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미경 수탁 검사의 중단 선언이 나온 지 2년. 그 사이 제도 보완 논의가 있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같다.
수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검사 지속이 어렵다는 것. 턱없이 낮은 수가에 검사 수탁기관마저 백기투항한 상황이다.
광학현미경이나 면역형광만으로는 진단이 모호하거나 불충분한 사구체질환에서, 전자현미경은 진단의 결정적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치료 여부나 강도 등을 결정해야 하는 질환에서는 전자현미경이 치료 방향에 직접 영향을 준다.
고난도 병리 진단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던 검사는 왜 멈춰섰을까. 검사 중단 장기화 시 발생할 문제는 무엇일까.
임범진 대한신장학회 일반이사에게 전자현미경 검사 현황 및 개선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원인도 해법도 수가…개선은 의지 문제
"신장병리에서 전자현미경 없이 진단을 내리는 건, 눈 가리고 수술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임범진 연세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신장질환 진단의 핵심 중 하나인 전자현미경 검사의 위기를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신장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향 설정에 전자현미경 검사가 필수적이지만, 보험 수가 문제로 의료 현장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콩팥의 사구체신염 같은 질환을 진단하려면 조직검사가 필요한데, 이 검사는 일반현미경, 면역형광현미경, 전자현미경 세 가지로 구성된다.
특히 전자현미경은 사구체의 미세한 구조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 이 장비 없이는 정확한 병명 분류나 예후 판단이 어렵다.
문제는 전자현미경 검사의 수가가 턱없이 낮아 병원들이 검사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에 놓였다는 것.
검사 한 건당 수가가 12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원가는 36만원 정도로,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임 이사는 한 대당 7억에서 10억 원에 달하는 전자현미경 장비 가격과 유지비, 인력 교육비 등을 고려했을 때, 병원 입장에서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병원이 장비를 교체하지 않고 외부 수탁에 의존해 왔지만, 2년 전 서울아산병원이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수탁을 중단한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고 했다.
그는 아산병원이 연간 약 2억 원 정도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후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들도 줄줄이 수탁을 중단하면서, 전국적인 공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전국 병원들이 개인적 인맥에 의존해 수탁을 부탁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점차 그마저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자현미경 검사를 생략하거나, 아예 신장조직검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환자들은 모릅니다. 진단이 틀려도, 부족해도 그냥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는 자기가 정확한 진단을 못 받은 줄도 모릅니다."
이러한 진단 부정확성이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며, 면역억제제 투여 시점이나 이식 후 거부반응 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게 그의 판단. 결국 치료 시기를 놓쳐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고, 투석까지 가는 환자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임 이사는 "세브란스병원이 연 800건, 서울대병원이 약 1,000건 정도의 전자현미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 정도 규모에서야 겨우 인건비가 맞춰지는 수준이라고 했다. 연간 100~200건 정도 검사하는 중소병원은 구조적으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면역형광검사에서 소폭의 이익을 남겨 전자현미경 손해를 보전하며 버텨왔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병리과 자체의 위축도 가시화될 조짐이다.
신장조직검사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병리의사는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이며, 현재와 같은 수가 구조가 계속된다면 신장병리를 배우려는 젊은 병리의사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자현미경은 신장병, 이식 거부반응, 특정 감염질환 등을 세포 수준에서 식별할 수 있는 고난도 진단 장비로, 고가의 장비 비용뿐 아니라 고도로 숙련된 인력과 장시간의 분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독일 등에서는 전자현미경 기반의 병리 진단이 신장질환 진단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으며, 검사비 역시 우리나라보다 3~5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상급종합병원조차 검사를 꺼려, 일부 대학병원이 비용을 자부담하며 시행하는 실정이다.
그는 "진단검사의학과나 영상의학과처럼 고가 장비를 사용하는 진료과는 수가가 비교적 잘 반영된다"며 "병리과는 환자가 진단 누락을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조차 어렵다"고 분석했다.
임 이사는 병리학회 산하 신장병리연구회가 수년 전부터 전자현미경 검사 원가 산정 결과를 바탕으로 수가 인상 필요성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모두 무산됐다고 밝혔다. 전체 검사량이 연 3,500건 수준이라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도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은 의료 질 향상의 중요성 인식 및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 이 문제는 분명히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병원이 검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환자도, 보호자도, 다른 의사도 모르기 때문에, 진단 정확도가 떨어지고 의료 질이 저하되는 상황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환자는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되고, 그 대가는 전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이사는 "우리나라처럼 경제력이 있는 나라에서 신장 질환을 짐작으로 치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런 상황은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지, 선진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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