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폐쇄가 계속되면서 정신질환자 응급·급성기 치료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젊은 의사들의 정신병동 진료 기피로 인력까지 줄고 있어, 정신 응급 역시 필수의료로 보고 공공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7일 열린 '공공 정신의료의 필요성과 국가 책임' 토론회에서, 순천향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화영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정신병동 현장의 구조적 어려움을 조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병원 내 정신병동이 적자로 폐쇄됐다고 전했다. 병원 재정 부담은 물론, 관련 업무가 대학병원 인센티브 체계에서 제외돼 의료진 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신병동 환자 진료는 타 진료과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거의 없어 젊은 의사들이 병동 진료를 기피하는 상황이라는 것. 이 때문에 병원 내 정신 진료는 수면·불안장애 등 비교적 경증 외래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해졌고, 정신 응급과 급성기 진료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정신병동 폐쇄는 단순히 병원 운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전체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조차 적절한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퇴원 이후 외래 치료 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치료가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 이로 인해 환청·망상 등 증상 악화로 인한 범죄나 위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비자의 입원 요건이 강화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응급·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재발 위험이 있는 환자는 조기에 입원 치료를 받으면 안정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을 모두 충족해야만 강제 입원이 가능해, 재발이 임박한 상황인데도 입원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 이는 금방 회복할 수 있는 환자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이 교수는 "자타해 위험이 있어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을 하면 그대로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상당수다"라며 "재발 직전인 환자는 치료받고 안정되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실 수 있지만, 치료를 못 받으면 바로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자의 입장에선 당사자나 가족에게 잠깐 치료받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선택하도록 설득한다"며 "하지만 재발 직전 특정 공격성이 보이는 단계에서도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퇴원 후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래 치료 지원 제도를 현실화하고, 공공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실제 호주나 영국 등 해외의 경우 퇴원 후에도 정신과 전문의가 외래에서 10여 명의 환자를 정밀하게 관리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퇴원 후 치료 중단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공공책임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 ▲정신과 전문의 직접 파견 시스템 ▲심판원 중심 사법입원 제도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 등을 제안했다.
그는 "보호의무자 제도는 동아시아 특유의 가족 중심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도한 책임감으로 가족 살해 후 자살 같은 비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입원 여부를 가족이 아닌 공공이 판단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치료 필요성은 의사가 판단하고, 그 치료에 인권 제한이 필요한지는 판사나 정신건강심판원이 결정하는 이원적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당사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절차 조력인, 즉 변호사가 함께 참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정신 응급과 급성기 치료도 필수의료 영역이다. 공공 정신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이 법제화되고, 이를 수행할 예산과 인력, 전문 기반이 함께 구축돼야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런 문제는 정신건강복지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화성정신건강복지센터 전준희 센터장은 정신의료기관·복지시설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달체계가 미비하고 지역 격차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장애인 회복·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동료지원센터·재활시설이 있는 지자체는 50% 수준이며, 응급 이송을 사설 구급차에 의존해야 해 폭력·인권 침해 사례가 생기고 있다는 것.
정신장애인 동료지원센터를 확대하고, 정신 응급 공공이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장기 입원 문제 해소와 함께 오는 2026년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법에 정신장애인 역시 보장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센터장은 "제가 일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시는 분들 중에는 제 또래 당사자도 있다"며 "이분들은 과거 발병 이후 한 번도 입원하지 않고 수년간 지역사회에서 생활해왔지만, 부모 세대가 병들고 약해지면서 앞으로 혼자가 될 경우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신장애인은 노인·장애인 분들보다 적용이 뒤로 밀려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들도 돌봄 체계가 없으면 결국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수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통합돌봄 적용도 조속히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를 일부 국정과제로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급성기 환자의 만성화와 장기입원을 방지하기 위한 집중치료 병상 확충이 현재 시범사업 단계에 있으며,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도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사법입원 제도 도입은 준비과정이 복잡해 우선 공공이송체계 등 관련 기반부터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정신장애인 통합돌봄 체계 구축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관련 제도에서 통합돌봄 대상자를 평가하기 위한 '판정 도구'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의 경우 실제 판정을 수행할 전문기관이나 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다만 복지센터 내 통합돌봄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내년부터 절차 조력인 제도와 쉼터를 설치하는 등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된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지만, 시범사업부터 안정적으로 운영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김일열 과장은 "정신질환 급성기 환자 치료 병상을 확충하는 시범사업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도 국정과제에 포함됐다"며 "사법입원 도입은 논의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준비가 아직 어려워 공공이송체계 등 관련 제도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돌봄은 현재로선 부족함이 있다. 판정 도구는 연구부터 시작해야 하고, 수행 기관도 아직 없다"며 "다만 복지센터에 전문요원을 두는 방안과 쉼터, 절차 조력인 제도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통합돌봄은 다양한 인프라가 동시에 갖춰져야 하는 만큼, 시범사업부터 안정적으로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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