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법 국회서 충돌…"혁신 저해"vs"이해충돌 방지"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 설립을 금지하는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면서 산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실제로 16일 국회에서 열린 '닥터나우 방지법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산업계 성토가 이어졌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시장 교란과 환자 유인을 막기 위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공고히 했다.'닥터나우 방지법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산업계 성토가 이어졌다.이날 간담회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지영 상임이사는 닥터나우가 의약품 유통 시장에 진출한 배경이 '약국 뺑뺑이' 문제 해결에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후 약을 찾지 못해 여러 약국을 전전하는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실제 닥터나우가 재고 정보 시스템을 운영하기 전에는 비대면 진료 후 첫 방문 약국에서 약을 수령할 확률이 절반에 불과했으나, 서비스 도입 후 80% 이상으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대면 진료 제도의 완결성을 위해 약 수령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이다.또 최 이사는 플랫폼이 유통과 정보를 함께 다룰 때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 남용'이나 '약국 종속'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닥터나우는 국정감사 지적 이후 약국 노출 방식을 위치 기반으로 개편하고, 미제휴 약국도 재고 관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우려 불식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설명이다.그럼에도 현재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의 도매업 진출을 사전에 원천 봉쇄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이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만으로 직업적 권한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과거 '타다 금지법'과 같은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다.최 상임이사는 "약국 뺑뺑이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가 금지된다면 제도 완결성이 후퇴하고 혁신이 막힌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 '도전하지 말라'는 치명적인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스타트업이라고 무조건 봐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술 혁신이 국민의 우려를 해결하는 모범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법안이 재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어 "이번 사안이 플랫폼과 기득권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비대면 진료라는 새로운 제도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며 "기술 혁신과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벤처기업협회 유정희 혁신정책본부장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기술 기반 창업 기업 수가 매년 1만 개씩 감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벤처 투자 규모 역시 GDP 대비 0.26% 수준으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특히 AI,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의 진입 규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이 한국에서는 사업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도매상 설립을 금지하는 이번 법안은 '타다 금지법'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는 지적이다.유 본부장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우려되는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사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은 의약품 도매상의 환자 유인 및 리베이트 행위를 촘촘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만약 플랫폼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약사법 적용 주체에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를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의 대안 입법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제언이다.의료법을 통한 이중 규제 문제도 거론됐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3항은 영리 목적의 환자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 역시 이를 적용받는다.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도 중개업자의 의무 사항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만큼, 도매상 설립 금지법은 과도한 옥상옥 규제라는 비판이다.유 본부장은 "당초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덜 침해적인 대안이 분명히 있음에도, 시장 개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신산업의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불공정 행위가 우려된다면 사업을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후 규제 중심의 대안 입법을 통해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이어 "타다, 로톡 등 신산업과 기득권의 갈등 속에서 우리 청년들에게 창업과 도전을 권하는 것이 시대적 모순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국민의 편익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 판단해야 한다. 추후 마련될 비대면 진료 중개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세부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왼쪽부터)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기백 정책사업본부장,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혁신정책본부장,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지영 상임이사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기백 정책사업본부장은 이번 사태를 플랫폼 기반 혁신 기업과 전문 직역 단체 간의 산업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도 타다, 로톡, 삼쩜삼 등 플랫폼 기업이 성장할 때마다 모빌리티, 법률, 세무 직역 단체의 견제로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 이 과정에서 혁신 기업이 큰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다.또 그는 닥터나우 방지법이 법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영위하던 사업을 사후적으로 금지하는 과도한 사전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규제는 단순히 해당 기업의 위기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특히 투자자 입장에선 혁신 기업이 성장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점에 규제가 등장한다는 것이 큰 리스크로 다가온다는 것.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회수 여건이 악화되면 VC들은 결국 큰 손실을 보게 되며, 이는 향후 유사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규제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 본부장은 2012년 화장품법 개정 사례를 언급하며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촉구했다. 당시 화장품법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원료만 금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정됐고, 사실 관계 입증 책임만 강화하는 사후 규제를 택했다.이런 규제 개혁이 'K-뷰티'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듯,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도 동일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성장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산업을 옥죄는 사전 금지보다 네거티브 방식과 사후 규제가 효과적이라는 진단이다.이 본부장은 "VC는 시장 규모, 기술 성장성, 팀 역량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은 예상치 못한 규제가 튀어나올지가 투자 결정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혁신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려면 예측 가능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잘 되고 있는 사업에 갑자기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이어 "VC가 위험을 감수하고 대규모 자본을 혁신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화장품법 개정 사례처럼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산업을 키운 경험을 되새겨야 할 때"라며 "비단 닥터나우뿐만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AI,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제2의 타다'가 되지 않도록, 국회가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중소벤처기업부 심재윤 창업정책과장은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산업계 입장에 힘을 실었다.불공정 행위 차단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원천 금지'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기업이 위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강하게 사후 제재를 가하는 것이 시장 원리와 고객 편익에 부합하며, 사업 자체를 못 하게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스타트업의 본질이 문제 해결에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닥터나우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민들이 겪던 약국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며 공익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과거 약 배송 등으로 인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서비스를 시도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심 과장은 "복지부는 우려를 표하지만, 중기부 입장에서는 왜 기업의 영업 활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는 당연히 제재해야 한다. 하지만 일어날지 모를 일을 예방하겠다며 진입 자체를 막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 사후 규제가 산업 발전에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스타트업은 본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다. 닥터나우 역시 코로나 시기 국민 불편을 해소하며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기업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어디까지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규제 일변도가 아닌 상생의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왼쪽부터)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 중소벤처기업부 심재윤 창업정책과장반면 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은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유통과 처방·조제를 분리해 시장 교란과 환자 유인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스타트업계의 '타다 금지법' 프레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약사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강 과장은 타다 금지법과 이번 사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타다 사태는 기존 택시 업계와 새로운 운송 사업자 간의 경쟁 문제였던 반면,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유통과 처방·조제를 분리해 시장 교란과 환자 유인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닥터나우 방지법'이라는 명칭 역시,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번 개정안은 특정 기업을 타겟팅한 것이 아니라, 의약품 도매상과 중개 플랫폼의 겸업 금지라는 일반적인 원칙을 세우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만약 국내 1위 의약품 도매상이 플랫폼을 만들거나, 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IT 기업이 도매업에 진출하려 해도 정부는 똑같이 규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특히 강 과장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할 수 없는 것처럼, 플랫폼이 도매상을 겸업하면 구조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사 도매상이 취급하는 의약품을 구매하도록 제휴 약국을 유인하거나, 특정 약품을 밀어주는 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또 그는 이중 '약 뺑뺑이' 해결을 위해 도매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닥터나우 측 주장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의약품 시장 품목은 3만 개에 달하는데, 닥터나우가 취급하는 품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합법적인 사업을 사후적으로 금지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기간 동안 법적 공백이 있었을 뿐, 이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기존 의료법과 약사법의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일 뿐, 소급 입법이나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강 과장은 "언론이나 업계에서 '제2의 타다 금지법'이라며 신구 산업의 갈등으로 몰아가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약사회뿐만 아니라 환자단체, 보건의료노조 등 사회 전반이 유통과 처방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혁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혁신의 방향이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고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기준점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닥터나우가 공교롭게 스타트업이라서 혁신을 저해하는 것처럼 비칠 뿐, 정부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이번 법안은 '이해충돌 방지법'으로 불리는 것이 타당하다. 구조적인 유인 동기를 차단해 공정한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