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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쥬란 신화'가 쏘아올린 공…버블론 기로 놓인 스킨부스터

발행날짜: 2026-07-06 05:30:00

피부 미용 분야 트렌드 변화에 업체 잇단 출사표…기술 경쟁 본격화
설비 확대·해외 공략 가속·성분 차별화…"성장 동력 가능성 충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국내 미용의료 시장의 중심축이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HA) 필러에서 스킨부스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제품이 시장을 형성하던 분야였지만 현재는 대기업부터 중견 바이오기업, 의료기기 업체, 화장품 기업까지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며 수십 종의 제품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미용의료 패러다임 변화로 해석한다. 과거 볼륨을 채우는 필러와 주름을 펴는 톡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피부결과 탄력, 광채, 재생을 개선하는 '스킨 퀄리티(Skin Quality)' 시장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신제품 하나를 출시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기업들이 성분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파마리서치의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 기반 '리쥬란'이 시장을 키운 이후 ECM(세포외기질), 콜라겐, 엑소좀, PDRN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스킨부스터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품목 출시 경쟁에 이어 생산시설 증설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수요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해외시장 역시 국내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지, 그리고 피부미용 업계에서 새 기전 품목 출시로 업계 순위가 변했다는 점에 비춰 스킨부스터도 그같은 파급력을 가져올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 "볼륨보다 피부 질"…미용 트렌드가 바뀌었다

스킨부스터 시장이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술 목적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얼굴 윤곽을 또렷하게 만들거나 볼륨을 채우는 필러 시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피부 자체의 건강과 자연스러운 개선을 원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미용 트렌드 변화와 반복 시술 중심의 시장 구조, 해외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스킨부스터가 미용의료 산업의 '제3의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킨부스터 시장이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술 목적 변화가 꼽힌다.

휴젤 관계자는 "예전에는 볼륨을 채우거나 윤곽을 만드는 시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피부결이나 광채, 피부의 질 자체를 개선하려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이 같은 미용 트렌드 변화가 스킨부스터 시장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용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보툴리눔 톡신이 근육을 이완해 주름을 개선하고 필러가 볼륨을 보완하는 역할이었다면 스킨부스터는 피부 조직의 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 누구나 만드는 스킨부스터? "쉽게 만든 제품 아냐"

최근 5년 새 히알루론산 기반은 물론 PN(Polynucleotide), PDRN, 콜라겐, 엑소좀, 아미노산, 펩타이드, ECM(세포외기질), 유전자재조합 콜라겐 기반 등 성분, 작용 방식, 허가와 관리 체계가 다른 의료기기와 인체조직 유래 이식재까지 등장하면서 "개발의 진입장벽이 낮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보툴리눔 톡신은 의약품으로 균주 확보와 독소 생산기술, 엄격한 허가 절차가 필요하고, 필러 역시 가교기술과 장기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

스킨부스터는 OEM·ODM 생산 기반도 구축돼 있어 자체 공장이 없어도 위탁생산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가능하고 대부분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개발 부담이 낮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스킨부스터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품의 타깃층과 컨셉, 차별화 요소 등 각각의 개발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라는 것.

휴젤 관계자는 "스킨부스터가 의료기기인 만큼 톡신보다 허가 절차는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출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라며 "제품 허가까지 통상 3~5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도 대부분 오래전부터 개발을 준비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 제품처럼 갑자기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며 "최근 제품 출시가 몰리는 것은 그동안 준비해 온 프로젝트가 시장 성장과 맞물려 한꺼번에 나오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 역시 "최근 제품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수 년 전부터 개발과 임상을 준비한 결과"라며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고 지금에서야 시장이 커지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제품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열리자 단기간에 만든 제품이 쏟아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히알루론산 기반은 물론 PN(Polynucleotide), PDRN, 콜라겐, 엑소좀, 아미노산, 펩타이드, ECM(세포외기질), 유전자재조합 콜라겐 기반 등 업체마다 차별화 요소를 내세운 다양한 스킨부스터 품목이 출시되고 있다.

■ 레드오션 우려는 기우 "2배씩 늘려도 모두 팔린다"

다양한 업체가 지속적으로 스킨부스터 품목을 출시하면서 시장의 질문은 자연스레 아직도 수익적인 매력이 남아있냐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생산시설(CAPA) 확대에 나서면서 미래 수요까지 끌어와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의 적정성 여부가 관심사다. 이는 기업 실적은 물론 재무부담, 주가 등의 요소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

신한투자증권은 스킨부스터 분야가 오히려 '공급 부족' 국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CM 기반 스킨부스터 시장이 2025년 99억원에서 2027년 1729억원으로 성장하고 국내 침투율도 3%에서 28%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 특히 ECM 기반 스킨부스터는 시장 확대 속도가 생산능력을 앞지르고 있어 당분간은 수요보다 공급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도 비슷한 시각이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스킨부스터 시장은 아직 레드오션이라기보다 계속 열리고 있는 시장"이라며 "제품을 출시한 뒤 소비자 만족도만 확보하면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확장 속도도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엘앤씨바이오는 월 생산능력을 기존 3만 5000개 수준에서 지난 5월 8만개로 확대했지만 공급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올해 말까지 캐파를 15만개까지 늘릴 예정. 반복 시술이 이뤄지는 시장 구조 역시 수요 증대에 한몫하고 있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도 아직 10% 미만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의 확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캐파 증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티에이징은 결국 노화를 늦추는 개념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 제품에 만족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같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다른 스킨부스터를 함께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부과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이나 레이저와 병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며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플러스도 유전자재조합 콜라겐 기반 스킨부스터를 출시하고 이를 인체·동물 유래 원료 수급 불안정과 규제 리스크까지 겹친 ECM 스킨부스터의 대안으로 자처하고 나섰다.

바이오플러스 관계자는 "유전자재조합 콜라겐은 안정성과 효능뿐 아니라 기존 제품들의 고질적인 원료 수급 불안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스킨부스터에 한하지 않고 수술 후 재생제품, 의약품 원료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확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신공장 준공으로 10배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바이오플러스 역시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 겉으로만 보면 공급 과잉이 우려되지만 기업들은 현재 시장만 보고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내 미용시장은 이미 일정 수준의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에서는 K-뷰티와 K-에스테틱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는 등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해외 상황도 긍정적 요소다.

■ 스킨부스터판 나비효과…업계 판도까지 바꿀까

스킨부스터 시장 확대가 미용의료 업계의 경쟁 구도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국내 미용의료 산업은 오랫동안 보툴리눔 톡신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미용의료업계는 이미 두 차례 극적인 순위 재편을 경험한 바 있다.

2006년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한 메디톡스는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나들 정도로 독보적인 수익성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2010년 휴젤 '보툴렉스', 2015년 대웅제약 '나보타'가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고 나란히 미국 FDA 허가를 따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메디톡스는 국내 1위 자리를 휴젤에 내준 뒤 지금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

재편은 현재진행형이다. 2001년 같은 해 설립된 휴젤과 파마리서치는 20여 년간 휴젤이 매출 우위를 지켜왔지만 구도가 뒤집혔다. 2024년까지만 해도 휴젤 매출(3730억원)이 파마리서치(3501억원)를 앞섰으나, 지난해 파마리서치가 매출 5357억원·영업이익 2143억원의 최대 실적을 내며 휴젤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에서도 마찬가지. 올 1분기에는 매출·영업이익 모두에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역전의 동력은 톡신이 아니라 스킨부스터였다. 국내 톡신 시장이 저가 경쟁으로 레드오션화되며 휴젤의 톡신 매출이 뒷걸음질하는 사이, 파마리서치는 2014년 출시한 리쥬란으로 국내 스킨부스터 시장 점유율 70%를 확보하며 프리미엄 입지를 굳혔다.

두 사례를 관통하는 공식은 명확하다. 원조 제품의 우위는 영구하지 않으며, 이를 흔드는 건 대개 새로운 기전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스킨부스터 시장도 정확히 같은 조건에 놓여 있다. 리쥬란이 PN(폴리뉴클레오티드) 기반으로 시장을 개척해 70%의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전혀 다른 기전의 ECM 스킨부스터가 등장하면서 'PN 대 ECM'이라는 새로운 전선이 그어졌다.

현재 구도는 엘앤씨바이오가 지난해 매출 855억원·영업이익 42억원으로 ECM 시장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GC녹십자웰빙, 시지, HLB, 라메디텍 등이 올해 안에 ECM 스킨부스터를 출시하며 3파전, 4파전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휴젤 관계자는 "자체 스킨부스터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며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29년, 늦어도 2030년께 자체 개발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시장 변화 속도를 감안해 인라이선스와 공동판매 등 외부 협업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마리서치는 아직 ECM 진영에 직접 뛰어들지 않은 채 리쥬란의 브랜드력과 톡신 사업 확장으로 맞서고 있지만 톡신 시장에서 신카테고리 등장 이후 3~5년 만에 서열이 뒤바뀐 전례를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2028년 전후를 시장 재편의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미용의료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보다 안전성과 임상적 근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10년 이상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의료진 사용 경험,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제조기술이 파마리서치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의료진과 소비자의 선택은 결국 안전성과 임상 근거, 제조 품질이 검증된 제품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품 출시 속도보다 장기간 축적된 신뢰가 시장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엘앤씨바이오는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산업에서는 시대 흐름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HBM이라는 신기술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시총 순위가 역전된 것처럼 새로운 품목이 성장하면 기업 간 경쟁 구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메디톡스가 톡신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스킨부스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성장시키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현재의 스킨부스터 시장은 단순한 신제품 경쟁을 넘어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것.

승부처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누가 먼저 제품을 내놓았느냐보다 누가 안정적인 공급망과 브랜드 신뢰, 임상 데이터,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느냐가 시장의 승자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의 스킨부스터 시장은 '제품 홍수'의 시대인 동시에 K-에스테틱 산업의 새로운 주도 기업을 가려내는 치열한 선별 과정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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