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막을 내리며 대대적인 전공의 복귀가 본격화됐지만, 필수의료는 더욱 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후 상당히 많은 전공의들이 복귀를 신청했지만, 필수의료 과목 지원율은 타과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잘못된 정책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고 비판하며, 다른 길을 향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현황 및 전공의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 "전공의, 상당히 돌아왔지만…필수의료 처참"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오는 29일까지 수련병원별로 진행된다.
병원별로 신청받아 확정한 모집 인원은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차 3207명, 레지던트 상급연차(2∼4년차) 7285명 등 총 1만 3498명이다.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총 2532명(의정 갈등 전의 18.7%)으로,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인원을 이번 하반기 모집을 통해 충원하게 된다.
전공의들에게 인기가 높은 서울의 빅5병원은 ▲서울대병원 인턴 136명, 레지던트 1~4년차 511명 ▲서울아산병원 인턴 118명, 레지던트 1년차 123명, 상급연차 245명 총 486명 ▲삼성서울병원 레지던트 1년차 106명, 상급연차 247명 등 총 353명 ▲세브란스병원 레지던트 1년차 139명, 상급연차 결원 범위 내 충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192명, 레지던트 1년차 201명, 상급연차 결원 범위 내 충원 등을 모집한다.
이들은 벌써부터 전공의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빅5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모집 시작 후 상당히 많은 모집에 접수했다"며 "다른 병원 전공의들의 문의도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빅5병원 교수 또한 "하반기 모집 전부터 복귀한 전공의들도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이번 모집을 통해 상당수 인원이 충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다수 복귀하는 과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지방병원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전공의를 모집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대전 서구에 위치한 지역 거점 종합병원인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은 연봉 17.4% 인상과 무상 숙소 제공 등 파격 조건을 내걸고 전공의 복귀 유인책을 마련했다.
대전을지대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할 순 없지만 상당히 많은 전공의가 돌아왔다"며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지만 군 입대와 장기간 사직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진료과목별 편차가 큰 것이 문제다. 그는 "필수의료과의 경우 복귀자가 없다고 볼 수준은 아니지만 타과 대비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총회 및 수련협의체 등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원서 접수하는 전공의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마지막에 지원자가 몰릴 수 있으니 병원도 끝까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 수련병원 관계자 역시 "하반기 모집 시작 후 어느 정도 접수가 들어오고 있지만 필수의료과목은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접수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지원을 기다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성적표, 윤석열 정부 정책 실패 보여줄 것"
전공의 당사자들은 필수의료 복귀 미진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빅5병원 전공의 A씨는 "메이저 병원임에도 필수의료 분야는 복귀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응급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모두 과도한 업무강도와 의료사고에 따른 높은 법적 부담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기피 대상이 되는 진료과목이다.
A씨는 "필수의료를 떠나 이미 다른 길을 찾은 전공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전공의 역시 당장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이유가 없다"며 "이러한 과들은 내년도 모집에도, 그다음에도 TO가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장 돌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군 입대 등으로 결원이 발생한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 이는 지방의료 인력 공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씨는 "전공의들은 정부와 깔끔하게 합의하고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고 기조가 변했기 때문에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뜻대로 필수의료 강화 등에 협조할 이유는 더더욱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의료, 필수의료 구멍은 기존에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이제부터 더욱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수련병원 필수의료과 사직전공의 B씨 또한 "의정갈등 사태 이전에도 전공의 유입이 저조했는데 이번 사태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이미 다른 길을 선택한 동료들이 많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면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수가 개선 및 의료진 법적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변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여전히 밤낮 구분 없이 불규칙적인 근무에 시달리면서 혹시나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이나 소송에 휘말릴 위험성에 늘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돌아가지 않아도 언제든 돌아갈 자리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당장 복귀할 이유가 없다"며 "차라리 기회가 있을 때 수도권 인기과나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련협의체 회의 중에도 전공의 측에서 필수의료 수가가 낮다는 지적이 나와 의논이 있었다"며 "필수의료 강화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정부 모두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방법으로 수가 개선과 인력 지원 방안을 병행해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건은 법안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환자단체 및 소비자단체 의견도 경청하면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