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24시간 급성기 뇌졸중 대응 체계가 인력 부족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대한뇌졸중학회의 신임 수장으로 선출된 차재관 교수(동아대병원 신경과)가 현장의 절박함을 알리며 정책적 대전환을 촉구했다.
차 교수는 오는 3월부터 1년의 임기를 시작하며, 전공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전문의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5년으로 진단했다.
차재관 교수는 현재 수련병원들이 겪는 인력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의정 갈등 이전에는 전공의가 뇌졸중 대응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현재는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PA)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 교수는 "과거에는 전공의가 급성기 대응의 100%를 담당했다면, 지금은 PA가 환자의 3분의 2 이상을 보고 전공의는 일부만 담당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예전처럼 트레이너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모든 결정을 내리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 인력의 고령화는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차 교수는 "PA 시스템은 임시방편일 뿐 이를 지속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문의와 PA로 부족한 인력을 메꾸고 있지만, 전문 인력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장을 지키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전공의 정원(TO)은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선배의 삶이 곧 미래"…전공의 지원 이끌 유인책 절실
전공의들이 뇌졸중 분야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차 교수는 '열악한 삶의 질'을 꼽았다. 신경과 내에서도 응급 상황이 적은 치매나 말초신경질환으로 지원자가 쏠리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
차 교수는 "전공의들은 선배 세대인 뇌졸중 전문의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서며 삶이 무너지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이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있는 전문의들을 거점병원으로 모아주는 정책적인 배려가 없다면 신경과를 선택하더라도 뇌졸중 파트로는 들어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가 충분히 확보돼 2주에 한 번 정도만 당직을 서는 환경이 조성돼야 전공의들이 비전을 갖고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차 교수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응급실 수용 거부 문제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응급의학과가 모든 환자의 유입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으로는 1분 1초가 급한 뇌졸중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응급실 체류 시간이 길지 않고, 뇌졸중 팀이 호출되면 검사실과 시술실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며 "응급실에서 침대 하나만 비워주면 우리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데 현재는 입구에서부터 거부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급대와 뇌졸중 전문의 간에 직접 환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루트를 열어줘야 한다"며 "누가 환자를 분류하고 컨트롤할 것인지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내 안전망 구축을 위해선 지자체의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부산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1차 책임은 부산시에 있다"며 "시장이나 도지사들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 건물 건립이나 공원 조성에만 예산을 쓸 게 아니라, 응급환자 이송 플랜을 짜는 데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회 외연 확장과 AI 기술을 통한 의료 격차 해소
차 교수는 1년의 짧은 임기 동안 학회 구성원을 정예화하고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구급대원을 학회의 주체로 포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는 "캐나다 뇌졸중학회에 가보니 의사보다 간호사와 구급대원이 더 많았다"며 "환자 선별과 케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 간호사들에게 학회 차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취약 지역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거제 지역 병원과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밤에 혈관 촬영이 어려운 병원에서 AI 프로그램을 통해 시술 필요 여부를 미리 판단해 정보를 보내주면, 환자가 거점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시술 팀이 세팅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족한 전문 인력을 보완해 줄 실질적인 기술로 이미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 교수는 마지막으로 "2026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뇌졸중학술대회(WSC)는 전 세계적인 전문 인력 부족과 응급 시스템 문제를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국내 시스템의 허들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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