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이력 공개 법안 두고 의료계 반발 "필수의료 붕괴"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치권에서 의료인 사고 이력 공개 제도가 논의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의 불확실성을 무시한 처사로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다.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인 사고 이력 공개 제도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비판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의료사고 확정 판결 이력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자와 의료계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환자 안전을 지키겠다는 취지다.정치권에서 의료인 사고 이력 공개 제도가 논의되면서 필수의료 죽이기라는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주요 단체는 불참 의사를 밝히며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토론회 이후에도 관련 제도가 필수의료 죽이기라는 의사 개인과 단체들의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제도는 의료 행위의 본질적인 예측 불가능성을 외면한 일이라는 것.순천향의대 박경신 외래 교수는 이날 기고문을 통해 의료 행위는 환자의 질환 난이도에 따라 위험도가 비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숙련된 의료진이라도 불가항력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그럼에도 단면적인 수치만으로 이력을 공개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려 위험을 감수한 의사를 위험한 의사로 낙인찍는 격이라는 비판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사들은 이력 관리를 위해 고위험 수술을 기피하고 경증 환자 위주의 방어 진료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이번 법안 추진이 입법권 남용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척추측만증 수술 후유증이라는 이 의원의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해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특히 고위험 의료행위에는 불가피한 사고가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낙인찍는다면 어떤 의사도 필수의료에 헌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또 협의회는 사법 리스크가 필수의료 붕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의료사고 이력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죽어가는 필수의료의 호흡기를 떼는 악법이라고 재차 우려했다. 같은 논리라면 이소희 의원이 몸담은 법조계 역시 변호사의 과거 사건 이력과 패소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협의회는 "의료사고는 의사의 과실만을 뜻하지 않는다. 중증외상이나 소아중환자, 분만, 암수술 등 고위험 의료행위에는 일정 부분 과실이나 책임을 알 수 없는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이런 사고의 이력을 낙인처럼 찍는다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위험이 따르는 필수의료에 헌신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토론회 당일에도 반대 입장이 나왔다. 당일 보건복지부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사고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이를 모두 추적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진료 과정의 사고를 공개하면 의료진 진료가 위축돼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한국의료윤리학회 어은경 이사 역시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의료분쟁 가능성이 커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고의적이고 중대한 위반을 제외한 단순 민·형사 판결 공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영국처럼 독립적인 환자안전 조사기구와 면허심사기구를 별도로 운영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