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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노동자, 의정사태 계기로 의사노조 관심 커져"

발행날짜: 2025-05-22 05:30:00 업데이트: 2025-05-22 14:37:57

병의협 주신구 회장 의사 노동권 보장 강화돼야
의정 사태에 필요성 부각…의사 노동 실태 심각

의료계 전반에 걸쳐 노동환경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의사노조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했다. 특히 2024년 의대 정원 확대 사태 이후 병원 내 의사들의 근무 환경이 극단적으로 악화하면서, 의사 노동권 보장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노조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계속돼 왔다. 특히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부터 의사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2017년경부터 구체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메디칼타임즈는 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을 만나 의사노조의 현주소와 비전을 들어봤다.

의정 사태로 의사노조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했다. 메디칼타임즈는 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을 만나 의사노조의 현주소와 비전을 들어봤다.

■ 의정 사태 장기화에 의사노조 필요성 커져

그동안 의사라는 직업에 '노동자'라는 개념을 접목하는 것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낯선 시도였다. 조직문화와 사회 인식, 정부의 제도적 장벽 등 다양한 요인이 이를 어렵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봉직의와 교수들에게 진료·당직 로딩이 전방위적으로 가중되면서, 의료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특히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남은 교수 직역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졌다. 교수들이 고령화된 상황에서 잦은 당직과 낮은 처우로 불만이 축적되는 상황이다. 이런 불만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

주 회장은 그동안 병원들은 구조조정과 인건비 억제를 통해 의료 인력을 운영해 왔다고 꼬집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전공의 부재와 낮은 수가 등과 맞물려 파국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필수적인 수술을 하는 진료과에서 고용이 일어나지 않고, 인력이 없어 수술을 못 하니 응급실 역시 환자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다.

주 회장은 "병원은 IMF 때부터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해왔다. 수익이 나지 않는 과를 줄이고 돈이 안 되는 과를 아예 고용하지도 않는 식이다"라며 "이 때문에 흉부외과 의사가 많이 배출돼도, 이들이 수술하고 싶어도 병원이 뽑지 않는 현실이다. 신경외과 같은 경우도 수익이 되는 것만 하고, 머리 쪽 수술은 고난도에 수가가 낮으니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문제를 의사의 도덕성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인건비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병원도 구조조정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은 이미 영리화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구조적으로 수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전국 의사노조, '위부터' 아닌 '아래부터' 시작해야

주 회장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의사의 근로자성과 노조의 필요성이 점차 부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기존에 전투적 이미지 때문에 꺼려졌던 '노조'라는 용어에 대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용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의사노조의 조직화 방향에 대해선 병원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아래로부터의 축적'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시도했던 '위에서부터 중앙화된 조직' 방식이 아닌, '아래에서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분산형 조직'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전국 단위의 의사노조는 최종적인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병원별로 일정 수준의 조직 기반을 마련한 후 민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병원에서 자생적인 의사노조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병의협은 물밑에서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실무적 지원을 제공하는 중간 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10일 있었던 의사노조 정책 심포지엄도 이런 지원의 연장선이다. 주 회장은 특히 이날 행사가 기존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조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가 어려운 젊은 의사들에게서 생중계 요청이 있었고, 참석자들은 병원에서 진행된 단체협약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의사노조의 가능성과 절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주 회장은 "이번 사태로 전공의 선생님들이 사직하면서 의료 생태계 전체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현실적으로 전공의 선생님들이 봉직의로 근무하게 되면서 내부적으로 근로자성이 부각됐다"며 "교수 직역들도 과로에 시달리면서 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해지고 있다. 2차 병원 봉직의들도 마찬가지다. 로딩이 몇 배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인식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세대 간에 차이가 있는데 젊은 선생님들이 노조에 관심이 많고, 기본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심포지엄 역시 이전보다 훨씬 반응이 컸는데, 예전엔 의사노조에 의아해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 "노조, 직역 아닌 노동자로서의 연대가 핵심"

의사노조의 필요성과 관련해 주 회장은 노조가 존재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간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단체협약을 통해 당직비나 연가 보상 등 기본적인 근로 조건에서 유리한 기준을 확보할 수 있으며, 협약 이행 여부에 따라 법적 강제력도 발휘된다. 그 결과, 점차 많은 의사가 노조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의사노조의 정체성을 직역별 이해관계 조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공동된 권리 확보라는 관점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봉직의, 교수 등 다양한 직역은 권익단체인 기존의 의사단체 구조 내에선 어느 정도 경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조라는 틀에서는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노조가 결성되면 직역 간 이익 배분 문제보단 오히려 '기본을 보장받고 있는가'라는 관점이 중심이 된다는 것. 이렇게 의료인이기 이전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프레임으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주신구 회장은 의사노조를 통한 의사의 처우 개선이 결과적으로 환자의 진료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 회장은 "의사의 행위에는 환자를 건강하게 하고 생명을 지킨다는 동서고금의 공통된 의무가 있다. 하지만 관념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보면, 현실적으로 의사들의 의료행위는 인간이 하는 의료 노동의 결과물들"이라며 "의사는 살인적인 전공의 수련과정, 교육·진료·연구 업무가 분리되지 않는 혹사형 의대 교수직, 인센티브에 몸을 갈아넣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지 고용이 중단될 수 있는 봉직의들, 이분들 모두 의사 가운을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의사 노동자다"라며 "타 직역 노조나 공무원들의 경우 당직을 의사들처럼 서지 의문이다. 당직 후 다음 날에도 진료를 보는 직군은 없다. 군인들도 당직사령을 하게 되면 다음 날 오전은 쉬게 한다. 일단은 기본은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사노조 인식 어쩌나 "결국 환자에게 이득"

하지만 아직 의사노조에 사회적 시선이 따갑다. 의사가 사회적 부가 보장되는 엘리트 직업이라는 인식과 이들의 파업이 환자 생명에 직결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결성한 노조는 소위 '귀족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주 회장은 이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편견일 뿐, 실제 의료현장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의사들은 당직 이후에도 다음 날 정상 진료를 수행해야 하며, 근로기준법조차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노조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며,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 반면 의사노조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의사의 권리가 보장되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의사의 노동을 감성적·도덕적 영역에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로 환원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현행 헌법과 노동법상 정부와 병원이 노조의 존재 자체를 탄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오히려 대형병원에선 노조의 존재 여부에 따라 협약 이행의 강제성이 달라지는 사례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는 향후 노조 조직화를 가속화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다.

주 회장은 "아직 의사들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에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노조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실제 의협이나 병의협의 설문조사를 보면 의사회원들은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깃발을 들어주면 동참할 것이다. 결국은 빅텐트가 형성되었을 때 노조 설립이 가속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 합법적 투쟁 수단 가능할까 "근거 쌓이는 중"

하지만 의사노조가 합법적 투쟁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찍힌다. 현재 의사 집단행동은 의료법과 공정거래법 등 각종 법적 제약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주 회장은 노조가 결성되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통해 일정 수준의 투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최근 아주대병원 의사노조가 대법원에서 교수노조 설립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것. 이는 향후 의료인 노조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다른 병원 노조들이 설립 과정부터 단체협약 체결, 권리 보장 과정에서 판례를 쌓아가며 제도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일단 조직이 형성되면 다양한 권리를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주 회장은 노조 설립의 목적은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되찾아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의사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노조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의사노조가 잘되면, 의사들이 잘되고, 의사들이 잘되면, 환자들이 편안해지고, 환자들이 편안해지면 나라가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의사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고 법적으로 보장받고 싶다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사정을 보면, 의사들은 매우 힘든 상황이고, 목숨 걸고 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하얀 가운 속에 감춰진 몸과 마음에 상처받은 의사들을 봐주시길 바란다"며 "의사들도 헌법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시민이자 국민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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