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보령이 전문의약품 영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보령파마솔루션(이하 BPS)을 신설하기로 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 약가제도 개편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생산 기능은 상장사 보령에 남기고 국내 영업·마케팅은 100% 자회사로 분리하면서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령은 이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약가 대응이 이번 분할의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오는 10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 계획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4일 BPS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설 법인 지분 100%는 보령이 보유하게 된다.
분할 이후 보령은 존속회사로서 R&D와 제조·생산, 글로벌 사업을 맡고 BPS가 국내 커머셜 사업을 담당하는 구조가 된다. 생산·R&D 인프라는 보령이, 커머셜 인프라는 BPS로 각 영역을 전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R&D·생산을 존속회사에 두고 전문의약품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최근 제약사들이 R&D 자회사나 계열사를 다시 통합하는 등 효율화에 나서는 흐름과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본 업계 일각에서는 약가제도 개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령의 분할 배경을 두고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보령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매출을 인식하지만, 이후에는 보령이 BPS에 제품을 공급하고 BPS가 병·의원과 유통업계 등을 대상으로 판매를 맡게 되면 매출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분할 이후 보령이 BPS에 제품을 공급하면 해당 공급액은 별도 매출로 인식된다. 반면 BPS 실적은 보령의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룹 전체 연결 매출에는 최종 판매액이 반영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현재 보령이 거래처에 100원에 판매하던 제품을 분할 후 BPS에 70원에 공급하고, BPS가 외부 거래처에 100원에 판매한다면 보령의 별도 매출은 70원이 되는 식이다.
현재 보령의 R&D 비용 총계는 2024년 558억원에서 지난해 688억원으로 약 23% 늘었다. 공시상 연결 매출 대비 R&D 비율도 5.49%에서 6.77%로 상승했으며,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286억원으로 연결 매출 대비 5.35%를 기록했다.
보령의 별도 매출이 줄어들 경우 R&D 비용을 유지하더라도 매출 대비 R&D 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보령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BPS로 제품을 공급할 때 시장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령 입장에서는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며 "R&D 비용이 동일하다고 한다면 비율 자체는 높아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분은 부가적인 것이지 그것 때문에 이번 분할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R&D 부문을 계속 전문화시키고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D 비율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개편이 자리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도형'과 '도약형'으로 이원화하고 국가 R&D 사업 가점과 약가 우대 등 지원을 유형별로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기존에 인증받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현재 인증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선도형 지위와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연간 의약품 매출액 1000억원 이상 기업이 선도형 인증을 받으려면 의약품 매출 대비 R&D 규모를 7% 이상 맞춰야 한다. 이와 별도로 선도형 인증에는 세부 심사 평가결과 65점 이상 등 요건 충족도 필요하다.
다만 미국 또는 유럽연합의 정부·공공기관으로부터 GMP 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R&D 비율 기준이 5%로 낮아진다. 이 규정은 오는 2029년 7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보령의 경우 2024년 6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연장받았으며, 예산 캠퍼스는 2023년 EU-GMP를 획득했다.
보령 관계자는 "같은 회사 안에서는 영업·마케팅 부문에 더 많은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주려고 해도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PS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것은 보령 제품뿐 아니라 외부 품목도 유치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고, 그에 맞는 보상과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령은 BPS가 자사 제품뿐 아니라 외부 블록버스터 품목을 도입하고, 영업·마케팅에 특화된 인사·보상체계를 갖춘 커머셜 전문법인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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