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내년 4월부터 중증응급환자 수용 의무를 강화한 개정 응급의료법이 시행된다.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등이 수용 병원을 강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지정된 병원의 의료진이 불가피한 응급처치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형사책임은 면제된다.

21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응급환자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관련 의무 대상을 기존 응급의료종사자에서 응급의료기관 장까지 확대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공포됐다.
개정법 제6조는 ▲시설·장비·인력 등 응급의료자원 중 어느 하나가 모두 가동 중이어서 적절한 처치가 불가능한 경우 ▲최종진료 인력이 다른 중증환자를 진료 중이거나 예정된 수술과 시간이 겹치는 경우 ▲통신·전력 마비나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한 경우를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응급실 초기 처치뿐 아니라 수술 등 배후진료 인력의 실제 운용 상황까지 판단 기준에 반영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유가 발생하거나 해소됐을 때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알려야 하며, 상황실은 이를 119구급상황센터와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 각 병원에는 이 고지 업무를 맡을 전담인력을 둬야 하며, 국가와 지자체가 관련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반면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는 비상 상황에서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센터가 지역이송체계에 따라 수용기관(중증응급의료센터 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
지정받은 병원은 환자를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결국 일선 병원은 수용 불가 사유를 실시간으로 알릴 의무와, 상황실 지정 시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의무를 동시에 지게 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치료역량 확충 없는 수용 의무화가 현장의 혼란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앞서 지난 9월 29일 기자회견에서 "병원을 지정한다고 해서 부족한 치료역량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술과 입원 등 최종진료를 담당할 배후진료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용 의무만 강화하면 의료현장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의료진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조항(제63조)도 함께 마련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불가피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다 사상(死傷)이 발생한 경우,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던 기존 임의규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의무규정으로 강화했다.
특히 상황실 지정에 따라 중증환자를 의무 수용한 의료진에 대해서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형사책임을 전면 면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오는 2029년 10월 21일부터는 응급실 당직체계도 대폭 강화된다.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명칭이 바뀌는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담 전문의(또는 당직의사)를 최소 2인 1조로 배치해 24시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당직 인력에는 최종진료가 가능한 전문의도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국가와 지자체가 인건비·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번 법 개정으로 환자 수용 책임과 의료진 보호를 위한 틀은 갖춰졌지만, 실제 현장에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최종진료 역량을 평가할 세부 기준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지역이송체계에 따른 병원 지정 절차와 구체적인 운영 기준은 향후 하위법령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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