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심장 분야 조준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세계 대전 개막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뇌와 함께 최후의 장기로 불리는 심장 분야에 치료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심혈관 분야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고령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번 고장나면 각 기능이 연이어 망가지는 구조로 인해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시장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의료기기가 고도화되며 펄스장 절제술(PFA)은 물론 삼첨판막, 좌심방이 폐쇄(LAAC) 등 차세대 치료법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심혈관 분야에서 맞붙은 글로벌 기업들…"안정적 수익 발판"1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환자의 폭발적 증가와 치료 접근성 향상으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간 경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단일 기기 경쟁을 넘어 환자 치료의 전 과정을 놓고 패권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심혈관 분야가 핵심 전장으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심혈관 분야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구조적으로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반복 치료와 장기 관리가 가능해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실제로 글로벌 조사 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 의료기기 시장은 2024년 777억1000만 달러에서 2029년 1103억9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 평균 성장률이 무려 7.3% 수준이다.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연이어 심혈관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지속 매출이 가능한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실제로 심혈관 기기의 경우 카테터, 풍선, 판막 등 대부분의 제품이 일회성 소모품 성격을 갖고 있어 시술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를 보인다. 한번 장비를 사면 끝인 분야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의미다.여기에 환자의 재시술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하나의 환자가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는 장기 수익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을 이끌어 가는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심혈관 사업부를 확장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현재 글로벌 심혈관 시장은 세 기업이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메드트로닉이 가장 폭넓은 심혈관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되며 애보트와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그 뒤를 추격하는 구조다.세부 시장에서는 점유율 구도가 더욱 뚜렷하다.좌심방이 폐쇄(LAAC) 시장에서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의 워치맨(Watchman)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사실상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고, 구조적 심장질환 영역에서는 애보트가 마이트라클립(MitraClip)을 중심으로 일정 부분 비재력을 유지하고 있다.그 외 시장에서는 메드트로닉이 전체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판막 시장에서는 메드트로닉이 에볼루트(Evolut) 시리즈를 통해 TAVR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이처럼 각 기업이 특정 영역에서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인접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기존에 나뉘어 있던 경쟁 구도가 점차 겹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차세대 기술 놓고 패권 싸움 시작한 공룡들…접근 전략은 차이표면적으로는 모두 심혈관 전문 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서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메드트로닉은 세계 1위 기업답게 가장 전통적인 '풀 라인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신제품인 에볼루트 FX 플러스(Evolut FX+) 기반 TAVR 시스템을 중심으로 판막 시장을 유지하면서 펄스셀렉트(PulseSelect)와 아페라(Affera)·스피어-9(Sphere-9) 기반 펄스장 절제술(PFA)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여기에 메드트로닉은 마이크라(Micra) 무선 심박동기 등 전기생리와 심장 리듬 영역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심장이라는 한 분야 안에서 판막, 전기생리, 박동조율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병원을 파고드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메드트로닉과 보스톤사이언티픽, 애보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이 전략의 강점은 역시 병원 단위 계약이다. 병원 입장에서도 이 기기는 A기업, 저 기기는 B기업 제품을 쓰는 것보다는 하나의 기업 제품으로 커버가 가능하다면 운영 효율성이 높은 이유다.특히 최근 병원들이 개별 장비보다 통합 플랫폼을 선호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전략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반면 각 세부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확보하기 어렵고, 전문 기업 대비 기술 경쟁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이에 따라 메드트로닉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환자 발굴과 치료 연결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단순 포트폴리오를 넘어 환자 흐름을 장악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심혈관 분야에서 차기 왕권을 노리고 있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은 훨씬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파라펄스(FARAPULSE) 기반 펄스장 절제술(PFA) 시스템과 워치맨(Watchman) 좌심방이 폐쇄(LAAC) 기기를 중심으로 심방세동(AF) 치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파라펄스는 전기장을 이용해 심근 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절제 기술로 사실상 보스톤사이언티픽을 먹여 살리고 있는 효자 상품이다.또한 워치맨은 좌심방에서 혈전 형성을 막아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기전으로 차세대 기기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파라워치(FARAWATCH)는 부정맥 치료와 뇌졸중 예방 시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구조를 만들며 환자 단위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여기에 에이전트(AGENT) 약물코팅풍선과 혈관 내 쇄석술(IVL)까지 더해 관상동맥과 말초혈관 영역으로 확장하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결국 특정 질환군과 치료법에서 세계 시장을 좌우할만큼 확실한 우위를 확보한 뒤 인접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상대적으로 지배력이 덜한 애보트는 구조적 심장질환과 진단을 결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마이트라라클립(MitraClip)과 트라이클립(TriClip)을 중심으로 승모판과 삼첨판막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나비터(Navitor), 앰플래처 아뮬렛(Amplatzer Amulet) 등을 통해 판막 및 폐색 치료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마이트라클립과 트라이클립은 각각 승모판과 삼첨판막을 클립으로 잡아 역류를 줄이는 최소침습 시술 기기로 개흉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특히 애보트는 여기에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진단 사업을 결합해 환자를 더 빠르게 발견하고 치료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즉 환자를 먼저 발굴해 시술하고 이후 관리까지 이어가는 수직 통합 전략인 셈이다.각자의 영역 구축하던 기업들 확장 전략으로 치열한 전투이처럼 경쟁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시장 구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심혈관 질환이 환자 수가 많고 반복 치료가 가능하며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판막 질환과 부정맥 환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특히 한번 심장 질환 환자를 잡으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있는 것도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다.예를 들어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단순 절제술 이후 좌심방이 폐쇄(LAAC) 시술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고 판막 질환 역시 조기 진단 이후 시술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재시술까지 보장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기업들도 단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진단, 시술, 사후 관리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산업계에서 향후 경쟁의 핵심이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데이터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환자의 진단, 시술, 추적 관찰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향후 치료 전략 최적화와 재시술 예측, 환자 관리 효율화에 핵심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심혈관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각 기업의 핵심 전장이 점점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과거에는 메드트로닉이 TAVR, 애보트가 구조적 심장질환, 보스톤사이언티픽이 전기생리 분야에서 비교적 분리된 경쟁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이들 영역이 빠르게 교차하고 있다.부정맥 치료에서는 보스톤사이언티픽과 메드트로닉이 펄스장 절제술(PFA)을 놓고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고 판막 시장에서는 애보트와 메드트로닉이 승모판과 삼첨판막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여기에 좌심방이 폐쇄(LAAC) 영역까지 더해지면서 하나의 환자를 두고 여러 기업이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결국 특정 영역을 나눠 갖던 시장에서 한명의 환자를 두고 기업들이 서로 겹쳐 싸우는 중첩 경쟁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펄스장 절제술로 촉발된 차세대 기술 전쟁…최후의 승자는?세부 시장에서는 충돌 지점이 더욱 뚜렷하다. 먼저 펄스장 절제술(PFA)은 부정맥 치료의 차세대 표준을 둘러싼 전쟁이다.기존 고주파나 냉동절제 대비 조직 손상이 적고 시술 효율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혈관 치료 분야에서 무섭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기업들은 심혈관 질환 환자 증가와 함께 소모성 부품의 증가를 수익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일단 시장을 잡은 것은 보스톤사이언티픽이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은 파라펄스(FARAPULSE)를 통해 상업화 속도에서 앞서 나가며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반면 메드트로닉은 펄스셀렉트(PulseSelect)와 아페라(Affera) 기반 통합 플랫폼을 통해 매핑과 절제를 결합한 시스템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즉 보스톤사이언티픽은 초기 시장 선점으로, 메드트로닉은 시스템 완성도로 경쟁하고 있는 구조다.삼첨판막 역시 새로운 전장이다. 현재 판막 시장은 대동맥판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TARV 시장이다. 이에 반해 삼첨판막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 또한 차세대 기술의 전장이기 때문이다.특히 아직까지 차세대 기술의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각 기업들은 선점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단순한 적응증 확대가 아니라 심혈관 치료 시장의 외연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향후 3년에서 5년간은 이러한 헤게모니 싸움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TARV와 펄스장 절제술이 그랬듯 삼첨판막과 좌심방이 폐쇄 등 차세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의 점유율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글로벌 A기업 임원은 "PFA 하나만으로 보스톤사이언티픽의 매출과 주가가 두배 이상 상승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라며 "심혈관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를 한번에 설명할 수 있는 사례"라고 전했다.그는 이어 "특히 심혈관 분야는 메드트로닉의 안방이었다는 점에서 메드트로닉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사업 분야일 것"이라며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이같은 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