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국에서도 사용하는 약이다. 신약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완전한 신약도 아니어서 약가 부담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쓰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초급성기 뇌경색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테넥테플라제의 이야기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최근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 지침을 개정하며, 기존 표준 치료제 알테플라제(r-tPA)의 대안으로 테넥테플라제(TNK)를 공식 권고했다.
이번 개정에는 뇌졸중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 환자에게 0.25mg/kg 단일 정맥 주사로 투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특히 대혈관 폐색 환자에서 알테플라제보다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지난달 학회는 테넥테플라제의 국내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분초를 다투는 초기 대응, 그리고 적절한 치료가 예후에 미치는 효과가 큰 만큼 정맥내혈전용해술을 받는 뇌경색 환자들의 예후 향상을 위해 작용시간이 길고 출혈 부작용이 낮은 테넥테플라제의 허가가 시급하다는 것.
한국 뇌졸중 진료지침 급성기 치료 중 혈전용해술 지침 개정에 참여한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전 이사장)는 "다수의 대규모 임상시험과 메타분석 결과, 테넥테플라제는 알테플라제와 유사하거나 더 나은 효과를 보였다"며 "특히 EXTEND-IA TNK 연구는 대혈관 폐색 환자에서 더 빠른 재관류와 더 나은 기능적 회복을 입증했다"고 지침 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20건 이상 임상연구와 메타분석에서 테넥테플라제는 기존 약제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성적을 보였고, 뇌출혈 같은 출혈성 합병증은 오히려 더 낮았다.
90일째 좋은 기능적 예후를 보인 환자 비율은 40%로 알테플라제의 37%와 비슷했고, 사망률도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모든 형태의 뇌출혈 발생률은 16%로, 알테플라제의 22%보다 낮았다.
배 교수는 "대혈관 폐색 환자에서 재관류 속도와 회복률을 개선한 EXTEND-IA TNK 연구는 지침 개정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며 "단일 주사 방식, 긴 반감기, 높은 섬유소(피브린) 특이성 등도 활용성을 높이는 장점으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테넥테플라제는 기존 알테플라제의 개량형으로, 반감기가 길고 섬유소 특이성이 높아 혈전 용해 효율이 우수하다. 무엇보다 5~10초 단일 주사만으로 치료가 가능해 응급실뿐 아니라 이송 과정에서도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다.
배 교수는 "알테플라제는 1시간 동안 주입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테넥테플라제는 단 한 번의 주사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특히 의료 인력이 부족하거나 환자 이송이 필요한 지역에서 단일 주사투여 후 즉시 이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유행이나 의정사태로 인한 의료 공백 속에서 테넥테플라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테넥테플라제가 도입된다면 골든타임 손실을 최소화해 임상 현장의 안타까운 상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넥테플라제는 이미 한국에서 한 번 허가를 받았던 약이다. 안전성 및 효능에 있어서는 검증을 완료한 바 있다는 것.
배 교수는 "테넥테플라제는 2003년 국내에 심근경색 치료제로 도입됐고, 당시에도 단일 주사라는 편의성과 빠른 작용 시간으로 주목을 받았다"며 "하지만 처방 환자 수가 적고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몇 년 전 제조사가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 현재는 뇌졸중 치료용은커녕 심근경색 용도로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신약 재도입 절차가 필요해 지난 2024년 8월 식약처에 허가 신청이 들어가 심사 중이지만 언제 허가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테넥테플라제는 현재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와 보험 급여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오프라벨 사용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미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돼 수년간 쓰였던 약이, 단지 판매 구조 문제로 사라진 뒤 다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에 조바심이 난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속내. 그 사이 환자들은 더 나은 치료 옵션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의 발로다.
더 답답한 건 주변국 상황과 비교했을 때다.
그는 "중국, 태국, 호주, 미국, 유럽은 이미 테넥테플라제를 급성 뇌경색 표준치료에 포함시켰고, 일부 국가는 알테플라제를 거의 완전히 대체했다"며 "중국과 태국은 한국과 의료 인프라가 비슷하거나 더 열악한 지역도 많은데, 그런 나라들에서조차 환자들은 단일 주사로 치료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만 아직도 한 시간 넘게 주입하는 구형 약을 쓰는 건 아이러니"라며 "연간 약 8천명에서 1만여명의 국내 뇌경색 환자가 정맥내혈전용해술을 받고, 이 중 상당수가 더 간단하고 빠른 약을 쓸 수 있는데도 허가 지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걸 인식해 달라"고 촉구했다.
약제 도입 이후 기대되는 변화는 뚜렷하다. 단일 주사 방식은 응급실 프로토콜을 간소화하고 병원 간 전원 환자에게도 신속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지방·도서 지역처럼 전문 의료진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 교수는 "단일 정맥 주사 방식은 응급실 내 투약 준비를 간소화하고, 병원 간 이송 시에도 보다 빠르게 치료할 수 있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며 "치료 접근성이 올라가면 단순히 후유장애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 자체를 낮출 수 있다"고 역설했다.
향후 연구 계획에 대해 배 교수는 "의료 취약지에서의 이송 전략에 관심이 있다"며 "현재 알테플라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군, 예를 들어 발병 4.5시간 이후 중간 크기 혈관 폐색 환자에서의 테넥테플라제 적용 방안을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테넥테플라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뇌졸중 치료의 표준이 되고 있는 약제"라며 "한국 환자들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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