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마이크로바이옴 임상, 100만 실증 DB로 답 찾겠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한때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가 연속된 임상 실패로 침체기를 맞은 마이크로바이옴 업계에 실증 데이터 기반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글로벌 웰니스 기업 암웨이(Amway)와의 파트너십을 축으로 대규모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HEM파마(에이치이엠파마)의 지요셉 대표를 만났다.HEM파마는 독자적인 장내 환경 재현 기술 'PMAS'로 맞춤형 웰니스 솔루션과 신약 개발을 동시에 추진 중으로 지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핵심은 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핀포인팅' 기술로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압도적인 데이터베이스"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 더딘 이유 "핫스팟 데이터가 없었다"임상 의사들 사이에서 '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지지부진한가'에 대한 의문에 지 대표는 시원하게 답을 내놨다.지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휴먼 게놈 프로젝트와의 비교해 설명했다."2000년대 초 미국 정부 주도의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단시간에 대규모 데이터를 모아 인구 전반을 비교 분석했고, 질병과 직결되는 유전자 영역인 '핫스팟' 40여 개를 찾아냈다. 핫스팟이 찾으면서 허셉틴 같은 블록버스터 신약이 등장할 수 있었다."HEM파마 지요셉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DB 100만건을 구축하면 핫스팟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게놈보다 약 100배 복잡하다. 인종·나이·성별·식습관에 따른 변수가 방대해 수천 개의 미생물 가운데 실제 질병을 유발하는 핀포인트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문제는 DB. 지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핫스팟을 찾아낼 만큼의 DB가 부족한 것이 한계점으로 꼽았다.그런 점에서 HEM파마는 조만간 마이크로바이옴의 '핫스팟'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HEM파마는 암웨이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마이랩(myLab)' 프로젝트를 통해 누적 17만건의 실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이는 지난 3년간 국내 마이랩 데이터 12만건에 지난 5월부터 일본 정식 출시 전 한정 판매를 진행했을 뿐임에도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미 5만 여건의 데이터를 축적했기에 가능했던 것.지 대표는 "현재 속도라면 2028년까지 100만 개의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DB 구축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100만 DB가 확보되면 인종·식습관 변수를 완벽히 걸러내고, 질병과 직접 연관된 미생물만을 핀포인팅해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마이크로바이옴 DB 구축은 미국 국립보건원이 10년간 3만 건에 그쳤을 정도로 한계가 명확했다. 이를 HEM파마와 암웨이가 마이크로바이옴 진단키트인 '마이랩'을 출시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추진한 것보다 빠른 속도로 DB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 로봇 자동화 임박…마이랩, 글로벌 확장 승부수HEM파마는 2028년 마이크로바이옴 100만 데이터 확보를 현실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지난 5월, 일본을 시작으로 태국·대만 등 글로벌 암웨이 본사의 협력 요청이 이어지면서 HEM파마의 가장 큰 과제는 대규모 시료를 처리할 수 있는 생산·분석 역량(CAPA)의 확장이었다.HEM파마는 최근 로봇앤드디자인과의 계약 체결을 통해 완전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현재 마이랩도 70~80% 자동화된 상태이지만 99%에 달하는 로봇 기반의 자동화를 현실화되면 국내는 물론 일본 등 전 세계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지 대표는 "로봇이 냉장고에서 시료를 꺼내 추출부터 NGS 시퀀싱 전처리까지 완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속도 향상은 물론 오류를 제로로 만들 수 있다"고 자동화 시스템 구축의 의미를 부여했다.그는 이어 "로봇 자동화는 마이랩을 해외 진출할 때 인력 교육이나 유지보수 리스크 없이 표준화된 고정밀 분석 시스템을 바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확장이 폭발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암 부작용 제어하는 '테라퓨틱 이네이블러'…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새 지평신약 파이프라인에서 지 대표가 주목하는 방향은 독자적인 항암제 개발이 아닌, 기존 블록버스터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테라퓨틱 이네이블러(Therapeutic Enabler·치료 촉진제)' 전략이다.지 대표는 "키트루다·옵디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난치성 설사와 대장 질환 등 심각한 면역계 부작용 때문에 투약을 중단해 암이 재발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현재 개발 중인 LARS 치료제(HMP-002)는 바로 이 항암 부작용을 제어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쉽게 말해 제 아무리 효과가 좋은 항암제라도 치료 중에 대장질환 등 극심한 부작용을 호소하면 결국 치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환자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HEM파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항암제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하는 치료 촉진제 개발에 한창이다. 그는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진행한 연구자 임상에서 배변 조절 개선 효과를 유의미하게 입증했다"며 "현재 호주 임상 2상 승인을 바탕으로 항암 병용 임상 디자인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지 대표는 "콜드 캔서(항암제 효과가 없는 암 환자) 대상으로 항암 투여기간을 안전하게 늘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마스터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실제로 HEM파마는 이미 표적항암제 개발 중인 대형 바이오사들과 MOU를 체결,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9월 출시 '뉴트리라이트 프로바이오틱스·비긴' 장 누수 차단하는 독점 균주HEM파마는 9월, 암웨이의 기술력이 집약된 '뉴트리라이트 프로바이오틱스'와 '비긴(Begin)'이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이는 단순한 유산균 배합 제품이 아니라,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장 누수(Gut Leakage)' 현상을 과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설계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존 프로바이오틱스와 차별화된 제품.지 대표는 "장벽이 무너지면 장내 독소와 미생물이 체내로 유입되어 전신적인 신경염증과 면역 교란을 촉발한다"며 "장벽 보호의 핵심 대사체인 '뷰트레이트(Butyrate)' 생성을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을 타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뉴트리라이트 프로바이오틱스는 3500개가 넘는 균주 스크리닝을 거쳐 독점 균주 2종을 발굴, 해당 균주의 장내 효과를 극대화하는 보타니컬 원료를 조합해 '비긴'을 완성했다.이번 제품은 균주명 자체를 '뉴트리라이트'로 명명한 암웨이 최초의 독점 균주 기반 제품으로 전 세계 100여개 이상 진출해 있는 암웨이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인 캐쉬카우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현재 뉴트리라이트 프로바이오틱스는 HEM파마의 세종 공장에서 생산하며 글로벌 라인업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종 목표는 자율 건강 플랫폼 구축"지 대표가 제시하는 장기 비전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빗댄 '자율 건강(Self-Healthcare)' 플랫폼이다.HEM파마는 하버드 의대와 공동 개발한 AI 플랫폼 '미네르바(MINERVA)'를 통해 질병이 발병하기 전부터 예측해주는 정밀 건강 관리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미네르바'는 전 세계 13만권 이상의 마이크로바이옴 논문을 학습해 3400여 종의 미생물과 3만 5000개 이상의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지도처럼 시각화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지 대표는 "바이오시밀러가 처음 나왔을 때 의학계는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시장을 증명해냈다. 마이크로바이옴도 메커니즘 규명이 어려울 뿐, FDA가 분변이식술을 승인할 만큼 임상적 실증 효과는 이미 확인됐다"며 "100만 빅데이터와 AI를 통합하면 의사 수준 이상의 정밀도로 개인 건강 스펙트럼을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