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장을 열었던 지앤넷이 이를 법제화한 보험업법 개정 이후 오히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가 보험개발원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면서, 민간에서 처음 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배제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2024년 10월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관련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지앤넷 창립자인 김동헌 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도화 이후 타격받은 민간 선도기업…무슨 일이
김동헌 부회장은 보험개발원 앱 등장 이후 보험사들이 제휴를 끊으면서, 수수료 단절로 인한 경영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장을 연 민간 사업자를 흔들면서, 국민 편의 향상이라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앤넷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설계·구축한 기업이다. 의료법상 병원이 보험사에 직접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던 시기에, '환자 요청에 따른 병원의 위임 전송'은 가능하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방식은 암호화 된 전자적 의료정보 전송의 출발점이 됐고, 금융위원회도 지앤넷의 시스템을 청구 간소화의 대표 사례로 인정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지앤넷은 병원과 보험사를 전자적으로 연결해, 환자가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지 않고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팩스·우편 기반 청구 방식에서 전자 전송으로 구조를 전환한 것.
김 부회장은 "예전엔 환자가 요청해도 병원에서 보험사로 서류를 직접 보낼 수 없다는 게 복지부 유권해석이었다"며 "그래서 우리가 환자가 직접 보내는 방식은 가능하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해석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에 확인을 받아 전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당시 금융위원회도 우리 방식이 청구 간소화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도자료까지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 이후, 정부는 보험개발원을 청구 간소화 중개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보험사들은 차례로 지앤넷과 계약을 해지하고, 청구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요 손보사 이탈로 인한 수수료 지급 중단으로 지앤넷은 수익 기반에 직접적 타격을 입었다.
반면 보험업계는 보험개발원에는 1000억 원의 시스템 개발·구축 비용과 연간 100억 원의 운영비를 투입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간 기업엔 1000원의 수수료조차 부담스럽다며 계약을 중단하는 현실이라는 것.
오는 10월 보험개발원 시스템이 의원급·약국까지 확대될 예정인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아직까진 보험개발원 서비스에 대한 의료계 우려와 기술적 문제로 전면 확대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실현된다면 지앤넷의 파이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금은 대형 보험사들이 기존 계약을 끊고 수수료 지급도 중단됐다. 당연히 거기서 들어오는 수입이 줄다 보니 경영적으로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민간이 시작한 시장에서 정부가 제도를 개입시켜 놓고 기존 사업자를 배제하는 구조가 됐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상장, 글로벌 진출 무산 "민간 혁신 가로막는 꼴"
이런 상황은 소비자에게도 피해다. 현재 지앤넷 앱을 통해 월간 50만 건의 청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보험사가 관련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앤넷은 네이버·토스 등 플랫폼과 제휴를 맺어, 이들 플랫폼을 통한 보험 청구엔 소비자 비용 부담이 없도록 했다. 하지만 병원 수 증가나 서비스 범위 확대에 따른 수수료 조정이 어려워, 확장성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원래 지앤넷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을 목표로 해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경쟁력도 갖췄는데, 전 세계에서 2만 2000개에 가까운 의료기관과 연동된 플랫폼은 지앤넷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이를 위한 상장도 계획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보험업법 개정안이 걸림돌이 되면서 보류된 상태다.
정부 주도의 제도 전환은 이와 같은 성장 전략에 제동을 걸었고, 한때 추진되던 상장 및 해외 진출 계획도 보류된 상태다. 지앤넷은 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장을 개척한 선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도화하면서 위기에 빠진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것.
그는 "병원 수가 늘고 서비스 범위가 커질수록 운영비도 증가하는데, 초창기 설정한 수수료 수준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래는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을 목표로 회사를 키워왔고, 실제로 2만 2000개 의료기관과 연동된 플랫폼은 지앤넷이 유일하다. 상장도 추진 중이었지만, 정부와 제도가 오히려 민간 혁신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답답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독점 구조 국민 편의 저해 "공정 경쟁 가능해야"
김 부회장은 현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제도적으로 민간 기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가 민간 기업을 통한 보험금 간편청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
보험업법 개정안은 본래 실손보험 청구에서 발생하는 국민 불편을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청구는 오히려 배제되거나 축소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험개발원 중심의 독점 체계가 고착화한다면, 향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실제 보험개발원을 통한 실손보험 간편청구는 보험업계의 가입자 의료정보 집적으로 이어져, 보험 가입 거절, 갱신 거부, 보험료 인상 등의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국민 편의를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제도가 출발했는데, 지금처럼 민간 기업을 배제하고 특정 기관 중심으로만 가면 소비자는 오히려 더 불편해지고 선택권도 줄어들게 된다"며 "민간 플랫폼은 비용도, 효율도 다르기 때문에 같이 병행돼야 하고, 정부는 이런 다양한 방식이 공존할 수 있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보험개발원이 모든 청구를 독점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가입자 의료정보가 한쪽에 집중된다"며 "그럼 보험사들이 이를 근거로 가입 거절이나 갱신 거부, 보험료 인상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이건 이미 의료계나 법조계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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