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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삭감에 병원들 잇단 승소…보험사 관행 바뀔까

발행날짜: 2026-10-23 05:30:00 업데이트: 2026-10-23 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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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이어 한방병원도 자보 진료비 반환 분쟁서 승소
수십만 원도 법정으로…반복되는 소송에 의료기관 부담 여전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둘러싼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법적 분쟁에서 병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반복돼 온 보험사의 진료비 지급 거부 및 사후 반환 요구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의료기관이 소송까지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둘러싼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법적 분쟁에서, 병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이어지면서 관심이 쏠린다.

1405만원 반환 결정 뒤집혀…의과 이어 한방병원 승소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자동차보험 진료비 반환을 둘러싼 소송에서 의료기관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8일 한방병원 운영자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보험사가 주장한 진료비 반환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사건은 2018년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대학병원에서 두 차례 척골신경 수술을 받은 뒤 한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환자는 2019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약 3개월 이상 입원했고, 보험사는 해당 진료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입원기간 등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심의회는 수술 후 치료 경과와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입원기간을 2주만 인정하고, 이후에는 주 2회 통원치료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방병원 측에 심사수수료를 포함한 1405만 700원을 반환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한방병원 측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 판단이 달라졌다. 재판부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이 치료 필요성이나 치료비 산정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심의회 결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지급한 진료비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

특히 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환자가 보험금을 편취했다거나 의료기관에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이번 판결이 장기간의 한방병원 입원 자체를 의학적으로 적절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진료기록감정에서도 입원 유지의 타당성을 판단할 정확한 차트 기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불필요한 입원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보험사의 반환채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험업계가 과잉진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한방병원 장기입원에서도, 법원이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나온 것.

의료기관 승소 사례는 의과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방법원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진료비 반환채무 부존재를 다툰 1심에서 정형외과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보험사는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비 지급을 보증하고 치료를 의뢰했다. 이후 약 3개월간 진료가 이뤄졌고, 보험사는 95만2000원의 진료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환자가 이미 충분한 치료를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심의회는 64만1070원을 반환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원장이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보험사가 진료비 지급을 보증해 치료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 뒤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진료비 수십만 원도 법정으로…10년 넘게 반복된 분쟁

문제는 이 같은 진료비 분쟁이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해당 원장은 이번 사건에 앞서 2011년에도 교통사고 환자 진료를 이유로 보험사와 소송을 벌인 경험이 있다.

당시 삼성화재는 경미한 교통사고 환자를 입원시켜 손해를 입었다며 해당 원장을 상대로 1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차량 파손 정도가 크지 않았는데도 환자를 입원시켰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후 보험사가 항소하면서 분쟁은 장기화했다. 결국 2013년 보험사가 항소를 취하하며 사건이 마무리됐다.

대학병원에서도 유사한 분쟁이 있었다.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후궁절제술과 경막외혈종 제거술을 시행한 대학병원의 진료비 청구를 인정했다. 당시 보험사는 해당 수술이 교통사고와 관계없는 기왕증에 대한 치료라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했다. 심의회 역시 보험사 주장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렸지만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분쟁 의료기관 승소사례

앞서 2014년에는 교통사고 환자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치료를 둘러싼 분쟁에서도 대학병원이 승소했다. 보험사가 기왕증을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한 진료비는 124만 원이었다.

의료기관들은 수십만~수백만 원의 진료비를 두고 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것. 실제 2015년 당시에도 대학병원들이 100만~200만 원의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해 200만~300만 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현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진료비보다 소송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병·의원은 법적 대응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보험사가 진료비 지급을 보증한 이후 뒤늦게 기왕증 등을 문제 삼으면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기관이 진료 당시 알기 어려웠던 환자의 과거 병력까지 사후에 문제 삼는 것은 진료비 분쟁을 넘어 의료진의 치료 결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환자 역시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분쟁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데다, 기왕증 인정 여부가 향후 손해배상금 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자동차보험 처리한 진료비를 사후 반환하더라도, 당시 국민건강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직접 급여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문제다.

법무법인 서로 이강일 실장은 "몇백만 원이 삭감되더라도 병원들은 소송비용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잉치료가 아닌데도 진료비가 삭감되면 소송으로 다투기도 어렵다. 보험사가 뒤늦게 기왕증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병원 입장에선 환자가 과거에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에서 지급하라고 한 치료비도 보험사가 분쟁심의회로 가져가 삭감하는 경우가 잦다. 더욱이 병원과 보험사 간 다툼에 정작 교통사고 피해자는 개입하기 어렵다"며 "기왕증 삭감이 확정되면 피해자는 손해배상금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건강보험 처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제도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승소에도 소송은 계속될 듯…기록 관리 중요

다만 의료기관의 잇따른 승소가 보험사의 진료비 반환 요구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사 역시 자동차보험의 적정한 운영을 위해 과잉진료 여부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관련 분쟁 자체가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법원에서도 의료기관이 언제나 승소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교통사고 환자에게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한 병원을 상대로 보험사가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 승소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해당 수술이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을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한방병원 판결에서도 장기입원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남아 있다. 입원기간 전체에 대한 진료기록이 충분하지 않아 의학적 타당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보험재정의 합리적 운영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료기관의 승소 판결이 쌓이더라도 보험사가 새로운 사건에서 치료 적정성을 다투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향후 유사한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기관 스스로 진료의 의학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남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입원 필요성과 치료 경과, 환자의 증상 및 기능장애 정도 등 실제 진료 판단에 영향을 미친 내용을 진료기록에 충실히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전성훈 이사는 "의료적 판단은 전문적 판단으로서 존중돼야 하지만 사회경제적인 필요성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로 요양급여나 선별급여도 그런 절차를 통해 급여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의료계도 어느 정도 의료 외적인 기준에 따른 판단을 수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형태의 소송은 보험회사들이 계속 법원 판단을 구하는 방식으로 이어갈 것으로 본다. 의료인은 어떤 의학적 근거로 치료를 결정했는지 충분히 진료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소송에서 판사는 진료기록을 보고 판단하게 되며, 진료에 수반된 여러 상황도 진료기록이나 간호기록지에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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