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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믿고 밀어붙인 파격적 지침 개정…철학까지 녹여"

발행날짜: 2025-05-22 05:30:00

[학회라운지] 이병완 진료지침이사(연세세브란스 내분비내과)
"메트포르민 1차 약제 제외…처방 자율성 확대가 핵심"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개정한 진료지침에서 제2형 당뇨병의 '1차 치료제' 항목에서 메트포르민을 삭제하는 파격을 선보이면서 의료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있어 메트포르민은 대표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간 표준의 1차 약제 지위를 공고히 했던 것.

학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당뇨병 진료의 '정답'을 고정하는 대신, 다양한 환자군에 맞춘 치료 전략과 처방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지침에서 '당뇨병 환자' 대신 '당뇨인'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쓴 것도 최초. 이 역시 파격으로 읽힌다.

개정 지침 작업을 주도한 이병완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이사(연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지침 개정의 배경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메트포르민 삭제? 금지 의미 아냐" 문구 변화 속 맥락 봐야

이번 개정 진료 지침의 핵심은 학회 중심, 근거 중심으로 요약된다. 진료지침위원회는 개정안 기술에서 근거를 따져물었다.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써야 한다고 했을 때 환자의 효용을 과연 근거로 입증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개정의 원동력은 메트포르민이 타 약제 대비 우월하지 않다는 학회 주도의 메타분석 근거가 한몫했다. 다양한 학회들이 급여 기준을 우선으로 이에 지침을 끼워맞추는 일을 '현지화 작업'으로 포장하지만, 지침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근거가 없으면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메트포르민이 '1차 권고'에서 빠졌다고 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개정은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보다 적합한 약제를 유연하게 선택하자는 의도가 반영됐다.

그는 "지침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한다는 건 해당 약제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런 의무적 해석이 오히려 특정 약제의 사용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좋은 선택이지만, 예를 들어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병완 진료지침이사(연세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이어 "젊은 환자는 대부분 비만형 당뇨가 많지만, 고령 환자는 근감소증이나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태에서 메트포르민을 1차로 고정해 처방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개개인의 생애주기와 건강 상태를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지침은 획일적인 기준 대신 의사의 임상 판단과 환자의 상황에 맞춘 유연한 접근이라는 인식 환기의 시발점이라는 뜻이다.

진료지침 개정이 실제 임상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메트포르민의 지위가 약화됐지만 급여 기준은 여전히 확고하기 때문. 이런 간극이 임상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떻게 봐야 할까.

이병완 이사는 "의료진은 지침보다 보험 급여 기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지침이 바뀌었다고 해도 급여 기준이 유지되는 한 단기간 내 처방 패턴이 급변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침이 정부의 기준을 직접 바꾸진 않지만, 논의의 물꼬를 틀 수는 있다"며 "과거 SGLT-2i 제제와 타 계열간 병용 조합이 어려웠지만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 끝에 기준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지침에서 알고리즘 내 '계열(class)' 대신 '성분명'을 명시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

이 이사는 "당뇨병, 비만 치료제로 터제파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효과 좋은 신약이 등장했다"며 "효과와 성분에 다소 차이가 있어 이를 GLP-1 계열로 묶어 동일한 약가 기준을 적용하거나 급여 제한을 두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지침 알고리즘에 약제 계열명이 아닌 성분명을 사용한 것도 하나의 시도"라며 "이런 방식은 향후 도입될 다양한 신약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트포르민 옹호론자 진영의 반대는 없었을까?

이 이사는 "지침 개정 과정에서 진료지침위원들 간 웨비나를 통해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거쳤다"며 "무엇보다 지침 제작을 위한 가이던스를 먼저 만들어둔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기준으로 핵심 질문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오갔지만 원칙 준용이라는 큰 틀 앞에서 이견이 하나의 의견으로 정리됐다"며 "학회는 앞으로도 정부나 제약사와는 별도로 환자와 의료진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한 근거 기반의 판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지침, 더 이상 '교과서' 아니다…진술문으로 뒷받침 예정

그간 다양한 학회에서 진료 지침의 공개와 적용은 동시에 이뤄졌다. 지침이 선언문의 성격을 띤 까닭에 개정안을 공개하면 그것으로 사실상 공표의 의미를 가졌던 것. 반면 이번 개정 지침 9판은 선언적인 의미의 '교과서'가 아닌,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과 같이 피드백을 받아 구체화하는 확장 구조를 채택했다.

이번 지침 개정은 기본적으로 RCT 기반의 높은 수준의 근거를 바탕으로 했지만, 다소 애매하거나 임상 현실과 거리 있는 부분은 오는 9월 발표될 '진술문(statement)'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다.

그는 "진료지침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고, 진술문은 그 사이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며 "예를 들어 4제 병용요법에 대한 부분도 진술문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RCT 연구의 한계로 인해 지침에 담기 어려운 현실적인 근거들은 진술문을 통해 보완하려 한다"며 "개정 지침을 공개한만큼 다양한 의료진들의 의견을 취합해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쉬웠던 부분으론 '환자 중심' 철학 반영이 시도에 그쳤다는 점을 꼽았다. 공식 지침에 '당뇨병 환자' 대신 '당뇨인'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 어떻게 이런 철학을 지침에 녹여내고 지속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이병완 이사는 "지침 사용자, 즉 의사들에겐 환자가 맞겠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당뇨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일반인들의 기준으로 보면 당뇨를 가진 사람들은 당뇨인이 맞다"고 했다.

그는 "이는 질병을 가진 개인을 단순한 환자가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자는 상징적 시도"라며 "환자 중심 진료란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시도들이 지속적이고 고도화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학회가 내놓는 지침은 정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 판단의 폭을 넓히기 위한 도구"라며 "급변하는 치료 환경, 다양해지는 약제 사이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중심이 되는 진료 현장을 만들기 위해 근거 중심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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