 나야 임원 공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장관 임명 이후 공모가 진행된다고 해도 국정감사 때 양 기관 주요 임원의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복지부는 최근 주요 국장 및 실장 인사를 진행했다. 복지부 산하 기관 중 하나인 국민연금공단도 이사장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4개월째 비어있던 국민연금공단 수장 자리에 최종 2명의 후보가 압축된 상황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수장을 바꿔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복지부 장관 유무와 상관없이 산하 기관의 임원 공모 시계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2022-08-29 05:00:00기자수첩

복지부 초대장관 인사가 더 중요해진 이유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새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윤 정부의 보건복지부 초대 장관은 여전히 공석 상태다. 복지부는 물론 국회 역사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윤 정부가 지금 후보자를 지명한다 손치더라도 9월은 돼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앞서 두명의 후보자가 낙마했을 당시 일각에서 "이러다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가 겹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자칫하면 장관 인사청문회는 복지위 국정감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 일정이 10월 4일부터라는 점을 볼 때, 국회는 인사청문회와 국감 준비를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후보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여·야는 국감이 아닌 청문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혹은 이름만 '국감'이 '청문회'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런 문제도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복지부도 장관 공석 장기화에 차관을 주축으로 실무 정책을 꾸려 나가고 있다. 장관 이후로 미뤘던 국·실장급 인사는 물론 당장 새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에 대한 세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최근 논의가 활발한 필수의료 개선 방안 논의부터 비대면진료, 디지털헬스케어, 건보재정 효율화 방안 마련 등 굵직한 과제까지 정권 초 국정과제를 반영한 정책 방향을 세워나가는 중이다. 초대 장관은 없지만 보건의료 정책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정권 초반 중요한 시기에 큰 그림을 마련하는데 참여하지 않은 장관이 내부에서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이는 초대 복지부장관 인사가 중요한 이유다. 세번째 후보자마저 논란거리가 많은 인물일 경우 야당 입장에선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여야 모두 인정하는 후보자라면 또 몰라도 이번에도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명으로 정치적인 인물이라면 맹공격을 가할 태세다.또한 평소 보건복지에 대해 문외한 초대 장관이 올 경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미 그려진 큰 그림을 따라가기 급급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윤 대통령은 몇일 전 "복지부 장관을 열심히 찾고 있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새 정부가 찾는 복지부 초대 장관 후보자는 부디 국회 여·야가 모두 수용할 만하고 보건의료정책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길 기대해본다. 특히 내 사람 줄세우기식 인사로 진행할 경우 복지부는 장관 없이 국감을 치러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2022-08-26 05:30:00기자수첩

K-방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법과 제도는 후행적이다. 시대와 사회가 먼저 변하고 그 변화를 규율하기 위한 틀은 한 걸음 뒤쳐져 따라 간다. 사법이 과거를, 행정이 오늘을 처리한다는 격언 역시 미래 지향적이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말이다.당시의 보편 타당한 '룰'을 만드는 과정은 지난하고 느릴 수밖에 없다. 룰의 태동이 반드시 현재와 부합하거나 현상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그런 의미에서 법과 제도, 정책은 일몰과 부침을 겪는다. 제도 시행 이후 제도를 평가, 개선하는 일은 행정에서는 일상다반사. 뒤쳐진 시간과 사회와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최근 'K-방역'이 정권의 치적 홍보 수단에서 불명예의 타이틀로 추락할 조짐이다. 당장 이번달만 해도 100만명당 확진자 세계 1위라는 굴욕을 맛봤다. 치명률이 낮다는 핑계가 있지만 그 성과 역시 8월 기준 세계적으로 100위권에 들지 못하는, 말 그대로 순위권 밖이다. 엄격했던 통제가 오히려 통제 불능의 바이러스의 역습(backlash)을 이끌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것.단기간 내 평가가 뒤바뀐 건 그만큼 정책이 긍정적인 결과물로 환원되지 못했다는 지표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인/집단의 희생을 전제로 공공의 이익(방역)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정책은 팬데믹 초기에는 적합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다르다.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로면서 치명률이 낮아지고 전파율이 높아지는 등 2년 전과는 그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미국, 영국 등에선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노 마스크, 일상으로의 회귀는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치명률이 독감과 비슷하거나 더 낮아진 상황에선 위드 코로나와 같은 정책 변화가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 더 부합하는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것.해외에서의 노 마스크 행렬이 즐비한 축제, 대규모 경기 관람 등을 어리석은 일이라 비웃었지만 어쩌면 그들은 치열한 고민 끝에 느슨한 방역을 통한 집단면역 확보가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최적의 선택지라 판단했는지도 모른다.완벽한 정책, 제도는 없다. 어쩌면 초기 K-방역의 성과에 취해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실기했을 수 있다. 정책이 시대, 사회와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평가는 늘 현재진행형이 돼야 하는 이유다.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정책은 늘 그렇다. TV에서나 우리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맨 얼굴의 군중들이 일상으로의 회귀한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건, 희생했음에도, 희생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 전세계 1위라는 건,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을 잘못됐다.
2022-08-24 05:49:50기자수첩

초고가약 시대 간과된 의사행위료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올해 약값만 수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치료제가 연 이어 급여권이 진입하고 있다.한국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가 대표적이다.정부가 책정한 1회 당 약값만 킴리아와 졸겐스마는 각각 3억 6400만원, 19억 8000만원에 달한다. 약값이 원채 비싸다 보니 급여 진입 과정에서도 해당 이슈에 집중됐다. 정부와 제약사 간 약값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계속하면서 해당 품목의 급여적용을 둘러싼 기준 설정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 사실이다.이 가운데 간과된 것이 있다. 바로 실제 약물 투여 과정을 책임지는 의사의 '행위'다.킴리아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 단계별 과정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관련 투여 과정에 따른 행위 수가도 유사하게 새롭게 신설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투여 과정에 투입되는 시설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수가가 낮다는 것이 의료현장의 주된 평가다.  상대적으로 킴리아보다 투여 과정이 단순한 졸겐스마에 대한 의사 행위 수가는 급여 과정에서 언급자체도 없었다. 20억원에 달하는 약값에만 관심이 집중됐던 데에 반해 유사한 주사 투여에 따른 행위수가가 이미 있다는 이유로 의사 행위수가에 대한 관심은 전무 했다.물론 고가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해서 관련 의사 행위료도 비싸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다. 환자 치료에 투입되는 의사 행위량에 따라 수가도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문제는 이 같은 치료제 투여 과정에서 인적 리스크 관리는 오로지 이를 책임지는 의사 혹은 의료기관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단적으로 바이알 형태인 졸겐스마의 경우 투여 과정에서 파손, 분실 등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투여 과정에서 바이알이 깨지거나 한다면 의료진이나 환자, 제약사 모두 멘붕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제 형태 고가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출시 준비 중인 상황에서 향후 임상현장에서 의사 혹은 환자가 이를 파손, 분실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책임 소재는 어찌할 것인가.이를 담보해줄 민간 보험 상품도 마련될 가능성이 없는 시점에서 정부도 해당 문제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초고가 치료제 '전 세계 최저가' 급여 도입만이 능사가 아니라 의료시스템 적으로도 앞서가야 진짜 건강보험 선진국이다.
2022-08-22 05:00:00기자수첩

국가 주도의 총동원령이 가지는 무게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무조건 빨리, 많이 만들라고 해서 정말 미친듯이 찍어냈는데 그 물건들 전부 창고에 있어요. 이젠 창고에 들어갈 공간도 없어서 동남아 같은데 덤핑이라도 해야할 판입니다."얼마 전에 만난 방역 전문 용품 제조기업의 대표가 털어놓은 말이다. 지난해만 해도 의욕과 활기가 넘치던 그는 이제 얼굴에 생기조차 없어진지 오래다. 창고만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한다.이 기업은 코로나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말부터 정부의 요청에 따라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리며 방역 용품 국산화에 앞장섰던 것이 사실이다.이를 보여주듯 정부의 고위 관리들도 연이어 그 공장에 방문했고 수입 대체의 공을 치켜세우며 생산량 증대를 독려했다.하지만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엔데믹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산 공장을 늘리며 대처했던 이 기업의 물품들은 모조리 재고로 남게됐다. 이 대표가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이유다.이는 비단 이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른바 K-방역의 핵심으로 꼽히던 체외진단기업들의 불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들 또한 무조건 빨리, 많이 만들라는 정부의 요청에 응했던 기업들이다.불과 올해 초 PCR에서 자가검사키트로 확진 검사를 변경하면서 전국적으로 품절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는 체외진단기업들을 불러 모아 생산량 증대를 요청했다. 다른 키트를 생산하는 라인을 돌려서라도 공급량을 늘려달라는 요구였다.나아가 정부는 아예 국내 유통을 위해 키트의 수출 노선도 막아버렸다. 이로 인해 급격하게 공급량이 늘어나며 품절 대란은 해소됐지만 그렇게 찍어낸 물품 중의 상당수는 역시 재고로 남았다.마찬가지로 엔데믹 기조와 함께 키트의 수요가 급감하자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급 물량이 악성 재고가 된 셈이다.이러한 문제들은 코로나 방역 물품 제작에 동원됐던 기업들이 하나같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다. 인공호흡기도, 음압병상도, 마스크도 체온계도 정부가 요구한 수요가 채워지자마자 모조리 창고로 향한 이유다.이로 인해 이들은 적어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제작한 물품 만이라도 조달 형식으로 받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고 있다.이 와중에 최근 코로나 확진자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이들 기업에 이에 대한 대비를 요구하며 재고 현황 등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앞서 말한 그 기업의 대표는 이를 찢어버렸다고 한다. 그는 다시 한번 정부의 고위 관리가 공장을 찾는다면 창고에 쌓여있는 그 물건을 보여주겠노라며 이를 갈고 있다.코로나가 다시 확산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이후 또 어떠한 감염병이 출몰할지도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때가 됐을때 이들 기업들이 또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정부의 요구에 부응할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듯 하다.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이들 기업들의 고충과 고민을 한번쯤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부름에 답했다면 이들을 지켜내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2022-08-19 05:30:00기자수첩

세계 최고를 추구하는 서울대병원의 과제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윤석열 정부의 첫 서울대병원장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서울대병원이사회는 지난 10일 마취통증의학과 박재현 교수(64년생, 서울의대 1987년 졸업)와 외과 정승용 교수(64년생, 서울의대 1989년 졸업) 등 2명(가나다순)을 최종 후보 선정하고 교육부에 추천했다.서울대병원장은 이사회 추천과 교육부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서울의대 교수협의회는 처음으로 병원장 후보자 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영상 토론회를 갖고 경영철학과 비전 등을 타진했다. 해당 영상은 1800뷰를 기록하며 교수들의 많은 관심을 반증했다.하지만 서울대병원 설치법에 명시된 대통령 임명 방식이 바뀌지 않은 한 병원장 결정에 사실상 영향력은 없는 셈이다.연세대의료원과 고려대의료원 등은 교수들의 투표를 통해 의료원장을 선출한다.과거 서울대병원의 위상 제고를 위해 대통령 임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교수들의 인식이 이제 달라졌다.서울대병원의 미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연구, 진료를 통해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이다.많은 교수들은 사립 대학병원과 같이 진료와 수술 등 경영수익에만 집중하는 병원 경영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서울대병원의 우수한 젊은 교수들이 헬스케어와 제약바이오 등 벤처업체로 이직하거나 창업하며 교수직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보건의료 현안 발생 시 정권에 눈치를 보며 침묵하거나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서울대병원 존재 이유에 반문을 제기하는 젊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다.다른 국립대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병원장을 이사회 추천과 교육부 장관 임명으로 이뤄진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수가 병원 경영자에 오른 일이 대부분이다.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아닌 병원의 핵심 동력인 교수들의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뜻이다.국립대병원 보직 교수는 "서울대병원과 국립대병원 모두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련법을 개정해 이사회 대신 교수들이 투표를 거쳐 추천하는 방식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차기 서울대병원장이 누가되더라도 민주적 절차와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병원장과 교수들의 함께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교직원이 행복해야 세계 최고를 추구하는 서울대병원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분명해진다는 점을 정부도 차기 병원장도 명심해야 한다.
2022-08-16 05:00:00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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