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무렵부터 형성된 국내 비만치료 시장은 약 25년의 시간 동안 날로 성장해왔다. 2000년에 제니칼이라는 지방흡수억제제가 처음 국내에 출시되고, 이제는 퇴출된 리덕틸이라는 비만약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비만을 병원에서 치료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고, 의료계와 함께 제약업계에서도 비만치료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질 정도로 언제나 뜨거운 이슈였다.
30년 정도의 짧은 비만치료의 역사 동안 이미 많은 제약회사는 비만치료약물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왔고, 아직도 지속적인 비만치료약물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효과가 좋은 약제들의 계속된 성공적 출시는 비만치료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실제 비만치료의 영역은 매우 좁은 게 사실이다.
비만 시장이 발전하자 ‘비만클리닉’이라 불리는 비만 전문 의원이나 병원이 생기게 되었고, 환자들은 비만치료를 위해 전문화된 클리닉을 찾는 게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비만클리닉의 환자들이 모두 비만 환자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는 비만을 미용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에 그 이유가 있지 않았나 싶다.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고 그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를 치료한다는 개념보다는 단지 살을 빼고 싶거나 몸을 예쁘게 가꾸고 싶은 이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개념이 더 우선시되고 있는 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비만클리닉 현실이기도 하다.
몇 년간 비만학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비만의 진단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유럽비만학회에서는 비만의 진단 기준을 단순한 체질량지수에만 두지 말고, 비만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와 그 위험도를 가지고 진단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러한 비만 진단 기준의 변화는 비만을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거나 '비만병(Obesity disease)'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비만 진단과 관련된 이슈는 체질량지수 기준으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권고되는 25 이상으로 하느냐, 서구를 쫓아서 30으로 올리느냐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비만 관련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대한비만학회에서도 비만을 질병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비만병'이라는 이름을 쓰자고 제안한 바 있고, 비만 진단과 관련된 기준에 있어서도 유럽이나 서구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임상적 비만'의 내용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비만을 질병과 연계하여 진단하는 것은 비만에 대한 관점의 변화에 있어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처럼 비만의 진단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이제 비만을 치료하는 시각의 변화로도 이어져야 한다. 위고비를 비롯한 많은 비만치료약물을 '비만병'이나 '임상적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누가 ‘비만병’을 치료해야 하고 누가 비만치료약제를 써야 하는지도 자명해진다.
비만치료를 미용의 관점이 아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또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는 환자의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기존의 만성질환 치료 환자에서 비만을 함께 치료한다고 생각한다면 비만치료의 주체는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비만클리닉’이 아닌 만성질환 치료의 핵심 기관인 일차의료기관이 되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물론 비만치료는 단순히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것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올바른 영양평가와 식사 상담, 운동 상담, 행동치료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만과 관련된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일차의료기관들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상담과 교육에 대한 경험이 대학병원 못지않게 많고 그 노하우도 축적되어 있다.
일차의료기관의 의료진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비만치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비만에 대한 공부를 해야만 한다. 비만 치료의 주체가 일차의료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위고비 이전에 나온 다양한 비만치료약물도 사용해야 하고, 위고비도 적절히 사용해야 하며, 위고비 이후에 나올 다양하고 강력한 효과의 약물들도 사용해야 한다.
강력한 효과를 가진 새로운 비만치료제들의 등장이 더 이상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클리닉의 상술에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일차의료기관의 강력한 치료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비만치료의 주된 주체가 '비만클리닉'이라 불리는 특정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들이 가장 편하고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차의료기관이 되어야 하고, 일차의료기관은 이미 고혈압, 당뇨병 치료의 전문가가 되었듯이 비만치료에서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야말로 학계에서 말하는 '비만은 질병이다'라는 선언적 문구가 실제 임상 진료 현장에서 구현되는 가장 중요한 현실적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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