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인한 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품목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부에서 도입하거나 공동판매하던 품목을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공급 안정성과 사업 통제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21일 자체 생산에 돌입한 대원제약의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다.
신바로는 2011년 출시된 국산 4호 천연물신약으로 소염·진통 및 골관절증 치료에 사용된다. 대원제약은 2018년 GC녹십자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바로의 국내 유통·마케팅·판매를 담당했다.
이후 2024년 자산양수도 계약을 통해 제조판매품목허가권 등 관련 자산을 인수했고, 2025년 1월부터 신바로를 자사 품목으로 전환했다.
이번에는 제조까지 직접 맡으면서 공동판매에서 제품 인수, 자체 생산으로 이어지는 사업 전환을 마무리했다.
대원제약은 자체 생산 전환을 위해 약 50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공급 계획을 연계하고 품질관리와 운영 효율성을 높여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바로는 대원제약이 자체 개발한 소염진통제 '펠루비'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며 근골격계 치료제 사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원제약에 앞서 보령은 품목 내재화를 하나의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보령은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통해 시장에서 임상적 가치와 수요가 확인된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권리를 인수한 뒤 제조·공급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다.
우선 젬자는 2020년 국내 권리를 인수한 뒤 2022년 자사 생산으로 전환했다. 자이프렉사는 2021년 인수 후 2024년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고, 알림타 역시 2022년 인수 후 2025년 2분기 자사 생산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알림타까지 자사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3개 LBA 품목 모두 자체 생산 체계를 갖췄다.
보령은 권리 인수부터 제조·공급까지 직접 수행하면서 처방 연속성과 생산·공급망을 확보하고 의약품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두 회사 사례의 공통점은 이미 시장에서 판매 경험과 수요가 확인된 품목을 확보한 뒤 생산까지 단계적으로 내재화했다는 점이다. 신제품 개발에 따른 시장성 불확실성을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기존 처방 기반을 가진 품목을 자사 생산 포트폴리오로 편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체 생산을 통해 생산 일정을 직접 조정하고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량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내재화의 효과다. 품질관리 범위를 넓히고 생산·공급 과정에 대한 사업적 통제력도 높일 수 있다.
수입 품목을 국내 제조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건일제약은 올해 기존 전량 수입하던 멜라토닌 제제 '서카딘서방정'의 수입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국내 제조 품목을 새롭게 허가받았다.
2014년 국내 도입 이후 약 12년 만에 제조 방식을 전환한 것으로, 회사는 국내 제조를 통해 유통과 품질 측면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권리 인수 이후 자체 생산으로 이어진 대원제약·보령과 방식은 다르지만, 외부에서 조달하던 제품의 생산 구조를 국내 제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보령은 원개발사의 생산 기술을 자사 시설로 이관·내재화하면서 생산 역량을 축적하고 이를 제형 전환 등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활용했다. 나아가 축적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CDMO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품목 내재화가 공급 안정성을 넘어 새로운 사업 역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보여줬다.
결국 품목 내재화는 약가 인하와 제네릭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신제품 개발에만 의존하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품목을 선별해 권리 확보부터 생산까지 내재화하는 방식이 국내 제약사들의 새로운 품목 확보 전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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