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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외면받던 국산 의료 AI…해외 성과 들고 '금의환향'

발행날짜: 2026-06-12 05:30:00

신의료기술평가 등 규제+판로 개척 난관에 수출로 눈 돌려
대학병원 진출 목매던 관행 옛 말…해외 매출 기반 U턴 전략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성장 공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 진출에 목을 매던 관행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사업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료기술평가 등 각종 규제를 넘고 국내 대학병원들의 불신을 깨기 위해 노력하느니 처음부터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뒤 국내로 돌아오는 이른바 'U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1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뷰노와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등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며 국내에서 재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국내 대학병원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해외에서 먼저 매출을 만든 뒤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루트를 택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코어라인소프트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권역 책임 의료기관 AI 진료지원 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9개 대학병원에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중증, 고난도의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권역 의료기관의 진료 역량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전국 17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론적으로 코어라인소프트가 전체 사업 대상 기관의 절반 이상을 확보한 셈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흉부 CT 분석 솔루션 에이뷰(AVIEW)를 중심으로 전 세계 21개국에서 인허가를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그리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받는 평가는 이와 다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매출 중 해외 사업부의 비중은 62.4%로 전년 동기 대비 224%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독일 시장이 있다. 독일이 올해 4월부터 저선량 CT 기반 폐암 검진을 건강보험에 편입하면서 AI 기반 솔루션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코어라인소프트는 올해 1분기에만 독일에서 11개의 의료기관과 신규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에이뷰 라인에 대한 510(k) 허가를 받으며 미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해외 시장에서 먼저 경쟁력을 입증하며 매출 기반을 갖춘 뒤 국내 시장으로 환영받으며 돌아오는 트랙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비단 코어라인소프트만의 전략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 상당수 의료 AI 기업들은 국내 시장 확대보다 해외 시장 진출에 더욱 많은 인프라를 쓰고 있다. 무게 중심 자체가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국내 대표적인 의료 AI 기업인 루닛은 올해 1분기 매출 240억원 가운데 232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의 약 97%가 해외에서 발생한 셈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암 진단 AI와 바이오마커 사업이 성장하면서 사실상 해외 시장이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루닛과 함께 쌍두마차로 분류되는 뷰노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뷰노 또한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 딥카스를 기반으로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뷰노는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다. 또한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는 이미 실적을 거두며 외화 벌이를 시작했다.

특히 이미 미국 메이요클리닉 플랫폼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독일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쿠웨이트와도 검증 사업을 진행중이다.

산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정부 주도로 인허가 제도 등이 정비되고 있지만 신의료기술평가 등의 절차를 비롯해 건강보험 수가 등 기업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두터운데다 국내 의료기관들조차 국산 제품을 외면하고 있어 확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과거 국내 상급종합병원 진입에 목을 매던 기업들이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 사업성을 검증한 뒤 다시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A기업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는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 이후에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적정성 평가 등의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소모적이다"며 "어렵게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다 해도 국내 대학병원에 랜딩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하지만 독일 등의 선진국의 경우 매우 빠르게 인허가가 가능하며 통과하는 즉시 판로가 열리는 국가도 많다"며 "특히 해외 유수 국가에서 실적을 올리면 국내 병원들도 다른 시선으로 봐주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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