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사용과 치매 발병률간 근거가 축적되면서 관련 학회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난청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만큼 치매 예방 효과가 입증된 보청기 사용 지원 시 사회적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
9일 대한이과학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59회 구의 날을 맞아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개최하고 보청기 조기 착용의 임상적 근거 및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부는 일부 노인성 질환에 대해 검진, 치료비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난청에 대한 지원은 부재한 상황이다.
국민건강검진에 포함된 청각검사는 난청(40 dB 이상) 유무만 판단하고 보청기 구입 비용 지원은 청각장애인(60 dB 이상)만 해당해 괴리감이 존재한다.
문제는 40~60 dB인 노인 난청 환자는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난청이 심화되고 인지기능 저하, 치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박무균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청기 조기 착용의 임상적 근거' 발표를 통해 조기 진단과 조기 착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임상적으로는 청력 40dB 넘어가면 보청기를 권하는데 그 전까지는 환자가 스스로 난청 정도를 잘 느끼지 못한다"며 "여기서 방치하다가 20 dB이 더 떨어지면 청각장애인에 해당, 의사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청은 고령층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며 "듣는 것은 말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신생아 시기에 난청의 조기 발견 및 보청기 착용은 언어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아이들이 1세 이 전에 청각 재활을 시작하면 같은 나이대와 동일한 언어 발달을 보이지만 2세, 3세만 돼도 뒤쳐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덴마크 청소년 14~16세 2만 2천여명 연구 결과 난청이 심할수록 대학 진학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런 부분 모두 사회적 비용과 결부된 문제라는 것.
박 교수는 "난청은 성인의 인지 능력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말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소모되지만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어 듣기 이외에 학습 혹은 다른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 쉽게 고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난청의 조기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난청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주관적으로 난청을 인지 못하는 경우에도 난청이 진행되고 난청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도 소음하 청력이 감소돼 있다"고 했다.
그는 "보청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도 난청에서도 보청기 사용으로 인지기능 저하 예방 등 다양한 청각적 이득이 발생한다"며 "2019년 JAMA에 발표된 영국의 50세 이상 7385명 노인 코호트 연구 결과 노인성 난청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어 난청 검진 기회를 제공해 조기 청각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치매의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난청 기간이 길수록 청각피질의 가소성이 감소한다는 점 역시 조기 보청기 사용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치료하지 않은 난청은 청각피질의 퇴화를 유발해 난청 기간과 비례해 청각 재활의 효과가 감소한다.
보청기 조기 착용의 이득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박무균 교수는 "보청기 사용을 통해 지속적인 정보 습득이 가능하며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며 "2022년 국내 심평원 청각장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여성 보청기 미착용군은 추적 시작 후 약 5.7년이 지나면 치매 없는 사람이 90%로 떨어지고, 착용군은 약 6.7년이 지나야 같은 9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도 같은 경향성이 확인돼 미착용군은 7.7년에서 치매 없을 확률이 90%이지만 착용군은 9.1년으로 더 길다"며 "2020년 란셋에 발표된 연구에선 난청의 치매 유발 상대 위험은 고혈압, 알코올, 비만 보다 더 컸고, 심지어 외상성 뇌손상(TBI) 보다도 위험도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도 난청에서도 보청기 사용은 청각적 이득뿐 아니라 인지기능 개선 및 사회관계 개선과 같은 비청각적 이득을 제공한다"며 "청각 피질의 퇴화를 막을 수 있고 치매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착용을 원활히 하는 제도적 기반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도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성 난청 및 치매 환자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보청기 사용 또는 인공와우 수술 확대와 같은 대비책을 주문했다.
문 교수는 "고령인구 비중의 급격한 증가는 노화에 따른 난청 인구의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듣기가 뇌의 전반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 난청 발생 시 뇌의 구조적 변화 및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60세 이상 치매가 없는 참여자 2953명을 대상으로 한 20년 장기 추적 관찰 연구에서 70세 미만 보청기 사용군은 미사용군 대비 치매 위험이 61% 낮아졌다(HR 0.39)"며 "난청이 너무 심해 보청기로도 재활이 안될 경우 인공와우 수술도 인지 장애 개선에 주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보청기 지원 정책은 60 dB 이상 중고도 이상에서 한쪽만 부분 지원하고 갱신 주기는 5년으로 설정돼 있다.
문 교수는 "미국, 호주뿐 아니라 덴마크, 폴란드, 싱가포르는 양측을 지원한다"며 "보통 40 dB이면 지원을 하지만 호주의 경우 26 dB부터 전액 지원을 하는 등 국내 사정과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치매 관리 비용은 약 14조 6000억원으로 GDP의 0.8%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보청기를 지원함으로써 치매 관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보청기 지원 정책을 여타 주요 나라들의 기준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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