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요양병원이 제도권 내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장기입원 억제'와 '의료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요양병원을 제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돌봄 시대, 요양병원의 역할과 방향' 토론회에서 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부회장은 "현장 의료기관의 현실은 외면한 채 제도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법에서, 보건복지부 '통합판정 도구'를 도입하는 것에 따른 우려다. 이 도구는 환자의 의료·요양 필요도에 따라 돌봄 제공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료와 요양 필요도가 모두 높은 경우 요양병원, 요양 필요도만 높으면 요양시설, 둘 다 낮으면 재택 돌봄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 내 경증·선택 입원 환자는 사실상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판 결과에 따라 강제 배정은 어렵다 하더라도, 수가 차등 정책을 통해 환자의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안 부회장은 실제 건강보험 지불제도 추진단이 중증 환자에게는 수가를 인상하고, 경증·선택 환자는 수가를 대폭 낮추는 방향의 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요양병원 입장에선 환자 수용 시 손해를 보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특히 정부는 요양병원의 기능을 '의료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요양 기능 중심의 기존 수가 체계는 한계에 직면하게 됐고, 행위별 수가 전환과 같은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다.
안 부회장은 이런 요양병원의 역할 전환이 현실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증 환자 중심 병원으로 재편되면 간호사·의사 등 의료 인력의 질과 수량을 대폭 강화해야 하지만, 지방 중소 요양병원은 이미 인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 현재도 한 해 100여 개 이상의 요양병원이 폐업하고 있으며, 의료법인 요양병원 상당수는 '퇴로'조차 없는 상태로 운영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 구조상 상급종합병원과 급성기 병원에 인력이 몰리는 구조에서, 인력 확충 없는 기능 전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증 진료를 위한 수가 정상화 ▲호스피스 수요 대응 위한 임종기 병동 신설 ▲효율적 환자 관리를 위한 재택 돌봄 진입 허용 ▲의료기관 선택권을 침해하는 통합판정 수가 유인 구조 개선 ▲다기능 수행 병원에 대한 의료복합체 제도화 ▲운영 한계 병원 대상 퇴로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안 부회장은 "정부는 통합돌봄지원법을 통해 모든 노인 돌봄을 지역사회 재택 기반으로 전환하려 하지만, 이는 시설과 병원을 사실상 배제하는 방식"이라며 "요양병원을 사회적 입원 해소 수단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의료 공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가 말하는 '의료 중심 요양병원'의 정확한 기능 정의와 재정 지원 없는 기능 전환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며 "의료·돌봄 통합정책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요양병원을 배제하지 않는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요양병원 우려에 대해 "제도의 완성된 형태가 아닌, 이제 막 시작되는 틀"이라며 "요양병원의 참여와 역할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제도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역별 여건과 수요에 따라 점차 보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통합판정 도구' 도입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선 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참고 지표일 뿐, 의료기관 선택권을 배제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요양병원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자원을 연결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
복지부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단 구재관 사무관은 "법 시행이 정책의 완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지역 전달체계를 마련하고, 부족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확충해 나가는 준비 과정에 있다"며 "요양병원도 퇴원 환자 지역 복귀나 재입원 연계 등 다양한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라기보단 '대상자'로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각자의 욕구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서 집에 있고 싶은 분은 재택 기반으로, 필요시엔 요양병원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며 "통합판정은 의료·요양 필요도를 판단하는 도구일 뿐, 모든 결정을 강제하거나 획일화하자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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