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추진하는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위헌성 여부 논란이 뜨겁다.
지역의사제는 별도의 전형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의대에 입학 후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의무복무 완료 전에는 의무복무 외 지역에서의 겸직을 금지하며, 불이행 시 1차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도 불응할 경우 1년 이내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린다. 면허 정지가 3회 이상 누적되면 면허취소가 되며, 취소 시에는 의무복무 잔여 기간 내 면허 재교부를 금지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10년의 의무복무가 직역 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의무복무 불이행 시 의사면허 취소 규정 역시 과도한 처분으로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대학 입학 당시부터 의무복무 내용을 충분히 인지해 선택하기 때문에,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 관점에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 위헌 논란 속 합헌 근거는?…'군법무관 판례' 기준 판단
법률 전문가들은 지역의사제 자체는 위헌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비에이치에스엔 오승준 대표변호사는 "지역의사제는 학생들이 입학 시점부터 의무복무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10년의 의무복무 자체는 위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미 타직역에서는 유사한 제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군대 내에서 법률 업무를 담당하는 군법무관이 대표적인 예시다. 과거에는 임용시험에 합격한 군법무관이 10년간 의무복무를 마친다면 민간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줬다.
실제 군법무관 의무복무 제도와 관련해 위헌성이 논란이 된 바 있지만, 2007년 헌법재판소는 군법무관의 의무복무 제도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장기간 복무할 군법무관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군사법의 효율과 안정을 도모하고, 군 내부의 법치주의 실현에 대한 공공의 손실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에 있어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이었다.
지역의사제 역시 공공의 손실 및 위험과 관련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기 때문에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지역의사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역 의료인력을 양성 및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로 반드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의대 신입생 중 일정 수를 지역 쿼터 전형으로 선발하고, 장학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졸업 후 일정 기간을 지방 의료기관에 근무토록 한다.
일본에서도 이와 관련해 개인의 자유권 침해 등이 법적 분쟁으로 나아간 바 있으나, 최고법원은 위헌 판결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변호사는 "의대 입학 당시에는 별도의 조건이 없었는데 갑자기 의무복무를 강요하면 심각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하지만 지역의사제와 유사한 제도인 ROTC 등이 이미 시행 중이기 때문에 도입에 큰 위험성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에 전형 공고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고지한다면 당사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 또한 이와 관련해 충분한 법률자문을 마쳤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는 "지역의사제 자체는 위헌성이 없다"고 전했다.
■ 면허취소, 비례의 원칙 위배 소지…"단계적 접근 필요"
다만, 의무복무 불이행 시 의사면허 취소 규정은 보다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할 때 지켜야 하는 '비례의 원칙(과잉규제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과도하다면 위헌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승준 변호사는 "해당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는 주장 자체는 타당하다고 보여진다"며 "규제 자체는 정당성이 인정되더라도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수위로 하는지 등에 따라 비례의 원칙이나 법의 균형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히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면허 취소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규제하는 것은 위헌성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의료전문변호사 A씨 또한 "면허취소와 관련해서는 향후 위헌 소송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지역의사제)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단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 시행 이후 헌법재판소가 의무복무를 불이행하더라도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지역에서 의무복무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져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
그는 "해당 지역에서 취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10년간 3번의 경고가 이뤄지면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규정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는 지역의사제를 통해 의료인력 수급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군법무관으로 10년 이상 복무하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했는데 당시에도 전문성과 공정성, 형평성 등이 계속해서 논란이 됐다"며 "유사한 내용인 지역의사제 역시 유사한 잡음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실효성 또한 담보할 수 없어 우려가 크다"며 "지역의료 위기 붕괴가 심각한 상황 속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비슷한 사업은 과거에도 수차례 실패 경험이 있다. 해외에서도 의무 복무 시행 초기에는 참여 조저와 이탈 문제가 나타났디 때문에 별도의 보상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법안소위는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위헌성 문제가 제기되자 법안 의결을 미루고 있는 상황으로 보건복지부는 12월 9일 정기국회 내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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