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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예산 한계로 '흐지부지'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이 시행된 지 넉 달. 의료현장에서는 "지원사업이 시작됐지만 달라진 건 없다"는 회의적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온다.중증 진료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분명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너무 적어 사업 전후로 체감되는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메디칼타임즈가 이제 첫발을 뗀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의 진행 현황을 살펴봤다.■ "응급실·중환자실 가산 수가…의료현장 반영 재검토해야"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전국의 2차병원 175개소가 참여 대상이다.이번 지원사업의 목표는 포괄 2차 종합병원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의료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환·증상에 대한 포괄적 진료역량을 확충하는 데 있다.사업 시작 후 4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병원 당사자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최희정 전략기획본부장(감염내과 교수)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비교할 때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지원금 규모가 너무나 미미하다"고 지적했다.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은 이번 지원사업에 참여 중이다. 그는 "예산이 촘촘히 뿌려지지 않으니,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느낄 수 없다"며 "변화를 만들기에 지원금이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중증, 응급환자 등을 더 보라는 방향성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원래도 중증과 응급환자를 꾸준히 받아왔고, 전원 환자를 가려 받는 일도 없었기 때문에 환자군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전국 175개 병원을 대상으로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기능 강화와 병원 기능혁신을 추진한다며 3년간 총 2조1000억원(연 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47개 병원이 3조3000억원을 나눠 가진다. 숫자만 비교해도 체감할 수 있는 간극이 크다.항목별 예산 설계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예산 중 1700억원은 중등증 및 일정 수준 이상의 중증 진료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중환자실 수가 인상에 적용한다. 적정성 평가 결과와 연동하여 등급별로 중환자실 수가를 50% 인상해 1~2등급은 일당 15만원, 3등급 9만원, 4등급은 3만원을 가산한다는 것.또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환자 대응을 위해, 응급실 내원 24시간 내 시행된 응급수술(KTAS 1~3등급 환자 대상)에 대해 가산율을 인상한다. 권역·전문·권역외상센터는 50%,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50% 가산하여 연 1100억원을 지원한다.이외에도 중증·응급환자 등 24시간 진료기능 유지 위해 응급실 인력 당직비용을 지원한다. 운영계획 및 당직 현황을 확인하여 연 2000억원을 병원에 지원한다.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포괄2차 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지역응급의료센터 가동 등 지역에서 일정 규모를 갖고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결국 상급종합병원과 거의 유사한 의료 인프라를 요구하는 것인데 지원금은 그에 비해 터무늬 없이 적어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특히, 중환자실 등은 병원마다 운영 실태가 모두 다른데 단순 종별로 나눠 지원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중증·응급환자 등 24시간 진료기능 유지 위해 응급실 인력 당직비용을 연 2000억원 지원한다.■ '진료정보교류시스템' 활성화에도 전원 효과 기대 이하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의 한 축은 '진료정보교류시스템'이다. 병원 간 환자 기록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환자가 더욱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게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 돌아오는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시스템을 갖추고 업무협약을 통해 병원 간 네트워크도 작동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는 체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진료정보교류시스템은 병원 간 환자 진료기록을 안전하게 공유하는 국가 단위 플랫폼으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할 때 필요한 의료정보를 기관 사이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환자의 진단정보, 검사 결과, 투약 내역, 처방 기록 등이 전자적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CD나 판독지를 직접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다. 전원 과정에서 재검사를 줄여주고 진료 연속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를 포괄2차 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으로 삼았다.포괄2차 종합병원은 지역에서 환자를 처음 진료하고, 필요 시 상급 의료기관과 연계한 뒤 다시 지역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의료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이런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병원 간 정보 흐름이 원활해야 하기에, 진료정보교류시스템 참여는 사업 평가의 주요 지표로 포함됐다. 복지부 역시 보상 체계를 마련할 때 교류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최희정 교수는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인근 병의원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교류를 통해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에 교류가 없던 병원들과도 교류를 텄지만 이로 인해 환자 이송이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또다른 종합병원장 A씨는 "병원끼리 정보교류를 열심히 해도 환자나 보호자가 전원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송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도, 환자가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3년에 걸쳐 장기간으로 지원되는 시범사업이니만큼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지원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 예산 규모 자체를 확대해 각 병원에 지급되는 지원금이 늘어나게끔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