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인천세종병원을 찾았다. 지난 2017년 개원한 이 병원은 혜원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두번째 병원으로 부천세종병원에 이어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심뇌혈관 질환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8년 전 개원 당시에도 감염 예방을 강화한 병실로 병원계 관심을 모았던 바, 2025년 현재에는 디지털 기술까지 접목하면서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병원 전체가 하나의 '스마트 시스템'
지하 1층~11층 규모의 인천세종병원은 층마다 특화된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1층에는 18개 병상 규모의 응급의료센터와 국제진료센터, 외래진료실, 2-3층에는 외래진료실, 각종 영상검사센터와 특수검사실, 5층은 재활치료센터, 인공신장실, 6층은 중환자실, 수술실, 혈관조영실, 병리과, 6층 이상은 병동이 자리잡고 있다.
병동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 도입이었다. 의료장비부터 환자까지 모든 것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모든 장비에 이런 스티커를 부착했어요"라며 간호팀장이 휠체어에 붙은 작은 센서를 가리켰다. "예전에는 장비 찾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컴퓨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누가 어디로 가져갔는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요."
환자 안전 관리도 한 차원 높아졌다. "치매가 있거나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도 이 센서를 부착하면 환자위치 추적이 가능해집니다. 원내 어디 가도 환자를 찾을 수 있어서, 옛날처럼 CCTV 돌려가며 찾을 필요가 없어졌죠."
분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고가 장비들이 분실되는 경우가 많이 줄었고, 다른 병동에서 필요한 장비가 있으면 여기서 검색해보고 가져와서 쓸 수 있게 됐다. 병동 내 환자 정보도 디지털화 하면서 명찰 등도 전자식으로 전환했다.
병원 내 소통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다. 환자 이송 요청도 일일이 전화 대신 태블릿을 통해 가능해졌다.
중환자실에서는 48개의 일반병동 환자와 24개의 중환자실 환자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중앙에 있는 48개 모니터는 병동 환자 중 텔레메트리(Telemetly, 환자의 정보를 원격으로 알 수 있는 장치)를 달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왼쪽 24개 모니터를 통해 중환자실 환자의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인천세종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병상 간 간격이다. "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장은 물론 감염 예방에도 효과적이죠." 건축 단계에서 병동 내 베드와 베드 사이에는 커튼이 아닌 가림판을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강화했다.
비만수술센터·장기이식센터 주목할 만한 성과
인천세종병원은 설립 취지를 유지하면서 현재까지도 심장이식술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마침 취재간 전날에도 그 전주에도 심장이식술을 진행했다. 병원 비상대응팀 관계자는 "심장이식술은 인천 지역에서 가장 많이 한 병원일 거에요"라고 말했다.
비만수술 분야 성장도 눈에 띈다. 병동 간호사는 "한달 고도비만수술 건수가 약 70~80건에 달하죠"라며 전국 단위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고도비만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생명과 직결된 질환으로 고혈압, 당뇨 환자가 30kg 체중 절감하면 건강이 달라지는 것만 보더라도 필수적인 의료영역"이라고 했다.
43년 역사, '심장병 없는 세상'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으로
해원의료재단의 역사는 1982년 부천세종병원 개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양대학교 교수였던 고 박영관 이사장이 소아심장수술의 한계를 절감하며 시작한 도전이었다.
"82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소아심장수술을 하는 병원이 10여 곳이고, 수술한 환자가 생존하는 병원은 절반도 안 됐어요"라고 박진식 이사장은 과거 의료현실을 전했다.
부천 역시 당시에는 의료 취약지였다. "교통사고 환자가 제일 많았고, 분만 환자도 많았어요." 하지만 세종병원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개원 후 6개월간, 심장수술에 대한 준비 기간을 가졌다. "회장님 성격상 정말 철저하게 준비하셨어요. 매일 도상훈련하고 동물실험하면서 '이 환자가 나타났다고 쳐봐, 너희 어떻게 할 거야' 이런 식으로 예행연습을 계속했죠."
1983년 1월, 드디어 첫 번째 심장수술에 성공했다. 세종병원은 83년 개심수술만 47건, 다음해 3배가 넘는 184건의 실적을 올리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후 세종병원은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수많은 수술들을 선보였다. 당시 '세종의학'이라는 의학 저널까지 발간했다.
90년대 중반쯤 되자 소아심장 분야의 공백이 거의 메워지면서 성인 심장병 환자가 늘었다. 세종병원은 자연스럽게 성인 심장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현재는 소아와 성인 1:4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소아심장질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사라지면서 또 다시 공백이 커지면서 다시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료법인, 공공성 제외하면 존재 이유 없어"
"의료법인은 공공성을 제외하면 존재 이유가 없어요. 민간병원과 무슨 차별이 있길래 세제 혜택 더 받는 거 말고 더 있느냐고 하면, 그게 바로 공공성이죠."
박진식 이사장은 의료법인은 구조적으로 공공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세종병원 매출 중 비급여 진료는 10%가 전부다.
그가 의료법인이 구조적으로 공공적이라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의료법인은 수익을 개인이 가져갈 수 없어요. 다시말해 이사장은 월급 받는 사람이지, 병원의 높은 수익이 발생해도 모두 가질 수 없어요. 법으로 의료법인은 그 수익을 목적사업에 재투자하는 것 이외에는 쓸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죠."
의료법인은 제도적으로 무조건 공공성을 위해서만 수익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의료법인은 이사장의 특수관계인이 이사회의 1/4 이상 참석할 수 없다. 이는 이사장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박 이사장은 의료법인의 투명성도 강조했다. "모든 이사회 회의록과 의사결정 결과는 보건소에 다 통보됩니다. 이사회에서 아무리 동의를 받았어도 보건소에서 부적절하다고 하면 이사회 구성을 재요청할 수 있어요."
또한 박 이사장은 시대에 따라 공공적 역할도 변화한다고 했다.
"82년도 설립 당시 심장수술 의료공백을 메우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은 국가 시스템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료시스템을 만드는 데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현재 세종병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과 지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받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병원들 간 네트워킹에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병원간 윈윈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보려고 합니다."
소아심장 분야에서 시작해 현재는 지역 의료 네트워크 구축까지, 세종병원이 추구하는 공공성의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공공성에 대한 의지는 시대가 변해도 지속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할 수 있어서 하는 일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은 다르다고 봅니다. 세종병원이 존재하는 이유, 우리의 미션과 비전을 통해서 방향성이 정해져 있어요. 어렵다고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면 그건 미션이 아니겠죠."
다음 목표는 병원 '디지털화'
43년 전 '심장병 없는 세상'이라는 설립 이념으로 시작된 세종병원은 이제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2009년 전 직원이 참여한 토론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세웠고, 2020년에는 다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미래 의료를 선도하는 의료기관'이라는 비전으로 진화했다.
2020년 새롭게 설정한 비전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미래 의료를 선도하는 의료기관'이다. 박 이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3단계로 설명했다.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은 종이나 머릿속에 있던 정보를 컴퓨터에 기록하는 단계예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은 그 디지털화된 정보로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아예 중간 단계가 싹 없어지는 단계죠."
박 이사장은 현재 세종병원의 수준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그는 2025년 현재 디지타이제이션은 99%, 디지털라이제이션은 7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10% 완료했다고 봤다.
박 이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AI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먼저 예진 챗봇. 올해 1월부터 시작해서 원내 적용 중이다. 초기 단계로 개선이 필요해 계속해서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원내 지식기반 AI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박 이사장이 그리는 미래 의료 현장의 모습은 혁신적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의 불만이 '의사가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어'라는 거잖아요. 사람이 컴퓨터 화면 보면서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은 다 없앨 수 있다고 봅니다."
의학적 판단을 AI한테 맡기면 의사는 자연스럽게 환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즉,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와 대화하고 환자와 접촉하고 환자를 지지하는 데 쓰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43년간 철학을 지켜온 세종병원은 미래의료 혁신을 위한 방향성을 정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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