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 통과 임박…사법부 '판단 기준' 변화 기대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완화가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왔다.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입법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의료분쟁조정법이 내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특히 이번 개정안은 과거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던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이 제도적으로 안착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정책적 무게감이 남다르다.당시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유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법 리스크를 지목하며 의사가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약속했으나, 세부 내용을 둘러싼 각계의 이해관계 충돌로 입법 과정에 난항을 겪어왔다.이번 법안 통과는 그간의 교착 상태를 깨고 필수의료 의료진 보호라는 정책적 결실을 맺는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은 여전히 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우선 형사처벌 특례의 전제조건인 '종합보험 가입 의무화'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지적하고 있다. 별도의 국가 지원 없이 고액의 보험료를 의료기관과 의사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정책 취지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실무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7일 이내 경위 설명 의무화'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명을 강제하는 것이 의료진의 방어권을 제약할 수 있고, 추후 사법적 판단 과정에서 불리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아울러 특례 제외 범위인 '중과실 8개 항목'의 모호한 기준도 한계로 지목된다. 사법부의 해석에 따라 특례법의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보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안은 국가가 의료사고를 더 이상 개인의 과실이나 불운으로 치부하지 않고, 제도권 안에서 '형사처벌 면제'라는 대원칙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특히 응급의학,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고위험 진료 분야의 의료진들에게는 실질적인 심리적 방어막이 생긴다.법조계에서도 이번 개정안이 가져올 실무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송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들은 법안의 미비점보다는 '성문화된 면책 규정'의 존재 자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의료 소송 전문 A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라는 거대 담론의 출발점이 마련된 셈"이라며 "법안이 지닌 상징성이 향후 사법부의 판단 기조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현재로서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설명 의무'나 '보험 가입' 등의 절차적 부담이 커 보일 수 있으나, 법적으로 형사처벌 특례가 명문화된다는 것은 검찰의 기소와 사법부의 판단 기준을 바꾸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그동안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판사의 재량에 의존하던 영역이 제도화됨에 따라, 오히려 방어 진료를 줄이고 의료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이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법안이 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상의 허점은 시행령이나 향후 개정안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며 "당장 의료계가 100% 만족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법 리스크라는 거대한 장벽에 균열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입법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 역시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이해관계자를 100% 만족시키기보다, 우선 제도를 시행한 뒤 보완해 나가는 선(先) 시행 후(後) 보완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