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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없는 서울대병원…정체성이 의심된다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1-07-05 05:45:50 업데이트: 2021-09-29 11:13:44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필자가 재미있게 본 의학드라마가 몇 개 있는데, 국내 드라마로서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고', 미드로서 'ER', 최근 보고 있는 '뉴암스테르담'(넷플릭스는 빨리 시즌 3를 올리기 바란다)이 있다. 김사부가 일하는 돌담병원, ER의 배경이 되는 시카고 카운티 병원, 뉴암스테르담 병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점이다. 즉, 정부나 지방자체단체가 공공보건의료의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으로서 공공의료기관에 속한다.

그런데 공공의료기관의 정의는 위와 같이 법에 명시돼 있지만 그 역할과 책임은 모호하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가 민간의료 중심으로 발달하게 되면서,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양하다. 그래서 공공의료 강화를 늘 논의하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말짱 도루묵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공공의료가 길을 잃은 데에는 공공의료의 구심점, 즉 공공의료의 거버넌스 역할을 하는 핵심 병원이 없기 때문인데, 이에는 서울대병원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은 매우 추상적인 단어같이 들리지만 정체성만큼 어떤 개인, 어떤 조직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예를 들어 식약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식품과 의약품(의료기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해보니 이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소위 조직의 수장이요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조차 말이다.

오히려 식약처는 (제약)산업발전의 초석이 되고자 하는 정체성이 더 강한데,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더 나은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실상은 제약산업의 발전에 가장 저해가 되고 있는 조직도 식약처이다. 최근 보도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 어디에도 안전이라는 단어가 없다. 식약처가 그렇게 간절히 확보하기 원하는 소위 전문성은 외주가 가능하지만, 안전은 외주가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서울대병원은 어떠한가? 요즘 보면 정체성을 상실한 식약처나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은 거의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서울대병원이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의료원 등의 민간의료기관과 다른 점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이런 민간의료기관과의 차별점이 의대 교육과 전공의 트레이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 필자는 의대 시절 환자들의 문진, 이학적 검사 등을 비교적 다양하게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인턴 시절에는 수술실에서 fascia tie도 해보고, 응급실 진료도 볼 수 있었다. 민간의료기관도 의대 운영과 대부분 관련돼 있지만, 혹시나 있을 환자들의 민원 때문에 교육병원으로서의 역할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서울대병원의 교육과 전공의 트레이닝의 질이 높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병원은 의료법상 불법의 소지가 있는 임상전담간호사 제도를 노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때 필자는 '서울대병원이 왜 이럴까?' 심히 우려됐다. 서울대병원은 그저 자기 병원의 인력 관리 효율성만 생각해서는 안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또 임상전담간호사 제도의 운영은 의대교육과 전공의 트레이닝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즉 양질의 의사를 훈련해 사회에 배출하는 역할마저 포기한 것인가?

또 서울대병원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의학적 근거에 기초해 적절한 대응과 사회적 합의를 주도했다. 이는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최고의 학문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 서울대병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개별 교수들이 질병관리청의 자문을 하고, 여러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겠지만, 정부 기관인 질병관리청이 하기 어려운 어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코로나 중앙임상위원장이신 오명돈 교수님은 최근 인터뷰에서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는 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에 대한 전문가 논의 및 사회적 합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셨다. 이는 오명돈 교수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며 책임이다.

도리어 최근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유튜브에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제목을 보면서 필자는 '서울대병원이 아주 맛이 갔구나' 생각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그 빈도가 아무리 낮더라도 의사로서 안타깝게 여기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는 낮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도대체!!!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여기에는 서울대병원이 조금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수준은 글쎄다. 여기에는 서울대병원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서울대병원이 지나치게 민간의료기관과 유사한 길을 걸으면서, 리더 없는 공공의료는 길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이미 너무 많이 넘은 것 같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서울대병원은 열심히 기업들과 MOU를 맺고 있는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또 이 병원의 수장들이 과연 공공의료기관장으로서의 정체성이 있는 분들인지도 의심스럽고, 앞으로도 별로 신뢰가 안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안전'이라는 정체성을 잃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을 해체하고 제3의 기관을 만들라고 요청했었다. 그렇다면 공공의료기관의 정체성을 잃은 서울대병원은 차라리 그냥 갈길 가도록 두고, IRB를 잘 운영하는 듯한 서울아산병원이나 아니면 이국종 교수님이 있는 아주의료원을 공공의료기관의 거버넌스 기관으로 세워보면 어떨까? 국립의료원은 아직 거버넌스 기관이 되기에는 조금 약해 보이니 말이다. 참고로 필자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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