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커뮤니티케어 확대를 추진하면서 일차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가정의학과의사회에서 관련 정책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치의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또 내시경 연수 평점 갈등으로 자체적인 내시경학회가 창립 예정이다.
7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간담회를 열고, 일차의료소화기내시경학회 창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한가정의학회와 함께 학회 내 내시경위원회를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특정과 중심의 불합리한 내시경 교육·인증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암검진사업에서 내시경 검사는 조기 암 발견과 예방의 핵심이지만,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교육·평가·인증 체계는 특정 전문과 중심으로 운영돼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 가정의학과나 외과 등에서 시행하는 교육도 동등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요구다.
대한가정의학회와 협력해 별도 학회를 창립해, 공정한 평가와 열린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학회를 통해 일차의료 전문과 의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시경 검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강준호 의무부회장은 "가정의학과의 내시경 교육은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국가 암검진과 관련해 내시경 교육과 질 관리를 꾸준히 이어왔고, 국제적으로도 관련 요구를 계속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학회임에도 연수평점 인정에서 배제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 인증을 특정 학회가 독점하는 구조는 공정하지 않다. 연구 용역을 맡긴 단체가 스스로 평가까지 하는 셀프 구조가 만들어져 있고, 이는 민주적 제도 운영과 맞지 않는다"며 "한 단체만 인정하고 다른 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시경 교육은 모든 일차의료 의사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태경 회장 역시 "내시경 교육과 인증이 특정 학회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같은 교육을 두 번 들어야 하는 비효율도 발생하고, 원하는 학술대회에서 듣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구조는 공정하지 않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의사회는 광역 단위 진료권 회복과 주치의제 정착을 병행해야 지역완결적 의료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 집중이 심화하면서 지역 1·2차 의료기관이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다.
이는 수도권 의료기관 과밀화와 지방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의사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단순 제도 도입을 넘어 '광역 단위 진료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지역 의료기관을 거쳐 상급병원으로 의뢰·회송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반대로 환자가 곧바로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경우 일정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 등 수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주치의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제도는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의뢰·회송을 조정하는 중요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많은 환자가 이미 단골 의사를 사실상 주치의로 인식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주치의제와 광역 진료권 회복을 병행해야 지역완결적 의료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최근 추진되는 한의 주치의 시범사업은 환자 안전과 전달체계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통합돌봄 체계에서 일차의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주치의로서 장기적 관리와 예방 중심 돌봄을 제공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독거노인·다중 만성질환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단발적 진료가 아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정의학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정부는 일차의료 중심의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지자체·보건소와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공보이사는 "환자가 지역에서 진료를 시작해 필요할 때 상급병원으로 이어지는 표준 경로를 복원해야 한다. 주치의제와 광역 진료권을 함께 추진해야 지역 완결적 의료시스템이 마련된다"며 "반면 최근 시행되는 한의 주치의 시범사업은 전달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어 환자 안전 차원에서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 사회에서 통합돌봄은 필수 인프라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전 생애에 걸친 주치의로서 예방·상담·장기 관리를 담당할 수 있고, 보건소·지자체와 협력해 시범사업을 확대하며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며 "환자가 사는 곳에서 돌봄을 받는 구조가 돼야 하고, 가정의학과는 의료와 복지를 연결하는 허브로 최적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치의제를 둘러싼 의료계 내부 이견은 여전하다. 제도 설계와 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하고,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특정 진료과에 편중된 역할 분담 구조가 과별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주치의제 등을 담은 일차의료 강화 특별법이 발의된 이후 여러 의사단체가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태경 회장은 "주치의제는 과거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통합돌봄, 재택치료, 비대면 진료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서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찬성 여지가 커졌다"며 "다만 상급병원에 권한을 집중시키는 방식에는 여전히 우려가 있고, 의료계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조건 반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문배 총무이사 역시 "의료계 내에 주치의제에 대한 오해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고령화로 늘어나는 만성질환 관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체 일차의료를 활성화하는 장치"라며 "환자를 특정 의사에게 예속시킨다는 식의 오해가 많지만 실제로는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제도며 특정 과의 이익을 위한 제도 역시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환자 선택권과 제도의 유연성이다. 환자가 더 유리하게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고, 세부 내용은 정책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주치의제가 가정의학과만을 위한 제도라는 시각은 맞지 않다. 일차의료 전체를 강화하는 제도로 이해돼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적 전자처방 전송시스템에 대한 반대 입장도 밝혔다. 중앙집중형 서버 구조는 대규모 해킹과 정보 유출에 취약해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에서다. 또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이 동시에 접속하는 구조는 서버 과부하와 전송 오류, 대기시간 증가 등 진료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약국 단계에서 대체조제가 활성화될 경우 의사의 처방권이 약화되고, 환자와의 신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우려다. 이미 민간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어 별도의 공적 시스템을 강제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성배 총무부회장은 "공적 전자처방전송시스템은 보안 위험이 크다. 대규모 해킹이 발생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서버 지연이나 장애로 진료와 조제가 지연될 수 있으며 행정 부담도 늘어난다. 기존 민간 시스템도 이미 98% 이상 참여율로 잘 작동하고 있는데 굳이 공적 시스템을 또 만들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처방전송이 성분명 대체조제를 전제로 한다는 점도 문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속에서 만들어진 처방이 대체조제로 변질될 수 있다"며 "처방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 계획을 통해 형성되는 결과물인데 이를 공공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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