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파편화된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단순 인력 확충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으로 상호 운용성 확보가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2일 대한디지털헬스학회는 '2026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의 현재와 AI 전환(AI Transformation·AX)의 미래를 조명했다.

■공공 중심 데이터 표준화 숙제 "상호 운용성 확보가 혁신 마중물"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최동진 본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보건의료 분야 데이터 생태계 구축의 시급성을 전했다. 현행 의료기관의 기록 시스템은 여전히 개별적인 로컬 코드에 의존해 기관 간 데이터 교류와 AI 접목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급증하는 노년층 인구와 만성 질환자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최 본부장은 보건의료정보원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및 용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표준인 파이어(FHIR) 기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해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정보 고속도로' 플랫폼과 '진료 정보 교류' 시스템이 그 일환이다. 이 사업은 공공기관과 일선 의료기관 임상 정보가 담긴 서로 다른 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환자가 자신의 진료 이력을 손쉽게 열람할 수 있는 체계를 넘어, 궁극적으로 두 시스템을 단일 체계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 본부장은 이로 인한 방대한 데이터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존의 노동 집약적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관마다 상이한 로컬 코드 체계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산적한 장애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료 현장의 데이터 수요를 충족하려면 AI 모니터링과 자동화 시스템 전면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파편화돼 있는 데이터 제공 플랫폼들을 하나로 묶어 기관 간 원활한 정보 교류를 돕고, K-큐어(K-CURE) 임상 데이터 네트워크를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의료 목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로 정밀 의료 선도"
데이터 통합의 실질적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정책도 제시됐다. 2027년 하반기 목표인 '영상 기록물(CD) 없는 세상' 구현 계획이 대표적이다. 환자가 상급 병원 진료 시 1·2차 의료기관에서 물리적인 CD를 직접 발급받아 지참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와 AI를 연계해 직관적인 영상 요약 정보를 의료진에게 직접 제공한다.
100만 명 규모 국가 바이오 통합 빅데이터 구축 사업도 진행 중이다. 유전체 및 임상 정보를 수집해 희귀 질환부터 중증 질환까지 아우르는 정밀 의료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의료기관의 낙후된 시설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도 우선 도입한다. 지역 간 양질의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술 지원이다.
이와 함께 최 본부장은 영상 정보 전자적 교류 시스템에 인공지능 요약 기능을 결합해 의료진의 의사결정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진료 연속성을 보장하고 중복 검사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최 본부장은 "9개 국립병원의 차세대 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휴폐업 의료기관의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자동 이관하는 절차를 정착시켜 행정적 편의를 대폭 개선 중"이라고 강조했다.

■AI 만성질환 관리 주목 "민간 플랫폼이 환자 주도성 강화"
이어진 세션에서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플랫폼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장 전략'을 발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기관과 개인 간 물리적·정보적 단절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황 대표는 병원 밖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짚었다. 또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동된 자사 모바일 솔루션을 통해 환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낸 성과를 소개했다.
해당 서비스는 누적된 식단 및 운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센서 부착 없이도 섭취 음식에 따른 혈당 변화 범위를 사전에 예측한다. 단순히 혈당 수치를 수동으로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이후에도 복합적인 AI 에이전트를 앱 내부에 오케스트레이션 방식으로 도입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환자 개개인 특성에 맞춘 장기 건강 로드맵과 대체 식품 추천 등 능동적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 중심에 서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딥러닝과 비전 AI 기술을 융합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실생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비용 센서 의존도를 대폭 낮춘 예측 모델을 현장에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다양한 외부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동은 물론 수면 무호흡증 추적, 스트레스 분석 기능까지 하나로 결합할 것"이라며 "만성질환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예방적인 디지털 건강 관리 플랫폼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AI EMR 개발 시급 "현장 밀착형 투자로 보건 안보 다져야"
의료기관 내부 디지털 전환을 이끌 핵심 과제도 제안됐다. 비정형 데이터의 표준화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한 'AI 네이티브 전자의무기록(EMR)'의 선제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황 대표는 현재 다수의 상급종합병원과 민간 기업이 연합해 비정형 임상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작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단기간에 의사들의 수기 진료 기록 등을 구조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기존 레거시 EMR 시스템에선 고도화된 AI 구동과 유지 보수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에 초기 아키텍처 설계 단계부터 벡터 데이터베이스(DB)와 그래프 DB 등을 탑재한 완전히 새로운 차세대 EMR이 필요해지고 있다는 것.
사전 문진을 통한 상생 모델의 유효성도 입증됐다. 메신저 챗봇 플랫폼을 통해 환자의 수술 전후 상태나 병원 이용 경험을 수집하는 방식이다. 이를 구조화된 데이터 형태로 병원 EMR에 연동시켜 간호사 등 일선 의료진의 행정 업무 부하를 대폭 경감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황 대표는 개별 병원의 로컬 코드 관행을 단기간에 뿌리 뽑기 어려운 만큼, 우회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력한 AI 머신을 투입해 기존의 파편화된 기록들을 국제 표준 코드로 신속히 매핑하는 식이다. 또 그는 이렇게 정제된 데이터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검증과 예후 추적 연구를 지원하는 핵심 자산이 된다고 짚었다.
황 대표는 "우수한 AI가 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결과로 증명되기 위해선 EMR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구조적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막대한 비용을 감내하며 의료 정보화 기틀을 다진 일선 병원들에 국가 차원의 전용 GPU 인프라 배분과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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