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치료제 시장 주도했던 메트포르민 역사속으로 저무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당뇨병학회는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뇨병 환자 1약물 치료 시 메트포르민을 우선 사용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지침 개정안을 공개했다.대한당뇨병학회가 진료지침 개정을 통해 메트포르민을 제2형 당뇨병 1차 치료제에서 제외키로 했다. 효과 좋은 신약들이 지속 출시됐고, 초기 병용요법이 당뇨병 예후에 긍정적이라는 근거들이 쌓이면서 메트포르민은 확고했던 1차 치료제 지위에서 물러나게 됐다. 1950년대 부터 본격적으로 처방되었다고 보면 대략 등장 75년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격이다.30일 당뇨병학회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향후 진료지침 개정 방향을 공개했다.메트포르민은 일반적으로 제2형 당뇨병 진단 시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하는 1차 치료제로 권장되지만, 최근 일부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개별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른 약제를 1차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미국 당뇨병학회–유럽당뇨병학회 공동 가이드라인(ADA-EASD)은 2022년 개정을 통해 심혈관질환, 심부전, 만성 신질환이 있는 환자는 혈당 수치나 메트포르민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나 SGLT-2 억제제를 1차 약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KDIGO의 2022년 신장질환 가이드라인 역시 만성 신질환(CKD)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메트포르민 대신 SGLT-2 억제제를 1차로 고려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이병완 진료지침이사(연세세브란스 내분비내과)그간 주요 학회들은 신기능 저하 등 메트포르민을 쓰기 어려운 제한적인 상황이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등 환자들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다른 약제를 권고했지만 대한당뇨병학회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이병완 진료지침이사(연세세브란스 내분비내과)는 "이번 개정 지침의 하이라이트는 1차 약제인 메트포르민의 제외"라며 "지난 임기 때 메트포르민에 대한 메타 분석을 시행했고, 이번에 연장 분석을 시행했지만 타 약제 대비 우월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그는 "우리나라 당뇨병의 특징은 젊은 청년층과 노인 당뇨병이 많다는 것"이라며 "젊은 층에서는 에너지가 많은 상태이지만 노인에서는 이화작용이 심해 메트포르민을 쓰기 부적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체중 감소와 다음, 다뇨와 같은 이화작용(catabolism)은 노인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고 근육량 감소를 통해 전반적인 쇠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식욕 저하, 구역과 같은 부작용을 가진 메트포르민은 영양 상태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학회는 2023년 2형 당뇨병 약물치료 항목에 포함된 "약물 치료 시 메트포르민을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는 항목을 삭제하는 한편 초기 병용요법에 무게를 실어줬다.이 이사는 "약물치료 시작 및 초기부터 당화혈색소의 목표와 현재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며 "약물치료 초기 시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라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밝혔다.한편 고혈압 관리 항목에서는 기존 140/90 mmHg 미만 목표치를 130/80 mmHg로 강화했고, 비만 관리 항목에선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2형 당뇨병환자가 비수술치료로 체중감량, 혈당 조절에 실패하면 비만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는 요건에 대사이상지방간질환 개선 실패도 추가했다.차봉수 이사장은 "메트포르민은 좋은 약제가 분명하지만 문제는 마치 1차 약제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새로 나온 신약을 쓰기 위해 메트포르민을 실제 쓰지도 않으면서 처방을 하는 사례까지 생겨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지침을 개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학회는 지침 개정안을 8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제38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