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병원 내 인공지능(AI)의 도입 및 확산에 가속도가 붙고있다. 그동안 의료 AI의 대표적인 활용처가 영상 판독과 진단이었다면,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간호 업무와 환자안전, 병원 운영 등으로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AI가 질환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수액 투여를 감시하고, 환자 상태와 알람을 통합 관리하는 등 병원의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 로봇 형태의 피지컬 AI도 개발되고 있어 10년 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닌 실제 피부로 체감할만한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HF 2026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스마트 간호 사례 공유 세미나'를 마련하고 임상 현장의 AI 도입 및 변화 양상,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김대겸 고려대 기계공학부·스마트모빌리티학부 겸임교수는 '임상 현장에서의 피지컬 AI 기술 적용'을 주제로 의료 현장에 적용될 피지컬 AI의 가능성과 과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5년 후, 1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당장 1년 이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의료기관이 피지컬 AI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정의한 피지컬 AI는 단순히 로봇에 AI를 탑재하는 것을 넘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센서로 주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학습해 스스로 행동하는 AI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질문에 대응하는 것처럼, 피지컬 AI는 실제 환경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이 상황에 맞는 행동을 수행하도록 한다. 다만 의료 현장은 환자의 체격과 관절, 체중, 보행 패턴 등이 모두 달라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학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도가 높다.
김 교수는 현재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Sim-to-Real'과 'Imitation Learning'을 소개했다. 가상환경에서 수천 대의 로봇을 동시에 학습시킨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거나, 간호사 등 사람의 동작을 로봇이 모방하도록 하는 방식. 특히 최근에는 시각과 언어를 이해하고 행동까지 연결하는 'Vision-Language-Action' 모델이 발전하면서,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수술 로봇 자동화, 의료진의 부상 위험 예측, 환자 낙상 예측, 웨어러블 로봇, 원격 ERCP 시술 등이 주요 적용 사례로 제시됐다. 수술 로봇의 경우 AI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보다 의사가 최종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AI가 행동을 수행하고 필요할 경우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보정하는 'Shared Autonomy'가 현실적인 도입 방식으로 제시됐다.
특히 간호 현장에서는 환자 이송이나 체위 변경 등으로 발생하는 의료진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아직은 고출력 액추에이터 등 하드웨어 기술이 걸림돌이다. 김 교수는 "로봇 지능만 잘 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충분한 힘을 내는 액추에이터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기술을 1~2년 내 정부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용 역시 병원 도입의 핵심 과제다. 김 교수는 휴머노이드가 아니더라도 바퀴형 로봇에 팔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하드웨어와 알고리즘 경량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일부 병원장들이 비용 회수 가능성만을 따지기보다 "미래에 먼저 선점하는 사람들이 이기는 싸움"이라는 관점에서 선제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대안암병원 역시 스마트병원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반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AI 진단·판독을 넘어 실시간 위치 추적(RTLS), 수액 모니터링, 환자안전 통합 모니터링, AI 근무표, 생성형 AI 챗봇 등 간호 업무 전반으로 디지털 전환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송보라 고려대 안암병원 병동간호1팀장은 "스마트병원의 기본 개념은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간호사가 환자에게 조금 더 필요한 간호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간호사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의 50~60% 정도가 간접간호 시간으로 포함된다는 연구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감염병 확산 등으로 의료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예측 중심으로 이동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병원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간호 현장에서는 반복적인 기록과 확인 업무가 환자와 직접 만나는 시간을 잠식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이에 고대안암병원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스마트병원을 구축했다. 일부 병동에서 파일럿을 거친 뒤 전 부서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PDA를 이용한 환자 확인·투약 관리부터 RTLS 기반 물품 추적, 기초검사 자동화, 수액 모니터링, 디지털 사이니지, 환자안전 통합 모니터링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PDA는 환자 팔찌와 투약 카드, 약품 등을 스캔해 환자와 처방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결과를 HIS에 자동 기록한다. RTLS는 주요 장비에 비콘을 부착해 인퓨저 펌프와 환자 모니터, PDA·태블릿 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초기 도입 병동의 간호사 만족도는 97%였으며 현재는 병원 전체로 확대됐다.
수액 모니터링은 투여 속도를 감지해 과속·저속, 막힘, 투여 종료 등을 확인하고 이상 발생 시 알람을 보낸다. 환자안전 통합 모니터링에서는 낙상, 콜벨, 수액 이상 등을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중요 알람은 간호사의 PDA로 즉시 전달한다. 온습도 모니터링도 약품 냉장고와 준비실에 적용해 기준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알람을 발생시키고 병실 앞 디지털 사이니지에는 낙상 위험, 감염 주의, 이송 방법, 금식 여부, 검사 일정 등을 HIS와 연동해 표시한다.
이어 AI 근무표는 간호사의 근무 선호도와 역량, 필요한 인력 등을 설정하면 AI가 근무표를 생성한다. 현재 사용률은 96%, AI가 작성한 근무표를 그대로 활용하는 비율은 85.5%다. 조사 결과 근무표 작성 시간은 43%, 작성 부담은 74.5% 감소했고 근무가 공정하다는 인식은 65%로 나타났다.

다만 디지털 전환에도 한계는 남아 있다. 전산화 이후에도 기록 항목과 시스템이 늘면서 많은 클릭과 입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송 팀장은 "기록을 하기 위해서도 결국 5번의 클릭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여전히 힘들고 지치는 부분이 남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병원을 통해 확보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은 간호사가 다시 환자의 곁으로 돌아가서 간호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변화는 AI 음성인식 기술로 실시간 간호기록을 입력·인증·저장하는 전자간호기록 Vobile ENR을 도입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도 확인된다.
'Vobile ENR 구축과 현장 활용 사례'을 발표한 김수빈 은평성모병원 간호정보간호사는 "ENR은 현재 채혈에서 95%, 수혈 이중확인에서 99.9%, 항암 이중확인에 100% 사용되고 있다"며 "ENR에 대한 인식 설문 결과 환자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사용한다는 비율이 77%로 간호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사용한다는 응답(36.7%)에 두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ENR은 초기에 업무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환자 안전 부분이 ENR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가 됐다"며 "ENR 사용으로 직접 간호 시간이 늘어났고 이는 다시 환자 안전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고 순기능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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