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대학병원 교수가 신은 아니잖아요? 14번을 다른 곳에서 치료하다 결국 대학병원까지 온 환자를 딱 한번만에 완치시키라는 얘기인가요?"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 교수의 말이다. 정부가 이른 바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규제 절차를 신설하면서 의료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진료비 폭증을 막기 위해 수가를 일률화하고 주 2회, 연 15회로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도수치료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신경차단술과 온열치료 등 이미 다른 치료를 조준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도수치료는 이미 수년전부터 비급여 진료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실손보험과 맞물린 과잉진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의료기관의 부도덕한 사례들이 공개되며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배경이 어떠하든 진료비 폭증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사회적 요구도 임계점에 다다랐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가 된 셈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이 치열한 논란 속에서 정부는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 말 그대로 건수 자체를 토막내는 방식이다. 가장 원천적이지만 가장 획일적이다.
중증환자도, 경증환자도 주 2회를 넘을 수 없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연 15회, 개원가에 걸어 들어간 환자도 연 15회다. 환자의 상태도, 질환의 특성도, 의료기관의 역할도 다르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오로지 단 하나의 틀에 갇힌다.
이러한 획일적 규제는 결국 참사를 불러오고 있다. 이미 서울의 굴지 대학병원은 아예 7월부로 도수치료 운영을 중단했다. 이미 도수치료가 예정된 환자들도 대체 치료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중단 선언이다.
빅5병원으로 꼽히는 모 대학병원도 교수 회의를 통해 대체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미 치료가 결정된 환자는 그대로 유지하되 새롭게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다른 재활치료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학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경미한 교통사고 등으로 동네 의원에 걸어가는 환자들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은 중증 뇌졸중 등으로 거동이 불가능하거나 사지마비 등 중증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밀려나면 연 15회건, 연 150회건 상관없이 단 한번도 도수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의미다. 개원가에서 이 환자들을 받아줄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 관리 급여 후보로 제시되는 신경차단술 또한 마찬가지다. 신경차단술은 척추 신경 주변에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입하는 위험도 있는 침습 시술이다. 특히 대학병원까지 찾아온 환자들은 이미 수차례 의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거나 그곳에서 감당할 수 없어 전원을 보낸 사람들이다.
같은 이유로 대학병원들이 신경차단술을 포기하는 상황이 오면 이들은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게 된다. 가장 원천적이지만 가장 획일적인 규제의 그늘이다.
정부는 이미 2019년 신경차단술 과잉진료와 진료비 폭증을 막기 위해 적정성 평가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연구 등을 통해 근거를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채 서랍에 잠들었다. 결국 그로부터 7년 후 관리급여라는 유례없는 규제 방안이 탄생했다.
최근 의료의 트렌드는 정밀의료, 최소침습이다. 이미 정부와 의료계는 최소침습의 시기는 놓쳤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밀하게 병변을 도려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함께 힘을 합쳐 문제가 되는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한방에 도려내야 한다.
과잉진료가 문제라면 과잉진료를 줄여야 한다. 남용이 문제라면 남용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재발을 막는다며 과도하게 메스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의료계 또한 썩은 손가락은 빨리 잘라내야 한다. 그것도 그것도 내 손가락이라고 끝내 감싸안으면 결국 손을 잃고, 팔이 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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