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규제와 억압으로 해결하려면 안돼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김동석 ()
기사입력 : 2021-07-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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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회장.
필자는 2021년 6월 19일 KBS 1TV 방송국에서 열린 '[생방송 심야토론] 6월 국회, 수술실 CCTV 어떻게 되나?'에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하여 출연 예정인 임원께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여 집도의가 시행하는 수술이 위축되거나 방해를 받는다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녹화가 되는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떨리고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집도의가 CCTV 설치가 되어 있다고 하여 환자의 생사가 걸린 전쟁터 같은 수술실에서 수술에 집중을 못 한다는 것은 생명을 맡긴 국민이 이해를 못 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더구나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매도하는 상황에서는 논란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술하는 의사 누구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CCTV로 감시하는 수술실에서 수술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작금의 수술실 CCTV 논란은 의사에 대한 신뢰와 환자의 인권 보호가 더 핵심임에도 정치 논리에 묻히고 있다.

의료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중요할 뿐 아니라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수술실 내의 CCTV 설치를 법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기 위해 국민과 의사의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수술실을 음습한 범죄의 현장으로 만들고,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어버렸다.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감시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월 28일 정책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참여자 1만 3900여 명 가운데 97.9%가 법률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주된 이유로는 의료사고 시 입증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불법행위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꼽혔고,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보장, 의료진 간 폭언·폭행 예방 등 이유로 들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는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의 대리수술과 의료사고와 같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부터 수술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의료 소비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알 권리 확보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수술실의 CCTV로 인한 환자의 인권 침해의 문제를 명확히 알리지 않고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이라 여겨지지만, 이렇듯 의사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되어 있음에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중앙일보 hot poll에서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CCTV가 설치되면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와 과도한 의료감시여서 의사가 위축돼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 맞섭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은"의 설문 조사에서는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3만2,653명 참여했고, 설치해야 한다 48%(15,747명), 설치할 필요 없다 49%(16,039명), 모르겠다 3%(867명)으로 나왔다.

국가적 재난 상황의 전염성 질환이 발생하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의료진이지만 이번 CCTV 의무화로 인한 논란이 가열되면서 의사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환자와의 신뢰가 파괴된 순간 의사로서의 역할은 한계를 나타내게 된다.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드라마의 의사들처럼 집도의를 꿈꾸는 젊은 의사들이 논란을 보며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현재도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필수의료가 겨우 버티고 있는데, CCTV 설치 법안과 같은 무리한 규제는 외과 계열 전공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고, 수련 기관 병원에서 충분한 수련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함으로 인해 숙련된 외과 의사들이 부족하게 될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로 의료계에서 일어난 특별한 일탈의 사례를 막는다는 명분은 타당하지도 않다. 범법행위는 현재의 법으로 충분히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CCTV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성범죄나 사회 문제가 일어났던 집무실 등 대한민국의 모든 공간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입법을 밀어붙이는 국회의원이나 토론회에서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한 번이라도 수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께서는 TV 방송에서의 수술 장면이 아닌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전 장면을 단 한 번만이라도 관찰하기를 바란다.

수술을 받는 경우 수술포가 씌워지기 전까지는 수술 침대 위에서 전신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산부인과, 비뇨기과, 유방이나 항문 외과 수술 같은 경우는 특성상 수술 부위 소독 및 수술 과정에서 민망한 자세가 노출된다. 수술실 CCTV 촬영이 되는 경우 그 영상자료를 하는 관리하는 직원이 볼 수 있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범죄자에 의해 불법 영상 유출이 될 수도 있다. 정부 기관도 해킹이 되는데 사설 기관인 병원 네트워크 보안 취약성을 노린 악성 해커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수술실 영상 녹화가 된 순간부터 이미 부작용이 예견된다.

외과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나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는 CCTV 설치 논란은 의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것이며,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인권도 심각히 침해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진을 감시 아래 두겠다는 여론전이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해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는 환자 의사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부의 일탈을 확대 해석한 소모적이고 과도한 규제일 뿐이다. 모든 문제를 감시와 억압 그리고 수많은 규제 일변도 입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를 잃어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워지기 전에 본 논란을 멈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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