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은 연구에서 시작된다. 국내 데이터와 근거가 뒷받침돼야만 정책을 움직이고, 회복기 재활의 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대한회복기재활학회 김연희 회장(명지춘혜 재활병원 명예원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를 만나 초고령화 시대에 회복기 재활 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회복기재활학회는 올해 3월, 재활 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며 출범했다.
본 학회는 기존 의학회가 의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간호사, 물리·작업·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행정 전문가 등 회복기 재활에 관련된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학술 단체다.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은 급성기 치료 이후 환자의 기능 회복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직 제도적·학문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연희 회장은 학회 창립 배경에 대해 "급성기 이후 회복기 재활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정책적·학술적 배경을 마련하는 데 있다"며 "단순히 의료인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회복기 재활에 종사하는 모든 전문가들이 참여해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학회의 주요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질적 수준 향상이다.
김 회장은 "회복기 재활에 종사하는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회는 교육 프로그램, 임상 연구, 다학제 팀워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목표는 다양한 연구를 통한 정책적 기반 마련이다. 김 회장은 "회복기 재활의 제도적 정착을 위해 정책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어떤 환자가 회복기 재활을 받아야 하는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근거로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것이 학회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김연희 회장은 우리나라 뇌신경 재활 분야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재활의학과 전공의 1기 출신으로, 뇌졸중 재활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인식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2007년 대한뇌신경재활학회를 창립해 다학제적 연구와 임상 발전을 선도했으며, 삼성서울병원에 20년 근무하며 대규모 뇌졸중 코호트 연구를 주도했다.
해당 코호트 연구는 2012년 시작해 1만2500명의 환자를 10년 이상 추적한 대형 프로젝트로, 회복기 재활의 효과를 학문적으로 입증했다. 정부에서 연구 중요성을 인정받아 현재 20년 연구로 연장 진행 중이다.
김연희 회장은 "연구 결과, 회복기 재활을 받은 환자들은 기능 회복 속도뿐만 아니라 사회 복귀율도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경제적 효과 역시 회복기 재활을 통해 연간 약 43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을 시행할 때는 반드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당시 재활난민 문제가 논란이 되고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도 재활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연구결과까지 발표하면서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이러한 경험이 회복기 재활 분야의 연구 강화에도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재활의학과를 전공한 초창기까지는 국내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아 해외 논문 등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공부해야 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활의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연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급성기-회복기 재활, 기준 불명확…지속적 임상 연구 필요"
현재 회복기 재활 의료는 제도적 정착 단계에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김연희 회장은 회복기 재활 성공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기능 회복의 극대화, 성공적인 사회 복귀, 지속적인 재활 연구'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회복기 재활은 황금 시간대에 충분한 재활이 진행될수록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충분하고 집중적인 재활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며 "재활 시간과 강도가 환자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로도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환자가 신체적 회복을 넘어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이를 위해 병원에서부터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환자에게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재활 코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임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학에서만 연구는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과 병원, 산업계가 연계된 네트워크를 통해 근거 기반 치료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급성기와 회복기 재활 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급성기 환자가 회복기 병원으로 입원하는 사례가 있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환자를 받게 되면 재활보다 메디컬 케어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혼돈이 크다"며 "급성기부터 회복기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회복기 재활, 의료-장애 중증도 고려한 수가 가산제 도입해야"
이러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가 가산제와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연희 회장은 회복기 재활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를 '수가 체계'라고 꼽았다.
그는 "재활은 의료 중증도와 장애 중증도를 고려한 가산제가 반드시 필요다"며 "중증 환자나 장애 환자를 돌보는 데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현재 수가 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환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 확보도 필수"라며 "일부 병원은 휠체어 생활을 연습할 수 있는 '트랜지셔널 홈'이나 자동차 탑승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병원장 개인의 선택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하기에 제도적 지원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충분한 공간과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환자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재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가 개선 없이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초고령화 시대에 회복기 재활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재활을 적기에 도와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연희 회장은 "회복기 재활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라며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필수의료"라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사회적 손실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에 더 많이 참여하고, 연구를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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