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활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민간 기업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실효성이 없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온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소비자·요양기관·EMR 업체를 대상으로 한 실손보험 전산화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10월 25일 보험개발원 플랫폼 실손 24가 의원·약국으로 2단계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저조했던 실손24 이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 소외되던 민간 서비스 "불공정 경쟁 심화"
하지만 민간 핀테크 업계에선 반발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보험업계는 실손24만이 유일한 창구인 것처럼 지원과 홍보를 집중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민간 실손보험 간편 청구 역시 금융위 인정을 받은 정식 서비스임에도, 이번 지원에서까지 배제된다면 불공정 경쟁이 심화한다는 우려다.
실제 금융위원회 지원 방안엔 실손24만 언급될 뿐 민간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민간 플랫폼 지원을 위한 업체와의 실무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 방안을 보면 금융위는 네이버·토스 등 플랫폼 결제와 연계해 접근성을 높이고, 이용자에게 기간 한정으로 1000원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또 알림톡을 통한 보험금 청구 연계와 함께 30만 원 이하 소액 청구 지급을 24시간 내로 신속화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유튜버 협업 영상 ▲네이버·카카오·유튜브 광고 ▲약국 봉투 홍보 ▲비대면 진료 앱·의약품 온라인몰 등 광고 ▲보험사 알림톡 발송 ▲참여 요양기관에 홍보물 등 전방위 홍보에 나선다. 또 참여 요양기관은 플랫폼 지도 서비스, 응급의료포털(E-gen)에 청구 전산화 연계 여부가 표시된다.
민간 핀테크 서비스는 이미 네이버·토스 등 플랫폼과 연계돼 월 70만 건의 청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에 더해 플랫폼 지도, 응급의료포털 및 각종 광고 등 노출도 면에서 완전히 밀리게 되는 것. 이는 정부가 민간 혁신 사업을 고사시키는 행태라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당시엔 핀테크 경로도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실손24에만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민 세금을 보험업계 플랫폼 띄우기에 쓰는 꼴"이라며 "민간 서비스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됐다. 정부는 환자 편익을 위한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특정 플랫폼만 독점적으로 키우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플랫폼 지도 노출, 응급의료포털 표기, 각종 광고와 포인트 지원이 실손24 연계에만 붙는다면 이용자 입장에선 마치 민간 서비스가 불완전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민간 핀테크 업계를 지원하는 것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정부 사업에서 특정 민간 업체만 지원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지 말고 실손24만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어느 플랫폼을 사용하는지는 정부와 무관하다"라며 "민간 사업자는 기존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 의료계도 "지원 실효성 없어…보여주기식"
요양기관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료계 비판이 나온다. 참여 의원·병원·약국에 대한 금융위 지원 방안을 신용보증기금 보증부 대출의 보증료를 5년간 0.2%포인트 감면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의사·병원 배상책임보험, 화재보험, 재산 종합보험 등 일반 보험 보험료를 3~5% 할인받는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 보증료 감면은 그 수준이 미미하고, 상업 보험료 인하도 청구 전산화 참여와 연계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정말 요양기관을 지원하겠다면 청구 간소화에 따른 행정 업무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
반면, 이 같은 보증료·보험료 인하 혜택은 포괄적이어서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고, 참여율 제고로 직결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향후 참여율이 낮을 경우 "혜택에도 요양기관이 불참한다"는 식으로 책임이 전가될 수 있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의료 정보 집적 우려도 여전하다. 보험사가 축적한 데이터가 보험금 지급 심사나 계약 갱신 과정에서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오랜 의혹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보험업계가 실손24만을 독점 창구로 삼으려는 모습은 그 의심을 키운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의원이 신보기금에서 몇십억 원씩 보증을 받는 것도 아니고, 보증료 0.2%포인트 수준의 감면은 몇천 원에서 만 원 수준일 것이다. 일반 보험료 인하라는 것도 청구 전산화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요양기관 지원책이라는 것도 결국 정부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행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목적은 환자 불편을 줄이자는 것인데, 이미 민간 핀테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하나로만 강제하는 것은 기존 업체에 대한 차별"이라며 "이런 행보는 정보를 한 창구로 집적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 EMR 회사에 제대로 지원해 줘야 연결이 되는 것이지, 요양기관에 보증료나 보험료 할인을 붙여주는 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EMR 업체 지원 규모도 불명확…성사될까
EMR 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만족할 만한 수준일지도 미지수다. 아직 구체적 예산 규모와 지원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EMR 업체에 각종 서버 구축비, 시스템 개발비, 확산비, 유지보수비 등을 보전하고 참여 기업에 실손24 연계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또 EMR 환자용 앱에서도 보험금 청구를 지원하도록 해 연계 범위를 확대할 계획도 담겼다.
하지만 그동안의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번 지원 방안 이전에도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는 EMR 업체와의 협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금융 당국 측은 일부 EMR 업체가 청구 건당 수수료를 요구한 것을 두고 "확산비·유지보수비 등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수수료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EMR 업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지원 수준이 확정된 게 없다. 금융위와 협의가 진행 중이고,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 구조 전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이미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해 무료로 의료기관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지원과 별개로 국민 편의 차원에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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