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필립스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환자 관리 플랫폼이 또 다시 리콜이라는 악재를 맞으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대 2550개 병상을 묶는 핵심 플랫폼에서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는 문제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필립스의 환자 관리 플랫폼인 PIC iX(Patient Information Center iX)와 PIC iX Essentials에 대해 2등급(Class II) 리콜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리콜 대상은 PIC iX 소프트웨어 버전 4.0부터 4.5까지 적용되는 모든 제품이다.
FDA 조사 결과 이 라인업에서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환자 관리 시스템이 멈추거나 응답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FDA는 리콜 원인을 소프트웨어 설계(Software design) 문제로 확정하고 2등급 리콜 조치를 내렸다.
리콜 규모도 상당하다. PIC iX는 전 세계적으로 7359대가 대상이며 PIC iX Essentials도 312대가 명단에
특히 이 제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운용중인 제품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필립스는 이 시스템을 운용중인 의료기관에 일일이 연락해 소프트웨어 복구를 진행하며 대응에 들어간 상태다.
필립스가 이처럼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리콜 대상이 필립스가 최근 가장 힘을 싣고 있는 환자 관리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PIC iX는 필립스가 스마트 병원 생태계를 강조하며 병원 전체를 묶는 환자 관리 시스템으로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밀고 있는 제품이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을 넘어 개별 병상에서 환자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전자의무기록(EMR) 등과 연동해 병원 전체의 환자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기능을 한다.
현재 PIC iX는 중환자실과 일반병동, MRI실 등 최대 2550개 병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중앙 모니터링뿐 아니라 웹과 모바일을 통해서도 환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상 개별 환자 관리 기기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병원 전체의 모니터링 환경을 필립스의 플랫폼 안으로 가져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 전략의 핵심인 PIC iX에서 소프트웨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PIC iX는 애플 iOS 기기로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알람이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FDA로부터 리콜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필립스는 긴급 권고를 통해 iOS 알림을 환자 모니터링에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소프트웨어 패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또 다시 PIC iX에서 문제가 터져나왔다. 소프트웨어 패치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이벤트 알림 필터 설정이 이용자에게 별도 표시 없이 변경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FDA는 올해 초 또 다시 PIC iX 146대에 대해 2등급 리콜 조치를 내렸다. 당시 리콜 제품 역시 우리나라에 유통된 기기다.
결국 2023년부터 이번 리콜 사태까지 PIC iX에서 소프트웨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에는 단순히 일부 알람이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넘어 환자 관리 시스템 자체가 멈추거나 반응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필립스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환자 관리 플랫폼은 시스템의 특성상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한번에 수십명에서 수천명의 의료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것이 핵심인 만큼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 전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일단 의료기기는 문제가 생기면 그 한대만 교체하거나 대체하면 되지만 환자 관리 플랫폼은 수십개에서 수천개 병상을 하나로 묶는다는 점에서 병원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의 경우 환자 상태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앞다퉈 안전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필립스로서는 이미지 자체에 매우 뼈아픈 악재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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