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인터뷰 기사

인터뷰

"의료 AI 본질은 결국 성능 아닌 가치…딥카스 성공 이유"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의료 인공지능(AI)이 하나같이 성능 경쟁에 매달리고 있어요. 물론 정확도 등 성능도 중요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가치입니다. 의료진과 환자에게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느냐. 이 본질을 증명하는 제품만 살아남을 겁니다."의료 AI의 임상적 가치를 둘러싼 논의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과거에는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성능 자체를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유도하고 그것이 의료진과 환자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따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다.그런면에서 최근 국제 학술지 다이어그노스틱스(Diagnostics)를 통해 공개된 뷰노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딥카스(VUNO Med–DeepCARS)의 전향적 연구는 의미가 남다르다.국내 최초의 대규모 전향적 중재 연구라는 점은 물론 단순한 성능 평가를 넘어 실제 환자의 임상적 결과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전향적 연구로 증명된 딥카스 효용성 "추가인력 없이 예후 개선"그렇다면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정수 교수(입원의학과장/진료전략실장)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딥카스 전향적 중재연구를 이끈 인하대병원 김정수 교수는 의료 AI의 본질은 '가치'라고 강조했다.그는 이번 연구를 단순한 기술 검증이 아니라 의료 AI가 실제 병원 안에서 어떻게 쓸모를 입증할 것인가를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김정수 교수는 "지금까지 의료 AI 연구는 대부분 후향적으로 예측의 정확도만 따져 가치를 평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실제 임상에서 의료진과 환자에게 주는 혜택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이러한 AI 시스템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개입을 유도했으며 그것이 환자 예후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이번 연구는 일반병동에 입원한 성인 환자 3만 6797명을 대상으로 딥카스를 적용한 뒤 의료진의 대응과 환자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 중재 연구다.전체 입원 환자 가운데 알람이 발생한 2906명을 대상으로 24시간 이내 임상 재평가나 치료가 이뤄진 중재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 분석한 것.그 결과 중재군의 원내 심정지 발생률은 2.07%에서 1.06%로 약 46% 감소했고, 원내 사망률 역시 2.74%에서 1.70%로 약 35% 낮아졌다. 또한 알람 이후 의료진의 개입이 빠를수록 환자 예후가 더 좋았다.주목되는 지점은 이 모든 결과가 기존 진료 체계를 유지한 채 추가 인력 투입 없이 나왔다는 점이다.딥카스의 알람은 환자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추가 치료를 검토하는 정보로 활용됐으며 이후 실제 대응은 의료진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다. 즉 AI가 사람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환자를 한 번 더 보게 만든 셈이다.김정수 교수는 이 대목에서 한국 의료 환경의 특수성을 함께 짚었다.그는 "우리나라 의료계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추가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교육만으로도 긍정적인 데이터를 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그러한 면에서 그는 의료 AI와 조기경보시스템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점으로 신뢰를 꼽았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얼마나 화려한 기술을 탑재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가 증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정수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의료진이 환자를 한 번 더 살피는 것만으로도 예후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기존 툴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기존 조기경보시스템(EWS)은 오경보가 많아 진짜 위험 환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에너지를 대부분 소모하게 만든다"며 "결국 의료진은 환자를 찾느라 지치고 정작 실제 환자를 진료하고 개입하는 데 쓸 여력은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반면 딥카스는 민감도를 유지하면서도 오경보를 줄여 의료진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은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설명이다.김 교수는 "결국 진짜 환자 한 명을 찾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환자 수를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AI가 동일한 민감도를 유지하면서도 오경보를 줄여준다는 점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런 면에서 그는 딥카스와 기존 조기경보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 역시 오경보 감소에 있다고 봤다. 단순히 민감도가 높다는 기술적 수치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진에게 시간을 돌려준다는 점이 더 본질적 혜택이라는 평가다.김정수 교수는 "오경보가 줄어들면 결국 인터벤션을 수행하는 의료진 즉 대응체계(Efferent limb)가 활발히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민감도 수치보다도 의료진이 진짜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의료 AI의 본질은 의료진과 환자 혜택…남은 것은 보편성"하지만 여전이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그는 이러한 배경으로 한국 의료계의 보수성을 꼽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심, 이른바 신포도 심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김 교수는 "결국 확실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 한국 의료의 특성이며 이는 과학자로서 당연한 것"이라며 "결국 먼저 경험해 본 사람들이 이 시스템이 정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이러한 전향적 연구가 AI의 확산에 큰 의미가 된다는 의미"라며 "믿고 쓸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누구나 납득할 수 밖에 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가 병원장 등 경영진에도 적지 않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병원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요소는 인력 충원인데 이번 연구는 기존 신속대응팀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김정수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바로 추가 인력 투입 없이 성과를 냈다는 점"이라며 "병원장 등 경영진 입장에서 인력 부담 없이도 환자 안전과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특히 그는 딥카스가 단계적 검증을 통해 오경보 감소를 전향적으로 증명하고 이후 실제 현장에 도입했을 때 어떤 행동 변화와 결과를 낳는지를 차례로 확인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의료 AI가 나홀로 현장에서 돌아가거나 의료진의 로딩을 오히려 더 늘리는 반작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김정수 교수는 "AI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것으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사용자에게 명확한 이점을 줘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연구는 AI가 가져야 할 본연의 역할을 완벽하게 증명한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실제 현장에서는 이 환자를 지금 가서 봐야할지 일단 두고 봐도 될지 고민하고 갈등하는 순간이 비일비재하다"며 "딥카스가 이러한 결정 장애와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그는 이제 여러 병원이 참여하는 다기관 연구를 추가적으로 진행중이다. 병원마다 신속대응시스템의 규모와 문화,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는 설명이다.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딥카스를 믿어도 되며 의료진과 환자에게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확신을 준 결과"라며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의 우수성을 알리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어 그는 "이제 이러한 성과가 병원 규모와 지역 등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러한 학술적 근거들이 의료 AI의 본질적 가치와 보편성을 입증하고 신뢰를 주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3-09 05:20:00진단
인터뷰

"전공의 의존해선 생존 불가…전문의 중심 병원 모델 제시"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의정 갈등 이후 병원 운영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부천성모병원이 전공의 의존 구조를 벗어난 새로운 병원 모델 구축에 나섰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의료 환경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대학병원의 운영 구조 자체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것.부천성모병원은 선제적으로 전문의 중심 진료 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지역 거점 대학병원의 새로운 운영 모델 구축에 나섰다. 인력 구조 개편과 전략 질환 집중, 스마트 병원 구축을 통해 부천 지역을 책임지는 '터미널 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박익성 병원장을 만나 진료 체계 개편 및 스마트 병원 구축 등 체질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부천성모병원은 올해 3월부터 새로운 운영 계획을 수립, 병원의 중장기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 핵심으로 운영 구조를 전공의 의존 모델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우선 추진 중이다. 박 병원장은 무엇보다 기존 전공의 의존형 진료 체계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정했다. 박익성 부천성모병원장그는 "전공의들에게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는 물리적 상황에 직면했다"며 "의정 사태 이전에도 전공의 80시간 근무제 등으로 인해 진료 보조가 완전치 않았지만, 이제는 전공의 72시간 수련 시범 사업 참여 등으로 인해 전문의가 진료의 중심을 잡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전공의들이 당직과 입원 환자 관리를 도맡았으나, 이제는 전문의들이 직접 야간 당직을 서고 응급 수술을 집도해야 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것. 이러한 상황에서 박 병원장은 전문의 중심 체계로의 완전한 전환을 선택했다. 전문의 중심 체계는 숙련된 전문의가 진료의 전 과정을 책임짐으로써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박 병원장은 "전문의가 직접 진료 전면에 나서면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전공의들에게도 더 질 높은 교육과 연구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의료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전문의들만으로는 물리적인 진료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료 지원 인력인 전담 간호사(Specialized Nurse, SM)를 24명에서 68명으로 대폭 확충했다"고 강조했다.이는 전문의들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박 병원장은 "전담 간호사들은 해당 분야에서 수년간 숙련된 인력으로, 과거 전공의들이 수행하던 업무의 70~80%를 전문의 감독 하에 대행해 전문의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전공의처럼 순환 근무를 하지 않고 특정 과에 전속돼 근무하므로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오히려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병원 측은 이번 달 내로 과별 전담 간호사 배정 및 역할 매뉴얼화를 마무리해 전문의 중심 진료를 상시 체계로 굳힐 계획이다.특정 질환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부천성모병원이 내세운 미래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이다. 병원은 폐암과 유방암, 갑상선암을 3대 전략 암 질환으로 선정해 진료 역량을 모으고 있다.박 병원장은 "암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면서 발생하는 진료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래 당일 조직 검사와 신속한 수술 일정을 제공하고 있다"며 "지역 내에서 진단부터 수술, 사후 관리까지 완결형 치료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박 병원장은 "뇌혈관 분야는 이미 지역 사회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급성기 뇌졸중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상급종합병원 승격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 내실 있는 접근법을 택했다. 명목상의 평판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승격 보다는 현재의 2차 병원 지위가 환자들에게는 낮은 의료비 부담과 높은 접근성이라는 이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그는 "상급종합병원이 목표가 아니라 지역 환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부천을 책임지는 터미널 병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최종 진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응급실을 통해 유입되는 중증 환자가 즉각 입원해 수술받을 수 있도록 응급 수술 수가를 조정하는 등 내부 보상 체계도 정비했다.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병원 구축도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패혈증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는 시스템은 이미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박 병원장은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전 AI가 위험을 미리 감지함으로써 환자 안전도가 크게 향상됐다"며 "향후 웨어러블 기기를 입원 환자 전체로 확대해 낙상 방지 등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보이스 EMR 시범 사업과 간호 기록 디지털화 등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전산 시스템 도입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중이다.조직 문화 개선 역시 박 병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가톨릭 기관의 영성을 기반으로 한 환자 중심 주의를 병원의 뿌리로 정의한 그는 직원 간 상호 존중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박 병원장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는 성가병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우리만의 힘"이라며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사소한 갈등 사례까지 직접 보고받으며 폭력 예방과 팀워크 강화를 위한 세밀한 관리를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이런 문화는 지역 내 중소병원들과의 상생 협력 모델 개발로도 이어진다"며 "단순히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기보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를 지역 재활·요양병원으로 연계하는 협력 시스템을 구축, 지역 의료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43년 동안 부천 시민의 신뢰를 받아온 병원으로서, 환자가 '항상 그랬다'고 느낄 만큼 변함없는 의료의 질과 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사명"이라며 "전방위적 체질 개선안이 안착하면 부천성모병원은 전문의 중심의 고난도 질환 치료 거점이자 스마트 의료 기술이 집약된 지역 거점 병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3-07 05:30:00대학병원
인터뷰

"갈라폴드 급여 확대에 환자 삶의 질 개선…사명감 느끼죠"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환자들이 갈라폴드를 통해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일상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죠"한독의 갈라폴드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순응변이 파브리병 치료제로 지난 2017년 국내 허가, 2019년 2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됐고, 지난해에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됐다.갈라폴드는 경구용 치료제로 기존에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효소대체요법(ERT)의 대체제로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급여 확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이어진 품목이다.이에 급여 확대 과정에 참여한 한독 손라미 PM을 만나 갈라폴드와 관련한 그간의 성과와 향후 목표 등을 들어봤다.파브리병은 장기의 손상을 일으키는 리소좀 축적 질환(LSD)으로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어 리소좀이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기존 효소대체요법은 2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정맥주사를 받아야 해 치료 시작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도 있었다.이에 경구용 제형인 갈라폴드의 1차 치료제 급여는 복용 편의성이 높아 이른 시점부터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차 치료제·연령 확대로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의미손라미 PM은 "갈라폴드의 1차 치료제 급여로 환자들의 일상 생활 및 복용의 편의성이 개선되는 새로운 치료대안이 됐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조기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손라미 PM은 갈라폴드의 급여 확대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갈라폴드 허가 이후 2차 치료제로 급여가 적용된 만큼 1차 치료제 지정에 공을 들인 끝에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실제로 지난해까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갈라폴드를 2차 치료제로만 급여 적용하던 국가였다.한때 호주와 함께 2차 치료제였지만, 호주가 먼저 1차 치료제로 전환되었다. 이후 그 사례를 참고해 다음 해에 급여 확대를 이끌어냈다.손 PM은 "이번 급여 확대는 사실 세 번째 시도 끝에 이뤄진 결과로 굉장히 긴 여정 끝에 얻어낸 변화였고, 무엇보다 저희가 목표로 했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반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두었던 목표는 1차 치료제 전환이었고, 두 번째는 연령 기준을 만 12세로 낮추는 것이었으며, 마지막은 치료 유지를 위한 평가 방법과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이를 모두 획득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이어 "갈라폴드가 초기에 2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이 된 것은 ERT 대비 약효가 떨어져서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급여 기준 때문에 갈라폴드를 복용하고 싶어도 1년 동안 ERT를 선행해야 했고 주사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치료 시작 자체를 미루는 환자도 있었다"고 언급했다.이어 "이제는 경구제도 ERT와 동일 선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됐다"며 "진단 후 급여 조건을 충족하면 바로 갈라폴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환자 입장에서 치료 시작의 허들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물론 갈라폴드의 경우 순응변이(amenable mutation)를 가진 유전자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전체 파브리병 환자의 약 30% 정도가 이에 해당하지만 이런 환자들의 접근성 개선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특히 경구제인 갈라폴드의 1차 치료제 확대는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의미가 크다는 판단이다.실제로 지난해 아미커스에서 발표한 타임 앤 모션 스터디에 따르면 환자가 ERT 투여를 위해 연간 약 5~9일을 치료에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이는 1년 기준 일주일 가까운 시간을 병원 치료에 쓰는 셈으로 이를 2주에 한 번씩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된다.한독의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 제품사진. 반면 갈라폴드는 첫 6개월 동안은 한 달에 한 번, 이후에는 두 달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하면 되고, 경구제이기 때문에 장소 제약 없이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손 PM은 "병원 방문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치료 시간 자체도 경구 복용이라는 점에서 환자의 일상 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치료 경험이 없다가 시작한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편의성이 도움이 된다는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또한 허가와 동일하게 급여 기준이 만 12세로 확대되면서, 소아·청소년 환자 역시 보다 이른 시점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도 의미 있다는 입장이다.아울러 "효소대체요법은 외부 효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보니 주사 주입 반응이 발생할 수 있고, 약효를 저해하는 중화 항체(anti-drug antibody)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어 더 높은 용량의 효소를 투여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반면 갈라폴드는 외부에서 효소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체내에 존재하지만 기능을 하지 못하는 효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주사 주입 반응이나 항약물 항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급여 확대에 뿌듯한 마음…인식도 개선도 지속특히 급여 과정에서도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성과를 얻은 만큼 앞으로도 파브리병 치료에 핵심적인 다학제적 접근을 강조하고, 인식 제고에 나서겠다는 포부다.손 PM은 "파브리병은 여러 장기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한 진료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다학제 팀 기반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갈라폴드의 급여 확대 과정 역시 다학제 진료처럼, 명확한 목표를 두고 여러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급여 전략을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었으며 학술 정보를 담당하는 의학팀이 별도로 운영됐고 커머셜 팀에서는 전반적인 전략 방향성을 설정하고 실제로 환자가 치료를 시작했을 때 복약과 치료 과정을 지원하는 전담 간호 인력도 함께했다"며 "이처럼 여러 팀이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기 때문에, 급여 확대라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특히 갈라폴드가 1차 치료제로 확대된 만큼, 앞으로는 환자들이 보다 조기에 갈라폴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진단 단계에서의 인식 제고 활동과 의료진 대상 학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환자가 치료로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환우회와의 협력도 더욱 공고히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손라미 PM은 "앞으로의 계획은 파브리병에 대해 보다 다학제적인 접근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심포지엄도 계획하고 있는데, 소아청소년과와 신장내과, 심장내과 교수들을 모셔 다학제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는 각 진료과의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본인 진료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의 시각에서 어떤 증상을 추가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로 기획하고 있는 것.갈라폴드의 급여 확대에 따라 향후 다학제적 접근에 대한 도움과 인식 제고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즉 이를 통해 의료진이 보다 넓은 시야로 환자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손 PM은 또 "파브리병을 진료하는 의료진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고, 파브리병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 환자를 많이 경험해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의료진에게는 파브리병을 어떤 경우에 의심해야 하는지, 진단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필요한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 활동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그는 "아직 급여 확대가 된 지 1년이 안 됐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 점점 더 신규 환자에서 경구용 치료제를 쓰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경구용 치료제는 환자에게 주는 이점이 많은 만큼 이런 부분을 알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손 PM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이 변화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갈라폴드가 이제 1차 치료제가 되었다는 점, 즉 진단을 받고 급여 조건을 충족하면 바로 갈라폴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환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손라미 PM은 "사실 갈라폴드의 세 번째 급여 확대 시도가 가장 중요한 국면에 들어선 1년을 맡게 되었는데, 급여 확대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PM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컸다"며 "그래서 단순한 제품 운영이 아니라 하나의 사명처럼 받아들이고 활동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덧붙여 "환자들이 갈라폴드를 통해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일상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결국 목표는 환자들이 일반적인 일상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그 마음으로 업무를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6-03-05 05:30:00국내사
인터뷰

"성인 예방접종, 건강 곳간 지키는 튼튼한 자물쇠 역할"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대한민국이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건강관리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면역력 저하로 발생하는 대상포진 등 감염병은 고령층의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대한가정의학회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지난해 '50세 이상 성인 예방접종 체크리스트'를 발표하며 일차의료 현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김철민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성인 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해 임상현장에서 체크리스트를 통한 환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26일 김철민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을 만나 성인 예방접종 활성화 방안과 대상포진 예방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초고령사회, 성인 예방접종은 '선택' 아닌 '필수'우선 김철민 이사장은 성인 예방접종이 단순한 질병 예방을 넘어 '기본적인 건강 안전망'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민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고령층 인구 증가로 인한 의료비와 질병 부담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며 "성인 예방접종은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임상적 성과와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가정의학회는 주요 성인 예방접종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접종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이 체크리스트는 단순히 백신 이름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50세 이상 성인이 반드시 챙겨야 할 '골든타임' 예방접종을 체계화한 것이 특징이다.대상이 되는 성인 예방접종으로는 대상포진을 필두로 폐렴구균, 인플루엔자(독감),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등이다.특히 김철민 이사장인 이 중에서도 대상포진 위험성을 설명하며 '곳간과 자물쇠' 비유를 들었다. 걸릴 경우 고령자의 경우 중증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90% 이상의 예방효과가 입증된 백신을 접종,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참고로 유전자 재조합 백신(싱그릭스)은 50세 이상 성인에서 97.2%의 유효성과 11년 이상의 예방 효과 지속성을 확인했으며, 만성질환 동반 환자에서도 90%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김철민 이사장은 "환자들은 독감은 챙겨 맞아도 대상포진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상포진은 면역노화로 인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릴 경우 심혈관 질환(뇌졸중,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각 53%, 5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며 "이들에게는 면역증강제가 결합된 유전자재조합 백신과 같은 '튼튼한 자물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민 이사장은 대상포진 백신을 보건경제학적 측면에서 NIP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NIP 도입, 투입 대비 1.5배 이상의 건강 편익 창출"김철민 이사장은 대상포진 백신의 국가예방접종(NIP) 도입 필요성을 보건경제학적 관점에서 강력히 피력했다. 미국 뉴저지주립 럿거스 약대에서 보건경제학을 연수하기도 한 그는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제시했다.그는 "대상포진 NIP 도입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적 재정 영향'과 '상대적 재정 영향'의 구분"이라며 "백신 구입과 접종에 들어가는 예산이라는 절대적 비용은 존재하지만, 이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대상포진 및 합병증 치료비, 그리고 그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을 따져보면 상대적 재정 부담은 오히려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성인 예방접종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 편익은 비용 대비 1.5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비용의 1.5배 이상의 건강 편익(ROI)이 발생함을 뜻한다.특히 국내 50세 이상 인구의 70%가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접종할 경우, 평생 동안 겪을 수 있는 대상포진의 약 50%를 예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약 1조 3990억원의 의료비와 5030억원의 생산성 손실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를 바탕으로 현재 논의를 미루면 향후 고령층 인구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예방접종을 통한 비용 절감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 김철민 이사장의 진단이다.그는 "우리나라에서도 대상포진 예방접종의 국가예방접종으로의 즉시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돼 저희 학회를 중심으로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대한신장학회, 대한장연구학회, 대한통증학회와 공동 성명으로 이어졌었다"며 "지금 논의를 미루면, 예방접종을 통한 비용 절감의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김철민 이사장은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예를 들어 암 환자나 류마티스 질환자, 이식 환자 등의 경우에는 대상포진 합병증으로 인한 건강상의 불이익과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선별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가족 평생 주치의, 국민 곁의 가정의학'을 슬로건을 바탕으로 임기 동안 주치의 제도 정착과 더불어 예방접종, 금연, 비만 관리 등 예방 중심 의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매년 2월 마지막 주 '대상포진 행동 주간'을 맞아 환자와 의료진에게 당부의 말도 함께 전했다.김철민 이사장은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면 건강했던 곳간이 순식간에 질병의 헛간이 될 수 있다"며 "능동적으로 본인의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의료진과 상담해 본인에게 맞는 예방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지키는 핵심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2026-02-26 05:20:00외자사
인터뷰

"골수섬유증, 여전히 미충족 수요 커…치료 옵션 더 늘어야"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MF)은 만성 골수증식 종양에 속하는 희귀 혈액암으로 이 가운데 임상적 중증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골수섬유증이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질환이 악화될 뿐 아니라 일부 환자는 이차성 급성 골수성백혈병(secondary AML)으로 진행하기도 해,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점차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환자군에게는 사용할 약제가 없는 '치료 공백'이 존재해 옵션 확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이성은 교수를 만나 임상 현장에서의 골수섬유증 치료와 향후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골수섬유증 적극적인 치료 필요…옵션은 여전히 제한적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의 경우 2가지가 문제가 되는데 우선, 조혈모세포의 유전적 변이(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클론성 증식과 비정상 세포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물질과 염증 반응으로 인해 골수 미세환경이 손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는 골수환경이 손상되면 결국 섬유화 조직으로 대체되며, 병이 진행될수록 정상적인 조혈 기능에 장애가 생기며,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세포들이 간이나 비장으로 이동하면 장기 비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또한 골수 내에서 비정상적인 조혈세포들이 증식하며 '만성 염증 상태(chronic inflammatory state)'가 지속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이 분비돼 체중 감소, 발열, 야간 발한, 골(뼈) 통증 등이 나타난다. 또한 장기가 커지고 조혈 기능이 떨어지면서 빈혈, 혈소판 감소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출혈·감염 위험 증가가 나타난다.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 환자에서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은 교수는 "문제는 골수섬유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질환이 악화될 뿐 아니라 일부 환자는 급성 골수성백혈병(secondary AML)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이어 "특히 골수섬유증 치료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경증부터 중증까지 위험도에 따라 치료 강도가 달라지는데, 환자는 다양한 복합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한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치료는 조혈모세포이식이지만 모든 환자가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이기 때문에 이식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조혈모세포이식은 환자의 나이, 동반질환, 전신 상태 등을 포함한 이식 적합성 평가 지표를 통해 이식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조혈모세포이식은 고강도 항암요법(high-dose chemotherapy) 과 전신 방사선 치료(total body irradiation) 후 조혈모세포를 주입(Stem Cell Rescue)하는 치료다.이런 고강도 치료를 시행하려면 환자의 동반질환(comorbidity) 이 매우 중요하다. 고령이거나, 심각한 내과적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고강도 치료를 진행하기 어렵다.골수섬유증은 진행될수록 혈구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아, 빈혈과 혈소판 감소가 흔하다. 또한 동일한 치료를 받더라도 중간에 혈소판 감소가 발생하는 환자의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소판 감소 자체가 중요한 예후 지표가 된다.문제는 룩소리티닙 등 기존 치료제들은 혈소판이 5만 미만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거나, 투여 중 수치가 떨어지면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국내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로는 룩소리티닙과 페드라티닙, 모멜로티닙이 있다. 룩소리티닙과 페드라티닙은 혈소판 5만/µL 이상의 골수섬유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하지만 약물 용량을 줄이면 치료 효과는 급격히 떨어지고, 약을 중단한 환자들은 수개월 내에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최근에는 혈소판 5만/µL 미만의 골수섬유증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모멜로티닙이 허가를 받았지만, 빈혈이 있는 골수섬유증 환자에만 쓸 수 있고 아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이외에도 해외에는 5만/µL 이하의 환자에게 사용되는 파크리티닙이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 허가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이에 현재 국내에 관련 품목의 허가가 차츰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이 있는 만큼 옵션 확대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해외선 이미 쓰이는 신약, 빠른 국내 도입 필요이성은 교수는 "약제 부작용과 무관하게 질환 진행으로 혈소판이 계속 하락하는 환자군이 있으나 현재 치료 옵션으로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에 대응할 후속 치료에 대한 선택지가 없다"며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고려해야 하지만 혈소판이 낮아 수술 위험이 매우 크고, 방사선 치료도 일시적이고 위험도가 높아 이런 환자들에게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즉, 혈소판 수치가 너무 떨어지는 환자는 적은 수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가장 심각한 치료 공백을 겪게 된다는 설명이다.특히 이성은 교수는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은 전체 환자를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접근에서 벗어나, 세부 아형과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 특성을 기준으로 치료적 필요를 재평가해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직 국내에서는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가 명확히 존재하며,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이성은 교수는 여전히 골수섬유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해외 신약의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보다 많은 골수섬유증 치료 옵션을 갖고 있고 혈소판 수치가 5만 미만으로 떨어져도 쓸 수 있는 약제가 2022년부터 쓰이고 있다"며 "이 약제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실제로 NCCN 가이드라인(2024)은 혈소판 5만/µL 이하의 골수섬유증 환자군을 별도의 고위험군으로 구분하고, 이 환자군에서 파크리티닙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이어 "미국 FDA에서도 골수섬유증 환자들의 의료적 미충족 수요를 인정하여 승인 한 것으로 이미 FDA 승인을 획득한 만큼, 국내 승인 절차에서도 특별한 장애 요소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이 약제는 기존 치료제와 단순히 시장에서 경쟁하는 성격의 약제가 아니라 혈소판 감소로 인해 기존 약제를 투여하기 어려운 환자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치료 옵션이라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이 교수는 또 "최근 70대 환자 한명이 처음부터 심한 혈소판 감소가 있는 경우라 조혈모세포이식도 어렵고, 쓸 수 있는 약제가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며 "수혈로 경과를 보던 중 비장이 더 커지면서 심한 통증과 비장 경색까지 발생해 결국 응급실로 오게됐다"고 사례를 공유했다.이어 "사실 심한 혈소판 감소 환자도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있어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했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잦은 외래 방문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너무 컸다"며 "이는 결국 필요한 치료 옵션이 있어도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이 교수는 "이처럼 실제 임상 현장에서 느끼는 점은, 현실적으로 골수섬유증은 필요한 환자에게 제때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라며 "특히 혈소판 수치가 낮은 골수섬유증 환자들은 적용 가능한 약제가 거의 없어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를 경험한다"고 말했다.이어 "이 환자군은 숫자는 많지 않지만, 질환의 특성상 치료 공백이 곧 예후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에서도 혈소판 감소로 치료제를 쓸 수 없거나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는 골수섬유증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의 허가가 조속히 이뤄진다면, 치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사실 환자가 소수인 중증 질환의 경우 치료는 물론 경제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그런 만큼 소수의 환자들이 겪고 있는 치료 중단 등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6-02-24 05:30:00국내사
인터뷰

"진단은 기기가 좌우…개원가에서 대학병원 장비 쓰는 이유"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같은 의료진이 보더라도 장비에 따라 진단 품질이 달라집니다."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특히 진단이 생명인 유방·갑상선 중점 진료 의원의 경우엔 더 그렇다.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유밤외과가 지난 1월 문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유밤외과 박성문 대표원장은 경희의료원과 삼성의료원에서 수련 과정을 거쳤으며 이후 대형 유방 전문 클리닉에서 진료부장을 역임한 베테랑.특히 대학병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사양 장비를 과감하게 도입해 개원가에서도 정밀한 유방 및 갑상선 진단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춘 부분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장비에 있어서 만큼은 타협이 없다는 박 원장을 만나 유방암 검진, 갑상선 질환, 맘모톰 시술, 유방 통증에 있어서의 의료기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진단 품질은 장비가 결정" 대학병원급 장비로 승부수박성문 원장은 인터뷰 내내 '진단의 정확성'을 강조했다. 개원가라는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급 하이엔드 장비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그와 맥을 같이한다. "장비의 해상도와 측정 정확도는 의료진의 숙련도만으로 보완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대학병원급에서 사용되는 GE헬스케어의 '세노그래프 프리스티나(Senographe Pristina)'를 선택, FDA 승인 시스템 중 가장 낮은 방사선 용량에서도 안정적인 진단 품질을 확보했다.유밤외과를 설계하며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은 유방촬영 장비다. 유방암 검진의 기본인 유방촬영은 방사선 노출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가 큰 분야. 박 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GE헬스케어의 '세노그래프 프리스티나(Senographe Pristina)'를 선택했다. 이 장비는 모든 FDA 승인 시스템 중 가장 낮은 방사선 용량을 제공하는 유일한 3D 유방촬영 기기다.박 원장은 "기존 2D 방식과 동일한 저용량으로도 3D 입체 단층 촬영이 가능하다"며 "이는 치밀유방이 많은 한국 여성들에게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치밀유방은 유선 조직이 촘촘해 일반적인 2D 촬영으로는 병변이 조직에 가려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프리스티나의 3D 기술은 유방을 다각도에서 촬영해 단층별 영상을 제공하므로 숨겨진 병변을 더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그는 이어 "고화질 정밀촬영을 통해 미세석회화 진단 효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될 경우 즉시 조직검사까지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인 점도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는 요소다.■하이엔드 초음파와 듀얼 모니터로 구현하는 '눈에 보이는 진료'유방외과 진료에서 초음파는 진단의 성패를 가르는 도구다. 박 원장은 초음파 장비로 '캐논 애플리오 i700(Canon Aplio i700)'을 도입했다. 이 기기는 하이엔드 초음파의 대명사로 불리며 독보적인 해상도를 자랑한다. 아주 작은 병변의 미세한 혈류 흐름까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 병변의 양성 및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박 원장은 "횡파탄성도 검사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횡파탄성도 검사는 종양의 딱딱한 정도를 수치화해 암 여부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장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려운 최신 진단 기법이다.특이한 점은 진료실 구성이다. 박 원장은 검사 중 환자가 의료진과 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모니터 두 대를 나란히 배치했다.그는 "초음파를 전혀 모르는 환자가 보더라도 제가 설명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바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래야 환자도 자신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해 치료에 순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진의 실수를 줄이는 동시에 환자와의 신뢰를 쌓는 유밤외과만의 소통 방식이다.■"장비와는 타협 안 해"…숨겨진 병변도 찾아박성문 원장이 무리를 해서라도 고가의 장비를 고집하는 이유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경험에서 찾았다. 최근 유밤외과를 찾은 한 환자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해당 환자는 타 의료기관에서 촬영한 사진을 지참하고 내원했으나, 박 원장은 장비 성능 차이와 촬영 시점 등을 고려해 재촬영을 권유했다.검사 중 환자가 의료진과 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모니터 두 대를 나란히 배치해 초음파 상의 병변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설명, 환자의 이해도를 높였다.박 원장은 "기존 촬영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의심 병변이 본원의 장비로 촬영한 결과 명확하게 나타났다"며 "환자에게 두 사진을 대조하며 직접 보여주자 왜 같은 검사를 다시 해야 했는지 곧바로 이해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숙련도가 같고 사람이 같아도 장비에 따라 결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진단의 질이 장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면 그 부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고성능 장비는 불필요한 검사와 시술을 줄이는 역할도 해낸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장비를 쓰면 병변이 애매하게 보여 불필요한 조직검사나 시술을 권유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박 원장은 "장비의 한계 때문에 불충분한 결과를 얻거나 환자에게 불명확한 설명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대학병원급 모델을 도입했으므로 적어도 장비 탓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You first, Balm always'... 환자 중심의 적정진료 지향장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유밤외과의 진료 철학인 'You first, Balm always'와 맥을 같이 한다. 환자(You)를 우선 생각하고 치유의 향유(Balm)를 바르듯 진료한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외과의사가 스승의 기술을 모방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진료를 실현하고자 개원을 결정했다.그는 최근 개원가에서 문제가 되는 맘모톰 과잉진료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맘모톰은 만능이 아니며, 암이 의심되는 병변이라면 조직검사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유밤외과는 암 여부를 확인하는 조직검사를 우선해 시행하고, 종양이 계속 커지거나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 등 명확한 선별 기준에 해당할 때만 시술을 진행한다.박 원장은 "수술 건수나 외형적 성장을 좇다 보면 과잉진료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내가 과연 적절하게 진료를 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적정진료'를 지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적인 증가는 정직한 진료를 지속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는 믿음이다.노량진 지역에 유방외과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곳을 개원지로 정한 박 원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되길 희망한다. 그는 대학병원이 중증 질환에 집중할 수 있도록 1차 의료기관이 정밀한 검사와 사후 관리를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박 원장은 "대학병원은 거대한 시스템을 갖췄지만 긴 대기 시간과 짧은 진료 시간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개원가에서는 진료 시간의 밀도를 직접 조절해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충분한 설명과 공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장점을 언급했다. 환자가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심하며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의사의 역할이다.이미 루닛의 AI 진단 보조 솔루션과 3D 유방 단층촬영 장비 등을 통해 스마트한 진단 환경을 구축한 유밤외과는 앞으로도 최신 의학 트렌드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박성문 원장은 "내 몸에 대해 걱정되고 불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 평안을 얻을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6-02-23 05:20:00개원가
인터뷰

"의대 증원-수가 인상…의료 본질 외면한 대국민 쇼"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소아 수가 1000배 인상이라는 화려한 자막 뒤에는 40년 외과 의사도 평생 5번 보기 힘든 조건이 숨어 있었다. 의료의 본질을 외면하고 뉴스 거리만 만들려 하는 이런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40년간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현장에서 사투를 벌여온 '필수의료의 산증인' 한석주 전 교수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에 대해 "본질을 외면한 대국민 사기극에 가까운 쇼"라고 비판했다.세브란스병원 한석주 전 소아외과 교수가 정부의 의료정책과 관련해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지난해 2월 정든 교정을 떠난 한 전 교수는 최근 40년 외과 의사 인생의 피땀 눈물을 기록한 회고록 '최고의 수술'을 출간하며, 의료 현장의 기록자이자 조언자로서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문가의 시각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의 허실을 조목조목 짚었다.지난 정부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수가 인상,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해 왔다.그는 "정부에서 소아 수가를 1000배 올렸다고 발표했을 때 굉장히 놀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허구에 가까웠다"며 "인상 조건이 '600g 미만 초극소 저체중아 수술'에만 한정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이어 "지난 40년 동안 소아외과 의사로 살면서 600g 미만 아이를 수술한 사례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며 "뉴스 자막은 '1000배 인상'만 강조하고 실제 대상이 누구인지는 쏙 뺐는데, 이것이 정책인지 뉴스를 위한 쇼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그의 이러한 분노는 현장의 고충을 외면한 정책의 '비현실성'에 닿아 있다. 한 전 교수는 과거 소아외과 보험이사 시절, 800g 아이에게 정맥 주사 하나를 놓기 위해 의료진 10여 명이 밤새 매달려도 수가가 고작 2000원(어른과 동일) 수준이었던 현실을 바꾸려 '소아 가산'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다.한 전 교수는 "현장 상황은 전혀 모른 채 그저 뉴스 거리만 만드려 정책을 펴고 있다"며 "본질은 외면한 채 생색내기식 정책만 추진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들 장난'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나아가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한 전 교수는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먼저 '지역 환자'부터 있어야 한다"며 "KTX만 타면 전국 어디서든 서울 대형병원으로 직행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의사만 지역에 묶어둔다고 환자가 거길 가겠나"라고 짚었다.그는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환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의료 전달 체계 개편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역의사제는 불필요한 의사만 양산해 국가적 불행을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한석주 전 교수는 현재 서울고등법원 상임전문심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사 특권 계급 아냐…형사처벌 면제보다 '소통'이 우선"병원을 떠난 한 전 교수는 현재 서울고등법원 상임전문심리위원으로 활동하며 매달 수십 건의 의료 소송 자문을 맡고 있다.메스 대신 법전을 가까이하며 의료 현장과 법의 간극을 지켜보고 있는 그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의료 사고 형사처벌 면제'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한 교수는 "의사가 흰 가운을 입었다고 해서 특권 계급은 아니다"라며 "수술실에서 코를 풀고 수술을 하는 등 명백한 부주의로 환자가 사망했다면 당연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무조건적인 공소 기각이나 면책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그는 "의사 단체가 스스로 공정한 판단 인력을 제공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과실 여부를 투명하게 가리는 것이 우선이지, 무조건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대신 한 전 교수는 사법 리스크의 해법으로 법적 면책보다는 '소통의 회복'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에서 시작된 '미안하다고 말하기(Sorry Works)' 운동을 언급하며 의사가 환자에게 진심으로 설명하고 사과할 수 있는 법적·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그는 "환자들이 소송을 거는 이유는 돈 때문만은 아니다. '내 아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를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의사가 얼굴조차 비치지 않을 때 쌓인 서운함이 법정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이어 "나 역시 은퇴 직전 공기색전증으로 숨진 고등학생 환자의 빈소를 찾아 부모와 함께 울었다"며 "의사와 환자가 '적'이 아니라 아이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인 '같은 편'이라는 신뢰만 회복돼도 수많은 소송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후배 의사들에게 "정치적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한 전 교수는 "의료의 본질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며, 생로병사가 존재하는 한 의사라는 직업의 가치는 영원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의사의 본분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6-02-23 05:20:00대학병원
인터뷰

"렉라자 NCCN 등재, 국산 항암신약 글로벌 표준 상징"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최근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렉라자-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1차 치료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으로, 렉라자 단독요법이 '특정 상황에서 유용한(Useful in Certain Circumstances)' 요법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는 국산 신약이 세계 최고 권위의 가이드라인 1차 치료 범주에 편입된 최초의 사례로,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신약의 위상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가 NCCN 가이드라인 개정의 의의와 임상현장 치료전략 변화를 설명했다.19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를 만나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의의와 MARIPOSA 3상 연구 결과가 실제 임상 현장에 미칠 변화를 짚어봤다.OS 통계적 유의성, 병용 독성 부담 넘었다우선 이세훈 교수는 이번 NCCN 가이드라인 개정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1차 치료에서 기존 표준치료를 재정의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축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항암치료 대세로 자리 잡은 병용요법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여겨졌던 '독성 대비 이득'의 문제를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데이터로 풀어냈다는 점에 주목했다.참고로 지난해 3월 유럽폐암학회에서 MARIPOSA 연구 OS 업데이트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당시 발표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군은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군 대비 사망 위험을 25% 낮췄다(HR=0.75, 95% CI: 0.61–0.92, P<0.005).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도달하지 않았으며, NE(95% CI: 42.9–NE)로 분석됐고, 타그리소군은 36.7개월(95% CI: 33.4–41.0)로 확인됐다.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1년 이상의 OS 데이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더구나 아직까지 최종 OS 데이터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유추할 수 있는데, 존슨엔드존슨(J&J) 측은 올해 하반기에나 최종 데이터 결가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 교수는 "효과와 독성 프로파일이 유사한 두 단독요법을 비교한다면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결과만으로도 표준치료 변경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MARIPOSA 연구는 단일요법이 표준치료인 상황에서 병용요법을 평가한 것이기에, 증가할 수 있는 독성 부담을 고려할 때 임상적 이득이 실제 OS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결과적으로 이번 연구에서 OS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면서, 병용요법을 표준치료 옵션으로 논의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 교수는 현장에서 "OS가 1년 이상 개선된 만큼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료진들이 적지 않다"며 인식의 변화를 전했다.단독요법 간 비교…탐색적 분석 가치MARIPOSA 3상 하위분석에서 또 주목받았던 것이 렉라자와 타그리소 단독요법 간의 직접 비교(Head-to-Head) 데이터였다. 그간 업계에서는 효과가 우수한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하는 연구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 하나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이 교수는 "과거 1~2세대 치료제와 3세대를 비교한 임상은 있었으나, 3세대가 표준이 된 이후에는 비교 설계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며 "이번 비교 분석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병용요법 연구에서 각 구성 약제를 개별 분석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규제 환경의 변화 덕분에 가능했다"고 밝혔다.비록 탐색적 분석이라는 한계는 있으나, 동일한 연구 내에서 이중맹검 조건으로 직접 비교가 이뤄졌다는 점은 간접 비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데이터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선택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세우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세훈 교수는 폐암 치료전략 변화와 이에 따른 치료제 선택의 기준을 설명했다. 동시에 병용요법의 존재감의 향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임상 현장에서의 약제 선택 기준에 대해 이 교수는 안전성 프로파일의 미세한 차이를 언급했다. 두 약제 모두 설사나 피부 발진 등 일반적인 부작용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장기 투여 시 고려해야 할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이 교수는 특히 심장 독성에 주목했다. 그는 "타그리소는 렉라자에 비해 HER2(ERBB2)를 보다 폭넓게 억제하는 특성이 있어 심부전이나 QT 간격 연장 같은 이상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고된다"며 "심장 독성은 발생 빈도는 낮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장기 복용 환자에서는 정기적인 심장 기능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렉라자에서 관찰되는 말초신경병증은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반응은 아니다"라며 "환자가 어떤 위험을 더 감내할 수 있는지를 함께 논의해 환자가 주도적으로 치료를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병용요법 기본, 환자 선별해 단독 적용"이세훈 교수는 향후 폐암 1차 치료 전략의 패러다임이 '단독 중심'에서 '병용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이 교수는 "과거에는 단독요법을 기본으로 일부 환자에서 병용을 고려했다면, 이제는 병용요법을 기본 전략으로 두고 이를 견디기 어려운 환자를 선별해 단독요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특히 그는 제도적 제약을 배제한 이상적인 전략으로 '단독요법을 우선 적용해 반응을 관찰한 뒤,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서 조기에 병용요법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꼽으면서도, 현재의 허가·급여 체계 내에서는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전략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참고로 지난해 5월부터 정부가 시행한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정책에 따라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 중 타그리소가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렉라자가 급여로 적용됐다.상대적으로 환자 입장에서 가격이 제일 고가인 리브리반트가 비급여로 적용되면서 임상현장 활용에 있어 한계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존슨앤드존슨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를 신청했지만, 지난 9월과 올해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 미설정 판단이 내려졌다.이 교수는 "렉라자-리브리반트와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모두 급여 범위에 포함된다면, 논의의 초점은 단순히 병용요법 여부를 넘어 두 병용요법 중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로 이동할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는 생존 지표뿐 아니라 각 치료 전략의 기전적 차이, 면역학적 변화, 분자생물학적 특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6-02-19 05:30:00국내사
인터뷰

"뇌졸중 대응 인력 붕괴 경고등…골든타임 불과 5년 남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24시간 급성기 뇌졸중 대응 체계가 인력 부족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대한뇌졸중학회의 신임 수장으로 선출된 차재관 교수(동아대병원 신경과)가 현장의 절박함을 알리며 정책적 대전환을 촉구했다. 차 교수는 오는 3월부터 1년의 임기를 시작하며, 전공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전문의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5년으로 진단했다.차재관 교수는 현재 수련병원들이 겪는 인력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의정 갈등 이전에는 전공의가 뇌졸중 대응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현재는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PA)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 교수는 "과거에는 전공의가 급성기 대응의 100%를 담당했다면, 지금은 PA가 환자의 3분의 2 이상을 보고 전공의는 일부만 담당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예전처럼 트레이너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모든 결정을 내리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특히 전문 인력의 고령화는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차 교수는 "PA 시스템은 임시방편일 뿐 이를 지속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문의와 PA로 부족한 인력을 메꾸고 있지만, 전문 인력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장을 지키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전공의 정원(TO)은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선배의 삶이 곧 미래"…전공의 지원 이끌 유인책 절실전공의들이 뇌졸중 분야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차 교수는 '열악한 삶의 질'을 꼽았다. 신경과 내에서도 응급 상황이 적은 치매나 말초신경질환으로 지원자가 쏠리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 차 교수는 "전공의들은 선배 세대인 뇌졸중 전문의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서며 삶이 무너지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이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지금 있는 전문의들을 거점병원으로 모아주는 정책적인 배려가 없다면 신경과를 선택하더라도 뇌졸중 파트로는 들어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가 충분히 확보돼 2주에 한 번 정도만 당직을 서는 환경이 조성돼야 전공의들이 비전을 갖고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차 교수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응급실 수용 거부 문제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응급의학과가 모든 환자의 유입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으로는 1분 1초가 급한 뇌졸중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응급실 체류 시간이 길지 않고, 뇌졸중 팀이 호출되면 검사실과 시술실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며 "응급실에서 침대 하나만 비워주면 우리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데 현재는 입구에서부터 거부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그는 "구급대와 뇌졸중 전문의 간에 직접 환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루트를 열어줘야 한다"며 "누가 환자를 분류하고 컨트롤할 것인지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내 안전망 구축을 위해선 지자체의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부산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1차 책임은 부산시에 있다"며 "시장이나 도지사들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 건물 건립이나 공원 조성에만 예산을 쓸 게 아니라, 응급환자 이송 플랜을 짜는 데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학회 외연 확장과 AI 기술을 통한 의료 격차 해소차 교수는 1년의 짧은 임기 동안 학회 구성원을 정예화하고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구급대원을 학회의 주체로 포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는 "캐나다 뇌졸중학회에 가보니 의사보다 간호사와 구급대원이 더 많았다"며 "환자 선별과 케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 간호사들에게 학회 차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의료 인력이 부족한 취약 지역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거제 지역 병원과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밤에 혈관 촬영이 어려운 병원에서 AI 프로그램을 통해 시술 필요 여부를 미리 판단해 정보를 보내주면, 환자가 거점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시술 팀이 세팅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족한 전문 인력을 보완해 줄 실질적인 기술로 이미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차 교수는 마지막으로 "2026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뇌졸중학술대회(WSC)는 전 세계적인 전문 인력 부족과 응급 시스템 문제를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국내 시스템의 허들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6-02-19 05:30:00연구・저널
인터뷰

"제도권 혹은 소멸 기로 선 DTx, 임상현장 기반 마련"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한 때 '디지털 치료기기(DTx, Digital Therapeutics)'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이자 미래 지향형 산업으로 떠올랐었다.하지만 몇 년이 지난 현재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DTx) 산업은 제도권 안착과 소멸이라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가운데 대한디지털치료학회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며 '임상 현장 중심의 혁신'을 선언했다. 디지털치료학회 이헌정 신임 회장이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12일 이헌정 신임 회장(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기술의 가능성을 논의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안전하고 일관된 처방이 이뤄질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에 사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제도와 현실 간극, 운영 지침 제시 과제우선 이헌정 회장은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가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임기 내 최우선 과제는 기술의 잠재력을 설파하는 수준을 넘어,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고 일관된 처방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거와 수가, 진료 프로세스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학회는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대변하기보다 의료진이 신뢰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운영 원칙을 정리해 디지털 치료의 확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료진이 DTx를 자신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특히 그는 2025년부터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기존 약사법보다는 진일보했으나, 실제 현장에 적용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수적인 DTx의 특성상 버전 변경이 임상 근거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변경 범위에 따라 무엇을 추가 검증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회장은 "처방 이후의 사용 중단이나 데이터 누락, 이상반응 대응 등 현장에서 빈번한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와 모니터링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의료진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학회는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 지침을 제시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데이터 윤리와 보안 문제 역시 현장의 큰 장벽이다. 이 회장은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 흐름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투명성 보장을 '디지털 의료 데이터 가이드라인'의 핵심 원칙으로 세웠다. 그는 "치료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수집하고 상업적 활용은 명시적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보안사고 발생 시 통지 기준은 물론, 데이터 오류나 편향이 임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는 품질 기준도 함께 설정해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역설했다.이헌정 신임 회장은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및 확산을 위해서는 수가와 미비한 보상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단순 수가 넘어선 '관리 보상' 절실국내 1, 2호 디지털 치료기기 출시 이후에도 처방 확산이 더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이 회장은 낮은 수가와 미비한 보상 체계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처방 확산이 안 되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처방 이후 교육과 모니터링, 피드백 등 의료진에게 전가되는 업무와 책임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수가 모델은 단순한 '제품 사용료'가 아니라, 초기 평가부터 중간 개입, 치료 성과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보상하는 구조여야 하며, 특히 환자의 지속적 사용을 독려하는 '관리 수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이와 함께 대학병원을 넘어 1차 의료기관까지 디지털 치료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진료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처럼 의사가 데이터 해석부터 환자 교육까지 전담하는 구조로는 시간적·인력적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의료진에게 생소한 원자료를 해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큰 처방 장벽이 된다"며 "의사는 적응증 판단과 핵심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기본 모니터링은 DTx의 UI·UX를 통해 지원받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의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DTx 기업들의 부침은 기술력이 아닌 임상 가치와 사업 모델이 의료 시스템 내에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정부는 단기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근거 축적과 수가 설계를 연동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등 신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업 또한 단순 앱 개발이 아닌 '치료 제공' 본질에 집중해 임상적 유효성과 환자의 지속적 사용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존 약물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위험도 기반으로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실사용 근거 축적에 맞게 제도를 합리화해야만, DTx가 예방과 건강 증진으로까지 확장돼 임상 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2026-02-12 05:30:00학술대회
인터뷰

"비용효과 매몰된 급여 기준…차세대 의료기기 무덤 전락"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암 치료의 성과를 얘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생사가 아닌 삶의 질을 논해야 하는 시기가 왔죠. 하지만 규제의 굴레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차세대 의료기기의 무덤이 되고 있는 이유죠."수술에 의존했던 암 치료 방식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흐름이 바뀌고 있다. 암 치료의 무게추가 다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차세대 약물이 속속 등장하고 차세대 방사선 치료기기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이제 치료 전략은 균등한 재배치의 국면에 들어섰다.어떻게 치료해야 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합리적인가를 다시 묻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이러한 변화는 고령화와 맞물리며 더 선명해지고 있다. 노령 환자가 늘면서 수술 자체가 부담인 경우가 많아졌고 그만큼 방사선치료가 담당하는 영역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이런 흐름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적응형(Adaptive) 방사선 치료다. 수술 당일 환자의 장기 위치와 형태에 맞춰 치료계획을 세우는 이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하지만 확산은 생각보다 매우 더딘 것이 사실이다. 과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4년간 적응형 방사선 치료를 선도해온 이대 서울병원 박영희 교수를 만나 본 이유다.방사선 치료기기의 눈부신 발전…암 치료 무게추 이동박 교수는 먼저 최근 암 치료의 무게 중심이 확연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놓았다. 방사선 치료기기의 발달로 선택지가 크게 넓어졌다는 설명이다.박영희 교수는 차세대 항암제와 방사선치료기기의 발달로 암 치료의 무게추가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영희 교수는 "내가 전공의를 할때만 해도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는 연구 논문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기"라며 "하지만 이제는 양성자치료기기가 국내에 두대나 들어오는 시기를 맞게 됐다"고 운을 뗐다.그는 이어 "이제 암 환자를 어떻게 살릴까의 문제에서 이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적합한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라며 "암 치료의 선택지가 재분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급격한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고령 환자 증가가 방사선치료 확대로 직결되고 있다는 뜻이다.과거에는 80대 환자라면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거나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대여명이 길어지면서 이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박 교수는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수술 부담이 큰 노령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로 넘어오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또한 환자들의 인식도 과거 수술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비수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특히 방사선 치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해소되면서 이제는 환자들이 먼저 방사선 치료를 원하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박영희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또 하나의 이유로 기기의 눈부신 발전을 꼽았다.과거에도 의료진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반대급부로 치료 효과를 희생해야 했던 시대가 있었지만 기기의 발전으로 이제는 완벽한 균형이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박 교수는 "획기적 사건 중 하나가 세기조절방사선과 체부정위방사선으로 이 기기가 정립되면서 치료 효과는 유지한 채 정상 조직에 미치는 선량을 줄일 수 있는 폭이 커졌다"며 "이를 통해 적응증 자체가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부작용 줄이며 치료 효과 높이는 적응형 기기 등장…급여가 발목이러한 기기의 발전은 적응형(Adaptive) 기기와 인공지능(AI)의 고도화로 또 다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적응형 방사선 치료기의 핵심은 바로 부작용의 최소화다. 환자의 당일 상태와 작은 움직임 등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암 부위에 방사선을 쏘는 기술이 바로 적응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그는 적응형 방사선 기술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병목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박영희 교수는 "적응형 치료기의 핵심은 내부 장기의 가변성을 잡아낸다는 것"이라며 "호흡처럼 일부 조절 가능한 움직임과 달리 방광이나 장의 움직임 등은 환자의 의지나 의료진의 노력으로 통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이로 인해 과거에는 장기의 상태나 환자의 상황을 미리 예측해 마진(margin)을 넉넉하게 두고 방사선을 조사했다"며 "문제는 마진이 커질수록 정상 장기에 영향을 주는 선량도 따라 올라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적응형 방사선은 치료 당일 환자의 영상을 통해 바로 직전 장기 형태와 위치에 맞춰 플랜을 수정해가며 방사선을 조사한다.과거 최악을 가정해 넉넉히 잡아햐만 했던 마진을 그날의 상태에 맞춰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박 교수는 "특히 고령 환자에서는 이 차이가 더 커진다"며 "심뇌혈관 질환 등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임상적으로는 큰 문제 아닌 출혈이라도 회복이 더디고 불편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그는 이어 "장기 생존이 가능한 환자가 늘수록 부작용은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 치료 이후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적응형 방사선 기기는 또 다른 세상을 연 셈"이라고 말했다.적응형 시스템은 체부정위방사선치료(SBRT) 확장과도 연결된다. SBRT는 회당 선량이 높아 치료 횟수를 줄일 수 있지만 내부 장기 변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박영희 교수는 "과거에는 정상 장기에 선량이 들어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적어도 4~5주에서 길게는 8주까지 최대한 치료 기간을 길게 잡아 방사선을 작게 쪼개 조사했다"며 "하지만 적응형 방사선으로 이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SBRT를 더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기간 단축은 방문 횟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지방 환자나 직장인 환자에게는 단순 편의가 아니라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인공지능의 고도화도 이러한 적응형 방사선 기기의 효용성을 높이고 있다. AI가 치료 당일 영상에서 장기 윤곽을 잡고 사전 기준에 맞춰 플랜을 재계산한다는 점에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적응형 방사선 치료의 확산은 여전히 더딘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대서울병원이 스타트를 끊었고 또 다른 대학병원이 설치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박 교수는 이러한 원인이 기술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고 단언했다. 적응형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치료 당일 확인과 수정, 판단 과정이 추가로 들어가는 만큼 인력과 시간이 더 투입되지만 수가에 대한 보전은 전무하기 때문이다.박영희 교수는 "AI의 발전으로 많은 부분에 대한 수고는 줄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의료진이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는 과정은 남아 있다"며 "환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이 과정을 추가로 투입하는데 수가가 인정되지 않으면 손해를 감수하며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더 큰 문제로 그는 획일적 삭감을 꼽았다.실제로 그는 고위험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골반 림프절 치료 후 전립선 부위에 적응형 방사선을 활용해 SBRT로 부스트 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을 시도했지만 반복 삭감으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는 쓰고 있는 방법이다.박영희 교수는 "환자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이고 삭감을 당하고 살펴보니 치료 비용도 오히려 더 적었다"며 "어떻게 보면 더 비용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줄이는 시술인데 아무리 소명 자료를 내고 의학적 근거를 내밀어도 결과가 바뀌지 않으니 결국 이를 접게 됐다"고 꼬집었다.아울러 그는 "이러한 획일적 삭감 구조는 결국 환자가 더 좋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할 수 밖에 없다"며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과 행정적 기준이 충돌하면 새로운 치료에 대한 동력은 쉽게 꺼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2026-02-05 05:10:00치료
인터뷰

"손기술의 한계, 로봇으로 극복…개원가도 로봇수술 시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신장 결석 치료의 '골든 스탠다드'로 불리는 연성신요관경하 신정결석제거술(역행성신장내수술, RIRS)이 로봇 기술과 만나 진화하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술 로봇이 최근 국내 개원가에 최초로 상륙하며 어떤 임상적 효용을 낼 수 있는지 관심이 집중된다.국산 신장 결석 로봇수술 기기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최신의 기술. 도입 4개월 차를 맞는 골드만비뇨의학과 민승기·나준채 원장을 만나, 국산 신장 결석 수술 로봇 '자메닉스(Zamenix)' 도입 배경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체감 변화를 들어보았다.■ 물리적 한계 극복이 핵심…"예후 개선과 맞닿아"나준채 원장은 수술 로봇 도입의 가장 큰 이유로 '인간 신체의 물리적 한계 극복'을 꼽았다. 기존 요관경 수술 역시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집도의의 숙련도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고, 집도의의 손목 회전 반경이나 신체적 피로도, 환자의 신체 구조 특성은 여전한 제약 요인이다.골드만비뇨의학과가 의원급에서는 최초로 신장 결석 수술 로봇 자메닉스를 도입하면서 대학병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로봇수술의 개원가 시대를 열었다."결석의 위치와 환자의 내부 구조는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손으로 조작하다 보면 '조금만 더 돌리면 닿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운 지점이 반드시 생기죠. 로봇은 이러한 물리적 제약을 지워줍니다. 사람이 몸을 비틀어가며 어렵게 접근하던 위치도 로봇은 안정적인 자세로 정교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줍니다."나 원장은 자메닉스 도입 후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로 '안정성'과 '시야 확보'를 언급했다. 로봇은 사람의 미세한 손떨림을 완벽하게 차단, 좁은 신장 내부 공간에서 기구가 의도치 않게 점막에 부딪히는 일을 방지한다.그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움직임이 화면상에서는 크게 나타난다"며 "로봇은 딱 멈추면 그 자리에 그대로 고정되기 때문에 점막 손상이 줄어들고, 출혈이 최소화되면서 수술 내내 깨끗한 시야를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는 결국 결석 제거율(Stone Free Rate) 향상으로 이어지는 핵심 동력이 된다는 것. 실제로 자메닉스의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결석 파쇄 시간은 35% 단축됐고, 점막 접촉 횟수는 66% 감소했다. 또한 93.5%에 달하는 높은 결석 제거 성공률과 6.5%의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기록하며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바 있다.(왼쪽부터)나준채, 민승기 골드만 비뇨의학과 원장■ 자동화 기능으로 편의성 증대…"국산 기술력, 임상 활용 충분"자메닉스에는 호흡보상 기능이나 자동화된 기구 조작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탑재돼 있다. 나 원장은 "클릭 한 번으로 기구가 자동으로 드나드는 기능 등은 집도의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준다"며, "아직 호흡보상 기능은 적응 단계에 있지만, 기술 자체가 주는 편의성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그간 로봇수술 분야는 외산이 잠식했다. 국산 의료기기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일까.민승기 원장은 "100% 국내 기술로 개발된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음압 성능이나 정교함 면에서 해외에서 연구개발 중인 장비들보다 오히려 우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한국의 로봇 수술 기술력이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물론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보완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민 원장은 실제 수술 시간은 단축됐으나, 장비 세팅 및 억세스 시스(Access Sheath) 연결 등 준비 과정에서의 섬세한 조정이 필요해 전체 소요 시간은 아직 기존 수동 수술보다 조금 더 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민 원장은 "장비와 연결하는 과정이 매우 섬세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며 "술기 역시 숙련도가 높아짐에 따라 충분히 단축될 수 있는 부분이고 이미 시뮬레이터와 동물 실험 등을 통해 충분한 트레이닝을 거쳤기에 임상 적용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나준채 원장의 자메닉스 장비 운용 모습. 나 원장은 로봇을 통한 정밀헌 제어가 수술 예후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빈치처럼 RIRS 로봇도 비뇨기 수술의 대세 될 것"현재까지 자메닉스를 활용한 국내 수술 건수는 전국적으로 약 300~400건 미만으로 추산된다. 아직 대규모 통계 데이터가 쌓이는 단계는 아니지만, 민 원장은 실무자 입장에서의 체감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전했다."과거 다빈치 로봇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암 수술의 표준(Standard)이 됐습니다. 자메닉스를 이용한 로봇 RIRS 역시 성능 개선과 데이터 축적이 이뤄지면 결석 수술의 대세가 될 것입니다."골드만비뇨의학과는 잠실점과 강남점에 자메닉스를 도입해 개원가 로봇 수술 시대를 열었다. 민 원장은 향후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회 발표 및 연구 논문 작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마지막으로 민 원장은 개원가 로봇 도입 확산에 대해 "현재 개원가엔 RIRS 수술에 능숙한 전문의가 전국적으로 많지 않아 단기간에 급격히 도입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뇨기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로봇 도입이 필수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02-02 05:20:00개원가
인터뷰

"마이데이터 품은 나만의닥터…비대면 넘어 플랫폼 도약"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성장한 비대면 진료 산업이 제도화를 통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단순 진료 중개를 넘어 개인 의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 닥터 운영사 메라키플레이스가 보건복지부로 의료 마이데이터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으로 지정되며 산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28일 메디칼타임즈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질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라키플레이스 선재원 대표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메디칼타임즈는 메라키플레이스 선재원 대표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와 비대면 진료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데이터 기반 정밀 진료 구현…"비대면 진료 안전성 확보"선재원 대표는 나만의닥터의 다음 목표로 단순 비대면 진료를 넘은, 의료 마이데이터와 연동한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앱으로의 도약을 제시했다.메라키플레이스의 특수전문기관 지정으로, 사용자 의료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다. 향후 AI 기반 건강상담 서비스 'AI 홈닥터' 등에 의료 마이데이터를 연동해, 더욱 정확하고 개인화된 건강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파편화된 건강 정보를 하나로 모아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의료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선재원 대표는 "일례로 2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원하는 서비스는 다르다. 같은 증상이어도 감기 탭을 누를지, 비염 탭을 누를지 소아과 탭을 누르지 각각 다르다. 이런 경험을 사용자층에 따라 다르게 설계했다"며 "또 의료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주기 위해 브랜드 컬러부터 운영 방식까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번 특수전문기관 지정은 기술력과 보안성을 인정받은 업체만 가능한 심사여서 이를 통과한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닌, 보건복지부 인프라인 건강 정보 고속도로를 활용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나만의닥터는 이미 지난해부터 의료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비대면 진료 안정성과 정확성을 높여왔다. 특히 진료 현장에서 의사들의 편의성이 개선된 것이 성과다. 과거 환자 기억에 의존해 구두로 설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진료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선 대표는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는 덕분에 진료가 매우 편해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선생님들이 많다"며 "환자가 과거 투약 기록이나 건강 검진 결과를 의사에게 전달하면, 의사는 환자가 어떤 약을 언제부터 복용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이렇게 비대면 진료에서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마이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건강 관련 니즈가 있을 때 바로 찾아보는 앱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비대면 진료뿐 아니라 대면 진료와 개인의 건강 관리, 복약 기록 등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선재원 대표는 의료의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불투명하거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핀포인트 규제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원천 규제 대신 실효적 대응 필요…개원가 참여도 관건다만 규제 장벽은 여전하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됐지만, 약 배송 제한과 의료기관당 진료 건수 제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닥터나우를 중심으로 불거진 '플랫폼 의약품 도매업 겸업 금지'가 담긴 약사법 개정안 등 추가적인 규제가 예고됐다.의사 출신인 선 대표 역시 산업적 성장과 의료의 공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고 봤다. 메라키플레이스 역시 이를 위해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다만 그는 플랫폼을 의사나 약사와 동등한 지위에 놓고 해석하는 것에 의구심을 표했다. 처방권을 가진 의사, 조제권을 가진 약사와 중개 역할인 IT 서비스를 동일선상에 놓고 해석하는 것은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도매업에서의 강매 행위 등을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근본적인 설립 자체를 막는 원천 규제는 과하다는 것. 불투명하거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핀포인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선 대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계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비대면 진료를 비정상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보다, 먼저 안전한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며 "실제로 이런 신뢰 중심 경영이 마이데이터 특수전문기관 지정을 가능케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이어 "다만 현재 비대면 진료에 걸려 있는 여러 제한이 아쉽다. 비대면 진료는 보편적 복지로서 필요할 때 누구나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일례로 진료 제한 전수 제한이 적용되면 이 횟수를 소진한 환자가 기존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해치고 제도의 본질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원가의 전향적인 시각과 정책적 지원도 촉구했다. 현재 의료 데이터는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구성돼 있어 동네 의원급의 데이터가 빠져 있는 상태다. 국내 3만 5000여 개 의원 중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곳은 수백 곳에 불과하다.의료기관 가진 정보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1차 의료기관 역시 마음을 열고 참여해야 진정한 의미의 의료 마이데이터가 완성될 수 있다는 제언이다.선재원 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형태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안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마이데이터 연동 날개…"종합 헬스케어 슈퍼 앱으로 도약"어찌 됐건 제도화로 비대면 진료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의료 마이데이터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사세가 확장 궤도에 올라탄 것은 호재다. 실제 메라키플레이스는 서비스 확장을 위해 사무실 이전 및 개발인력을 충원을 계획하고 있다.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숙제지만, 향후 비대면 진료가 제도적으로 완전히 안착하고 솔루션이 고도화되면 이용료 기반 수익 모델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이를 위한 역점 사업으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전환(AX)을 결합한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의 체질 개선을 꼽았다. 기술을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 정밀 진료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사업의 첫 번째 축은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클리니컬 디시전 서포트 시스템(CDSS) 구축이다. 환자가 보유한 방대한 건강 정보를 AI 기술로 분석해 바쁜 진료 현장의 의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구상이다.다른 한 축은 환자의 일상적인 건강 궁금증을 해결하는 서비스다. 병원을 방문하기엔 사소하지만 관리가 필요한 웰니스 영역 질문들에 대해,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선 대표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중추는 결국 의사다. 이들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는 것이 데이터 활용의 본질이라고 본다"며 "비대면 진료는 특정 계층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전 국민이 누리는 보편적 의료 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때까지 계속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의 현장 디테일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선재원 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형태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안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 디지털 헬스케어가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되지 않고 국가 핵심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선 대표는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의료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보수성이 헬스케어 산업의 고립을 야기하는 면도 있다"며 "하지만 IT와 AX는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마음을 열고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여야 대한민국 디지털 헬스케어가 국가 핵심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의료진이 헬스케어 시스템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환자와 의사를 잘 연결하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026-01-29 05:30:00진단
인터뷰

"졸속 진행된 의대 증원 정책…현장 의견 반영 장치 없어"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과 그에 따른 부실한 현장 조사에 맞서, 의과대학 학생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의대 현장에서 많게는 250명이 수업을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교육은 물론 실습의 질 저하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 지속 연출되고 있어 더 이상의 증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의대 학생대표는 정부의 부실한 현장 점검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40개 의과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한 보고서 마련을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부산의대 김동균 학생대표2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 II' 세미나장에서 만난 김동균 의대 학생대표(부산대 의예과)는 현재 의대 교육 현장이 겪고 있는 실상을 폭로하며, 학생들의 주도로 '현장 실태 보고서'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밝혔다.정부는 의사가 부족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 인력 추계 방식과 과정이 정밀하게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실제로 일본의 경우 인력 추계 과정에서 의사의 실제 근로 시간, 병상 기능별 현황, 의대 학장 및 병원장 설문 등 구체적인 현장 데이터를 반영했지만 복지부는 "관측 가능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일본은 막연한 추정이나 외삽보다는 현장 관찰 및 설문 조사 기법을 통해 획득한 구체적 데이터를 사용한 반면 국내의 추계는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만큼 추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추계 담당자들은 현장 데이터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뿐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점은 의대생들의 자발적인 현장 의견 조사로 이어졌다.김동균 학생 대표는 먼저 정부와 교육부의 현장 조사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안일한지를 조목조목 비평했다.그는 "이미 전국 모든 의과대학에서 교육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학생들은 작년 9월부터 국회의과대학 등을 대상으로 상황을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고 전했다.그에 따르면 많은 학교에서 150명에서 200명 단위의 대형 강의가 일상이 됐으며, 학생들은 책상조차 없는 극장식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거나 자리가 부족해 타 단과대 강의실을 전전하고 있다.교육부가 공간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실제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 공간은 정상적인 학습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 특히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미러링 강의'는 음향 시설 불량으로 인해 강연 내용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교육의 질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김 대표는 "실습 교육 현장의 열악함은 더욱 심각한 상태"라며 "장비와 공간 부족으로 인해 필수적인 실험과 실습이 영상 시청으로 대체되거나 내용이 대폭 축소되는 사례들이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의학 교육의 기초라 할 수 있는 해부학 실습의 경우, 카데바 6구에 무려 120명의 학생이 매달려 실습을 하거나 한 구당 10명에서 20명씩 배치되는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격주로 실습과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시청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겠다는 학교까지 등장하면서, 의사 양성의 질적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우려했다.이어 "이것은 학생들이 단순히 불편하다고 투정을 부리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며, 부실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배출될 경우 결국 환자의 안전과 의료 시스템의 신뢰가 통째로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역설했다.이에 대응해 의대생들은 정부의 부실 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정밀한 현장 데이터를 구축 중이다.김 대표는 "이제는 반대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어떤 구조가 필요한지까지 함께 제안하려 한다"라고 밝혔다.현재 40개 의과대학에서 각 학번 대표를 포함한 총 80명의 소통 체계를 구축해 학교별 상황을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있으며, 8명 규모의 전문 보고서 팀이 주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이번 2차 보고서는 지난 1차 조사보다 훨씬 구체적인 인식 조사와 인프라 여건에 대한 세부 항목 설문을 포함한다. 특히 교육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체감하는 개선 여부, 학년 간 갈등 문제 등을 폭넓게 다뤄 정부의 주장이 현장에서 어떻게 부정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계획이다.김 대표는 "이번 2차 보고서를 3월 개강 시점에 맞춰 발표하고, 오는 5월 의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1시간 반가량의 세션을 할애받아 전국의 전문가들에게 상세히 공유할 예정"이라며 "졸속으로 진행되는 정책의 무리함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현장의 데이터를 들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그는 "보고서 공개 이후 이를 근거로 학생 대표단과 학장과의 개선안에 대한 소통을 추진할 예정이다"며 "다른 학교에서는 학장이 학생들과 감정적인 골이 깊어 대화 자체가 단절된 상황"이라고 전했다.소통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학교 측은 학생들의 정중한 면담 요청을 거부하거나 학생 자치 기구를 논의에서 배제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김 대표는 "융화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한 데 섞어 놓지만, 이는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촉진하는 행위"라며 "지금도 부실한 교육 행정이 이뤄지는 마당에 증원 정책이 실제로 현실화된다면 이는 부실한 의사 양성이라는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01-28 05:31:00제도・법률
인터뷰

"제네릭 약가로 신약 육성? 수십 년째 반복되는 정책 실험"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약가를 깎아 신약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접근은 정책의 출발점부터 어긋나 있다. 재정 절감과 산업 육성은 동일한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다"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권혜영 교수(약사 출신)는 21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제네릭 약가 정책을 신약 연구개발(R&D) 촉진 수단으로 연결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가 "약가 인하와 신약 개발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권혜영 교수는 "제네릭 정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재정 절감"이라며 "약가 인하와 신약 개발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그는 "지난 20년 가까이 유사한 정책이 반복돼 왔지만, 제네릭 약가 조정이 신약 개발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권 교수는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제도는 매출 대비 R&D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충족하면 혁신형으로 분류하지만, 이는 기업 규모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그는 "매출 1조 원 기업의 R&D 5%와 매출 100억 원 기업의 5%는 절대 금액에서 전혀 다른 의미"라며 "신약 개발은 퍼센트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를 투자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규모 기업이 일정 비율을 맞췄다고 해서 신약 개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준 자체가 신약 개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약가 우대 정책이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권 교수는 "약가를 보존해주거나 인하 폭을 줄여주는 정책은 신약 개발 역량이 있는 기업보다 오히려 영세 제약사에 더 큰 체감 이익을 준다"며 "그 결과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산업 구조가 정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이어 "신약 개발이 가능한 몇몇 기업이 원하는 것은 약가 인하 회피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격, 그리고 직접적인 R&D 지원"이라고 설명했다.정부가 원하는 재정 절감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단순 약가 인하가 아닌 사용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권 교수는 "재정 절감은 가격만 낮춘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격과 사용량을 함께 봐야 한다. 가격을 낮춘 약이 실제로 더 많이 사용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현재 제네릭 시장이 가격 경쟁이 아닌 리베이트 경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춰도 사용량이 늘지 않으니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가격 인하가 시장 점유율로 연결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약은 기업이 아닌 생태계 문제…구조적 한계 인정해야"권 교수는 한국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약가나 제도보다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찾았다.그는 "신약 개발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초과학, 연구 인력, 벤처, 자본, 대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특히 교육과 연구 기반의 취약성을 가장 큰 한계로 꼽았다. 권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 인력이 충분히 양성되지 않고, 우수 인재가 연구 현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약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글로벌 제약산업의 신약 개발 방식과 비교하면 한국의 구조적 한계는 더 분명해진다는 설명이다.그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벤처에서 개발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신약을 만든다"며 "작은 벤처가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대형 제약사가 사들이는 순환 구조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벤처와 대기업 간 연결이 원활하지 않고, 기술 이전이나 전략적 제휴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이런 점에서 권 교수는 한국 제약산업의 현실적인 방향으로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를 꼽았다.그는 "신약 개발은 이미 글로벌 경쟁에서 상당히 늦은 상태"라며 "CDMO는 기술 장벽이 높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전략적으로 타당하다"고 평가했다.이어 "CDMO를 통해 기술과 인력을 축적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인 경로"라고 전했다.권 교수는 "신약 개발을 이야기하려면 정책 하나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상징적인 약가 정책이 아니라, 연구와 기술이 실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6-01-22 05:30:00국내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