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도입 초읽기 해외는 어떻게?...이상반응 보고 의무화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여 자궁내막 탈락을 유도하는 성분으로 임신중절약으로 사용된다.[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정부의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국내 도입 방침이 확정되면서, 의료계가 '간편한 알약 복용' 수준으로 소비되고 있는 인식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성평등가족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 보고 내용을 통해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의 도입을 공식화했다. 임신 9주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내년 1분기부터 도입하는 것이 골자이며,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 원내조제 기간이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연장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얼마에 팔지도 최대 관심사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제약사의 급여 신청에 달려 있지만 비급여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제약전반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경우 의료기관에 가격 고지·사전 설명 의무가 부여되고 심평원을 통해 가격 정보가 비교 공개될 예정이다. 청소년의 부모 동의 조항, 복용 시 입원 의무화 여부 등도 아직 지침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7년째 이어진 입법 공백이 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자기낙태죄 등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가 대체입법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고, 현행 모자보건법이 수술 방식만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 없이 식약처 품목허가만으로 도입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이와 관련해 처방 주체인 의료계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이하 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22일 낸 성명은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안전하게 설계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다.우선 부작용의 우려다. 의사회는 미국 FDA 자료를 인용해 병용요법 사용 환자의 약 85%에서 하나 이상의 이상반응이 보고됐다고 지적하며, 출혈과 복통을 정상적인 치료 과정과 응급 상황으로 환자가 스스로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과다출혈·불완전 유산의 구별도 문제로 꼽힌다. 의사회는 헤모글로빈 2g/dL 이상 감소가 5.5%,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심한 출혈이 약 1%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위험하다 단정할 수도 없지만 누구나 복용해도 된다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약물 복용이 곧 임신중지 완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자궁외임신 미진단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미프진은 자궁내 임신에만 효과가 있고 자궁외임신에는 금기인데, 두 상황의 증상(복통·출혈)이 겹쳐 파열·복강 내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의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이고 이경우 응급처치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게다가 불완전 임신중지 시 감염·기형 위험도 있다는 것. 의사회는 태아·태반 조직 잔류로 인한 패혈증, 약물 실패 후 지속 임신 시 태아 기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외 심혈관질환, 항응고제 복용자, 중증 천식·간신기능장애 환자 등에서 투약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이를 근거로 의사회는 "의사의 재량에 맡기자"는 절충론에 선을 그으며, 정부에 ▲명확한 법적 근거 ▲표준 진료지침 ▲응급 대응 및 사후관리 체계 ▲의료진 보호장치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즉 처방을 했는데 위험책임에 대한 소재가 의료진에 전가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원내조제 2년 유지 놓고 갈등 요소현재 미프진 도입을 두고 여성시민보건의료단체들은 원내 처방·조제를 2년간 묶어두는 방안이 오히려 접근성을 제한한다고 비판하며, 복용 가능 기간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인 12주까지 넓히고 건강보험 적용도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바로 이 원내조제 원칙과 응급 대응 체계가 없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의사의 양심과 전문적 재량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절충안을 주문했는데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당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절에 관한 대체입법과 사회적 합의에 따른 법 개정이 완료되기도 전에 의사의 재량으로 판매를 허용하자는 것은 여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맞섰고 "정부의 책임을 의료계에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찬반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의료연구소 역시 안전성 검증과 사회적 합의,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조기 허용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명확한 기준 없이 심각한 출혈이나 감염, 자궁외임신 지연 진단 등이 발생할 경우 의료행위의 적절성과 법적 책임을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반대로 여성계에서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7년간 방치된 공백 자체가 더 큰 위험이라고 맞선다. 입장강점약점정부(속도감 있는 도입)해외 직구·불법 약물 유통이라는 현실적 위험을 국가 관리 영역으로 흡수표준 진료지침·법적 근거가 미비한 채 시행 시 현장 혼란 우려산부인과개원의사회(안전기준 선행)자궁외임신 감별, 응급대응 등 실제 임상 리스크를 정확히 짚음도입 속도 자체를 늦추는 신호로 읽혀 '의료계 기득권 방어'라는 오해 소지여성·시민단체(접근성 확대)WHO 기준(12주)·건강보험 적용 등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원내조제 완화 시 사후관리 공백에 대한 반박 논리가 상대적으로 약함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미 세계 수십 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WHO가 2005년부터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물이다. 즉 해외 사례는 '도입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며 도입했느냐'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미국 FDA는 REMS(위해성 관리 프로그램)로 처방 자격을 인증받은 의료제공자·의료기관으로 제한하고 이상반응 보고 체계를 의무화했으며, 다수 유럽 국가는 초기부터 의료기관 중심 처방과 함께 건강보험을 적용해 접근성과 관리를 동시에 확보했다. 결국 산부인과개원의사회의 요구인 법적 근거 마련, 표준 진료지침 개발, 응급 대응·추적관리 체계 구축, 의료진 보호장치 등의 요구는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관리형 도입'의 기본 골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건은 한국이 이 네 가지를 내년 1분기라는 촉박한 시한 안에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회장 김재유 회장은 "약물의 국내 도입 논의가 단순한 허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자칫 의료진의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책임을 개별 의사와 환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