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파티드)' 제2형 당뇨병 건강보험 급여 협상이 최종 결렬된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단순한 '약가(가격) 줄다리기'로 알려진 것과 달리, 글로벌 시장과 다른 단일 제품명 도입부터 이중 약가 조율 실패, 유통 과정에서의 공급 시차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후문이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릴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마운자로의 약가협상 기한을 한 달가량 연장해 추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식약처 허가 이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의 보조제(병용 투여)'에 대해 급여 등재를 줄곧 추진해왔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비만과 당뇨병 적응증을 이원화하지 않은 데서부터 잘못된 시작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릴리 측은 미국 등 다른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비만 치료제(젭바운드)와 당뇨병 치료제(마운자로)의 성분과 용량이 같더라도 제품명을 분리해 국내에 도입하고자 했다는 전언이다. 약가 관리를 이원화하기 위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성분과 포장이 같다면 다른 제품명으로 허가할 수 없다'는 정부 당국의 의견을 받아들여 마운자로라는 단일 명칭으로 통합 관리하게 됐다. 즉 비만과 당뇨병 제품명을 분리하는 대신 마운자로라는 통칭으로 국내에 도입한 규제 환경이, 당뇨병 급여 결렬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노보노디스크제약이 세마글루타이드 동일 성분이면서도 용량의 차이 등으로 비만은 위고비, 당뇨병은 오젬픽으로 각각 국내 허가를 받은 뒤 오젬픽이 급여로 등재된 것과는 대비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또 다른 큰 쟁점은 '이중 약가'의 조율 실패였다는 관측이다. 릴리 측은 비만 환자용 가격에 비해 당뇨병 환자용 약가를 낮춰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표시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대신, 차액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 다시 돌려주는 '리펀드(환급제)' 방식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급여인 비만 시장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당뇨 시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제약사 측의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행정적, 절차상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제약사 처지에서 '동일한 마운자로지만 당뇨용 약가를 처음부터 대폭 낮춰서 표시'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한국 시장의 낮은 표시가격이 글로벌 약가 산정의 기준(참조가격제)이 되어 타국 시장까지 연쇄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부메랑'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 유통 관리 방안을 둘러싼 '생산적 시차 문제'도 추가적인 걸림돌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당국은 비만과 당뇨병 적응증 간의 환자 혼선을 막기 위해 '당뇨용과 비만용의 제품 박스 색상을 다르게 제작'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릴리는 본사와의 논의 끝에 마운자로의 '비만과 당뇨병 별도 포장 제작'이라는 확답까지 받아내며 협상 의지를 이어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유통 과정에서의 기간 소요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협상 기간 종료로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본사에서 한국 전용 포장 패키지를 신규 제작해 공정 라인을 가동하기까지 최소 5개월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으나, '계약 체결 후 3개월 이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으며, 결국 협상 결렬이라는 단계에 이르게 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마운자로의 약가협상이 결렬됐다는 단편적인 내용만 공유되면서 단순히 가격 문제가 주요 배경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하지만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과 다르게 동일 성분, 동일 용량을 가진 품목이라는 이유로 마운자로로 통합해 국내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 약가협상 결렬로 이어진 셈"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한국릴리는 내부 논의를 거쳐 당뇨병 적응증에 대한 급여 재도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마운자로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급여적정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으나, 건보공단 협상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와 2년 이상 성실하게 협상을 진행해 왔음에도 새로운 제도의 운영방안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제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보험당국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며, 마운자로의 보험 등재를 위해 신속히 재신청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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