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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의성 넘어 본질로…AI 통역, 학술대회 교류 확대"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대한류마티스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KCR 2025'는 올해 의학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학술대회 최초로 'AI 실시간 통역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 것. 발표 내용이 한국어든 영어든, 청중은 별도의 통역기 없이 실시간 번역 자막을 보며 자유롭게 학술 교류에 몰입할 수 있었다.놀라운 건 이 시스템을 만든 주체가 외부 개발 업체가 아니라, 현직 의사라는 사실이다.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와 류마티스내과라는 교집합 속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오지선 교수. 전 빅데이터연구센터장이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로서, 무려 26년간 환자를 진료해온 그가 이번에는 '프로그래머'라는 또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며 학술대회 현장을 바꿨다.오지선 류마티스학회 운영위원을 만나 통역 AI 개발의 맥락 및 향후 활용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프로그래밍 능력으로 진료실 불편 해결"그는 본인을 의사이자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취미 수준을 넘어, 실무와 학문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적용한다는 이력은 흥미롭다. 그에게 프로그래밍은 언제부터 일상이 됐을까?접점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8비트 애플 컴퓨터를 처음으로 접했다"며 "성능은 지금 스마트폰에 비하면 매우 떨어졌지만, 당시에는 혁명적으로 느껴졌었다"고 회상했다.그는 "중학교 2학년 방학 때 학원에서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고 나서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졌었다"며 "궁금한 게 잘 해결되지 않으면 서점에 가서 컴퓨터 서적을 몇 시간씩 읽으면서 독학했다"고 설명했다.이후 프로그래밍 능력은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됐다. 집안 경조사에 필요한 우편물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의과대학 시절에는 동료들과 함께 사용하는 학습용 실습 프로그램을,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전자처방전 및 체중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배포하기도 했다.오지선 류마티스학회 운영위원'생활 속 불편'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번엔 '학술대회의 불편'을 개선하자는 관점으로 확대됐다.오 교수는 "상용 통번역 서비스들도 많이 발전했지만, 의학 분야나 국제 학술대회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전문 용어와 문맥 이해, 실시간 반응 속도 측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져 현장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AI 통역 툴 개발 착수의 배경을 설명했다.그는 "국제학술대회와 같은 특수 환경에서는 상용 통역 서비스라고 해도 전문 용어와 문맥 이해, 실시간 번역 속도 등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며 "이런 문제들을 접하면서 본인만의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들을 접목하면 극복할 여지가 있다고 느껴  시스템 개발에 직접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의학은 임상 용어뿐만 아니라 해부, 병리, 유전학, 면역학 등 기초 분야 용어까지 포괄하고, 여기에 비공식 약어까지 더해져 복잡성이 매우 높다. 상용화된 AI 툴로는 이러한 용어를 잘못 인식하거나 문맥을 고려하지 못해 발표 내용 전달에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오 교수가 도입한 AI 통역 시스템은 별도의 최신 거대언어모델 기반으로 설계됐다. 그는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해 발표 문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전문 용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며 "실시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KCR 2025에서 이 시스템은 발표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번역 자막을 제공했다. 현장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전문 용어 번역 정확성과 문맥 이해 능력에 놀라워했고, 학술 교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오 교수는 "그간 이런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장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전문 용어 번역의 정확성과 문맥 파악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거나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그는 "다만 첫 날에는 실시간 번역 과정이 화면에 자주 나타나 혼란스럽다는 의견들이 있어 피드백을 바로 수용했다"며 "이튿날부터는 화면 표시를 단순화하고, 가독성을 높여 참가자들이 학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정, 사용자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단순한 기술 적용 아냐" 학술대회 '소통·공유' 본질과 일맥상통AI 통번역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선다. 강연 내용의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학술대회의 접근성 및 공감,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 기술의 적용이 학술대회의 질적 제고를 이룬 사례라는 뜻이다.오 교수는 "AI 통번역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시스템 도입만으로도 참가자들의 언어장벽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타 언어로 발표되는 내용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질문에 나서는 등 학술 교류가 더 활발해졌다"고 평가했다.지난달 15일 개막된 대한류마티스학회의 국제학술대회 'KCR 2025'에서 적용된  AI 통역 시스템 .언어장벽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AI 기술이 학술대회의 질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로, 향후 국제적 협력과 지식 공유를 위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는 국제적 협력과 지식 공유의 장을 마련한다는 학술대회의 본질적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실제로 벌써부터 타 학회의 시스템 도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관측된다.오 교수는 "이미 원내외 세미나에서 몇 차례 활용된 경험이 있고,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학회들로부터도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번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외 다양한 학술대회와 교육 환경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최근 의대 교육이나 학술대회에서도 AI 활용법 강좌가 늘고 있고, 프로그래밍을 권유하는 의료진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의사이자 프로그래머로서 두 분야를 융합해낸 특별한 경험의 소유자가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오지선 교수는 "본업이 의사이다 보니 모든 것을 혼자 해내기는 어렵고 실제로 이번 AI 번역 시스템도 기술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이자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크게 체감한 장점은, 의료 현장에서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그는 "현장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념을 구체화해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 실제 구현 가능성을 테스트했고, 이후 정교한 기술적 완성도는 훌륭한 동료 교수와 함께 만들어냈다"며 "이를 통해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절실히 체감했다"고 강조했다.두 가지 전문성을 모두 갖추는 것이 이상적일 수는 있지만, 융합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와 협업 능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오 교수는 "최근의 생성형 AI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히려 이럴수록 인간 전문가가 집중해야 할 본질이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그는 "최신 AI 기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되, 이를 지렛대로 삼아 전문가로서의 본질에 더욱 집중해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것, 더 나아가 AI와 전문가들 간의 협업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가의 모습이자 후배 의사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2025-06-12 05:30:00연구・저널
인터뷰

"2060년에는 '간염' 질환 역사책에만 남아있을 것"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대한간학회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1995년 97명의 창립 회원으로 출발할 당시 오늘날 2천 명이 넘는 간질환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의 간 분야 학술 단체이자 세계적인 학술 단체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간을 전문으로 진료, 연구한다는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고, 간질환은 일부 병원에서만 깊이 다뤘던 분야였기 때문. 게다가 수술을 제외하곤 변변찮은 간염 치료제조차 없는 그런 불모지 영역에서 막 첫발을 내딘 학회가 세계적 학술단체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불가능했다.그런만큼 지난 30년을 두고 "드라마틱했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학회가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독립된 목소리를 내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김윤준 대한간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을 만나 지난 30년의 의미와 향후 30년의 비전에 대해 들었다.■"창립 당시 레지던트…드라마틱한 변화의 연속"김윤준 이사장은 지난 30년을 드라마틱한 변화의 연속이라고 평했다.김 이사장은 "1995년 학회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 레지던트였다"며 "그때는 간을 전문으로 한다는 개념도 지금처럼 정립되지 않았고, 간질환은 일부 병원에서만 깊이 다뤘던 분야였다"고 회상했다.그는 "시간이 흘러 학회가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독립된 목소리를 내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곁에서 볼 수 있었다"며 "마치 한 명의 신생아가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과정은 행운이자 드라마틱한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평가했다.학회의 성장은 간질환 치료의 진보와 함께했다. 치료제가 없던 시절, 간염은 결국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B형 간염 치료제는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수준이었고, C형 간염은 손 놓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내과의사로서도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던 병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 이사장은 "간암이 생기면 항암제도 거의 없고, 내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게 불과 20~30년 전"이라며 "지금은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하고, B형 간염도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돼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그는 "WHO의 2030년 간염 퇴치 목표도 이젠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진짜로 도달 가능한 현실이 됐다"며 "치료 관련 환경이 변하면서 연구도 활성화되고, 예후도 상승하는 변화의 연속이 이어졌다"고 밝혔다.김윤준 간학회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간질환에서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토대로 향후 2060년엔 간염의 종식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B형 간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1998년 라미부딘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아데포비어,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개발까지 급물살을 맞았다. C형 간염도 혁신적 치료제(DAA)로 꼽히는 소발디, 하보니, 마비렛 등으로 완치율 95% 이상을 기록했고, D형 간염 역시 2020년 유럽 EMA가 부레티델를 조건부 승인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치료 환경의 변화를 신약이 이끌었다면, 학회 변화의 중심에는 지속적인 학술 활동과 국제적 네트워크 확대가 있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간학회의 공식 학술지 'CMH(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김 이사장은 "CMH은 완전히 국제 학술지로 자리 잡아 전 세계에서 연간 1000편이 넘는 논문이 투고되고, 게재 승인은 10% 초반대로 굉장히 경쟁력 있는 저널로 성장했다"며 "실제로 CMH는 2023년 Impact Factor 14점으로 현재 간 분야 세계 학술지 가운데 6위이자 국내 1위, 아시아 1위 저널이 됐다"고 강조했다.그는 "외국 저명한 연자들, 교수들도 CMH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경쟁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외국 연구자들과 네트워크가 생기고, 편집 위원들과의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공동연구도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30년간의 최대 연구 성과로는 C형 간염 국가검진 사업의 토대가 된 각종 연구를 꼽았다. 2021년 학회 주도로 시작된 국가검진 시행의 당위성을 살핀 연구들은 비용-효과성 근거를 토대로 정책 입안자들을 설득한 끝에 올해부터 본사업이 시행됐다."C형 간염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진단받을 때는 이미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요. 검진이 답이지만 비용 문제가 컸죠. 학회는 실증 연구를 통해 국가 검진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제시했고, 복지부와 긴 시간 설득하며 결국 제도화를 끌어낸 겁니다. 단순히 학술 논문을 발표하는 차원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학회의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죠."학회의 영향력이 학문적 울타리를 넘어 국가 정책으로도 확장된 사례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2060년엔 간염 박멸"…향후 30년 과제는아쉬운 점은 없을까. 간염밖에 모르던 대중들이 비알코올성 지방간부터 간암 등 다양한 간질환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치료 의향에 대해선 소극적 분위기다.그는 "지방간이 흔하다고 해서 가벼운 병은 아닌데 여전히 '직장인 중에 지방간 없는 사람이 어딨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있다"며 "특히 술을 즐겨 마시는 문화나 회식 문화가 이런 인식에 일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그는 "방치된 지방간은 간염,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고 간암 역시 조기 진단하면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자각 및 검진 필요성 인식이 중요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C형 간염이 완치 가능한 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B형 간염 보유자가 효과적인 치료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인지율 제고는 과제"라고 했다.이에 간학회는 매년 '간의 날'을 비롯해 다양한 공공 캠페인, 대국민 강좌, 라디오 방송,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인식 개선에 힘써왔다는 것. 김 이사장은 "아무리 중요한 행사와 연구가 있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공회전에 불과하다"며 미디어와의 지속적인 접점을 강조했다.김 이사장은 간학회를 '서른 살 청년'에 비유했다. 열정은 넘치지만, 동시에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혈기왕성한 학회라곤 하지만 언젠가 학회도 부침을 겪는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학회의 고령화 추세는 풀어야할 숙제다.김 이사장은 "학회 임원부터 주요 연구자들까지 고령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30대 보다는 40대 50대의 비중이 높고 이런 추세는 대한민국의 인구 연령 비중과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계속 신진 연구자, 간학회를 주도할 젋고 유능하고 포부가 큰 사람들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며 "젊은 연구자 지원사업 등으로 학회를 이끌어갈 세대를 키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간질환 분야는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치료가 가능해졌고, 질병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 시대가 됐다. 그가 바라보는 향후 30년은 어떤 모습일까.김윤준 이사장은 "WHO가 내건 2030년까지의 간염 종식은 실패한 것이 아닌 단지 지연된 목표로 2060년에는 반드시 없어져 역사책에만 존재할 것으로 본다"며 "간암부터 지방간까지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간질환의 치료와 접근법도 현재와는 상당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중요한 것은 그간 학회가 지적 행위, 지식 공유를 위한 단순한 전문가 모임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질병을 극복해가는 파트너로 사회공헌에 앞장서 왔다는 것"이라며 "연구, 임상, 학술 등의 균형이 잘 맞아 돌아가면 불가능해 보이던 미션도 완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2025-06-05 05:30:00연구・저널
인터뷰

"빌베이 필두로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발자취 남길 것"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소아 질환 치료제 개발 의지를 바탕으로 임상현장에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해왔던 입센코리아. 최근 '환자와 사회를 향한 연대 (Focus. Together. For patients and society)'라는 기업 전략 아래 종양학과 희귀질환 분야에서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이 가운데 입센코리아는 한국진출 28주년을 맞은 올해 또 하나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담즙정체성 희귀 간 질환 치료제 '빌베이' 등 신약 등을 앞세워 종양학과 희귀질환 분야 대표 제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지난해부터 이러한 중책을 맡고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가 바로 양미선 대표다. 입센코리아 양미선 대표는 소아 희귀질환 중심으로 치료제 라인업을 확장, 5년 내  국내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5일 입센코리아 양미선 대표(사진)를 만나 혁신 의약품 국내 도입 방안과 함께 2029년 매출 1000억원 달성을 위한 전략 등을 들어봤다.소아 희귀질환 바탕 입센 레거시 전략프랑스 기반 글로벌 기업인 입센(Ipsen)은 성조숙증 치료제 '디페렐린(트립토렐린)' 등을 중심으로 소아 질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제약사로 알려져 있다.최근에는 희귀질환(rare disease)과 희귀암(rare cancer) 치료제 개발과 공급에 집중, 소아 질환 특화 제약사로서의 입지를 더 강화해 나가고 있다.양미선 대표도 입센코리아만이 가진 매력을 느껴 지난해인 2024년 하반기 합류했다.그는 "회사의 규모에 비해 전략적 포커스가 매우 명확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며 "더욱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이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양미선 대표 부임 후 입센코리아는 국내 임상현장 치료제 공급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신장암 치료제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 성조숙증 및 전립선암 치료제 '디페렐린', 말단비대증 및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소마툴린(란레오티드)'등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에 더해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선 것.2023년 정부의 신속 허가-급여-협상 병행 시범사업에 선정된 담즙정체성 희귀 간 질환 치료제(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PFIC) '빌베이(오데빅시바트)'가 대표적이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필요성 '재논의' 판정을 받고 조만간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양미선 대표는 "빌베이는 담즙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우 드물게 발병하는 극희귀질환(ultra-rare disease)인 PFIC 치료제로, 기존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대부분의 경우 간 이식이 필요했다"며 "어린 자녀에게 간 이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초로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그는 "2023년 10월에 모든 서류를 제출하며 본격적으로 절차를 시작했기 때문에, 빌베이 급여 논의 진행 속도가 사실 굉장히 빠른 편에 속한다"며 "정부와 회사 간에는 본질적으로 입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 약제가 여러 번에 걸쳐 논의가 되고 있는 이유는, 결국 한 명의 환자라도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정부 역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제를 공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급여 의지를 드러냈다.양미선 대표는 빌베이를 시작으로 향후 3~4년간 매년 국내 임상현장에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치료제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희귀 간질환 치료제인 아이커보(Iqirvo, 엘라피브라노)도 출시 준비 중이다.그는 "소아 PFIC 치료제 빌베이가 그 시작점이 될 것이고, 이어서 '알라질 증후군(Alagille Syndrome, ALGS)'에 대한 적응증 확대도 준비 중"이라며 "아이커보는 단순한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rimary Biliary Cholangitis, PBC) 치료제에 그치지 않고, 전체 '간 내 담즙 정체성 질환'이라는 영역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미선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희귀질환 분야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이런 히스토리를 희귀암 분야까지 치료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전략적 방향"이라고 소개했다.입센코리아 양미선 대표는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라는 기업 비전을 소개했다.  "제약업계 베테랑? '신임 GM'으로 성장"사실 양미선 대표는 지난 20여년 간 다국적 제약업계에서 활동하며, 주요 빅파마 블록버스터 품목들의 국내 임상현장 성공을 이끌어 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구체적으로 양미선 대표는 이전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서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로의 보험 급여 확대,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함께 국내에 도입한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엔허투'의 보험 급여 적용을 이끌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에서는 HIV치료제 '빅타비', 한국MSD에서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의 성공적인 발매를 이끈 바 있다.국내 임상현장에서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치료제의 출시 및 급여적용을 함께 한 셈이다.양미선 대표는 이 같은 경험과 최근 신약 출시를 성장 모멘텀(growth momentum)으로 삼아 입센코리아를 한 단계 성장 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희귀질환 분야를 많이 언급했지만, 항암제 포트폴리오도 갖추고 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희귀질환, 둘째는 종양학, 셋째는 신경과학"이라며 "종양학 중에서 가시권에 있는 약은 '토보라페닙(tovorafenib)'으로, 소아 저등급 신경교종(pediatric Low Grade Glioma, pLGG)에 쓰이는 치료제다. 현재 이 약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3~4년 내 매년 신제품 출시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양미선 대표는 "입센코리아 전 직원 수는 약 65명 정도이며, 현재 사업 규모는 6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4년 안에 비즈니스 규모를 1000억원까지 확장'하자는 목표를 새로운 비전으로 설정했다"며 "희귀질환 분야는 블록버스터 제품이 중심이 되지는 않지만, 기존에는 없던 비즈니스가 점차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양미선 대표는 신임 GM(General manager)으로서 입센코리아를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로 만들어내겠다는 개인적 목표를 전했다. 이에 따라 GM 취임 후 양미선 대표가 가장 먼저 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입센코리아의 비전을 새롭게 수립하는 작업이었다.그는 "일당백의 자세가 필요하다. 빅파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역할의 영역(gray area)이 있는데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직원들이 많다"며 "이러한 문화는 직원들이 커리어를 확장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양미선 대표는 "일반적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은 매우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입센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케어하고자 하는 태도가 조직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케어링(caring)을 중시하는 DNA가 있는 것 같다. 이를 입센만의 고유한 조직문화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5-06-05 05:30:00외자사
인터뷰

포터블 엑스레이 선도한 오톰…"AI로 세계 시장 열겠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2011년 치과용 엑스레이로 시작해 마침내 포터블 엑스레이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독보적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제는 여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의료용 포터블 엑스레이 시장에서 소리없는 강자로 불리는 오톰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하드웨어, 즉 포터블 엑스레이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독보적인 시장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2011년 에디치디티를 창업한 이래 오톰으로 사명을 바꾸며 15년간 포터블 엑스레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오준호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숙명'이라고 표현했다.포터블 엑스레이의 강자 오톰이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엑스레이는 누구나 한번은 다  찍어봤을 만큼 흔하디 흔한 검사 기기잖아요. 하지만 병원에 갈때마다 커다란 차폐실에서 그 큰 기계를 놓고 찍는 것을 보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저걸 작게 만들 수는 없을까? 방사선 피폭을 막을 수는 없을까? 그게 시작이었죠."그렇게 그는 2011년 에이치디티를 창업하고 5년이 지난 2016년 최초로 저선량 포터블 엑스레이를 세상에 내놨다. 그것이 바로 오톰의 마인(Mine)이다.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선량을 줄이면서도 선명한 엑스레이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의 방식을 모두 바꿔야 했다. 기존 장비로는 이를 해결한 방법이 없었다.이에 그는  90kV, 5mA, 13㎳ 조건의 출력을 내는 노멀 튜브를 스스로 만들었고 70kV, 3mA, 10㎳ 조건 출력의 CNT 튜브 또한 자체 기술로 만들어냈다. 마인의 핵심인 원천기술이다.오준호 대표는 "결국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즉 포터블이 가능하면서 고해상도 엑스레이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며 "필요한 튜브를 하나하나 만든어 낸 끝에 마침내 초저선량 포터블 엑스레이인 마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이러한 원천기술을 통해 코로나 대유행 시기 전국 선별진료소에 마인이 모두 배치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이를 기반으로 오톰은 이제 의료 인공지능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편의성과 정확성을 갖춘 포터블 엑스레이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AI를 통해 이에 대한 진단 보조까지 이뤄내기 위한 수순이다.이에 따라 오톰은 자체적으로 포터블 엑스레이에 설치되는 오뷰 에이아이(O-view AI)를 개발해 국내 최초로 의료용 3등급 소프트웨어 허가를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오준호 대표는 "오뷰 에이아이는 포터블 엑스레이인 마인으로 촬영한 엑스레이는 물론 타 엑스레이 또한 폐암은 95%, 기흉 99%, 결핵 96%, 폐렴 96%의 정확도로 이를 진단해해는데 성공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첫 의료용 3등급 허가를 획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특히 분석 시간이 불과 2.6초에 불과해 뷰노나 루닛 등의 유사 제품보다 월등하게 빠른 시간내에 이를 진단하는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이러한 기술력을 통해 오톰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미 46개국에 제품 수출을 진행중이며 마침내 미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특히 국내에 주둔중인 미군 부대에 마인과 오뷰 에이아이가 납품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시장에 입소문이 나고 있는 중이다.오 대표는 "현재 말레이시아와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이 총 매출의 7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도와 중국 시장에 안착하면 퀀텀점프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그는 "경쟁 기업 중 하나였던 GE헬스케어가 엑스레이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빈자리를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상황"이라며 "미국에서는 엑스레이를 찍으려면 한달을 대기해야 하고 찍고 나서도 판독 결과를 듣는데 한달이 더 소요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마인과 오뷰 에이아이의 효용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이를 기반으로 오톰은 골절 예측 인공지능과 결핵 예측 인공지능, 엑스레이를 3차원 CT로 재구성 하는 인공지능 등의 임상을 진행중에 있다.이러한 라인업이 완성되면 2026년 매출 7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기업공개(IPO) 등의 계획도 세우고 있는 상태다.오준호 대표는 "이미 엑스레이만으로 3D CT 및 MRI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미국 등 글로벌 임상이 진행중인 상태"라며 "상용화에 성공하고 본격적인 라인업이 갖춰지는 시점에 IPO를 도모해 본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에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5-29 05:30:00진단
인터뷰

"민간이 연 실손 간편 청구 시장…제도화 이후 휘청"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장을 열었던 지앤넷이 이를 법제화한 보험업법 개정 이후 오히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가 보험개발원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면서, 민간에서 처음 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배제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2024년 10월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관련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지앤넷 창립자인 김동헌 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메디칼타임즈는 지앤넷 창립자인 김동헌 부회장을 만나 보험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관련 시장 상황을 들어봤다.■제도화 이후 타격받은 민간 선도기업…무슨 일이김동헌 부회장은 보험개발원 앱 등장 이후 보험사들이 제휴를 끊으면서, 수수료 단절로 인한 경영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장을 연 민간 사업자를 흔들면서, 국민 편의 향상이라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지앤넷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설계·구축한 기업이다. 의료법상 병원이 보험사에 직접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던 시기에, '환자 요청에 따른 병원의 위임 전송'은 가능하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이 방식은 암호화 된 전자적 의료정보 전송의 출발점이 됐고, 금융위원회도 지앤넷의 시스템을 청구 간소화의 대표 사례로 인정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이후 지앤넷은 병원과 보험사를 전자적으로 연결해, 환자가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지 않고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팩스·우편 기반 청구 방식에서 전자 전송으로 구조를 전환한 것.김 부회장은 "예전엔 환자가 요청해도 병원에서 보험사로 서류를 직접 보낼 수 없다는 게 복지부 유권해석이었다"며 "그래서 우리가 환자가 직접 보내는 방식은 가능하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해석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에 확인을 받아 전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당시 금융위원회도 우리 방식이 청구 간소화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도자료까지 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보험업법 개정 이후, 정부는 보험개발원을 청구 간소화 중개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보험사들은 차례로 지앤넷과 계약을 해지하고, 청구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요 손보사 이탈로 인한 수수료 지급 중단으로 지앤넷은 수익 기반에 직접적 타격을 입었다.반면 보험업계는 보험개발원에는 1000억 원의 시스템 개발·구축 비용과 연간 100억 원의 운영비를 투입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간 기업엔 1000원의 수수료조차 부담스럽다며 계약을 중단하는 현실이라는 것.오는 10월 보험개발원 시스템이 의원급·약국까지 확대될 예정인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아직까진 보험개발원 서비스에 대한 의료계 우려와 기술적 문제로 전면 확대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실현된다면 지앤넷의 파이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그는 "지금은 대형 보험사들이 기존 계약을 끊고 수수료 지급도 중단됐다. 당연히 거기서 들어오는 수입이 줄다 보니 경영적으로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민간이 시작한 시장에서 정부가 제도를 개입시켜 놓고 기존 사업자를 배제하는 구조가 됐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김동헌 부회장은 보험개발원의 실손보험 간편청구 독점을 우려하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 국민 편의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장, 글로벌 진출 무산 "민간 혁신 가로막는 꼴"이런 상황은 소비자에게도 피해다. 현재 지앤넷 앱을 통해 월간 50만 건의 청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보험사가 관련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지앤넷은 네이버·토스 등 플랫폼과 제휴를 맺어, 이들 플랫폼을 통한 보험 청구엔 소비자 비용 부담이 없도록 했다. 하지만 병원 수 증가나 서비스 범위 확대에 따른 수수료 조정이 어려워, 확장성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김 부회장은 원래 지앤넷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을 목표로 해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경쟁력도 갖췄는데, 전 세계에서 2만 2000개에 가까운 의료기관과 연동된 플랫폼은 지앤넷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이를 위한 상장도 계획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보험업법 개정안이 걸림돌이 되면서 보류된 상태다.정부 주도의 제도 전환은 이와 같은 성장 전략에 제동을 걸었고, 한때 추진되던 상장 및 해외 진출 계획도 보류된 상태다. 지앤넷은 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장을 개척한 선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도화하면서 위기에 빠진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것.그는 "병원 수가 늘고 서비스 범위가 커질수록 운영비도 증가하는데, 초창기 설정한 수수료 수준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래는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을 목표로 회사를 키워왔고, 실제로 2만 2000개 의료기관과 연동된 플랫폼은 지앤넷이 유일하다. 상장도 추진 중이었지만, 정부와 제도가 오히려 민간 혁신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답답한 부분"이라고 말했다.■독점 구조 국민 편의 저해 "공정 경쟁 가능해야"김 부회장은 현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제도적으로 민간 기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가 민간 기업을 통한 보험금 간편청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보험업법 개정안은 본래 실손보험 청구에서 발생하는 국민 불편을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청구는 오히려 배제되거나 축소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험개발원 중심의 독점 체계가 고착화한다면, 향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다.실제 보험개발원을 통한 실손보험 간편청구는 보험업계의 가입자 의료정보 집적으로 이어져, 보험 가입 거절, 갱신 거부, 보험료 인상 등의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김 부회장은 "국민 편의를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제도가 출발했는데, 지금처럼 민간 기업을 배제하고 특정 기관 중심으로만 가면 소비자는 오히려 더 불편해지고 선택권도 줄어들게 된다"며 "민간 플랫폼은 비용도, 효율도 다르기 때문에 같이 병행돼야 하고, 정부는 이런 다양한 방식이 공존할 수 있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어 "보험개발원이 모든 청구를 독점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가입자 의료정보가 한쪽에 집중된다"며 "그럼 보험사들이 이를 근거로 가입 거절이나 갱신 거부, 보험료 인상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이건 이미 의료계나 법조계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2025-05-29 05:30:00개원가
인터뷰

"자연해결 어려운 월경과다증 경구피임약 효율적 옵션"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월경은 여성건강에 있어 가늠자 역할을 한다. 건강한 가임기 여성이라면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월경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주기적으로 경험하는 월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들도 많지 않다.대표적인 증상인 '월경과다증'도 마찬가지다. 증상에 대한 인식도 크지 않다보니 전문의의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자신이 월경과다인지도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8일 삼성서울병원 이동윤 교수(산부인과)를 만나 월경과다의 특성 및 증상을 알아보고 이에 따른 임상현장 주요 치료전략을 들어봤다.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동윤 교수병원 방문 필요한 '월경과다증' 환자월경과다증은 한 월경주기 당 월경량이 80mL 이상이거나, 월경이 7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월경과다증 환자 수는 2019년 26만 6358명에서 2023년 41만 6785명으로 최근 5년간 약 56.5%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주요 월경관련 질환(월경곤란증, 월경과다증, 월경전불쾌장애)중 20~50대 연령의 여성에서는 월경과다증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동윤 교수는 월경과다증 환자 급증을 두고서 주요 검사 급여화 등이 배경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병원 문턱이 높은 질환이라고 평가했다. 질환의 기준을 설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 환자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이동윤 교수는 "월경과다증 환자도 늘고 관심도도 올라갔다고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 대부분은 월경과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 이유 중 하나로 과다한 월경량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동윤 교수는 "월경과다의 기준 중에 '1시간마다 패드를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환자에 따라 어떤 사람은 패드가 덜 젖었더라도 불편함을 느껴 1시간마다 교체할 수 있다"며 "또 어떤 사람은 조금 무뎌서 늦게 교체할 수도 있어 매우 주관적이며, 월경과다로 인해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또한 매우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렇다고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질환이라는 것이 이동윤 교수의 설명이다. 월경과다증의 경우 원인을 찾지 않은 이상 자연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극히 적은 데다 지속될 경우 여성 삶의 질 자체를 떨어뜨리면서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이동윤 교수는 "질환이 있으면 삶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월경량으로 인해 생리기간이 되면 불안감을 느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직장이나 학교를 빠져야 하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체질적으로 월경량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30~40대에는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종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원인이 있는 월경과다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다"며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고 본인의 증상에 대해 검진해 봐야 한다"고 상기시켰다.삼성서울병원 이동윤 교수는 월경과다증 치료옵션으로 활용되는 클래라가 급여로 적용된다면 효과와 안전성에 효율성까지 갖출 것이라고 기대했다."치료 혜택 많은 경구약 추천, 급여 적용은 과제"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비정상자궁출혈 임상지침에 따르면, 대부분의 월경과다증 치료로 복합경구피임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FDA에서 월경과다 치료 적응증으로 승인한 유일한 경구 치료제는 '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와 디에노게스트(제품명 클래라, 바이엘)' 조합이다.애초 피임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다양한 치료 목적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대표적인 질환이 월경과다증이다.동일 치료 선상에서 자궁 내 시스템(LNG-IUS) 삽입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느끼는 환자들에게는 효율적인 치료옵션이라는 평가다.이동윤 교수는 "자궁 내 시스템은 월경량 감소 효과가 좋으며, 한번 삽입하면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경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궁 내 시스템 삽입에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있고, 부정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는 성 경험이 없는 여성에게 치료 옵션으로 권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클래라의 월경과다 개선 효과는 복용 한 달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치료 기간 내내 효과가 지속되며, 복용 6개월 후 월경량이 88%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와 같이 월경량 감소에 적절한 효과를 나타내면서 부작용 위험은 낮춰 기존 치료 대비 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더불어 이동윤 교수는 클래라가 다른 경구피임약과 비교했을 때에도 충분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이동윤 교수는 "전통적인 경구피임약은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이라는 합성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성분의 일부가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며 "클래라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이 아닌 에스트라디올 발레레이트라는 다른 종류의 에스트로겐 성분과 디에노게스트 성분으로 조합돼 있기 때문에 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도 이득이 높으며, 월경량 감소효과 측면에서도 기존 피임약 대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다만, 임상현장에서 클래라 활용에는 '비급여'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월경과다증 치료에 있어 급여 적용이 유일한 걸림돌인 상황에서 이를 해결한다면 첫 번째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이동윤 교수는 "월경과다 치료에서 다양한 치료 혜택을 고려해 클래라를 사용하고 있지만, 비급여 약제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급여가 된다면 환자들에게 치료 옵션으로 권하는 데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치료 부담을 낮춘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만약 일반적인 월경과다증 치료 옵션으로 자궁 내 시스템만 알고 있거나, 경구피임제의 위험성을 걱정하며 치료를 꺼리는 환자가 있었다면, 기존 치료제 대비 복용 편의성이 높고 안전성도 좋은 치료제를 권유한다면 수용이 더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5-05-28 05:30:00외자사
인터뷰

"의사 설명이 곧 콘텐츠되는 시대...의료계 유튜브 꿈 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의료 상담·설명 정보 공유 플랫폼 '닥터바이스(Dr.Vice)'가 외연을 확장한다. 그간 1차 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만관제)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국한돼 쓰였지만 오는 26일부터 내과 등 더 넓은 진료과, 의료기관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만관제 상담 교육 수가 적용과 함께 입소문을 타며 성장해온 플랫폼이 이제는 말 그대로 '정보 공유의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의대 교수이자 스마트 기기를 통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한 아이쿱 조재형 대표(서울성모병원 내과 교수,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유튜브를 처음에 누가 성공할 거라고 봤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만든 영상이 사회적 흐름을 만들고, 그걸 보고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됐습니다."닥터바이스를 개발한 아이쿱(iKooB)의 대표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조재형 대표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사용자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아이쿱 조재형 대표(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당초 닥터바이스는 '의사의 설명 자체가 콘텐츠'라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조 대표는 환자에게 약물 복용법이나 질환 설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진료의 품질과 직결된다는 걸 일찍이 체감했다.그는 "GLP-1 유사체인 엑세나타이드가 처음 나왔을 때 하루 두 번 맞아야 하고, 복부 불편감이나 오심 같은 부작용이 있어 처방률이 떨어지는 편이었다"며 "반면 본원에서는 450명 넘게 처방하면서 아시아에서 처방 건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그는 "해당 제약사에서도 그 비결에 관심을 가졌다"며 "그런 까닭에 되짚어보니 비결은 설명의 방식에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췌장 그림을 그린 A4 용지를 들고 환자에게 인슐린과 GLP-1 작용 기전을 설명하며, "2주만 참으면 확실한 효과가 나온다"고 설득했다. 환자들은 이해했고, 처방은 지속됐으며, 실제로 좋은 결과를 냈다.경험은 중요한 깨달음을 줬다. '의사의 설명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창작 행위이며,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콘텐츠'라는 것. 그는 이 지식과 노하우가 축적·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설명은 단순한 전달이 아닙니다. 창작이고, 설득이고, 소통입니다. 그런데 매번 그걸 종이에 그리고 말로 풀어내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죠. 이걸 영상이나 이미지로 바꿔 저장해두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더 나아가, 그걸 다른 의사들도 자유롭게 참고할 수 있다면요?"이런 생각이 닥터바이스의 출발점인 셈. 닥터바이스는 의사 사용자가 올린 상담, 교육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콘텐츠가 쌓이면 더 많은 의사들이 이를 참고하고, 다시 변형해 사용하면서 일종의 '의료계 넷플릭스'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닥터바이스는 전국 1300여 개 의원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플랫폼 특성상 교육, 상담에 대한 수가가 적용되는 만관제 참여자를 기반으로 태동했다.조 대표는 이 같은 수가 중심의 활용이 플랫폼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만관제의 보조 수단이 아닌, 전방위적인 '설명 콘텐츠 공유 플랫폼'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그는 "의사마다 설명 방식은 다르다"며 "당뇨 환자에게 '술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상황별 설명이 달라 그 다양성이 모두 콘텐츠이자 창작물이 된다"고 강조했다.그는 "닥터바이스에는 이미 다양한 처방 설명, 교육 콘텐츠가 쌓이고 있다"며 "의사마다 설명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질환이라도 개별 환자 특성, 상태에 따라 설명이 달라지고, 운동 습관이나 복약 순응도에 따라 설명이 바뀐다"고 했다.만관제 참여자 외에 다른 사용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까닭에 향후 사용자 수 증가와 맞물려 콘텐츠의 누적 및 활용이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이라는 게 조 대표의 판단. 설명, 교육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진료과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확신은 타 과에서의 사용 가능 문의 증가가 한몫했다."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등 비급여 중심의 병의원은 설명의 질이 곧 병원의 신뢰도 및 병원 선택으로 연결됩니다. 닥터바이스로 시술 전후 설명을 표준화하고, 태블릿이나 대형 화면으로 시각화해 보여주면 환자 만족도가 확실히 달라질 겁니다."국내 의료기관은 로비 소파, 어항 등 인테리어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투자에 인색한 편.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정작 환자들은 '설명을 잘 해주는 의사'를 원하고, 설명을 어떻게 잘 전달할지가 의료의 핵심 경쟁력이자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닥터바이스는 올해 하반기 중 독립형 웹 앱으로도 출시돼, 특정 EMR 시스템 없이도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연동형보다 설치와 사용이 간편해지고, 자료 업로드도 손쉬워진다.조 대표는 "의사들이 플랫폼을 활용해야만 데이터가 축적되고, 콘텐츠가 늘어야 플랫폼이 살아난다"며 "결국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공유하고 서로 배우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데이터 기반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그는 "혈액검사, 생체 신호, 복약 정보 등의 환자 검사 기기 정보를 저장, 공유하는 랩커넥트와의 연동, 연계가 마지막 퍼즐"이라며 "향후 닥터바이스와 연동해 인공지능 기반 환자 맞춤형 진료 보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장기 목표"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처럼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면 넷플릭스,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제작, 유통이 활성화된 것처럼 플랫폼의 본질적 잠재력이 드러날 것"이라며 "유튜브 업체조차 누군가는 자신의 먹는 장면을 찍어 올리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먹방'이라는 장르로 확립될 것이란 상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어 "닥터바이스도 초기 유튜브 플랫폼과 같은 위치라고 본다"며 "진료실 내 의료진의 교육과 상담, 설명은 진료의 시작이자 끝으로 이를 기록하고 공유해, 의료의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유튜브처럼 의료계에 꼭 필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05-23 05:30:00대학병원
인터뷰

"근거 믿고 밀어붙인 파격적 지침 개정…철학까지 녹여"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개정한 진료지침에서 제2형 당뇨병의 '1차 치료제' 항목에서 메트포르민을 삭제하는 파격을 선보이면서 의료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제2형 당뇨병 치료에 있어 메트포르민은 대표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간 표준의 1차 약제 지위를 공고히 했던 것.학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당뇨병 진료의 '정답'을 고정하는 대신, 다양한 환자군에 맞춘 치료 전략과 처방의 자율성을 강조했다.지침에서 '당뇨병 환자' 대신 '당뇨인'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쓴 것도 최초. 이 역시 파격으로 읽힌다.개정 지침 작업을 주도한 이병완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이사(연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지침 개정의 배경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메트포르민 삭제? 금지 의미 아냐" 문구 변화 속 맥락 봐야이번 개정 진료 지침의 핵심은 학회 중심, 근거 중심으로 요약된다. 진료지침위원회는 개정안 기술에서 근거를 따져물었다.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써야 한다고 했을 때  환자의 효용을 과연 근거로 입증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개정의 원동력은 메트포르민이 타 약제 대비 우월하지 않다는 학회 주도의 메타분석 근거가 한몫했다. 다양한 학회들이 급여 기준을 우선으로 이에 지침을 끼워맞추는 일을 '현지화 작업'으로 포장하지만, 지침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근거가 없으면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메트포르민이 '1차 권고'에서 빠졌다고 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개정은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보다 적합한 약제를 유연하게 선택하자는 의도가 반영됐다.그는 "지침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한다는 건 해당 약제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런 의무적 해석이 오히려 특정 약제의 사용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좋은 선택이지만, 예를 들어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이병완 진료지침이사(연세세브란스 내분비내과)이어 "젊은 환자는 대부분 비만형 당뇨가 많지만, 고령 환자는 근감소증이나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태에서 메트포르민을 1차로 고정해 처방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환자 개개인의 생애주기와 건강 상태를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지침은 획일적인 기준 대신 의사의 임상 판단과 환자의 상황에 맞춘 유연한 접근이라는 인식 환기의 시발점이라는 뜻이다.진료지침 개정이 실제 임상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메트포르민의 지위가 약화됐지만 급여 기준은 여전히 확고하기 때문. 이런 간극이 임상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떻게 봐야 할까.이병완 이사는 "의료진은 지침보다 보험 급여 기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지침이 바뀌었다고 해도 급여 기준이 유지되는 한 단기간 내 처방 패턴이 급변하긴 어렵다"고 했다.그는 "지침이 정부의 기준을 직접 바꾸진 않지만, 논의의 물꼬를 틀 수는 있다"며 "과거 SGLT-2i 제제와 타 계열간 병용 조합이 어려웠지만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 끝에 기준이 개선됐다"고 밝혔다.지침에서 알고리즘 내 '계열(class)' 대신 '성분명'을 명시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 이사는 "당뇨병, 비만 치료제로 터제파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효과 좋은 신약이 등장했다"며 "효과와 성분에 다소 차이가 있어 이를 GLP-1 계열로 묶어 동일한 약가 기준을 적용하거나 급여 제한을 두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지침 알고리즘에 약제 계열명이 아닌 성분명을 사용한 것도 하나의 시도"라며 "이런 방식은 향후 도입될 다양한 신약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메트포르민 옹호론자 진영의 반대는 없었을까?이 이사는 "지침 개정 과정에서 진료지침위원들 간 웨비나를 통해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거쳤다"며 "무엇보다 지침 제작을 위한 가이던스를 먼저 만들어둔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그는 "이를 기준으로 핵심 질문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오갔지만 원칙 준용이라는 큰 틀 앞에서 이견이 하나의 의견으로 정리됐다"며 "학회는 앞으로도 정부나 제약사와는 별도로 환자와 의료진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한 근거 기반의 판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진료지침, 더 이상 '교과서' 아니다…진술문으로 뒷받침 예정그간 다양한 학회에서 진료 지침의 공개와 적용은 동시에 이뤄졌다. 지침이 선언문의 성격을 띤 까닭에 개정안을 공개하면 그것으로 사실상 공표의 의미를 가졌던 것. 반면 이번 개정 지침 9판은 선언적인 의미의 '교과서'가 아닌,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과 같이 피드백을 받아 구체화하는 확장 구조를 채택했다.이번 지침 개정은 기본적으로 RCT 기반의 높은 수준의 근거를 바탕으로 했지만, 다소 애매하거나 임상 현실과 거리 있는 부분은 오는 9월 발표될 '진술문(statement)'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다.그는 "진료지침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고, 진술문은 그 사이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며 "예를 들어 4제 병용요법에 대한 부분도 진술문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RCT 연구의 한계로 인해 지침에 담기 어려운 현실적인 근거들은 진술문을 통해 보완하려 한다"며 "개정 지침을 공개한만큼 다양한 의료진들의 의견을 취합해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아쉬웠던 부분으론 '환자 중심' 철학 반영이 시도에 그쳤다는 점을 꼽았다. 공식 지침에 '당뇨병 환자' 대신 '당뇨인'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 어떻게 이런 철학을 지침에 녹여내고 지속할지는 과제로 남았다.이병완 이사는 "지침 사용자, 즉 의사들에겐 환자가 맞겠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당뇨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일반인들의 기준으로 보면 당뇨를 가진 사람들은 당뇨인이 맞다"고 했다.그는 "이는 질병을 가진 개인을 단순한 환자가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자는 상징적 시도"라며 "환자 중심 진료란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시도들이 지속적이고 고도화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이어 "학회가 내놓는 지침은 정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 판단의 폭을 넓히기 위한 도구"라며 "급변하는 치료 환경, 다양해지는 약제 사이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중심이 되는 진료 현장을 만들기 위해 근거 중심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고 덧붙였다.
2025-05-22 05:30:00연구・저널
인터뷰

"의사도 노동자, 의정사태 계기로 의사노조 관심 커져"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료계 전반에 걸쳐 노동환경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의사노조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했다. 특히 2024년 의대 정원 확대 사태 이후 병원 내 의사들의 근무 환경이 극단적으로 악화하면서, 의사 노동권 보장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이번 사태 이전에도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노조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계속돼 왔다. 특히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부터 의사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2017년경부터 구체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메디칼타임즈는 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을 만나 의사노조의 현주소와 비전을 들어봤다.의정 사태로 의사노조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했다. 메디칼타임즈는 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을 만나 의사노조의 현주소와 비전을 들어봤다.■ 의정 사태 장기화에 의사노조 필요성 커져그동안 의사라는 직업에 '노동자'라는 개념을 접목하는 것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낯선 시도였다. 조직문화와 사회 인식, 정부의 제도적 장벽 등 다양한 요인이 이를 어렵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봉직의와 교수들에게 진료·당직 로딩이 전방위적으로 가중되면서, 의료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맞이했다.특히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남은 교수 직역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졌다. 교수들이 고령화된 상황에서 잦은 당직과 낮은 처우로 불만이 축적되는 상황이다. 이런 불만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주 회장은 그동안 병원들은 구조조정과 인건비 억제를 통해 의료 인력을 운영해 왔다고 꼬집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전공의 부재와 낮은 수가 등과 맞물려 파국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필수적인 수술을 하는 진료과에서 고용이 일어나지 않고, 인력이 없어 수술을 못 하니 응급실 역시 환자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다.주 회장은 "병원은 IMF 때부터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해왔다. 수익이 나지 않는 과를 줄이고 돈이 안 되는 과를 아예 고용하지도 않는 식이다"라며 "이 때문에 흉부외과 의사가 많이 배출돼도, 이들이 수술하고 싶어도 병원이 뽑지 않는 현실이다. 신경외과 같은 경우도 수익이 되는 것만 하고, 머리 쪽 수술은 고난도에 수가가 낮으니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이어 "하지만 이런 문제를 의사의 도덕성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인건비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병원도 구조조정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은 이미 영리화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구조적으로 수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 의사노조, '위부터' 아닌 '아래부터' 시작해야주 회장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의사의 근로자성과 노조의 필요성이 점차 부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기존에 전투적 이미지 때문에 꺼려졌던 '노조'라는 용어에 대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용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의사노조의 조직화 방향에 대해선 병원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아래로부터의 축적'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시도했던 '위에서부터 중앙화된 조직' 방식이 아닌, '아래에서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분산형 조직'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다.전국 단위의 의사노조는 최종적인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병원별로 일정 수준의 조직 기반을 마련한 후 민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병원에서 자생적인 의사노조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병의협은 물밑에서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실무적 지원을 제공하는 중간 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지난 5월 10일 있었던 의사노조 정책 심포지엄도 이런 지원의 연장선이다. 주 회장은 특히 이날 행사가 기존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조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실제 참여가 어려운 젊은 의사들에게서 생중계 요청이 있었고, 참석자들은 병원에서 진행된 단체협약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의사노조의 가능성과 절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주 회장은 "이번 사태로 전공의 선생님들이 사직하면서 의료 생태계 전체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현실적으로 전공의 선생님들이 봉직의로 근무하게 되면서 내부적으로 근로자성이 부각됐다"며 "교수 직역들도 과로에 시달리면서 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해지고 있다. 2차 병원 봉직의들도 마찬가지다. 로딩이 몇 배는 많아졌다"고 말했다.이어 "노조 인식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세대 간에 차이가 있는데 젊은 선생님들이 노조에 관심이 많고, 기본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심포지엄 역시 이전보다 훨씬 반응이 컸는데, 예전엔 의사노조에 의아해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노조, 직역 아닌 노동자로서의 연대가 핵심"의사노조의 필요성과 관련해 주 회장은 노조가 존재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간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예컨대 단체협약을 통해 당직비나 연가 보상 등 기본적인 근로 조건에서 유리한 기준을 확보할 수 있으며, 협약 이행 여부에 따라 법적 강제력도 발휘된다. 그 결과, 점차 많은 의사가 노조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또 그는 의사노조의 정체성을 직역별 이해관계 조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공동된 권리 확보라는 관점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전공의, 봉직의, 교수 등 다양한 직역은 권익단체인 기존의 의사단체 구조 내에선 어느 정도 경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조라는 틀에서는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노조가 결성되면 직역 간 이익 배분 문제보단 오히려 '기본을 보장받고 있는가'라는 관점이 중심이 된다는 것. 이렇게 의료인이기 이전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프레임으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주신구 회장은 의사노조를 통한 의사의 처우 개선이 결과적으로 환자의 진료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주 회장은 "의사의 행위에는 환자를 건강하게 하고 생명을 지킨다는 동서고금의 공통된 의무가 있다. 하지만 관념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보면, 현실적으로 의사들의 의료행위는 인간이 하는 의료 노동의 결과물들"이라며 "의사는 살인적인 전공의 수련과정, 교육·진료·연구 업무가 분리되지 않는 혹사형 의대 교수직, 인센티브에 몸을 갈아넣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언제든지 고용이 중단될 수 있는 봉직의들, 이분들 모두 의사 가운을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의사 노동자다"라며 "타 직역 노조나 공무원들의 경우 당직을 의사들처럼 서지 의문이다. 당직 후 다음 날에도 진료를 보는 직군은 없다. 군인들도 당직사령을 하게 되면 다음 날 오전은 쉬게 한다. 일단은 기본은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노조 인식 어쩌나 "결국 환자에게 이득"하지만 아직 의사노조에 사회적 시선이 따갑다. 의사가 사회적 부가 보장되는 엘리트 직업이라는 인식과 이들의 파업이 환자 생명에 직결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결성한 노조는 소위 '귀족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하지만 주 회장은 이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편견일 뿐, 실제 의료현장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의사들은 당직 이후에도 다음 날 정상 진료를 수행해야 하며, 근로기준법조차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이런 상황에서 의사노조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며,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 반면 의사노조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의사의 권리가 보장되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의사의 노동을 감성적·도덕적 영역에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로 환원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현행 헌법과 노동법상 정부와 병원이 노조의 존재 자체를 탄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오히려 대형병원에선 노조의 존재 여부에 따라 협약 이행의 강제성이 달라지는 사례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는 향후 노조 조직화를 가속화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다.주 회장은 "아직 의사들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에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노조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실제 의협이나 병의협의 설문조사를 보면 의사회원들은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깃발을 들어주면 동참할 것이다. 결국은 빅텐트가 형성되었을 때 노조 설립이 가속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합법적 투쟁 수단 가능할까 "근거 쌓이는 중"하지만 의사노조가 합법적 투쟁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찍힌다. 현재 의사 집단행동은 의료법과 공정거래법 등 각종 법적 제약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다만 주 회장은 노조가 결성되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통해 일정 수준의 투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최근 아주대병원 의사노조가 대법원에서 교수노조 설립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것. 이는 향후 의료인 노조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이 밖에도 다른 병원 노조들이 설립 과정부터 단체협약 체결, 권리 보장 과정에서 판례를 쌓아가며 제도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일단 조직이 형성되면 다양한 권리를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다는 설명이다.마지막으로 주 회장은 노조 설립의 목적은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되찾아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의사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노조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라는 입장이다.그는 "의사노조가 잘되면, 의사들이 잘되고, 의사들이 잘되면, 환자들이 편안해지고, 환자들이 편안해지면 나라가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의사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고 법적으로 보장받고 싶다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내부 사정을 보면, 의사들은 매우 힘든 상황이고, 목숨 걸고 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하얀 가운 속에 감춰진 몸과 마음에 상처받은 의사들을 봐주시길 바란다"며 "의사들도 헌법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시민이자 국민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촉구했다.
2025-05-22 05:30:00개원가
인터뷰

"국내 역학 분석하니, 저체중·정상도 통풍 위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통풍의 역학을 둘러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른 체형의 환자에서도 고요산혈증이 발견되는 등 통풍의 병태생리와 관련된 기존의 통념을 흔드는 사례들이 누적되면서다.전통적으로 통풍은 비만과 관련이 깊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체중이 정상이거나 오히려 저체중인 환자에서도 통풍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안성수 류마티스학회 학술위원회 국제위원회 위원(전 용인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과장, 현 솔빛내과 원장)도 이러한 사례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에 동참했다. 지난 15일 열린 대한류마티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해당 연구는, 저체중 또는 정상 체질량지수(BMI)를 가진 통풍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을 규명함으로써 통풍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실제로 체중도 정상이거나 마른 편이고 식습관도 문제없는데 요산 수치가 높고 통풍이 발생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런 환자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안 원장은 이번 연구가 시작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통풍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역학적 특징을 분석하면 특이적 통풍 환자군에 대한 명확한 이해로 이어져 진단 및 치료 전략에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다는 것.안성수 류마티스학회 학술위원회 국제위원회 위원특히 '전혀 고요산혈증이 있을 것 같지 않은 환자'가 통풍을 앓는 경우를 설명하면서, 이들이 가진 특성이 무엇인지 규명하려는 시도가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저체중 또는 정상 체질량지수를 가진 통풍 환자의 특성' 연구는 단일센터 후향적 분석으로 대상자는 2020년 3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용인세브란스병을 방문한 통풍 환자 269명이다.이들을 BMI 23kg/m² 기준에 따라 ▲저체중/정상군(n=35) ▲과체중/비만군(n=234)으로 분류해 분석했다.연령, 성별, 기저질환 여부, 주요 혈액검사 수치 등 다양한 변수들이 비교됐으며, 저체중/정상 BMI 환자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단계적 로지스틱 회귀분석도 수행됐다. 아울러 신규 진단 통풍 환자(n=81)를 따로 추려 동일한 분석을 반복했다.안 원장은 "분석 결과 저체중/정상 BMI 통풍 환자는 전체의 약 13%에 달했다"며 "이들은 유의하게 더 고령이고 여성 비율이 높으며, 음주율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유병률이 낮았다"고 설명했다.그는 "혈액검사에서도 고지혈증 관련 지표인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C 수치가 유의하게 낮았고, 간 효소 수치인 AST, ALT도 더 낮았다"며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는 여성(OR 6, 고혈압의 부재(OR 0.37),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OR 0.99), ALT 수치가 낮을수록(OR 0.97) 저체중/정상 BMI 통풍과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신규 진단 환자군만 분석했을 때는 여성 성별(OR 12.3)과 총콜레스테롤 수치(OR 0.97)가 독립적인 예측 변수로 판별됐다.전통적으로 통풍은 고요산혈증과 대사증후군, 고지혈증과 관련 있다고 여겨졌지만, 저체중 또는 정상 BMI에서도 통풍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환자군은 상이한 대사적, 임상적 특징을 보이는 까닭에 치료의 개별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안 원장은 "특히 여성, 고령자, 저콜레스테롤 상태 등은 통풍 고위험군으로 잘 인식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해당 집단에서 통풍을 조기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통풍의 예외적인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명확한 규명이 없어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해당 집단이 통풍 진단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번 연구는 저체중/정상 체중 통풍 환자들의 임상적 프로파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특히 신규 발병 환자에서 진단 시 참고할 수 있는 임상 지표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안 원장은 "저체중 또는 정상 체중의 통풍 환자는 기존 통풍 관리 전략에서 소외될 수 있는 집단이므로, 본 연구 결과가 향후 보다 맞춤화된 통풍 관리와 진단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반 자료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25-05-21 05:30:00학술대회
인터뷰

"2세대 BTK 억제제 급여 1년, 치료효과 체감 중이죠"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은 과거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 속하는 동시에 세포독성 항암제 이외 주요 치료옵션이 부족한 대표적인 질병이었다.하지만 최근 몇 년간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ruton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 등 새로운 치료제가 도입되고 임상 현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임에 따라 Chemo-Free(세포독성 항암제 사용에서 벗어난)로 치료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했다.특히 지난해부터 2세대 BTK 억제제인 '브루킨사(자누브루티닙, 베이진 코리아)'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게 되면서 임상현장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김대식 고대구로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2세대 BTK 억제제 브루킨사 등장으로 국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21일 김대식 고대구로병원 교수(혈액내과)를 만나 CLL과 소림프구성림프종의 질환 특징 및 국내 치료 현황을 알아보고 2세대 BTK 억제제 등장에 따른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치료옵션 확대 속 선택 잣대 된 약제 '내약성' CLL은 성숙한 림프구가 골수를 비롯한 혈액 및 림프 조직에 축적되는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비교적 드문 질환에 속한다. 임상현장에서는 림프구가 말초 혈액보다 림프절이나 림프구에 침착해 림프절 비대를 형성하는 소림프구성림프종(Small Lymphocytic Lymphoma, SLL)과 동일한 질환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CLL 발병률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환자 수는 지난 5년간(2019~2023) 1461명에서 2195명으로 약 50% 증가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진단 시 평균 연령은 70세로 나타났다.이 가운데 브루킨사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 CLL 1차 치료로써 표준옵션을 의미하는 'Preferred regimen'으로 권고되고 있다. 복지부도 이를 반영해 지난해 6월부터 브루킨사를 '만 65세 이상의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CLL 또는 SLL 환자에서의 단독요법,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CLL 또는 SLL 환자에서의 단독요법'으로 건강 보험 급여를 적용했다.김대식 교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급여 적용을 통해 브루킨사가 임상현장 표준옵션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그는 "1세대 BTK 억제제로 분류되는 이브루티닙은 급여 적용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1차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며 "다만, 이브루티닙은 부정맥이나 심장 독성과 같은 부작용이 문헌상으로도 5~10% 정도 보고되고 있고, 실제로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향도 있다. 2세대 BTK 억제제인 브루킨사는 생각보다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고령 환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됐다"고 평가했다.실제로 브루킨사는 글로벌 3상 임상연구인 'ALPINE'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브루티닙과 비교한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였던 전체 반응률(ORR)에서 브루킨사군은 83.5%, 이브루티닙 군은 74.2%를 보임으로써 1세대 BTK 억제제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안전성 측면에서 브루킨사는 이브루티닙 대비 전반적인 심장혈관 관련 안전성에서 의미 있는 개선이 관찰됐으며 특히 심장 질환 발생률, 심장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 혹은 사망 모두 브루킨사 군에서 낮게 보고되었으며, 이상반응에 의한 치료 중단 비율 또한 브루킨사 군에서 낮아, 기존 BTK 억제제 대비 우수한 내약성이 검증됐다.이를 기반으로 김대식 교수는 임상연구 결과가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CLL 환자 수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일반화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2세대 BTK 억제제를 사용하면서 아직까지 크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은 환자가 없었다. 용량 감량을 한 환자도 많지 않았다"며 "경험 상 80대 환자 한 명 정도만 용량 조절을 했을 뿐, 70대 후반 환자에서도 특별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치료 경험을 공유했다.김대식 교수는 "고령 환자에게 브루킨사를 사용하는 데 있어 부담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느낀 것은 맞다"며 "임상 연구에서도 기존 이브루티닙 대비 부작용으로 인한 용량 감량이나 치료 중단의 비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체감했다"고 평가했다.1세대→2세대 치료제 스위칭 변화 주목그렇다면 브루킨사가 급여로 적용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임상현장 치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여기서 김대식 교수는 기존 1세대 BTK 억제제의 부작용인 심장독성 문제를 경험한 환자들이 약제 변경여부에 주목했다.참고로 현재 급여기준 상 기존 BTK 억제제 치료 실패 시 약제 변경이 불가하다. 다만, 치료 실패가 아닌, 심장 독성 등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치료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 변경이 허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김대식 교수는 "브루킨사 급여 전 이브루티닙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 중에서 심장 독성 문제를 경험한 경우에는 브루킨사로 변경하는 환자들이 있었다"며 "브루킨사에서는 약제를 변경해야 할 정도의 케이스를 직접 경험한 적은 아직 없었다"고 치료 경험을 전했다.김대식 교수는 "이브루티닙에서 부작용이 심해져서 브루킨사로 가는 경우라면 몰라도 브루킨사를 사용하다 다시 이브루티닙으로 되돌아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부분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만약 브루킨사에서 이브루티닙으로 변경해야 한다면 다음 치료제에 대한 남은 옵션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결과적으로 브루킨사가 빠르게 임상현장 표준옵션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활용한 최적의 치료전략을 마련하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그는 "브루킨사는 병이 진행하는 동안에는 계속 쓰는 약이기 때문에 치료하는 동안 병이 악화되고 진행이 계속되면 치료제 변경을 고려할 수 있겠다"며 "CLL 치료에 BTK 억제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네토클락스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 옵션으로 권고되고 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베네토클락스를 2차 치료에서는 리툭시맙과의 병용요법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김대식 교수는 "현재 브루킨사의 경우 1차 치료에서 3상 임상 연구 결과가 중앙생존기간(median overall survival)에 도달하지 않았고, 5년 이상 반응이 유지되는 환자가 절반 이상으로 확인된다"며 "다른 혈액암에 비해 CLL에서는 치료제 라인 체인지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치료 전략을 설명했다.
2025-05-21 05:30:00외자사
인터뷰

"편의성 높인 CGM 바로잰Fit…병원 활용 확대 목표"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국내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당뇨병 관리에 핵심으로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런 상황에서 한독이 아이센스와 함께 내놓은 연속혈당측정기 바로잰Fit의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메디칼타임즈는 이에 한독 바로잰Fit을 담당하는 전문의약품 사업부 윤경민 PM을 만나 현재까지의 성과와 향후 목표 등을 들어봤다.한독이 내놓은 바로잰Fit은 아이센스가 개발한 실시간 개인용 연속혈당측정기로, 5분마다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혈당 수치를 전송해 실시간 혈당수치와 혈당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또한 최대 15일 사용 가능하며, 4.5g의 작고 가벼운 센서는 생활 방수 기능이 있어 센서를 부착한 상태로 일상생활과 운동 등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특히 바로잰Fit은 출시 1년여 만에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시킨 업그레이드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윤경민 PM은 바로잰Fit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편의성 개선에 성공, 환자들의 편의성 및 경제적 부담까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와 관련해 윤경민 PM은 "바로잰Fit은 현재 경쟁 제품들에 비해서 가장 긴 사용 기간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에 장기적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업그레이드 제품은 이전 모델에서 필수였던 손끝 채혈 보정 과정이 이제는 필요시에만 선택적으로 가능해져 사용자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며 "또, 센서 부착 후 혈당 데이터가 표시되는 초기 안정화 시간이 기존 2시간에서 30분으로 크게 단축되어 더욱 신속하게 혈당 모니터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최근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면서 바로잰Fit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첫 출시 당시 필수적인 보정과정으로 사용자 불편함이 있었으나, 이제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아 편의성이 높아졌다"며 "바로잰Fit이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의 후발주자이기 하지만, 이제 성능과 편의성 그리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특히 바로잰Fit은 기존 시장과 차별화된 투트랙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현재 연속혈당측정기들은 대부분 컨슈머 시장에 집중하지만, 바로잰Fit은 컨슈머 시장과 병원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것.한독의 연속혈당측정기 바로잰Fit 제품사진.실제로 바로잰Fit을 담당하는 PM이 전문의약품 사업부와 의료기기 사업부에 각각 배치되어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의료기기 사업부는 컨슈머 시장을, 전문의약품 사업부는 병원 시장을 전담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윤경민 PM은 "바로잰Fit은 의료진이 선택하는 연속혈당측정기로 포지셔닝하여 전문성과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독이 당뇨병 시장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뇨병 진단부터 치료, 관리까지 아우르는 토탈 당뇨병 솔루션을 제공하는 토탈헬스케어 기업으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전문의약품 사업부은 바로잰Fit을 병원에서 활용되는 연속혈당측정기로 포지셔닝 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토탈 당뇨병 솔루션 기업 한독이 오랜 기간 쌓아온 병원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라며 "이는 최근 병원에서도 연속혈당측정기의 활용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재 원내에서도 검사 목적으로 연속혈당측정검사 행위 코드가 있어 1형 당뇨병 환자는 물론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할 수 있다.즉 환자가 3제 이상 쓰고 인슐린까지 쓰는데 환자가 혈당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CGM으로 혈당 패턴을 분석해 환자가 약재 변경이 필요한 것인지,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또한 인슐린 치료가 많은 입원 환자의 경우에도 저혈당 알림 기능 등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윤경민 PM은 "바로잰Fit은 혈당 정보를 보호자 또는 의료진과 쉐어할 수 있는 바로잰케어 앱이 있다"며 "이를 통해 바로잰Fit 센서를 환자가 착용하지만 혈당 정보는 바로잰케어 앱을 통해 의사는 물론 환자 보호자도 함께 확인할 수 있고, 입원 환자의 경우에도 혈당 모니터링을 병원의 워크 스테이션에서 한 번에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그는 "이번에 필수 보정이 필요 없는 업그레이드 제품이 출시되면서 바로잰Fit에 대한 병원에서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병원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도 있다"며 "그런만큼 바로잰Fit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CGM이란 컨셉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즉 의료진이 선택해서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컨슈머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인 것.특히 병원용 네트워크 혈당측정기 출시 경험과 한독이 보유한 당뇨병 치료제 마케팅 노하우가 이같은 전략에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윤 PM은 "2012년에는 EMR과 연동한 병원용 혈당측정시스템 바로잰H를 론칭하는 등 병원 시장을 집중했다"며 "그 결과 바로잰H Expert Plus는 지금까지 전국 총 133개 병원에 설치됐고 2025년 제5기 상급종합병원 47처 중 29처에 해당하는 61%가 바로잰H Expert를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아울러 한독의 경우  1973년 당뇨병 치료제 다오닐을 국내에 첫 발매한 이래, 아마릴과 테넬리아 등 혁신적인 당뇨병 치료제를 꾸준히 선보이며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것 역시 장점이다.윤경민 PM.윤 PM은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은 단순한 약물치료를 넘어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수적으로 한독은 치료제 공급에만 국한되지 않고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을 위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며 "바로잰Fit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요소로 당뇨병 환자들이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고 효과적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특히 바로잰Fit의 경우 향후 병원 전산시스템과 연동을 하는 것이 목표로 잡고 있다.그는 "바로잰Fit의 경우 바로잰케어란 분석 통계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지만, 병원의 전산 차트에 연동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 사용할 때 어느 정도 번거로움은 있다"며 "바로잰Fit의 데이터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 데이터로 들어가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위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윤경민 PM은 "현재 연속혈당측정기는 1형 당뇨 환자와 임신성 당뇨 환자에게 지원되고 있지만, 대상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식사, 운동, 약물투여와 같은 다양한 요소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개인화된 당뇨병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효과적인 만큼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가 그냥 구입해서 사용해도 좋지만, 의료진이 개입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만큼, 병원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바로잰Fit이 이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05-15 05:30:00국내사
인터뷰

"입원 필수였던 거대세포바이러스 알약으로 일상 회복"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 치료는 임상현장에서 동종조혈모세포 이식과 고형장기이식 후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CMV 감염은 수술 후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에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악화될 경우 이식 거부 반응과 기회감염, 사망의 위험 증가 등으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CMV는 다기관 질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CMV 폐렴의 경우 사망률이 최대 6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4월 리브텐시티(마리바비르)의 등장, 임상현장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왔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나 불응성이 발생할 경우에서 선택지로 주목받은 것.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서울성모병원 이동건 교수가 리브텐시트 임상현장 도입으로 CMV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13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서울성모병원 이동건 교수(감염내과)를 만나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중심 임상현장 CMV 최신 치료 전략을 들어봤다.  치료제 급여 1년, 환자 삶의 질 향상 뚜렷CMV는 전세계 성인의 60% 이상이 일생에 한 번은 감염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과 일종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사용한 환자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임상현장에서 1차 치료법으로 간시클로버(정맥주사용)와 발간시클로버(경구용)가 처방된다. 문제는 기존 치료 옵션은 이상 반응 발생의 위험이 있고, 치료 실패는 내성 및 불응성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또한, 호중구감소증이나 신독성과 같은 이상반응을 보여, 급성 신손상과 골수억제 이상반응 발생, 정맥 투여를 위한 입원 치료 부담 등이 환자의 치료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4월해 리브텐시티가 2차 치료에 급여로 적용, 임상현장의 추가 치료 선택지를 제공했다. 간시클로버 및 발간시클로버 치료에 불응하거나, 내성이 발생한 이식환자 대상 CMV 감염 및 질병치료에 급여가 적용된 것. 이동건 교수는 "임상현장 전체 CMV 감염 환자 중 약 10~20%에서 리브텐시티로 치료 전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급여가 적용된 이후에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사용 빈도가 빠르게 증가했다. 도입 이전에는 포스카네트나 시도포비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시도포비어는 국내 공급, 포스카네트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고액의 약가를 부담해야 한다"며 "더구나 해당 약제들은 골수 억제와 신독성 등의 이상반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혈액내과에서는 환자의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 저하를 우려해 사용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안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특히 이동건 교수는 임상현장의 치료전략 자체가 바뀌는 동시에 환자들의 삶의 질 또한 개선됐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그는 "CMV 재활성화 위험이 높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환자군에서,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대부분 주사제 형태로 투여해야 했기 때문에 입원 치료가 불가피했다"며 "반면, 리브텐시티는 경구 복용이 가능해 외래 중심의 치료가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입원 없이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진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이동건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이상반응 발생률이 낮아 면역 상태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그 결과 CMV 감염의 조기 조절과 장기 예후 개선으로 인한 무질병(disease-free)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이식에 성공한 환자들은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중단하고, 연 1회 예방접종을 위해 외래를 방문하는 수준의 관리만으로 장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선제적 개입 중요해진 CMV, 배경은?CMV는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등 외부 감염 바이러스와 달리, 대부분 이미 유년기에 감염돼 체내에 잠복 형태로 존재하는 바이러스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94%가 CMV 항체 양성률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건강한 면역 상태에서는 재활성화 되는 일이 드물지만, 면역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이식 환자에서는 재활성화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다.특히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경우, 이식 이후 면역체계가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생착 이전에는 감염에 극도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이 시기에 CMV가 재활성화되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폐렴, 망막염 등 심각한 장기 침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동건 교수의 설명이다.서울성모병원 이동건 교수는 최근 백혈병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CMV 감염관리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따라서 임상현장에서는 CMV가 본격적인 질병(disease)으로 진행되기 전 시행하는 '선제 치료(preemptive therapy)'를 중요한 치료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이동건 교수는 "혈액 내 CMV DNA 수치가 상승하는 초기 조짐이 관찰되면 증상이 없더라도 선제 치료를 시작한다"며 "즉, CMV 치료는 발병 이전의 '의심' 단계에서 개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아울러 최근 들어서는 CMV 치료제 내성 검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비급여에 따른 치료비와 검사 기간은 임상현장 활용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평가다.그는 "일반적으로는 2주 이상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중 CMV 바이러스 농도가 peak 대비 1log10 이상 증가하거나 1log10 이내에서 증감되는 경우 내성여부 검사를 고려한다"며 "진단 정확도가 높은 정밀 검사지만, 고비용 및 결과 도출까지 평균 1-2주, 경우에 따라 3주 이상이 소요되는 등 시간적 부담이 있어 임상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시행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이동건 교수는 "CMV 내성 검사는 UL97 또는 UL54 등 내성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염기서열 분석 방식을 활용한다. 내성 검사가 가능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채택하고 있으나, 이는 비급여 항목으로 검사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혈액암 신약 등장 속 CMV 관리 중요"그러면서 이동건 교수는 최근 백혈병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CMV 감염관리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그는 "과거에는 조혈모세포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CML)과 같은 질환에서 약물치료만으로도 안정적인 질병 조절이 가능해졌다"며 "CAR-T와 같은 면역세포 기반 치료 역시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면역 기능의 완전한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이동건 교수는 "CAR-T 치료나 장기 표적치료는 정상 면역세포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는 장기간 면역 저하 상태를 겪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CMV를 포함한 다양한 기회감염에 대한 감시와 대응 전략은 여전히 필요하다. 즉, 조혈모세포이식 여부와 관계없이 면역 기능이 억제되는 환경이 존재하는 한 CMV 감염은 관리가 필요한 위험 요소로 남는다"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CMV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내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진이 적절한 개입과 전략에 따라 치료제 내성을 관리, 이에 대한 우려로 약물 처방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이동건 교수는 "리브텐시티는 이식 후 CMV 감염 치료 전략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치료제임은 분명하나, 내성 발생 환자나 복약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후속 치료 옵션 마련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며 "일부에서는 '내성'이라는 단어를 '오남용'과 연결지으며 불필요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리브텐시티 역시 내성 발생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전문가의 적절한 개입과 치료 전략에 따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성 우려만을 이유로 약물 처방을 회피하거나 불신하는 경우, 필요한 치료가 지연돼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2025-05-13 05:30:00외자사
인터뷰

"비전문가 포함된 '의료사고심의위'…사법부 영향력 우려"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법관은 전문가 수준의 의료지식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전문위원이나 감정, 판단에 귀속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또한 검사에게 부족한 의학적 지식을 채워주는 개념으로 (검사가) 결과적으로는 위원회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측한다."법무법인 비에이치에스엔 오승준 대표변호사는 7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필수의료 의료진 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법무법인 비에이치에스엔 오승준 대표변호사는 필수의료 의료진을 위해 보다 두터운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오승준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후 제46회 사법시험을 합격했으며, 현재 보건의료 분야에서 다년간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요 정부기관의 소송대리 및 자문 업무를 맡아 공공기관의 법률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대한의사협회 의료사고배상공제회 및 현대해상 등의 의료소송에서도 소송대리인으로 활약하며 의료분쟁 해결에 기여했다.정부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료사고 수사를 위해 의료계, 수요자,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할 계획이다.해당 위원회는 의료사고 발생 시 수사 초기부터 의료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여부와 중대한 과실 유무를 판단해 검사에게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검사는 이를 참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이와 관련해 오승준 변호사는 "법령을 아무리 강하게 만든다 해도 위원회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된다고 제한할 수 없다"며 "결국에는 위원회 의견을 참고해 최종 판단은 검사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만 그는 "현재 법원에 전문위원제도가 있는데 보통 법관은 전문가 수준의 의료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의사 등을 전문위원으로 지정하고 의견을 듣는다"라며 "사실상 전문지식에 한해서는 전문위원이나 감정, 판단에 귀속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이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또한 결과적으로 검사에게 부족한 의학적 지식을 채워주는 개념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라며 "검사 입장에서는 본인이 의학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위원회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전했다.오승준 변호사는 필수의료 의사 유입을 위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경우 좀 더 두터운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오 변호사는 "환자 입장에서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사고 배상액이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의료사고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정도로 강한 비난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차등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예를 들어 산부인과는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출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100% 예방할 수 없다"며 "하지만 현재는 보통 제왕절개가 조금만 늦어져도 곧바로 산부인과 의사의 책임을 묻는 것을 검토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이러한 필수의료 분야는 과실 책임이 어느 정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의사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유발하거나 음주 집도를 하는 등의 경우는 징벌적 배상을 늘려 차등화를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책임보험 강제는 부적절…의료계 자율성 보장해야"이외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사가 환자에게 사과나 공감, 애도 등을 표현하더라도 추후에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오승준 변호사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사소한 의료분쟁이 보다 원활하게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평상시에 의사들에게 주로 강의하는 내용 중 하나가 과실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먼저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면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법으로 규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판결문 등을 살펴보면 의사의 사과가 담긴 녹취록이 과실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빠르게 사과하고 인간적으로 접근했다면 원활하게 끝날 수 있었던 문제도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사가 먼저 사과하더라도 손해 보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은 긍정적 변화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또한 의사협회가 의료인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문제제기한 '책임보험 의무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을 보호하면서 환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기 위해 모든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책임보호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현재는 의료사고보험공제가 병원별이 아닌 의사 개인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같은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사별로 책임지는 손해배상액 규모가 천차만별인 상황.오승준 변호사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의사가 의료사고에 휘말렸을 때 아무리 큰 병원이라도 커버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병원은 입사할 때 가급적 배상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고하지만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는 의료사고 발생 시 배상 범위가 꼭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이어 "하지만 진료과목별로 보험료율에 차등을 두는 것 또한 의사협회공제나 현대해상 같은 보험사 플레이어들이 결정해야 될 문제"라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부가 나서 강제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이는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2025-05-08 05:30:00제도・법률
인터뷰

의정사태 이후 사직 전공의가 '방문진료' 택한 이유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정 사태로 전공의들이 떠났다는 세간의 비판과 달리, 많은 전공의가 대학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의사와 환자, 정부 사이의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 사이에서 "의료의 본질은 환자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메디칼타임즈는 전공의 사직 후 정다운재택의료센터에서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장재영 씨를 만나, 그가 방문진료를 택한 이유와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을 들어봤다.메디칼타임즈는 전공의 사직 후 정다운재택의료센터에서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장재영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병원 대신 지역사회 향한 전공의…왜 방문진료인가서울대병원 전공의였던 장재영 씨는 의정 사태로 사직한 이후 지역 방문진료를 택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대한 저항과 함께 전인적 진료가 어려운 현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면서다. 그는 의대 시절부터 방문진료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해왔는데, 이때부터 환자를 보는 것에 있어 전인적 접근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장씨는 "현 체계에선 자신이 속한 분야엔 매우 높은 전문성을 갖출 수 있지만, 분절화된 의료체계 안에서 환자를 통합적으로 진료하는 것에 한계가 느껴졌다"며 "내과만 봐도 그 안에서도 소화기내과 분과가 있고, 그 안에서도 위장관만 다루거나 그중에서도 위식도역류질환만 연구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런 구조에선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 방어적인 진료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 아픈 것은 단순히 신체 기능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환자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유전적 요인, 혹은 일시적인 환경적 어려움까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을 함께 바라보는 전인적 접근을 추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지금 같은 고도 분화된 의료체계에선 환자의 삶을 전인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하는 길이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지역사회 1차 의료를 책임지는 의사들이 통합적 시야를 갖지 못하면, 결국 환자 개개인에 대한 진료의 질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가 강조한 건 '케어의 철학'이었다. 단기적인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의료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전공이 가정의학과였고, 가장 알맞은 현장이 방문진료였다는 것.그는 방문진료를 하며 마주한 현장은 병원 진료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고 말했다. 병원에선 혈액검사 수치나 영상의학 결과 등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환자의 호전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방문진료에선 환자의 식사량, 움직임, 표정 같은 일상 속의 변화가 치료의 성과로 드러난다는 것.■방문진료 의미는 "숫자가 아닌 삶을 보는 진료"그는 한 예로, 매월 정기적으로 방문 중인 환자의 사례를 들었다. 이전엔 혼자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환자가 어느 날은 스스로 앉았고, 식사도 전보다 두세 숟가락 더 먹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는 병원에서 말하는 '수치의 호전'으론 설명되지 않지만, 환자의 기능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방문진료의 의미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또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임종을 앞둔 말기 암 환자의 가정 방문을 꼽았다. 당시 환자는 통증이 심해 응급실에 다녀올 정도였지만, 호스피스 병상은 없었고 요양병원도 받아주지 않아 집에서 고통을 견디는 상황이었다.장씨는 이 환자에게 진통 조절을 위한 처방을 시행하고, 보호자와 임종기 환자 돌봄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며칠 후 환자는 가족의 곁에서 임종했고, 유족은 그에게 연락해 감사를 전했다. 진료실 밖에서 이뤄진 만남이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의료 이상의 의미로 남은 것.그는 "한 달에 한 번 환자를 만날 때마다 병원에서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감동적인 변화를 느낀다"며 "한 번은 암이 급격하게 퍼져 통증이 매우 심한 환자였는데, 온 가족이 집에 모여 있어 저와 간호사가 집안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부담스러웠다"고 설명했다.이어 "하지만 최대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약을 처방했고, 보호자분들께 임종을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환자와 보호자 각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오랜 시간에 걸쳐 설명드렸다"며 "며칠 뒤 환자분은 가족들과 함께 계시다 임종하셨고, 이후 보호자분이 따로 연락을 주셔서 감사 인사를 전하셨다. 그럴 때 의사로서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회상했다.장재영 씨는 방문진료를 하며 일상에서 환자가 보이는 변화에 큰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하지만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내년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있음에도, 그동안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했다. 사직 전공의로서 방문진료에 직접 참여 중인 그 역시, 제도적 비현실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특히 수가 체계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방문진료는 의사와 간호사가 한 팀을 이뤄 환자 가정으로 이동하지만, 교통비와 인력 투입에 비해 책정된 수가는 낮다.진료 외에도 상담이나 문자 대응 등의 관리 행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에 대한 수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 환자 관리료 또한 일정 기간 이상 방문이 지속돼야만 지급되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가 호전되면 수익이 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는 것.의사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개원가 인력 구조도 한계로 지적됐다. 대부분 1인 개원 체계인 동네의원 현실에서 간호사나 사회복지사와 함께 방문진료를 수행하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방문진료가 더 필요한 의료취약지가 오히려 외면받는 현실이다.■수가의 벽, 인력 한계 "방문진료 제도 보완 절실"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과정도 문제다. 방문진료 수요자를 체계적으로 발굴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연계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실제 수요가 있음에도 의료기관으로 원활히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에 현장에서 지역의사회 차원에서 인력을 공유하거나, 정부가 직접 환자를 배치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제도화된 것은 없다는 비판이다.그는 "방문진료는 직접 방문하는 것 외에도 환자를 전화나 문자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수가에 반영되지 않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환자 관리료 같은 경우도 6개월간 매달 방문해야 지급된다. 하지만 환자들의 상태가 좋아지면 이 서비스를 받을 이유가 없어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이어 "방문진료 요청 역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추천해줬다거나, 지역 의료복지센터에서 추천을 해줬다거나 중구난방이다. 어떤 분은 병원 동영상을 보고 알아서 연락을 주신 경우도 있었다"며 "이렇게 창구들이 통일돼 있지 않다 보니, 실제로 수요는 많은데도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이렇게 의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방문진료가 간호사를 중심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과거 간호법 논의 당시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 등의 조항이 포함되며 간호계의 방문진료 주도 움직임이 논란이 된 바 있다.한의계 역시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서 한의사들의 참여율이 의사의 2배 수준인 것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등 영역 확대를 꾀하는 상황이다.장재영 씨는 방문진료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관련 영역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을 촉구했다.다양한 직역이 함께하는 방문진료의 특성상, 의사의 참여가 미비할 경우 타 직역의 역할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것. 장씨 역시 방문진료에 있어 타 직역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환자를 보는 것에 있어 의료적인 판단은 의사가 내리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또 이를 위해 의대에서부터 방문진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젊은 의사들이 지역사회 진료에 조기 노출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그는 "많은 친구가 이런 모델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방문진료는 체력도 요구되기 때문에, 오히려 젊은 의사에게 적합할 수 있다"며 "의사들이 방문진료에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은 참여하는 분들이 소수인데, 실제로 방문진료를 해보면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의사로서의 보람과 효용감이 있다.이어 "진료실 밖 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의사가 참여했으면 한다"며 "간호사들도 방문진료에서 굉장히 열심히 해주고 계시지만, 결국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료적인 판단이고 그 판단은 의사가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영역에서 의사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의정 사태 속 의사·환자 신뢰 회복 "방문진료가 가능성"마지막으로 그는 현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훼손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환자와 1대1로 밀접하게 있어야 하는 방문진료 현장에 있으면서 이런 관계의 붕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우려다.다만 반대로 방문진료가 환자와 의사가 다시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현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돼 배움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그는 "환자들은 우리가 떠날까 걱정하고, 의사는 이 환자가 언제 나를 비난할지 몰라 두려워한다. 이런 감정들이 쌓이면 결국 방어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의정 사태 이후로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고 느낀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괜찮지만, 그 감정이 환자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선 안 된다. 우리는 결국 환자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런 점에서 방문진료는 환자와 다시 신뢰를 쌓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공부하고 돌아와 방문진료가 환자의 생존율을 어떻게 바꾸는지,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연구하고 싶다"며 "가정의학과 수련을 다시 이어가면서,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방문진료 전문가로서의 실천도 함께 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5-05-01 00:15:06개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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