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는 소생활권 일차의료 권고안…의료계 거센 반발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보건복지부 의료혁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소생활권' 기반 일차의료 권고안에 대해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과 개원의들은 진료 범위를 행정구역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인두제라며 거세게 비판하는 상황이다.12일 대한내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초고령사회 예방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권고안'의 소생활권 개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권고안이 환자의 진료 범위를 인구 2만~5만 명 규모의 행정동 중심인 소생활권으로 묶으려 한다는 지적이다.보건복지부 의료혁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소생활권' 기반 일차의료 권고안에 대해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의사회는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 동네의원의 환자 수가 제한돼 명칭만 다를 뿐 인두제와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일차의료기관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다.특히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기준은 거주지뿐만 아니라 질환 종류, 직장 및 학교 동선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 이를 거주지 기준으로만 묶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이는 국민이 어디서 진료받을지 선택하는 기본권 침해는 물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정부 부처 내에서 상충하는 공간 단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시·군·구 단위인 '소진료권'과 행정동 단위인 '소생활권'이 혼재돼 있어 정책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역 단위 진료 범위를 논의하면서 공공 진료기관을 새로 세우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다.대면진료는 소생활권으로 제한하면서 비대면 진료와 인공지능(AI) 협진은 확대하는 설계 역시 비대칭적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제한은 동네의원에만 적용하고 우회로는 공공과 플랫폼에 열어두면서, 비대면 진료에 내재된 환자 안전 문제와 법적 분쟁 위험은 국민이 떠안게 된다는 것.정책 설계 과정에서 실제 지역사회 일차의료를 수행하는 개원의가 배제됐다는 점도 비판했다. 만성질환 관리를 매일 수행하는 내과계 개원의의 목소리 없이, 현장을 모르는 이들로만 위원회가 구성돼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내과의사회는 소생활권을 의원급 진료 범위나 환자 등록 제한 기준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부득이 공간 단위를 적용하더라도 거주지 단일 귀속을 전제하지 말고 실제 생활 동선에 따른 복수 귀속을 인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내과의사회는 "소생활권은 보건지소 등 공공 보건 인프라 배치 단위로만 사용하고, 대면진료에 지역 제한을 적용하면서 비대면 진료 예외를 두는 비대칭적 설계를 해선 안 된다"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지역보건과 일차의료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수단이 국민의 선택을 행정구역으로 가두는 것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어 "무엇보다 제도를 실제로 수행할 사람들을 논의의 자리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수행할 이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만든 설계는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