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도입 7년 차인 국가폐암검진이 연령·흡연력 중심 대상자 선정 방식으로 비흡연 고위험군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온다.
비흡연 폐암 비중이 높은 아시아의 역학적 특성과 과거 결핵 흔적이 남은 한국만의 임상적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 검진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가족력과 환경·직업 노출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반영한 위험도 기반 선별이 필요하다는 것.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국가폐암검진 대상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검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국가건강검진·건강보험에 축적된 데이터로 대상자 선별을 정교화하는 한편, 검진 규모 확대에 따른 판독 부담을 줄이기 위한 AI 활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흡연 폐암 사각지대…흡연력 중심 기준 한계
2019년 도입된 국내 국가폐암검진은 현재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4~74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LDCT) 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에서 시행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주요 근거로 마련된 기준이다.
문제는 아시아 지역의 폐암 발생 특성이 서구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아시아는 여성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이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흡연력 중심의 기존 검진 기준으론 일부 고위험군을 충분히 포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의료계에서도 흡연 외에 ▲유전적 요인 ▲가족력 ▲환경적 노출 ▲직업적 요인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폐암 발병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비흡연 고위험군을 검진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위험도 평가 모델과 추가적인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중환자내과 김연욱 교수는 "단일 요인으로는 왜 폐암이 비흡연 인구에서도 발생하는지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며 "유전적 요인과 흡연, 여러 환경 노출 사이의 상호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전문가는 가족력이나 기타 위험 요소가 있는 비흡연 고위험군을 검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위험 요소에 관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핵 흔적까지 고려해야…한국형 판독 기준 필요
한국만의 특수한 임상 환경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한국은 과거 수십 년간 결핵 유병률이 높았던 국가로, 일부 고령층에서 과거 결핵으로 인한 폐 흉터가 관찰된다.
이런 결핵 흔적은 관련 소견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폐 종괴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어 판독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기존 폐결절 평가 기준을 한국의 임상 환경에 맞게 수정하고, 양성 결핵 결절에 특화된 별도 코드를 마련하는 등 판독체계를 보완해 왔다.
폐암검진 과정에서 확인되는 다른 질환의 소견을 활용하는 것도 검진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과제로 제시된다. 폐결절 판독에 국한하지 않고 한 번의 흉부 CT 촬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보다 폭넓게 활용하자는 취지다.
일례로 폐기종, 관상동맥 석회화(CAC), 간질성 폐질환(ILD) 등은 폐암검진 과정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견이다. 이를 통해 폐암뿐 아니라 검진 대상자의 다른 건강 위험까지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의료 AI 분야에서도 한 번의 LDCT 촬영으로 폐결절과 폐기종, 관상동맥 석회화 등 여러 소견을 함께 분석하는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김연욱 교수는 "한국은 수십 년간 결핵 풍토병 국가였기 때문에 평생 남는 결핵 흉터가 관련 소견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들에게는 폐 종괴와 매우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상동맥 석회화나 간질성 폐질환 같은 소견도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폐결절뿐만 아니라 이러한 추가 소견까지 발견해 검진 대상자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는 데 AI 기반 도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진 대상 확대에 판독 부담 우려…AI 해법 될까
향후 논의될 국가폐암검진 권고안 개정도 중요한 변수다. 검진 대상 연령이 낮아지고 흡연력 기준이 완화되면 검진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흉부 CT 촬영 건수 증가가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 현상과 맞물리면서, 판독 인력 확보와 검진의 질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검진 대상 확대에 따른 부담은 단순 판독량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폐암검진은 한 번의 촬영으로 끝나는 검사가 아니라 이전 영상 비교와 결절 변화 추적, 재검 여부 판단 등 반복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정상 검사 결과에서 소수의 이상 소견을 찾아내야 하는 폐암검진의 특성도 판독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검진 규모가 커질수록 정상 가능성이 높은 영상을 선별하고, 의료진이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검사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에 AI를 활용해 정상 가능성이 높은 영상을 선별하고, 의료진이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검사에 집중하도록 하는 판독체계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AI의 활용 범위 역시 이전 영상 비교와 결절 변화 추적, 구조화된 리포팅, 다기관 판독 연계 등 반복검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AI가 실제 판독 업무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은 숙제다. 의료기관마다 기존 의료정보시스템과 AI의 연동 환경이 다르고 의료진의 활용 경험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관련 교육과 운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구진모 교수는 "우리나라 폐암검진 대상군을 넓히는 것이 논의되고 있어 대상자가 적어도 4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CT 촬영이 굉장히 늘어 판독이 문제가 되고, 전 세계적으로 영상의학과 의사가 부족해 AI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폐암검진은 대개 암이 발견되지 않는 검사에서 일부 암을 찾아내야 하는 방식"이라며 "AI가 정상인 것을 잘 걸러내는 기능을 활용하면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업무량을 줄이고 판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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