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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 넘어 본질로…AI 통역, 학술대회 교류 확대"

발행날짜: 2025-06-12 05:30:00 업데이트: 2025-06-12 16:12:55

[학회라운지] 오지선 대한류마티스학회 운영위원(전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연구센터장)
"단순한 기술 적용 아냐…학술대회 소통 등 본질과 일맥상통"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KCR 2025'는 올해 의학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학술대회 최초로 'AI 실시간 통역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 것. 발표 내용이 한국어든 영어든, 청중은 별도의 통역기 없이 실시간 번역 자막을 보며 자유롭게 학술 교류에 몰입할 수 있었다.

놀라운 건 이 시스템을 만든 주체가 외부 개발 업체가 아니라, 현직 의사라는 사실이다.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와 류마티스내과라는 교집합 속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오지선 교수. 전 빅데이터연구센터장이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로서, 무려 26년간 환자를 진료해온 그가 이번에는 '프로그래머'라는 또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며 학술대회 현장을 바꿨다.

오지선 류마티스학회 운영위원을 만나 통역 AI 개발의 맥락 및 향후 활용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프로그래밍 능력으로 진료실 불편 해결"

그는 본인을 의사이자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취미 수준을 넘어, 실무와 학문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적용한다는 이력은 흥미롭다. 그에게 프로그래밍은 언제부터 일상이 됐을까?

접점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8비트 애플 컴퓨터를 처음으로 접했다"며 "성능은 지금 스마트폰에 비하면 매우 떨어졌지만, 당시에는 혁명적으로 느껴졌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방학 때 학원에서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고 나서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졌었다"며 "궁금한 게 잘 해결되지 않으면 서점에 가서 컴퓨터 서적을 몇 시간씩 읽으면서 독학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프로그래밍 능력은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됐다. 집안 경조사에 필요한 우편물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의과대학 시절에는 동료들과 함께 사용하는 학습용 실습 프로그램을,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전자처방전 및 체중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배포하기도 했다.

오지선 류마티스학회 운영위원

'생활 속 불편'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번엔 '학술대회의 불편'을 개선하자는 관점으로 확대됐다.

오 교수는 "상용 통번역 서비스들도 많이 발전했지만, 의학 분야나 국제 학술대회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전문 용어와 문맥 이해, 실시간 반응 속도 측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져 현장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AI 통역 툴 개발 착수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제학술대회와 같은 특수 환경에서는 상용 통역 서비스라고 해도 전문 용어와 문맥 이해, 실시간 번역 속도 등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며 "이런 문제들을 접하면서 본인만의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들을 접목하면 극복할 여지가 있다고 느껴 시스템 개발에 직접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의학은 임상 용어뿐만 아니라 해부, 병리, 유전학, 면역학 등 기초 분야 용어까지 포괄하고, 여기에 비공식 약어까지 더해져 복잡성이 매우 높다. 상용화된 AI 툴로는 이러한 용어를 잘못 인식하거나 문맥을 고려하지 못해 발표 내용 전달에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오 교수가 도입한 AI 통역 시스템은 별도의 최신 거대언어모델 기반으로 설계됐다. 그는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해 발표 문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전문 용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며 "실시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KCR 2025에서 이 시스템은 발표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번역 자막을 제공했다. 현장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전문 용어 번역 정확성과 문맥 이해 능력에 놀라워했고, 학술 교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 교수는 "그간 이런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장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전문 용어 번역의 정확성과 문맥 파악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거나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첫 날에는 실시간 번역 과정이 화면에 자주 나타나 혼란스럽다는 의견들이 있어 피드백을 바로 수용했다"며 "이튿날부터는 화면 표시를 단순화하고, 가독성을 높여 참가자들이 학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정, 사용자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기술 적용 아냐" 학술대회 '소통·공유' 본질과 일맥상통

AI 통번역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선다. 강연 내용의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학술대회의 접근성 및 공감,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 기술의 적용이 학술대회의 질적 제고를 이룬 사례라는 뜻이다.

오 교수는 "AI 통번역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시스템 도입만으로도 참가자들의 언어장벽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타 언어로 발표되는 내용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질문에 나서는 등 학술 교류가 더 활발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15일 개막된 대한류마티스학회의 국제학술대회 'KCR 2025'에서 적용된 AI 통역 시스템 .

언어장벽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AI 기술이 학술대회의 질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로, 향후 국제적 협력과 지식 공유를 위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는 국제적 협력과 지식 공유의 장을 마련한다는 학술대회의 본질적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벌써부터 타 학회의 시스템 도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관측된다.

오 교수는 "이미 원내외 세미나에서 몇 차례 활용된 경험이 있고,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학회들로부터도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번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외 다양한 학술대회와 교육 환경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의대 교육이나 학술대회에서도 AI 활용법 강좌가 늘고 있고, 프로그래밍을 권유하는 의료진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의사이자 프로그래머로서 두 분야를 융합해낸 특별한 경험의 소유자가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오지선 교수는 "본업이 의사이다 보니 모든 것을 혼자 해내기는 어렵고 실제로 이번 AI 번역 시스템도 기술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이자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크게 체감한 장점은, 의료 현장에서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념을 구체화해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 실제 구현 가능성을 테스트했고, 이후 정교한 기술적 완성도는 훌륭한 동료 교수와 함께 만들어냈다"며 "이를 통해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절실히 체감했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 전문성을 모두 갖추는 것이 이상적일 수는 있지만, 융합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와 협업 능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최근의 생성형 AI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히려 이럴수록 인간 전문가가 집중해야 할 본질이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신 AI 기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되, 이를 지렛대로 삼아 전문가로서의 본질에 더욱 집중해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것, 더 나아가 AI와 전문가들 간의 협업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가의 모습이자 후배 의사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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