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양성 위암에서는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이 더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HER2 음성 위암보다 더 공격적이고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HER2 양성 위암의 1차 표준 치료요법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010년에 도입된 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에 머물러 있어 효과적인 면역항암제 옵션에 대한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가 컸다.
이 가운데 2023년 말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양성 위암에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한국MSD)가 적응증을 획득, 임상현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28일 고대구로병원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암센터장)를 만나 HER2 양성 위암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 국내 허가를 계기로 변화된 치료환경과 급여 적용 필요성 등을 들어봤다.
여러 암종서 일관된 효과, 이상반응 관리도 OK
키트루다는 전이성 HER2 양성 위암 1차 치료에 13년 만에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한 면역항암제로, PD-L1 CPS 1 이상 환자에서 기존 표준치료요법 대비 우수한 전체 생존기간(OS), 무진행 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을 확인했다.
중앙 추적관찰 기간 38.5개월 시점에서 키트루다와 트라스투주맙 및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은 PD-L1 CPS 1 이상 환자에서 대조군(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군)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9% 감소시키며, 기존 치료 대비 우수함을 확인했다. 임상에 참여한 전체 698명 중 약 81%(564 명)가 남성이었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에서 대조군의 15.7개월보다 4개월 이상 개선된 20.0개월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을 보이며 사망위험을 19% 감소시켰다.
특히, PD-L1 CPS 1 이상 환자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73.2%로, 대조군의 58.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키트루다 병용요법군에서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의 비율은 16.4%로 확인됐다. 최종 분석 시점인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50.2개월 시점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PD-L1 CPS 1 이상 환자에서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전체 생존기간 개선을 확인했다.
오상철 교수는 "2023년 12월에 키트루다가 도입돼 표적치료제(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과 4제로 사용되면서 치료 효과가 더욱 극대화됐다"며 "전이성 위암에서 많은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HER2 양성 위암에서 가장 우수한 생존 기간을 보이는 치료요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HER2 양성 위암은 질환 자체가 악성이고 예후가 좋지 않다. 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암종에서 20개월에 근접한 생존 기간을 보인 경우는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최초이며, 일부 환자는 완치를 목표로 수술이 가능해지기도 했다"며 "즉, HER2 양성 위암 환자는 면역항암제 치료가 시급한 환자군이자,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자군"이라고 말했다.
임상연구를 토대로 빠르게 임상현장에 안착한 셈인데, 오상철 교수는 다년간 쌓인 키트루다 처방 경험이 HER2 양성 위암 치료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여러 암종에서 쌓아 온 치료제의 임상 데이터와 이상반응 관리 경험이 하나의 '무기'가 돼 적극적인 처방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그는 "하나의 약제가 여러 암종에서 일관되게 효과를 보이면, 의사들은 해당 약제에 익숙해지고 이상 반응 관리 경험도 쌓인다"며 "키트루다는 다양한 암종에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고, 이상반응 관리 측면에서도 많은 의사들이 익숙하다"고 강조했다.
오상철 교수는 "과거에는 항암화학요법에서 경험하지 했던 폐렴 이상반응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지만, 현재는 관련 진료 지침이 마련돼 있어 대응이 가능하다"며 "현재는 키트루다를 사용하면 의료진들이 '웃으면서' 치료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고 견해를 밝혔다.
항암제 부분급여 적용 속 치료제 부담은 여전
이 가운데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항암제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항암제에 신약을 병용하거나 적응증을 추가하더라도, 기존 약제의 보험급여는 유지되는 방향으로 기준이 개정됐다. 소위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정책이다.
이 같은 변화로,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에 사용되는 트라스투주맙 및 항암화학요법이 부분급여로 적용되면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오상철 교수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일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제 가격 걸림돌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개정이 환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 생각한다. 다만, 키트루다 병용요법에서 항암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가 차지하는 금액은 일부이고, 환자들이 치료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부담은 키트루다"라며 "즉, 부분급여 적용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감소한 것은 맞지만, 아직 비급여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자연스럽게 임상현장에서는 '키트루다' 급여 적용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터.
참고로 지난 2월, 키트루다는 HER2 양성 위암(PD-L1 CPS≥1) 1차 치료를 비롯해 HER2 음성 위암 (PD-L1 CPS≥10), 식도암(PD-L1 발현 양성, CPS≥10), 직결장암(MSI-H/dMMR 양성), 2차 진행성 소장암(MSI-H/dMMR 양성), 2차 진행성 담도암((MSI-H/dMMR) 등이 급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을 통과했다.
하지만 급여 기준이 설정된 지 반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다음 단계로 여겨지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상철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암을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즉, 기존 치료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는 서광이자, 꼭 써야만 하는 치료법이 됐다"며 "경제적인 부분만 고려하기 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이제 일본의 GDP를 앞선 시점이지만, 현재의 약제 허가와 보험급여 시스템은 아직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상철 교수는 항암제 환자 부담측면에서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오상철 교수는 "경제적 이유로 최선의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환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 치료에 효과가 없고 대체 불가한 약제라면 선별적으로라도 신속히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 현재처럼 허가에서 급여까지 2~3년이 소요되거나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환자의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효과가 입증된 약을 '아직 급여 조정 중'이라는 이유로 사용할 수 없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전면 불허 대신 50%·30% 또는 6개월 등 일정 기간만이라도 지원하는 탄력적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있는 만큼, 인접 국가나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급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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