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스마트병원을 필두로 의료기관들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문 인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해서는 단순 기기 도입을 넘어 내부 프로세스 최적화와 현장 수용성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기술로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스마트병원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진단이다.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보건의료산업 AI 공정 전환을 위한 연속 세미나'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종엽 책임연구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발제를 통해 정부 스마트병원 선도 모델 개발 지원 사업 성과를 조명하는 한편, 이 모델이 의료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장비 도입 아닌 프로세스 최적화 "의료진 번아웃 감소"
정부는 2020~2023년까지 4개년에 걸쳐 스마트병원 선도 모델 개발 지원 사업을 추진, 총 70여 개의 모델을 발굴했다. 연도별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원격 중환자실 및 감염 관리 ▲환자 안전 ▲스마트 수술실 ▲투약 안전 환경 조성 등 현장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모델이 개발돼 적용 중이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병원 도입 효과로 ▲데이터 가치 창출 ▲환자 및 의료진 안전 확보 ▲자원 재분배를 꼽았다.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추면서, 환자 치료 연속성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스마트병원은 단순하게 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값비싼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근로자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의료 서비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근본적인 재조정을 이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외래부터 원격 중환자실까지…현장에 스며든 기술은
특히 그는 스마트병원 도입 과정에서 환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서비스를 병원 안팎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환자의 병원 여정에 따라 적용된 스마트병원 모델들도 소개됐다. 일례로 외래 진료의 경우 키오스크와 신체 계측기를 연동, 생체 정보가 전자의무기록(EMR)에 자동 입력되도록 해 환자 대기 시간과 간호사 단순 응대 업무를 대폭 감소시켰다.
병동에선 의료폐기물 배출 인증에 사용되는 비콘 태그를 활용한 실시간 의료기기 자산 관리 솔루션이 호응을 얻었다. 스마트 저울과 무선 통신을 이용한 입원 간호 업무 자동화 모델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수기로 기록하던 활력 징후와 배설물 무게 등을 자동 측정해 EMR로 연동함으로써 입력 오류를 방지하고 데이터의 적시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환자 안전 측면에선 병실 천장에 어안 렌즈를 설치해 낙상 고위험군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예방 솔루션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낙상 사고를 조기에 발견하고 특정 환경에서의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 병원 내 안전 관리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병원 간 연계를 강화한 원격 중환자실 네트워크 사업도 주목받았다. 상급종합병원에 통합 관제센터를 구축, 지역 협력병원의 중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비대면 협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역 병원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을 높이고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체 아닌 자원 최적화" 내부 공감대 형성 우선돼야
다만 김 연구원은 일선 병원들이 스마트병원을 도입할 때 겪는 오해와 시행착오를 언급하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이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업무 편의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기기 도입 후 현장 수용도가 성패를 가르는 만큼, 기획 단계부터 내부 구성원이 참여해 병목 현상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지속적인 관리와 현장 소통을 위해 전담 조직이나 TF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 그는 모든 병원이 최고 수준의 디지털 환경을 일시에 구축할 필요는 없으며, 각 병원의 규모와 디지털 성숙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별적으로 도입된 시스템들이 파편화되지 않도록 프로세스 간 연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현장의 수용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조직원 간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스마트병원은 기존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해 병원 현장의 자원이 최적화돼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의원 등 각 기관이 규모와 역할에 맞는 솔루션을 선택해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단순한 기기 도입을 넘어 개별 시스템의 연결을 통해 전체 권역의 의료 자원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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