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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법제화 속도…의료계 "효과적 통제안 필요"

발행날짜: 2026-06-23 05:30:00

복지부, 법안 제정 위한 공청회 개최 "의료 데이터 활용 방안 마련"
전문가들, 데이터 통제, 책임 소재 공백 우려 "안전 장치 필수적"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AI)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모호한 법적 기준을 정비하고 국가 주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료 데이터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과 보건복지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회 공청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입법 상황과 각계 입장이 조명됐다.

■복지부 "의료 데이터 공익적 활용 구체화…권리 보호 강화"

이 법안은 보건의료 정보의 공익적 활용 목적을 명확히 하고, 5년 단위의 기본 계획 수립과 정책심의위원회 운영 등 국가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분산돼 있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시범 사업과 규제 샌드박스를 복지부 장관 관리 감독하에 통합 운영해 효율성을 높인다.

또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산재해 있던 관련 규정을 정비, ▲보건의료정보심의위원회(DRB) 설치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및 인증제 ▲정보 주체의 전송 요구권 등을 법제화했다. 이를 통해 건강정보 고속도로 체계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한편,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설립 근거도 새롭게 마련했다.

복지부 최경일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이 같이 입법 취지를 설명하며, 해당 법안이 정보 보호 체계 강화와 공익적 활용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건의료 정보 활용을 지원해 관련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궁극적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라며 "정신질환이나 유전 질환 등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민감 정보에 대해선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해 권리 보호 규정을 한층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의료 데이터 경쟁…"단일법으로 불확실성 해소해야"

이어진 발제에서 동국대학교 김재선 법과대학 교수는 해외 선진국들의 발 빠른 데이터 입법 동향을 조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보건의료 데이터의 법적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의료 AI가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등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지만, 양질의 데이터 확보 경쟁에서 국내 제도는 여전히 보수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 교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일찍이 의료 데이터 공유와 표준화를 법제화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활용에 보수적이었던 독일과 유럽연합(EU)조차 최근 국가 연구 데이터센터 전송 의무화 등 강력한 제도를 도입해 연구 촉진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현장에선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이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인공지능기본법 등 다수의 법률로 쪼개져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적용 대상과 규율 방식이 충돌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 주도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해 안전하게 제공하는 특별법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이 여러 법률에 파편화돼 있어 연구 현장의 불명확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방식은 법적 구속력과 권리 보호 체계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입법을 통해 가명 처리로 절차와 데이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투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국대학교 김재선 교수는 현행 데이터 활용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파편화된 규제를 일원화할 단일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규제 넘어 국가 주도 인프라 필요…"환자 수혜로 이어져야"

또 김 교수는 의료 데이터 사업 패러다임을 민간 중심에서 국가 주도의 안전 인프라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적인 제도 개선이나 민간 영역에 의존하기 힘든 데이터 표준화 및 결합 등은 정부가 중심이 돼 안전 조치를 담보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기술 개발 속도에 매몰되기보단,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법적 기반이 궁극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와 맞춤형 건강관리 등 국내 환자들의 실질적인 의료 혜택으로 직결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술의 수용 여부를 논쟁하기보단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 데이터로 국내 연구진이 직접 기술을 개발, 환자들이 해외 기업의 독점에 의존하지 않고 신약과 진단 혜택을 선제적으로 누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안전·책임 규정 부재 지적 "통제권 및 보상 체계 필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의료계·산업계 전문가들은 데이터 활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환자 안전과 책임 소재, 적절한 보상 체계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대한약사회 이윤표 정보통신이사는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의 최우선 과제가 민간 기업의 산업적 활용보다 환자 안전에 있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간의 정보 연계에 초점이 맞춰진 명확한 정보 분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일례로 환자의 생활 습관이나 가족 관계 등 약사의 임상적 판단이 개입된 정보가 단순 원시 데이터와 동일한 전송 대상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는 것. 특히 무분별한 AI 약물 비서 서비스 등 약사 면허 범위 침해 및 환자 생명에 악영향을 주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건의료정책연대 박시은 대변인은 입법 목표의 정당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논의가 의료의 안전 기반과 책임주의를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제도엔 의무와 통제권의 분리, 인간 감독 부재, 책임 귀속 공백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 이를 메우는 보완 입법으로 산업과 안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공공의료데이터 기여환원금 제도 및 고의 및 중과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데이터 자산을 산업 동력이자 공익 재원으로 되돌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의료계 패널들은 데이터 전송에 따른 의료진의 통제권 부재와 책임 소재 공백을 우려하며 안전과 책임을 담보할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형갑 정보통신이사는 이번 법안이 데이터 수집과 유통에만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 이후 가중치를 수정하기 어려운 AI의 특성상,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식별 위험 등 실질적인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제3자 업체의 무분별한 정보 수집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의 포괄적 전송 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민감한 진료 기록이 유통되기 전 의료진이 이를 검토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대한병원협회 양문술 정책위원장은 데이터 제공 주체인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및 추출 비용 보상 체계가 부재하다고 짚었다. 파편화된 전자의무기록 환경에서 단일화된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개방 중심의 정책이 아닌, 환자의 자기 결정권과 의료기관의 편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돼야 한다는 요구다.

서울아산병원 서준범 교수는 법적 근거 없이 진행 중인 국가사업이 많은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를 이익 집단으로만 규정하기보단 공익적 기술을 개발하는 의료기기 기업과 보험사 등을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데이터 활용으로 창출된 가치를 국민 전체에 환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적 보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차동철 의료혁신센터장은 의료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가치 산정과 충분한 인센티브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환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현행 체계에선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엄격해 기술 도입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면책 조항 신설과 함께 서비스 변경 시마다 거쳐야 하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해 산업 발전 속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

복지부 최경일 과장은 해당 법안이 안전한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각계 우려에 대한 해소 방안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우려 사항 상당 부분 해소…안전에 방점 둔 법안"

다만 정부는 해당 법안이 개인정보보호와 안전한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각계에서 제기된 우려 사항의 상당 부분이 이미 반영돼 있다는 입장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현재 도입 가능한 실효성 있는 내용 위주로 법안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법안이 다루는 보건의료 정보의 범위가 이미 한정적이어서 의료기관의 데이터 유출 및 통제권 상실 우려가 적다는 설명이다. 진료 과정에서 의사가 주관적으로 판단해 작성하는 환자 임상 기록은 전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법안이 적용되는 정보는, 건강정보 고속도로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기록 등 규격·표준화돼 유통되는 데이터로 한정했다는 설명이다.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데이터 해킹 및 유출 문제에 대해선 보건의료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닌 정보 체계 전반의 보편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운영 중인 시스템은 높은 보안성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향후 국회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문 단위의 구체적인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최 과장은 "이번 법안은 논쟁적인 사안을 배제하고 당장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는 정보 활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가 작성하는 내밀한 임상 정보는 전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해킹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은 지금껏 단 한 번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보안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법안소위 심사 등 민주적인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입법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각계에서 특정 조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정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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