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회의(ADA 2025)에서 흥미로운 세션이 열렸다. 바로 일반의약품 연속혈당측정기(OTC CGM)이 필요한 도구인가라는 주제였다.
당시 패널들은 CGM이 당뇨병 환자 관리에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가져왔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이 CGM을 착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OTC CGM의 광범위한 확산이 필요하다는, 즉 찬성론자들은 조기 진단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본인이 당뇨병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접근성이었다. 당뇨병 환자 중에서 의료기관에 방문이 어렵거나 전문의를 만나기 힘든 사람도 있는 만큼 CGM을 통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굳이 일반인에게 이를 확장할 필요가 없다는, 즉 반대론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강조했다.
이미 당뇨병에 걸려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당연히 고혈당, 저혈당을 막기 위해 필요하지만 일반인이 혈당 수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이다. 결국 쓸데없는 걱정과 우려, 혼란만 만들 뿐이라는 지적이다.
태평양 넘어 먼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쟁을 굳이 꺼내놓은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이같은 문제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CGM은 전문의약품(ETC)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없이는 착용할 수 없다. 그러던 중 일부 기능을 제한한 일반의약품(OTC)제품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누구라도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이면 집에서 CGM을 받아 스스로 착용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이미 CGM 광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불을 붙이면서 각종 소셜네트워크(SNS)와 유튜브, 커뮤니티에는 인플루언서들이 대놓고 이를 홍보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다이어트를 하는 건강한 성인들은 CGM이 자기 관리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식단 관리를 위한 도구로 쓰기도 한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본인의 혈당 그래프를 올려놓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덕분에 일선 병의원들은 이미 CGM을 들고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인이 직접 CGM을 부착하고 커뮤니티에서 비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은 뒤 본인이 당뇨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걱정하며 의료기관을 찾는 당뇨병 호소인들이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진의 시선도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둘로 나뉜다. 그럼에도 당뇨병 조기 진단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혈당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는 의견과 혼란과 혼동, 쓸데없는 우려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과도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나의 과제가 남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혼란과 혼동, 우려를 넘어 조기 진단과 혈당관리 인식을 키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이다.
찬성론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넘어야할 산이라는 의미고 이는 결국 의료인과 정부의 몫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건강한 성인이 CGM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어떤 경우에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SNS와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에는 CGM의 오용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고 제조사들은 광고와 인플루언서를 통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과도기라면 누군가 길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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