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제 힘 싣는 가정의학과 "전 진료과 참여 모델 전제"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주치의제 정착과 의료 자율성 보장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이를 위한 제도 설계 참여와 정책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29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강태경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치의제 도입 ▲개원허가제 ▲비대면 진료 확대 등 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특히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일차의료와 주치의제의 개념 정립을 강조하며, 가정의학과의 정책 참여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강태경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주치의제 도입 방점 "과 간 입장 차 좁힐 것"우선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한국형 주치의제 설계 방향에 대해, 특정 전문과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과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제도 시행 초기에는 국민이 주치의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변경 또한 가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 시 정액 보상 등의 방식으로 단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구상이다.강태경 회장은 주치의제는 가정의학과만의 제도가 아닌, 다양한 전문과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 제도에 대한 과 간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가정의학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주치의제를 도입하기 위해 '인두제'와 같은 정액형 수가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면서도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실제 영국 주치의제의 경우 환자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조정된 인두수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1명이 아닌 1.3명 이상으로 계산하고, 85세 이상 고령자는 1.8명 이상으로 환산하는 식이다. 이렇게 고령자 진료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정당하게 보상하고, 일차의료 기반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미국 역시 의료기관 간 연계를 중심으로 한 혼합형 지불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치의제를 포함한 일차의료에서도 행위별 수가제와 성과 기반 보상이 함께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다만 주치의제를 통한 의료비 증감 여부와 관련해선 장기적으론 의료비 절감 효과가 예상되지만, 제도 초반엔 일정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실제 영국과 프랑스도 주치의제 도입 초기엔 의료비가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 절감 효과가 있었다는 것.반면 정부가 시뮬레이션이나 단계적 접근 없이 정책을 즉흥적으로 바꾸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제도를 시행하려면 국민과 의료계가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다.강 회장은 "주치의제를 보면 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항상 온도 차가 있어 왔다. 예전에도 정부가 어떤 안을 제시하면 한쪽은 찬성하고 한쪽은 반대하는 그런 상황이 몇 차례 연출됐다"며 "이런 상황은 비극이다. 서로 생각은 같으면서도 다른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온도 차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한국형 주치의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과 간 입장 차를 좁히겠다고 강조했다.■ 개원허가제·비대면진료 "강력 반대 입장 고수"개원허가제·비대면진료 등 일차의료에 타격이 큰 현안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개원허가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의료 접근성 저해, 의료 경쟁 약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개원허가제는 의료기관의 신설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오히려 의료공백과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것.비대면 진료와 관련해선 의협이 제시한 4대 원칙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에 불과하며, 재진·의원급 중심, 전담기관 금지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초진을 허용하는 영리 플랫폼 기반의 진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강 회장은 "개원을 통제해 의사들을 응급의료, 필수의료로 보내겠다는 계획은 자유민주주의 의료 시스템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전 정부의 근거 없는 의대 증원 강행과 다르지 않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의료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보단, 의료 전문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이어 "초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 허용도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다. 플랫폼 회사들은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조장하고 특정 의약품 판매를 유도하는 등 의료를 영리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초진 허용을 철회하고, 국민 건강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정의료기관 등록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환자가 특정 병·의원에 등록하려면 서류 작업이 필요하고, 의료기관마다 지침이 달라 혼란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제도는 일부 대상자만을 타깃으로 설계돼 오히려 불편만 초래하고 있으며,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가정의학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내시경 핸즈온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기반 다졌다"…가정의학과 역할 재정립 목표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취임 4주년을 기념해 그동안의 회무 성과를 조명했다. 코로나19 등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가정의학과는 동네 주치의로서 일차의료의 최전선을 지켰다는 평가다.특히 비대면 진료의 제한적 허용 상황에서 재택치료와 생활치료센터 진료를 수행했고, 예방접종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며 국가적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것. 이를 통해 가정의학과의 전문성과 사회적 역할이 재확인됐다는 설명이다.이 밖에도 일차의료만성질환관리사업, 재택의료 시범사업 모두에 가정의학과가 참여하고 있고, 올해엔 처음으로 수가협상 자문단으로 들어가 목소리를 냈다고 강조했다. 내시경 인증의와 관련해서도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외과의사회 등과 연계해 보건복지부와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학술 분야에서의 노력도 있었다. 강 회장은 지난 4년간 춘·추계 학술대회와 초음파·내시경 핸즈온 확대, 내시경 연수강좌 연계 등을 통해 술기 교육을 강화해왔다고 강조했다. 위내시경 중심의 워크숍은 향후 대장내시경까지 확대될 예정이며, '대한일차소화기내시경학회' 창립도 추진 중이다.상임이사회의 경우 24인 체제로 운영되며, 개원의 외에 봉직의·교수·헬스케어 전문가 등 다양한 인재를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5년에는 일본, 2026년에는 대만의 재택의료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회원과의 소통을 위해 포인트제, 홈페이지 개선, 지회 활성화 등도 추진 중이다. 또한 메디칼타임즈와의 MOU를 통한 정기 오피니언 기고, 로고 공모전, 유튜브 채널 운영 등 홍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또 만성질환 관리, 포괄적 건강관리, 지역사회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형 주치의제의 필요성과 참여 의지를 재차 밝혔다.그는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그동안 가정의학회와 장기간 주치의제도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시행해왔다"며 "단순히 '주치의'라는 말에 경계할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잘못된 이해와 상상으로 현 문제를 미뤄놓을 순 없다. 특히, 이번 정부는 주치의제도 시행을 공약으로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가정의학과는 보다 선제적으로 제도의 구성과 내용을 만들어서 정부의 정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할 것이다"라며 "국민도 주치의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는 부분적인 제도 보완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